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월드 '카' 컵 특집
2018-06-04  |   17,186 읽음

WORLD CAR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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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과 함께 2018 월드‘카’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참전 자격은 ‘자동차를 만드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 한국, 독일, 영국, 스웨덴, 프랑스, 일본 여섯 국가의 각 나라별 가장 잘 나가는 차들이 녹색 그라운드에 올랐다.



HYUNDAI GRANDEUR

카멜레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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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는 그랜저다. 지난해 단 한 번도 국내 판매 1위를 놓친 적 없는 명실상부 베스트셀러. 무난한 상품성으로 두루 만족시키니 축구 선수로 치면 어떤 포지션이든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로 비유할 수 있겠다. 이 선수는 과거의 영광을 후광 삼아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후광을 누리다

2017년은 ‘그랜저의 해’였다. 열두 달 동안 1위를 굳건히 지킨 채 총 13만1,950대가 팔려나갔다. 반면 수출은 단 4,837대. 구형 아제라(그랜저 수출명)의 북미 시장 철수가 타격이 컸다. 해외엔 출사표도 제대로 못 던져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이유. 국내에서의 그랜저 브랜드 위상을 빼놓을 수 없다. 

그랜저의 시작은 화려했다. 미쓰비시와 함께 개발한 전륜구동 대형 세단으로 등장해 당시 강세였던 대우 로얄 시리즈를 무너뜨리고 국내 고급차 시장을 장악했다. 이후 2세대 뉴그랜저까지 인기를 얻으며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차 = 그랜저’라는 공식을 세웠다. 

그러나 1998년 그랜저는 준대형 세단으로 전락한다. 현대차가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을 더하고 마르샤 후속에 그랜저XG라는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에쿠스로는 한 차원 높은 고급 시장을 노리고, 그랜저 브랜드로 준대형 세단 시장 개척을 노린 전략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이전 그랜저가 쌓아 올린 명성 덕분에 작아진 크기에도 불구하고 고급차로 인정받은 건 물론, IMF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맞물려 합리적인 대형 세단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때 ‘최고의 차’에서 ‘성공한 중장년층의 자동차’로 자리매김해, 지금까지 초기 그랜저의 후광을 이어가고 있다.


젊음을 탐한 고급 세단

그럼에도 요즘의 그랜저 판매는 이례적이다. 이전에도 신차효과로 1위를 몇 달간 차지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엔 무려 15개월간이나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 탄다는 대형차가 말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쏘나타의 부진, 올라간 소득 수준, 그리고 그랜저의 회춘이다.

쏘나타의 부진과 소득 수준이 올라간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사실. 신형 그랜저의 색다른 인기 비결은 젊은 층으로의 영역 확장이다. 실제 지난 4월까지 판매 비율을 살펴보면 30~40대가 42.0%로 이전(37.8%)보다 4.2% 늘었고, 50~60대는 50.8%로 이전(53.2%)보다 2.4% 줄었다. 주류는 여전히 50~60대이지만 그랜저 구매층이 젊어지고 있다

새로운 그랜저는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크롬 장식이나 나무 무늬 장식을 눈에 띄게 줄여 스타일에서 기름기를 쫙 뺐다. 그중에서도 화룡점정은 하체다. 물렁물렁한 승차감이 당연했던 그랜저가 당황스러울 만치 팽팽하다. 요즘 현대차가 그렇듯이 뒤쪽 서스펜션을 단단히 조여 거동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물론 그만큼 노면 정보는 충실히 전달하며 충격량도 적지 않다. 비교적 승차감보단 주행성능에 치중한 설정. 확실히 최신 그랜저는 50~60대보단 30~40대 고객층을 겨냥하고 있다. 부족함 없는 첨단주행보조기술과 IT기술도 젊은 고객들이 선호할만한 포인트다.

