반세기 역사 기념하는 조인트 프로젝트 닛산 GT-R50
2018-08-01  |   24,429 읽음

반세기 역사 기념하는 조인트 프로젝트

NISSAN GT-R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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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50주년을 맞은 닛산 GT-R이 이탈디자인과 손잡고 특별 모델 선보였다. 단순 보여주기식 컨셉트카 아니라 실제로 한정생산될 예정이다. 


GT-R 시리즈의 뿌리가 되는 스카이라인 GT-R 탄생 50주년과 함께 차기 모델로의 진화를 앞둔 시점. 재패니즈 스포츠카의 상징적인 존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혼다 NSX는 이미 하이브리드로 전환했고, 포르쉐의 차기 911 역시 하이브리드 버전 개발을 기정사실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닛산 개발팀과 경영진의 고민이 깊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닛산이 컨셉트카 GT-R50 이탈디자인의 존재를 공개했을 때 차기 GT-R(R36)의 예고편은 아닐까 하고 많은 이들이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기대는 잠시 접어두어야겠다. 닛산 글로벌 디자인 총괄 부사장인 알폰소 알바이사는 “이 모델은 차기형 GT-R이 아닙니다. 닛산의 기술력과 일본의 디자인, 그리고 이탈리아의 코치빌딩을 집결해 양사의 50주년을 자극적이면서도 창의적인 형태로 축복하고자 만든 작품입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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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GT-R과 이탈디자인

GT-R에는 지금까지 두 번의 탄생 기념 모델이 있었다. 40주년을 기념해 1997년 도쿄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스카이라인 GT-R 오테크 버전 40th 애니버서리는 특이하게도 4도어 세단이었다. 이 차의 형식명은 BCNR33改. 스카이라인 세단 보디에 GT-R 구동계를 얹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단에서 지붕과 그릴, 앞 도어를 가져오고 뒤쪽 도어와 펜더를 새로 설계한 전용 차체였다. 반면 2014년 발매되었던 45주년 한정판은 희소성(45대)을 제외하고는 별다를 것 없었다. 현행 GT-R(R35)의 프리미엄 에디션을 바탕으로 특별 색과 전용 엠블럼을 추가했을 뿐. 하지만 최근 공개된 50주년 기념작은 여러 가지 면에서 GT-R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특별한 모델이 될 듯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68년, 닛산은 1966년 인수한 프린스 자동차 스카이라인의 후계차로 새로운 고성능 세단을 공개했다. 이듬해 정식 발매된 스카이라인 2000GT-R은 강력한 6기통 엔진을 얹고 각종 레이스에서 활약하며 GT-R 역사의 기반을 다졌다. 같은 시기 이탈리아에서는 새로운 카로체리아 하나가 문을 열었다. 천재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창업한 스투디 이탈리아니 레알리자지오네 프로토티피는 오늘날 이탈디자인의 전신이었다. 피아트 500의 아버지 단테 지아코사에게 불과 17세의 나이로 발탁되어 피아트 디자이너가 된 쥬지아로는 카로체리아 베르토네(Bertone)와 기아(Ghia)를 거쳐 1968년에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현재 폭스바겐 그룹 소속이다. 디자인 외주가 급감하면서 전통의 카로체리아들이 속속 문을 닫는 가운데 2010년 지분 90%, 2015년에는 남은 주식마저 매각해 완전히 폭스바겐 자회사가 되었다. 그렇다 보니 최근 작품에는 특정 브랜드의 로고를 붙이지 않거나 붙인다 해도 그룹 자회사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선입견을 깨고 외부 브랜드인 닛산과 손을 잡아 화제가 되었다.   

이탈디자인은 지금까지도 주지아로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하지만 GT-R50 by 이탈디자인의 디자인은 주지아로나 이탈디자인이 아니라 닛산 디자인 센터(유럽과 미국)의 작품이다. 1938년생인 조르제토 쥬지아로는 아들인 파브리치오와 함께 회사를 매각한 후 새로운 디자인 회사 GFG 스타일을 만들었다. 디자인을 제외해도 이탈디자인의 역할은 많이 남아 있다. 스케치북 속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작업과 신차 개발과 프로토타입 제작, 나아가 생산까지 맡게 된다. 


