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불안한 동거, 이젠 바뀌어야 한다
2018-07-26  |   30,071 읽음

도로 위 불안한 동거, 이젠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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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만 만나면 왠지 불안해지는 마음. 그 이면에는 나도 모르게 이륜차는 위험한 교통수단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자리한다.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하면 우린 언제 어디서든 이륜차와 함께 달린다. 그런데도 여전히 도로 위에서 일반 자동차와 이륜차는 서로 다른 입장에 놓여 있다. 이륜차가 앞서 달리고 있으면 왠지 불안한 마음에 차로를 옮기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는 이륜차 운전자 역시 마찬가지. 일반 자동차 옆을 달릴 때면 ‘혹시나 이 차가?’ 하는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어렵다. 그래서 이륜차는 늘 도로 위 약자다.


이륜차는 잘못이 없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이륜차와 일반 차가 서로 도로를 공유하는, 대등한 위치의 탈 것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탓이 크다. 일부 난폭 운전자들이 만든 선입견 때문에 그렇지 이륜차는 꽤 안전한 이동수단이다. 높은 기동성과 연비 효율을 갖춘 데다 유지비까지 저렴한 건 덤이다. 그렇다고 잘못된 인식만 탓할 수는 없다. 정부의 이륜차 활성화 노력의 부재 역시 지금의 이륜차 산업 및 관련 문화의 도태를 불러왔다. 도로교통문화가 정착될 시기에 이륜차는 늘 소외되어왔다. 교통수단 활성화 방안 및 각종 장려 정책에서 자동차가 우선이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이륜차에 대해서는 경찰을 앞세워 단속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에선 이륜차 역시 중요한 교통수단 중 하나로 인식, 보급을 늘리는 데 앞장선다. 그 결과, 이륜차 산업과 문화가 건강한 성장을 이루며 동호회, 애프터마켓도 활발한 모습을 띤다. 미국의 경우에는 교통체증 발생 시 이륜차를 전용 도로로 빼내거나 차로 사이의 차선 운행을 유도해 원활한 교통흐름을 만든다. 일본은 고속도로에서 이륜차 운행이 가능하며 이륜차 전용 휴게소까지 있다. 이륜차 운전자를 배려하는 데 있어 우리보다 훨씬 앞선 모습이다. 대만은 일반 자동차 정지선보다 앞서 이륜차 전용 정지선을 마련, 이륜차의 안전한 출발을 유도한다. 인도네시아는 약간 그 결을 달리한다. 의식 있는 행동이 그것이다. 인도네시아 이륜차 탑승자들은 모두 헬멧을 착용하며, 작은 공간을 차지하더라도 주차 후 정당한 요금을 지불한다. 


이륜차 불모지, 대한민국

앞서 말했듯 인식과 제도가 불충분했던 우리나라는 이륜차의 불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등록제가 아닌 사용신고제는 이용 편의를 도모한다는 측면에선 좋지만 관리 감독과 시스템 측면에서 후진적이다. 면허 취득 시 도로 주행은 배제하고 장내 기능 시험만 반영하는 점은 실제 운행 시 도로 위 일반 차와의 상호 연계성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다. 이륜차 시장 규모도 IMF가 터지기 전인 1997년에 비해 40% 미만으로 축소되어 연간 판매량 12만 대 수준. 이 외에도 이륜차에 쌓인 문제점은 이루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자격증 없이 이륜차 정비가 이뤄지는가 하면, 의무화된 책임보험 외 종합보험 가입은 거의 전무하다. 보험은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륜차의 사고율이 높으니 굳이 비싼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처리해주는 악습이 거듭되고 있다. 보험 재가입 시점을 놓친 무보험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사고 발생 시 모두가 피해자가 되고 만다. 이륜차 검사제도는 일반 자동차 수명의 과반이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 반 토막짜리 정책으로 남아있다. 폐차가 필요한 이륜차의 경우에도 말소 신고만 하면 뒤처리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 강가며 산속에 버려진 이륜차가 날로 쌓여만 간다. 도로 위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운행이 제한된다. 방송 역시 폭주족이나 퀵서비스 이륜차의 부정적 사례에만 초점을 맞출 뿐, 긍정적인 시각에의 접근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이륜차의 역할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이륜차가 미래 교통수단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도 맞춤형 선진 사례 정착이 가능하다. 도로 위 불안한 존재였던 이륜차를 특성과 장점을 살리는 정책을 통해 역할이 분명한 교통수단으로 전환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무의미한 정책연구만 있었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이륜차 정책은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 앞으로 네 발 달린 자동차와 이륜차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친환경 동력원 및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할수록 이동수단에 달린 바퀴의 개수는 무의미해질 뿐이다. 이에 따른 관련법도 보조를 맞춰야 비로소 교통 환경 및 문화 발전도 가능하다. 지금도 늦지 않다. 제대로 된 정책만 나오면 된다.


글 김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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