그랜저는 카멜레온처럼 우리나라 시장에 적응해왔다. IMF 땐 크기를 줄여 합리적인 대형 세단이 됐고, 최근엔 젊은 고객층에 발맞춰 회춘하고 있다. 남들에게 보이는 체면을 중시하는 보편적인 국내 소비 성향을 준대형 세단의 크기와 그랜저라는 이름으로 만족시키는 건 두말할 필요 없는 소리. 상황에 발맞춰 진화해온 그랜저는 오늘날 우리나라 시장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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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연령층을 겨냥해 그랜저의 실내는 중후하면서도 깔끔하게 꾸며졌다

쇼퍼드리븐으로 써도 무색할 만큼 넓고 편안한 뒷좌석. 그랜저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글 윤지수 기자


PEUGEOT 208

불란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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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불란서제야.” 초등학교 입학 무렵, 어머니는 아버지가 입을 옷을 사오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덜미에 붙은 라벨에는 ‘PIERRE CARDIN’이란 글자가 선명했다. 누나까지 합세해 프랑스에서 만든 옷은 역시 다르다며 그 옷을 모두가 한 번씩 문질렀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그 코트가 실은 라이센스를 사온 한국 회사가 우리 땅에서 만든 옷이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어쨌거나 그 당시 ‘불란서제’라고 하면 공산품에도 국산과는 뭔가 다른 프렌치 감성이 묻어 있었다. 


프랑스, 그 나라의 사정

올해 월드컵 프랑스 대표는 푸조 208이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사실 이달부터 르노삼성자동차가 팔기 시작한 르노 클리오. 하지만 6월호 마감 일정에 앞서 대회를 마무리하는 바람에 프랑스 판매량 2위인 208이 대신 대표로 섰다. 사실상 1.5군이 출전한 셈이다. 그래도 클리오와 208은 소형 해치백이란 데서 교집합을 가진다. 소형 해치백이 곧 인기의 이유인 셈. 프랑스인들의 소형 해치백 사랑엔 그들의 실용주의가 한몫한다. 자동차에서 가능한 모든 걸 누리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실용적인 면을 중요하게 본다. 전동, 통풍 시트에 인색한 건 이 때문이다. 핸들링 좋고 짐 많이 실을 수 있는 해치백이 인기 많을 수밖에. 그러나 실용주의 관점에서만 이를 해석하면 반만 맞는 얘기다. 덩치 큰 SUV나 픽업트럭도 요샌 잘 달리기도 하고 해치백보다야 더 많은 짐을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이유의 힌트는 프랑스의 도시 구조에 있다. 파리는 개선문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방사형 구조로 도시가 만들어져 있다. 이는 이미 19세기부터 자리 잡은 형태로 우리나라처럼 격자 구조가 아니라서 좀 더 복잡한 것이 사실. 차선은 물론, 중앙선도 없는 곳이 허다하다. 고로 차가 다니는 길이 곧 차도가 된다. 주차도 금지 표시를 한 곳만 빼고는 웬만하면 허용된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작아야 유리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차가 크면 주차 공간이 나도 차를 대기 어렵다.


자동변속기 아니고 자동화 수동변속기

208은 소형 해치백 또는 시티카로 불린다. 그만큼 도심 출퇴근에 알맞은 연료 효율을 보이는 것이 이 차의 덕목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회초년생 친구들에게 추천하기 힘들었던 건 변속기 때문이었다. 208에 들어간 자동화 수동변속기, MCP의 변속 충격은 부드러운 변속감을 추구하는 국민 성향과 다소, 아니 꽤 맞지 않는 큰 단점이다. 시승해 보니 괜한 우려가 아니었다. 후진 또는 저단(1, 2단) 기어를 물고 있을 때면 운전면허를 따느라 몰았던 트럭이 떠오른다. 토크 컨버터 방식의 푸조 308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문제다. 같은 브랜드이면서 대동소이한 체급의 모델에서 느끼는 격차 치곤 꽤 컸다. 그러나 사람이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MCP의 구조와 변속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운전하려 노력하니 불과 하루, 이틀 만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가는 듯 했다. 물론 역지사지의 자세와 차를 좋아하는 마음을 겸비해야 가능한 얘기다. 수동변속기이다보니 연비 측면에서는 이점이 상당하다. 시승 중 200km를 넘게 달린 평균 연비는 리터 당 19km를 상회했다. 대책 없이 밟아대기 일쑤인 시승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실제 운용 시 연비는 이보다 높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보고 들은 바에 따르면, 승차감 좀 더 안락하자고 실용성을 포기할 프랑스 사람들이 아니다. 푸조 208은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이 수동변속기 차를 모는 프랑스에서라면 통할 수밖에 없는 차였다. 물론 내연기관차를 퇴출하려는 요즘 움직임을 보면 그것도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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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팩트한 크기의 운전대와 심플한 대시보드 구성이 특징이다