GT-R 니즈모 기반으로 새롭게 디자인

GT-R50 by 이탈디자인은 현행 R35 GT-R과 닮은 듯하면서도 디테일이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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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35 GT-R과 닮았으면서도 디테일은 완전히 다르다  


우선 앞쪽 흡기구가 낮고 넓어졌으며 에너제틱 시그마 골드라 불리는 은은한 황금색을 사용해 짙은 회색(리퀴드 키네틱 그레이)의 기본 색상에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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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과 황금색의 대비가 강렬하다 


보닛 좌우로 바짝 붙인 헤드램프는 가늘고 긴 LED를 수평으로 배치해 색다른 인상이다. 측면 실루엣은 양산형 GT-R을 보다 빼어 닮았다. 보닛과 루프라인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듯 보이지만 루프 중앙부를 깎아 높이를 54mm 낮추었다. 프론트 휠하우스 뒤 공기 출구와 그 주변의 형태도 새로워졌는데, 기존의 에어로 블레이드 펜더 대신 사무라이 블레이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황금색은 이곳과 보닛 덕트 외에 사이드미러, 엔진룸에도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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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와 각도 조절이 가능한 액티브 리어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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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처럼 뻗은 사이드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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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느낌의 헤드램프  


사실 황금색을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엉덩이다. 좁은 사다리꼴 뒷창 주변부터 디퓨저 상단까지 온통 황금색 물결이다. GT-R의 특징적인 트윈 서클 브레이크 램프 주변은 한층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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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트윈 서클 램프는 GT-R의 전통이다  


이 뒷모습이 어딘지 낯이 익다면 당신은 게임 그란투리스모의 경험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게임 속 등장하는 닛산 컨셉트 2020 비전 그란투리스모를 빼 닮았기 때문이다. 대형 리어윙은 가변식 지지대 위에 설치했으며, 카본을 사용한 전용 디자인의 21인치 휠이 멋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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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닛산 컨셉트 2020 비전 그란투리스모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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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을 사용한 전용 휠 디자인


인테리어는 카본 트림과 검은색 가죽, 알칸타라에 황금색 액센트를 넣어 익스테리어 디자인과의 통일성을 살렸다. GT-R의 특징적인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형태를 그대로 두고 소재를 카본과 알칸타라로 바꾸었다. 한편 대시보드 중앙의 다기능 모니터를 제거하고 계기판을 레이싱카 타입으로 바꾸는 등 적잖이 뜯어고쳤다. 극도로 간결화된 스위치류와 카본 패턴은 레이싱카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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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카본과 알칸타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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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차 느낌의 운전석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등 달리기와 관련된 부분은 GT-R 니즈모를 기반으로 했다. V6 3.8L 트윈 터보 VR38DETT 엔진은 기본형에서 570마력, 니스모가 600마력을 내는 데 반해 이번 50주년 기념 모델은 최고출력 720마력, 최대토크 79.6kg·m를 뽑아낼 계획. GT3 경주차 노하우를 활용해 대용량, 대구경의 터보차저와 인터쿨러를 달고 베어링도 내구성 높은 제품으로 교체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용량 오일 제트와 고성능 연료 분사장치, 캠샤프트, 흡배기, 이그니션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뜯어고쳤다. 출력이 껑충 높아진 만큼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클러치는 물론 디퍼렌셜, 드라이브 샤프트도 보강했다. 


이탈디자인 통해 50대 한정생산 예정 

이 차는 모터쇼나 행사를 위한 컨셉트카가 아니라 실제 생산을 전제로 개발되었다. 이 정도의 소량 생산은 사실 전문 인력과 라인의 확보, 부품 수급 등 대량생산 메이커에게 쉽지 않은 도전. 반면에 이런 일에 특화된 존재가 바로 카로체리아다. 디자인부터 엔지니어링에 이르기까지 신차 개발 능력은 물론 생산까지도 가능하니 말이다. 지난 7월 굿우드 패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실물을 공개한 이 차는 이탈디자인을 통해 주문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생산 대수는 50대 이하. 가격은 90만 유로(11억8,700만원)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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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우드에서 실물이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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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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