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볼보, 성공할 수 있을까?
2018-07-03  |   20,511 읽음

중국산 볼보,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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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코리아가 중국산 S90 판매를 선언했다. S90 전량을 중국 다칭 공장에서만 만들기로 한 본사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몇 가지 우려 사항이 머릿속을 맴돈다.


수입차 대약진 시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미 연간 판매 대수 5만 대를 넘어선 지 오래고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국산 브랜드는 판매량에서 인기 수입 브랜드들과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이다. 이 기세대로라면 올해 수입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약 18% 수준까지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를 바라보는 소비자 시선의 변화, 훨씬 다양해진 제품 라인업, 수입차 진입 문턱을 낮춘 파이낸스 정책 등이 주효했다. 랜드로버는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으며, 디젤 게이트 이후 절치부심한 폭스바겐과 아우디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중 가장 관심이 가는 브랜드가 바로 볼보다.


재탄생한 볼보

사브와 더불어 스웨덴 브랜드라는 인식만 있던 볼보는 사브의 공중분해 이후 중국 지리자동차로 넘어가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전만 하더라도 꽁지 빠진 장닭 같은 투박한 디자인이 볼보의 이미지였다. 그러면서 프리미엄은 아닌데 대중 브랜드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가격대의 안전한 차라는 게 전부였다. 그랬던 볼보가 대대적인 디자인 리뉴얼은 물론, 각종 안전 기능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그 첫차가 바로 XC90. 1억 원 정도이지만 가성비로 치면 2억 원에 이르는 차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모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볼보의 안전한 차 이미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필자 역시 누군가 모델 추천을 의뢰하면 주저 없이 XC90을 꼽을 정도다. XC90을 빚어낸 볼보의 손놀림은 XC60에도 이어지며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외에도 볼보의 기함 세단인 S90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국내 판매 S90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웨덴 볼보 아닌 차이나 볼보

볼보코리아는 국내 판매 S90을 기존 스웨덴 공장 생산분에서 중국 공장 생산분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애초 중국산 모델 도입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것과는 180° 다른 모습이다. 시장 반응은 극명하게 나뉜다. 한쪽에선 중국 공장의 자동차 제조 기술 수준에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아무리 예전보다 그 수준이 높아졌다 해도 프리미엄급은 무리라는 거다. 다른 한쪽은 이 기회에 가격은 낮추고 선택폭은 넓힐 수 있는 게 아니겠냐며 반기는 입장이다. 더욱이 차종 신청을 곧 받는다고 하면서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진 상황. 이전에도 중국산 수입차는 수차례 시도된 바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중국산 전기 버스 등의 선례가 있긴 해도 중국에서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 역시 처음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생명은 이미지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 정통성과 고유 이미지가 부각된 다음이라야지 소비자가 ‘갖고 싶은 차’가 비로소 완성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차가 만들어지는 원산지를 조목조목 따져볼 수밖에 없는 노릇. 따라서 같은 브랜드여도 생산지가 다른 경우는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재규어랜드로버의 경우는 이러한 중요성을 알고 오직 영국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인도 타타모터스가 대주주이지만 영국 왕실 차 이미지 부각을 주안점으로 삼는다.


몇 가지 우려 사항

볼보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볼보코리아는 엄격한 글로벌 품질 및 제조기준을 중국 공장에도 적용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도 파는 만큼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정적인 판매를 보장하기 어렵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국내 소비자의 프리미엄 브랜드 판단 기준.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릴 만한 브랜드를 정하고 나서 생산지 기준까지 맞아야 차를 구매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상황에선 ‘중국산 프리미엄’이란 단어 자체에 반감이 들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다음은 부품 신뢰도. 최근 들어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그 수가 약 3만여 개에 이른다. 엔진이나 변속기 등 주요 부품을 제외하면 해당 국가의 부품을 많이 사용하기 마련이다. 중국산 부품에 대해서도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치겠지만 과연 국내 소비자 중 중국산 부품에 거부감을 안 가질 이가 몇이나 될까? 마지막으로 생산지와 브랜드 이미지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이다. 볼보는 스칸디나비안 이미지가 가장 강하고 또 중요한 브랜드다. 중국 공장이 만든 볼보 차에서 스칸디나비안 감성을 느낄 수 있을지를 떠올리면 쉬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시장 반응이 관건

인건비 등 원가절감을 이유로 한 역수입차는 머잖은 미래에 나타날 것이다. 한국산 현대 쏘나타 대신 중국산 북경현대 쏘나타를 사는 식이다. 가격은 후자가 훨씬 저렴하면서 애프터서비스 및 부품 교체 비용은 그대로다. 시장 상황이 달라지는 건 당연지사. 세상은 점차 이렇게 바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대로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을 중국에서 만든 대신 수백만 원 싸게 판다고 해서 소비자가 장단을 맞춰줄지 의문이다.

중국 등 신흥 자본의 영향 아래 프리미엄 브랜드 판도에 변화가 시작됐다. 이번 시도의 성공 여부는 머잖아 확인될 것이다. 볼보의 상승세에 날개를 달아줄지, 아니면 힘겹게 올린 위상이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지 두고 볼 일이다. 볼보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이런 변화가 자칫 볼보코리아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



글 김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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