독특한 눈매와 크롬 가니시로 개성을 한껏 뽐낸다


글 김민겸 기자 


VOLCO XC60 

외모까지 얻은 우등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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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국가는 200개에 육박하지만 자국 태생의 자동차 메이커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북유럽의 스웨덴은 인근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과 달리 유명 자동차 메이커를 두 개나 품어낸 나라다. 이는 ‘북유럽의 독일’이라고 불릴 만큼 제조업 기반이 탄탄했기에 가능한 일. 물론 사브와 볼보 모두 오래전에 외국 자본에 팔려나갔고, 그나마 사브는 승용차 시장에서 명맥이 끊어졌다. 대신 포드를 거쳐 중국 지리에 인수된 볼보는 디자인 혁신과 함께 무공해차 시대로의 착실한 준비작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실용적이고 고급스러워

볼보가 현재 어느 나라 메이커인가는 너무 깊게 따지지는 말자. 솔직히 국적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메이커가 볼보만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스웨덴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그곳에서 개발되며 생산된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스웨덴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인구는 적고 소득이 높은 스웨덴에서는 비교적 고가 라인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볼보 200시리즈. 1974년부터 93년까지 286만대 판매되었다.

그렇다 해도 지난해 XC60의 판매량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풀 모델 체인지를 앞둔 구형이 가격 할인에 들어가면서 판매가 급증한 덕분이라고는 해도 모델 체인지를 눈앞에 둔 구형이었으니 말이다. 2008년 데뷔한 XC60 1세대는 데뷔 후 단종될 때까지 글로벌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한눈에 반하기보다는 오래 쓸수록 매력을 더하는 볼보 차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XC60은 기존 V60의 고객층을 흡수하면서도 세계적인 트렌드인 SUV 인기에 편승해 고객층을 넓혔다. 신형은 볼보를 오랫동안 따라다녔던 낡고 딱딱한 이미지를 걷어내면서도 볼보다움을 잃지 않았다. 이런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담겨 있는 곳은 운전석이다. 케케묵은 센터 스택을 걷어낸 자리에는 거대한 세로형 터치 모니터를 배치해 스위치들을 최대한 걷어냈으며, 계기판도 풀 모니터 방식으로 바꾸었다. 한편 올레포스의 크리스털 시프트 레버나 보석 커팅처럼 처리한 스위치 등 고급스러운 포인트로 악센트를 주었다. 간결하지만 단순하지 않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스칸디나비아 태생답다.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헤드램프 디자인은 이제 눈에 익숙해졌음에도 여전히 신선하다. 전고(1660mm)가 라이벌들에 비해 절대 낮지 않음에도 날렵해 보이는 것은 앞뒤 창의 각도와 잘 다듬은 보디라인 덕분. 쓰기 쉬운 트렁크는 볼보 왜건과 SUV의 공통된 장점이다. 뒷좌석 등받이를 간단히 접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간도 넓고, 아울러 별매되는 액세서리를 활용하면 더욱 다채로운 어레인지가 가능하다. 


무공해와 고성능을 넘나드는 PHEV 구동계 

시승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XC60 T8로 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0g에 불과하다. 반면 9.8km/L의 공인연비는 하이브리드 모델로서는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다. 대신 405마력에 이르는 시스템 출력이 강력한 성능을 제공한다. 시동을 켜고 천천히 움직일 때는 조용한 가운데 귓가를 간질이는 ‘위이잉~’하는 모터 소리만이 들린다. 

