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리알마시모 란치아 전문숍에서 만난 델타 S4
2018-06-18  |   19,751 읽음

란치아 전문숍, 모토리알마시모

란치아 전문숍에서 만난 델타 S4


일본에는 수많은 전문숍이 있다. 시트로엥만 취급하는 쟈벨과 아우토 니즈, 올드 미니만 취급하는 모리스 개러지 등 일반 서비스센터나 동네 정비소 수준을 뛰어넘는 특별한 숍이 즐비하다. 특히 이탈리아 차를 다루는 전문숍이 다양한 편인데, 이 중 란치아를 전문으로 다루는 모토리알마시모를 찾았다.   


모터리알마시모에 연락했을 때 이시카즈 대표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도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란치아를 다루는 곳이라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SNS를 통해 연락이 오가기를 몇 번. 취재 일정을 잡았을 때 그는 ‘란치아 차중에 어떤 차를 가장 좋아합니까? 상황이 괜찮으면 준비해 놓도록 하겠습니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개인적으로 란치아 차 중 가장 좋아하는 차는 랠리 037이다. 차체 가운데 올린 피아트 엔진과 아바스 수퍼차저, 각 잡힌 스타일, WRC의 마지막 후륜구동 챔피언 등 여러 의미로 각별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꼽는 모델은 WRC 그룹B에 나타나 불꽃처럼 산화한 델타 S4. 그동안 안타깝게도 생산량이 극히 적어 이 두 차종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델타 S4 만나던 날 

모터리알아시모는 도쿄의 외곽 아다치구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웬만해서는 보기 어려운 란치아 델타 HF가 시리즈별로 가득 차,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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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치아의 부흥을 이끌던 델타 시리즈가 가득하다


이시카즈 대표의 안내를 받아 작업장 옆의 작은 사무실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랠리 037은 지난주까지 있었는데 출고되었습니다.’ 그는 랠리 037에 대해 얘기를 하다 작은 다이캐스팅 미니카를 건넸다. 랠리 037의 온로드 버전 베타 몬테카를로 터보였다. ‘대신 다른 걸 준비했습니다. 정비 때문에 번호판이 없어 주행은 안 되지만 그 외는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가게 앞쪽 회색 커버를 벗겨내니 딱 200대만 생산된 델타 S4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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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S4의 선대 모델 랠리 037(베타 몬테카를로 터보)은 다이캐스팅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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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대만 만들어진 호몰로게이션 실내 치고 상당히 호화로운 델타 S4의 실내 


델타 S4는 란치아가 WRC 그룹B를 제패하기 위해 만든 경주차다. 레이스 버전으로 약 8대 정도만 만들어졌고 호몰로게이션을 위해 제작된 로드 버전(스트라달레)도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차종 중에 하나다. ‘이 차에는 신기한 게 많습니다. 지금 기술로도 구현하기 힘들거나 채산성 문제로 양산하지 못할 기술이 들어있죠. 풀비아에서는 V4 엔진을 사용했고 스트라토스는 페라리 디노 엔진을, 랠리 037은 피아트 엔진에 아바스의 수퍼자처를, 델타 S4는 설계부터 세팅까지 모두 아바스가 담당한 엔진이 들어갔습니다.’ 이시

카즈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델타 S4는 그야말로 괴물 경주차였다. 스트라달레는 공차중량이 1,200kg 정도이고 출력도 250마력 부근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판매를 위한 디튠 조건일 뿐이다. 같은 섀시에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경주차는 공차중량 890kg에 600마력을 냈고, 당시 델타 S4 개발 자료에 따르면 부스트압 5바에서 1,000마력까지 낼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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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양산차보다는 경주용 자동차에 가까운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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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경주차 델타 S4의 로드버전이라고 해도 출력만 다를 뿐 90% 이상이 같다. 미드십에 최대 1,000마력 출력을 넘길 수 있는 트윈차저 엔진이 들어있다


그러나 당시 각 메이커들이 경쟁자들을 의식해 최고출력을 낮게 발표했던 데다 지금처럼 정확한 계측기가 없었다는 걸 고려하면 실제 최고 출력은 그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델타 S4는 트윈차저와 네바퀴 굴림, 파이프 프레임으로 짠 섀시 등 당시 란치아가 가진 모든 기술이 집약된 경주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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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 경기를 의식한 서스펜션 구조


델타 S4는 데뷔전 영국랠리(RAC랠리)를 우승으로 장식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1986년 제5전 프랑스 랠리에서 헨리 토이보넨이 몰던 차가 언덕 아래로 구르며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가 사망하게 되고, 이후 FIA가 그룹B를 폐지해 델타 S4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델타 S4는 활동기간은 짧았지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참고로 이 차에 쓰였던 트윈차저 시스템은 생산 단가와 기술력 문제로 사장됐다가 2000년대 중반이 돼서야 양산되었다.  

이탈리아 차에 푹 빠져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 이시카즈 대표에게 이탈리아 차의 매력에 관해 물었다. ‘대학 시절 돈을 모아 어렵사리 델타 HF를 구매했죠. 그런데 정비를 하거나 부품을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워 직접 수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규모가 커져서 지금의 숍이 되습니다. 이탈리아 차에는 섬세함과 기술적 순수함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좀처럼 그런 차들을 만나기 쉽지 않죠.’ 델타 S4의 구석구석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그의 대답 속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글 |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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