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영감을 받아 제작된 시계
2018-06-29  |   38,006 읽음

INSPIRED BY FERR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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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페라리의 전설이자 가장 비싼 클래식카 중 하나인 250 GTO 베를리네타를 그대로 이식한 시계가 있다.


스위스에는 Independent Watch Maker, 즉 '독립 시계 제작자'들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이커들이 공장을 세우고 철저한 분업화로 시계를 만든다면, 독립 시계 제작자들은 보통 혼자서, 또는 기껏해야 수 명의 규모로 시계를 만든다. 제작 방식의 특성상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건 당연하다. 일반 메이커들은 제품 스케치를 바탕으로 수많은 부품들을 전문 제작소로부터 수급한다. 기계식 시계 핵심 부품인 무브먼트를 만드는 ETA가 스와치 그룹에 편입된 이후, 2020년부터 타 브랜드에 제품 공급을 멈추기로 한 결정은 시계 업계의 유명한 사건과도 같다. 이 때문에 자체 무브먼트 개발이나 대체 제조사 발굴 등 소동 아닌 소동이 일어난 것도 이 같은 작업 방식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독립 시계 제작자로는 이제는 원로가 된 필립 듀포, 앙트완 프레지우소부터 안데르센 제네바, 페르디난드 베르투 등이 유명하다. 여기에 더해 시계라기보단 자동차 부속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시계를 만드는 이가 있다.


영감으로부터

“OO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우리가 공산품 제작 배경을 접할 때 많이 듣는 말이다. 창작의 원동력인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물건에 사람들은 반응을 보이고 또 열광한다. 자동차와 시계가 그렇다. 엔진 모양을 본떠 만든다거나,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연료 게이지처럼 만드는 식이다. 요즘엔 자동차에 들어가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의 신소재를 그대로 시계에 옮기는가 하면, 실제 경주에 참가한 레이스카의 타이어를 시곗줄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시계 본연의 기능인 시간 확인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아티에이(ArtyA)는 시간 확인도 가능하되 자동차 감성의 영역을 보다 확장한 시계를 만든다.


나스카로부터

아티에이를 세운 이반 아르파(Yvan Arpa)는 현존하는 가장 아방가르드한 시계 제작자로 불린다. 시계 마니아들에게도 생소할 이반 아르파는 일찍이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어3 디자인을 총괄 지휘한 바 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에 몸담으며 실력을 쌓은 그는 2010년에 자신만의 브랜드 아티에이를 설립한다. 아티에이라는 이름은 예술의 'Art'와 자신의 이름 이반 아르파에서 딴 'yA'를 합쳐서 만들었다. 

회사를 세우면서 이반 아르파는 자신만의 규칙을 만든다. 시계의 그 어떤 분류에도 속하지 않을 예술작품을 만들겠노라고. 독창성을 위해선 재료부터 남달라야 한다는 신념 아래 나비의 날개, 돌, 실제 총알, 심지어는 공룡의 배설물에도 눈을 돌렸다. 이를 바탕으로 회전식 연발권총, 전기 기타, 그리고 해골의 모습을 담은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레이스(RACE) 콜렉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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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에이의 대표 라인업인 레이스 콜렉션


“저는 나스카 대회에 깃든 정신을 사랑합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50년대 자동차 경주의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이반 아르파의 말이다. 자사의 대표적 라인업으로 자리매김한 레이스 콜렉션은 그 성공에 힘입어 단 99개만 제작한 한정판 모델이 더해졌다. 여기엔 자동차 휠 디자인에서 따온 케이스 뒷면은 물론 자동차 계기판 속 타코미터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한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바로 레이스 3D다.


페라리 250 GTO로부터

1962년에 페라리가 공개한 250 GTO 베를리네타는 당시 대회 출전 규정상의 양산 대수를 충족하기 위해 단 39대만 만든 차다.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이 차의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작년 444억 원에 팔렸던 250 GTO는 지난달에 7,000만 달러, 우리 돈 750억원에 팔린다. 스스로 자신이 세운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차’ 타이틀을 갱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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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250 GTO  


아티에이는 이 차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레이스 3D를 선보였다. 페라리 250 GTO의 상징인 스포크 휠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핸즈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분명히 빨간색의 시침과 분침이 바큇살 뒤로 모습을 감추고 있다. 그럼 시간을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우리가 오토매틱 시계의 로터를 돌릴 때처럼 손목을 몇 번 흔들어주면 된다. 로터의 움직임으로 발생한 회전력이 순간적으로 바큇살을 돌린다. 그제야 핸즈가 모습을 드러내며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평소엔 스포크에 가려져 있는 브레이크 캘리퍼가 속도를 높여 달려야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아티에이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레이싱을 즐기고 자동차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디테일,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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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3D제작에 모티프를 준 250 GTO의 휠


이반 아르파는 아이코닉하고 자동차 역사에서도 의미 있는 이 휠을 표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과 창의성이 필요했노라고 말한다. 자체 개발한 무브먼트가 동력원으로 들어가며 파워리저브는 52시간인 레이스 3D의 가격은 15,900 스위스 프랑으로 우리 돈 1,700만 원 안팎이다. 아직 국내에는 정식 수입되지 않지만 아티에이와의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판매 가능한 곳이 있다. 서울 강동구에 자리 잡고 있는 엠오아이(MOI) 워치. 엠오아이 워치의 김한뫼 대표 역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독립 시계 제작자로 지난해 열린 바젤월드에서 출품 시계가 완판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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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GTO의 휠을 그대로 가져온 레이스 3D의 모습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아티에이, 엠오아이 워치(02.57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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