이 차는 앞바퀴를 4기통 2.0L 직분사 터보 엔진(318마력)으로, 뒷바퀴를 87마력 모터로 돌린다. 볼보에서는 ‘드라이브-E’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인 네바퀴 굴림과 달리 드라이브 샤프트와 센터 디퍼렌셜, 감속기어가 없다. 드라이브 샤프트가 빠진 공간에는 배터리를 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추었다.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은 무리지만 하이브리드로 네바퀴를 굴리기에 매우 적합한 구성이다. 물론 높이조절장치와 드라이브 모드의 ‘오프로드’가 있어 어지간한 비포장 길은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EV로 조용히 움직이다가 오른발에 조금 더 힘을 주니 엔진이 깨어나며 금색 급가속 채비를 한다. 스펙상 5.3초의 0→100km 가속 성능을 언제라도 간단히 체감할 수 있다. 거칠고 힘이 넘친다기보다는 조용한 가운데 넉넉하게 차체를 밀어붙인다. 게다가 PHEV인 만큼 외부 충전을 활용하면 석유를 태우지 않고 거의 무공해 EV로 운용할 수도 있다. 

외적 화려함보다는 내면을 중시해 왔던 볼보는 이제 매력적인 디자인까지 손에 넣었다. 다소 불편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단점은 있지만 굳이 꼬집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수준 높은 기본기와 실용성, 오래 타도 쉽게 질리지 않는 스웨덴 차의 매력은 신형 XC60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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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터치식 모니터로 단순화한 운전석. 디테일은 고급스럽게 챙겼다

글 이수진 편집장



TOYOTA PRIUS

위대한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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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10년마다 큰 폭으로 달라졌다. 경제 호황기인 1980년대에는 값비싼 고급차와 수입차가 큰 인기를 끌었고 1990년대에는 가족 중심의 미니밴이 새롭게 떠올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시장 수요 변화와 배기가스 규제로 인해 유서 깊은 준중형~준대형 세단과 스포츠카가 단종 되면서 실용적인 차들만 살아남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더는 가슴 뛰는 차를 만날 수 없다’며 이윤만 생각하는 자동차 회사를 질타했지만, 정체된 경제 상황과 당시 어려움에 직면했던 일본 자동차 업체의 사정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일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파워트레인, 하이브리드

2000년대 말부터는 각박한 경제 사정이 지속되면서 자동차 시장의 크기가 크게 줄었고, 이 때문에 소형차와 친환경차가 아니면 팔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나마 하이브리드 차종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까닭에 요즘에는 고급 미니밴과 중대형 세단조차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기본인 추세다. 아마도 조용하고 쾌적한 주행 감각이 장점인 하이브리드가 평균 주행속도가 낮은 일본 주행환경에서 더욱 주목받았으리라.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이끈 주역은 하이브리드의 원조인 토요타 프리우스다. 2000년대 초반부터 토요타가 내수용 라인업의 대부분을 하이브리드로 전환한 이유도 프리우스를 통해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일찌감치 간파하여 미래전략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프리우스는 유가에 따라 인기에 부침이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아 판매가 다시 늘고 있다. 작년에만 16만대 넘게 팔리며 수년 째 일본 내수 판매 1위를 지켰고 글로벌 누적 판매 대수 400만대(2017년 1월 기준)를 돌파하면서 전 세계적 인기를 입증했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한창 대두되었던 십여 년 전에는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프리우스를 앞다투어 자가용으로 구입하면서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프리우스 오너들은 지구를 생각하고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선진시민’이라는 인식도 이때 생겨났다. 미래 환경차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시장의 흐름을 선도한 프리우스의 저력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친환경차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1세대 프리우스는 1997년 세계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로 등장했다. 감속할 때 마찰열로 공기 중에 버려지는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바꾸어 저장해 두었다가, 이를 다시 사용해 연료를 절약하는 원리는 지금 보아도 획기적이다. 당시 기록한 일본 기준 연비는 28.0km/L(10·15 모드 기준). 이는 660cc 경차와 비슷한 효율이었다. 

