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러, 페라리 GTC4LUSSO T & 롤스로이스 레이스
2018-06-19  |   32,092 읽음

FERRARI GTC4LUSSO T & ROLLS ROYCE WRAITH

ALL IN ONE GRAND TOU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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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림 & 럭셔리. 성격상 서로 극단을 달리는 그룹일지라도 ‘그랜드 투어러’라는 공통 분모로 묶이는 모델이 있다. 페라리 GTC4LUSSO T와 롤스로이스 레이스는 각각 익스트림카와 럭셔리카의 정점에 서 있으면서 스타일링, 성능, 실용성 모두를 아우른다.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이병주


FERRARI GTC4LUSSO T

Scent of a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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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에요”. 포르 우나 카베자(Por una Cabeza)에 맞춰 처음 만난 여인과 현란한 춤사위를 선보이는 프랭크(알 파치노). 영화 여인의 향기(1992)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이다. 그는 후각을 통해 여성의 성격과 배경을 단번에 알아차리는 뛰어난 호색가다. 또한, 불미스러운 사고로 인해 앞을 보지 못하는 퇴역한 상이군인이다. 이제는 직장도 잃고 괴팍한 성격으로 인해 가족들로부터도 외면을 받지만, 행동에서 풍기는 낭만적인 면모만이 그의 호시절 때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그의 취향은 퍽 사치스럽다. 삶의 마지막 위시 리스트를 성취하기 위한 여행길에서는 비행기 일등석에 몸을 싣고 뉴욕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한다. 그리고 이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장면에 페라리 몬디알이 등장한다. 페라리를 운전하고 싶었던 그는 딜러에게 2,000달러를 찔러주고 몬디알 시승차를 빌려 뉴욕 뒷골목을 질주한다. 그가 끝내려 했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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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머신의 분위기가 스민 스티어링 휠에는 주행모드를 포함한 다양한 기능을 한 데 녹였다


사실 영화 속 페라리 몬디알은 당초 감독이 원했던 캐스팅이 아니다. 감독은 프랭크의 고고한 취향을 표현하기 위해 롤스로이스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지만 거부당했고 페라리가 그 자리를 채웠다. 결과적으로 페라리는 완벽한 캐스팅이 되었다. 정열적인 탱고 선율에 몸을 흔드는 호색가에 꼭 맞는 차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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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박스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수석 탑승장와 주행상황을 공유한다 


만약 이 영화가 요즘 만들어졌더라면 어떤 페라리가 몬디알의 배역을 맡을까? 아마도 그 자리는 GTC4LUSSO T가 꿰찼으리라. 물론 이 차가 몬디알 같은 미드십 컨버터블은 아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를 고민할 만큼 보수적이고 편안함을 중시하는 프랭크라면 럭셔리한 그랜드 투어러 GTC4LUSSO T가 더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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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승객과 함께 장거리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8기통 FR 페라리다


이중차음 유리와 방음재를 통해 외부소음을 꼼꼼히 틀어막은 덕분에 정숙하고 마술 같은 서스펜션 세팅으로 승차감도 뛰어나다. 또한 V12 대신 8기통으로 무게를 덜어낸 체중과 뒷바퀴를 조향하는 민첩함 역시 도로 위에서 탱고를 추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프랭크에게 페라리는 여자 다음으로 좋아하는 대상이다. ‘탱고와 운전’이라는 서로 다른 방법. 하지만 그가 이끌고 소통하는 모습만큼은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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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뻗은 파워트레인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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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인주 기자


ROLLS ROYCE WRAITH

ROLLING SCUL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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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에 들어서기만 하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촐랑대던 차가 잠시 얌전해질 때가 있다. 롤스로이스 레이스를 만났을 때다. 자동차라기 보단 차라리 대형 조형물에 가까운 레이스가 등장하면 도로 위는 잠시 전시장으로 바뀐다. 그럴 때면 부족한 문화생활의 갈증을 채우기 위해 갤러리를 찾은 양 감상에 젖곤 한다. 너무 깊이 들어가서 ‘저게 어떻게 찻길을 돌아다니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레이스는 거대하되 무식하지 않다. 조형미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쿠페의 형태를 따르며 완벽한 비례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가끔 그게 불만이었다. 제대로 감상하려 옆에 자릴 잡아도 600마력 엔진 달린 조형물은 금세 소실점으로 사라지고 마는 사실이. 청담동 전시장에서 만난 레이스는 그날 하루만큼은 온전히 내 소유였다. 당분간은 어디로 도망 안 가게 고삐를 단단히 쥔 채, 촬영지인 강촌 엘리시안 컨트리클럽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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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의 상징과도 같은 환희의 여신상 


운전대는 큼직하고 계기반 속 다이얼은 새하얗다. 여느 때와 같이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있지만 잔잔한 바다 위를 두둥실 떠다니는 기분이다. 롤스로이스를 타본 사람들이 왜 그렇게들 요트에 비유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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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과 원목이 아낌없이 들어간 실내. 운전대를 잡으면 마치 요트의 키를 쥐고 있는 기분이다


일반 자동차들과는 다른 점이 차고 넘치는 레이스이지만 그중 하나를 고르라면 계기반을 꼽을 수 있다. 엔진회전수 게이지 대신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가 붙어 있다. 기계식 시계와 다른 점은 파워가 최대 40시간 지속된다는 의미의 40이란 숫자 대신 100이 붙어있다는 것. 100시간이 아니다. 남은 출력이 100%라는 뜻이다. 따라서 바늘이 100을 향하고 있다면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는 게 올바른 이용법이다. 레이스는 RPM 변화를 일일이 체크하면서 변속을 즐기는 차가 아니다(그럴 수도 없다). 어차피 주어진 출력의 반도 못 쓸 거란 걸 알고 넣은 재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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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는 운전석 문짝에 코치도어 방식이 적용된다


쿠페는 적재 공간이 부족하기 마련이나, 롤스로이스 쿠페는 그렇지 않다. 쿠페는 혼자서, 혹은 단둘이 드라이브 정도 즐기는 게 적당하지만 레이스는 4명이 한 팀을 이뤄 라운딩을 다녀오는 것도 가능하다. 트렁크 용량은 470L로 골프백 4개가 무리없이 들어간다. 뒷좌석은 타고 내릴 때만 다소 폼이 나지 않을 뿐, 중형 세단 뒷자리 못지않은 안락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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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L로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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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민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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