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클래식카 단지, 클라식 슈타트
2018-06-18  |   24,911 읽음

클래식카의 모든 비즈니스를 한 곳에

프랑크푸르트 클래식카 단지, 클라식 슈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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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동쪽 외곽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클라식 슈타트는 그야말로 클래식카의 천국이다. 매매부터 리스토어, 정비, 이력관리 등 클래식카에 관한 모든 것을 취급하는 이곳은 박물관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클래식카 단지로 불러야 할지 애매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곳에 들어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점이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곳을 알게 됐다.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스페인의 마요르카에 들르는 출장 귀국길에 환승을 기다리며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 발견한 곳이다. 위치는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30분 거리. 대중교통으로는 엄두도 못 낼 외진 지역이다. 이곳에는 클래식카 취급뿐 아니라 람보르기니와 맥라렌의 서부 워크숍도 함께 있다. 사실 이곳을 두 번이나 방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14년 처음 방문했을 때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불과 1년 후 더 여유 있게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자동차 마니아의 시선을 사로잡는 공간 

클라식 슈타트는 1910년에 세워진 벽돌공장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고풍스런 건물은 가운데 우뚝 솟은 웅장한 굴뚝이 과거 공장의 규모를 알려준다. 4층 건물에는 클래식카 전문딜러와 워크숍, 리스토어 숍으로 가득하다. 저마다 매물이나 위탁 차량을 전시해 놨는데 볼거리가 아주 쏠쏠하다. 

이곳에 있는 차는 약 400여 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차부터 가치가 높은 모델, 경주차 등 4층 건물을 둘러보는 동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알파로메오부터 단단한 인상의 올드 BMW, 고풍스럽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애스턴마틴 등 그림책이나 전문서적에서나 보던 차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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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경주차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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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곳곳에 빛바랜 추억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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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식 슈타트는 원래 벽돌공장이었다. 외부에 그때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2014년 처음 방문했을 때(클라식 슈타트가 처음 개장한 해이기도 하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외부 주차장에 비를 맞은 채 주차된 맥라렌 P1의 모습이었다. 고가의 수퍼카 맥라렌 P1도 건물 안으로 들어올 자격을(?) 갖추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각 층에는 클래식카 관련 매장이 빼곡하다. 전시된 차들은 판매용이 절반, 나머지 절반은 보관을 위한 위탁 차량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클래식카 관련 산업이 거의 없지만 클라식 슈타트 안에서는 클래식카에 관한 모든 비니지니스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보관과 위탁에도 엄격한 규정이 있다.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조치인데 아무 차나 보관하는 경우는 없다. 보관을 의뢰할 경우 자체적인 심사를 거쳐야 하며, 그 상태도 꼼꼼하게 확인한다고 한다. 이곳에 보관되는 차들은 대부분 개인 소유물이며, 언제든 주행이 가능한 컨디션으로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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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에 비하면 아직 젊은 시트로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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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제작된 포드 모델T. 주행할 수 있는 상태로 보관돼있다


중앙 계단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의 건물은 각 층을 왔다 갔다 하며 여기저기를 구경할 수 있는 구조다. 자동차 관련 상점 외에도 기념품점, 갤러리, 레스토랑 등이 입점해 있으며 매주 클래식카 관련 이벤트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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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카 마니아들을 위한 소품을 판매하는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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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카를 운전할 때 글러브는 필수다. 주로 가죽과 면을 이용한 제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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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과 차종만 알면 거의 대부분을 부품을 구할 수 있다 


독일에는 프랑크푸르트 외에도 비슷한 공간이 몇 군데 더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은 뒤셀도르프와 베를린에 있는 모터월드며 매년 에센 모터쇼가 열리는 에센에는 열차 기지를 개조한 클래식카 관련 시설이 있다. 모두 관람료가 따로 없으며 한 번 들어가면 시간을 잊어버리게 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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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알비스가 2차대전 이전 만들었던 실버 이글. 집 앞에 한 대 세워두면 참 예쁘겠다 



가죽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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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있는 올드타이머 스토페는 전문 가죽 공방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시트와 같은 실내 부품을 제작하는데, 해당 차의 생산 연식에 사용했던 가죽을 직접 구해 작업한다.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가죽 장인이며, 바느질로 만드는 재봉선과 질감 등 주문자의 취향에 맞는 주문형 제품을 만든다. 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소품과 자동차 인테리어 용품이라면 모두 제작이 가능하지만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래도 일반 매장이나 인터넷에서 구할 수 없는 가죽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클래식카 마니아들에게는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에도 자동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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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당일에는 대부분의 사무실이 퇴근 후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중 가장 독특한 분위기의 사무실에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이 있어 양해를 구한 후 둘러 볼 수 있었다. 영국차와 부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곳은 사무실 내에 자동차가 있는 특이한 구조다. 영국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 각종 소품과 액세서리가 사무실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린다. 슬쩍 물어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춘 인테리어라고 한다. 물론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제품들은 모두 판매용이다.  


맥라렌 딜러,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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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식 슈타트 입구에 가장 많이 붙어 있는 깃발이 맥라렌 깃발이다. 주차장에서도 맥라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클라식 슈타트의 맥라렌 매장과 워크숍은 서쪽 독일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현대적인 맥라렌이 이곳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자동차 천국에 없는 게 없다는 독일에서도 맥라렌 F1은 좀처럼 보기 힘든 존재라고. 

 

이탈리아 자동차는 어디에서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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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식 슈타트에서도 가장 많이 보이는 차가 이탈리아 자동차이다. V4 엔진을 장착한 란치아 풀비아 HF를 비롯해 피아트와 알파로메오, 페라리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자동차 인기는 세계 어디를 가도 높은 편이다.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차들과 한데 뒤섞여 있어도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는 이탈리아 차는 대부분 1950~1970년대 모델. 이탈리아 차의 가장 아름답고 화려했던 시절을 대표한다.  




글 |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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