본격적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대중성을 넓힌 것은 2003년 등장한 2세대부터다. 차체를 대폭 키워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나섰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패스트백 스타일은 뒤이어 등장한 후발주자들이 흉내 낼 만큼 프리우스의 고유한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연비 성능은 다양한 필드 경험과 노하우 축적에 힘입어 이전 모델보다 약 30% 가까이 늘어난 35.5km/L(10·15 모드 기준)를 달성했다. 2009년 등장한 3세대는 파워트레인 제조단가를 크게 낮추고 이를 차값에 반영해 고객의 문턱을 보다 낮추었으며, 효율을 다시 10% 가량(38.0km/L) 끌어올렸다. 여기에는 배터리용량을 키워 모터 역할을 늘리고 엔진 배기량을 1.8L로 확대해 저회전 토크를 향상시키는 다양한 노력이 더해졌다.  

2015년 말에 등장한 4세대 모델은 ‘운전이 즐겁고 멋진 차’라는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패키징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이뤄낸 저중심 설계와 이로 인해 대폭 향상된 주행성능이다. 또한 배터리 위치를 뒷좌석으로 옮겨 배치한 덕분에 헤드룸과 트렁크 공간도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는 파워트레인과 시트 위치 조정, 비틀림 강성을 확대한 차체, 리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채용이 뒤따른 덕분이다. 엔진 성능 개선도 눈부시다. 새롭게 개발한 1.8L 엔진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40%의 열효율을 달성하면서 강화된 일본의 JC 08모드 기준으로도 40.8km/L(국내 공인연비 21.9km/L)의 연비성능을 자랑한다. 내연기관의 한계를 새롭게 갱신한 셈이다. 프리우스는 더 이상 친환경차의 변종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동수단에 대한 가치관을 바꿔 놓은 혁신가에서 출발해, 이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까지 친숙하게 녹아들었다. 라틴어로 ‘선구자’라는 뜻의 이름처럼 자동차 업계의 기술적, 문화적 흐름을 선도하는 차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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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중심 설계 덕분에 실내 공간 또한 크게 늘어났다

글 이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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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그랜저 

KOREA

2017 자국 랭킹  1위  13만1,950대


선대의 명예를 등에 업은 고귀한 혈통의 주전 플레이어. 홈그라운드 판매량은 경쟁 브랜드(쉐보레 또는 르노삼성) 전체 판매와 맞먹을 정도로 천하무적이다. 해외에 나가면 쪽도 못 쓰는 게 탈이지만.



푸조 208

France 

2017 자국 랭킹  2위   9만7,663대


프랑스 말에도 신토불이라는 단어가 있나 보다. 애국심 강한 프랑스 국민의 자국 메이커 사랑으로, 푸조는 르노와 함께 프랑스 판매량 상위권을 사이좋게 휩쓸었다. 차체 가볍고 기동성 좋은 208처럼 프랑스 축구 대표팀 역시 속도 바탕의 전술로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기대 중이다.



볼보 XC60 

Sweden 

2017 자국 랭킹  1위  2만1,419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해도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팀이 약할 리 없다. 해외 자본의 침략 속에서도 볼보의 아이덴티티가 여전히 굳건한 것처럼 말이다. 멋과 실용, 안전성을 겸비한 XC60은 막강한 공격자원에 안정적인 수비력까지 갖춘 스웨덴 축구와 닮아 있다.


미니 해치

England

2017 자국 랭킹  8위   4만669대


해외 용병들이 장악한 자국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영국인들의 자존심. 미니가 자국 랭킹 10위 안에 든 유일한 영국(브랜드) 선수라는 건 암울한 영국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선수, 출신은 영국인데 팀은 독일이다.  



토요타 프리우스

JAPAN

2017 자국 랭킹  1위   16만912대


세계 친환경차 패러다임을 제시한 선구자. 꾸준한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이제는 주행 감성마저 일반 승용차를 압도하고 있다. 수비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꾸는 중.



폭스바겐 파사트

GERMANY

2017 자국 랭킹  2위   7만2,430대


수십 년 동안 유럽 대표 중형차로 활약해온 파사트. 첨단 파워트레인과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꾸준한 신분상승을 노렸고 준 프리미엄 세단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중이다. 기술로 승부하는 독일 축구와 독일차의 기묘한 공통점. 



VOLKSWAGAN PASSAT

보편타당한 이 세대의 중형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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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산업 배경을 따지지 않아도 좋다. 그 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많이 생산되는 차가 어떤 모델인지 살피기만 해도 그 나라의 문화를 쉽게 알 수 있으니까. 독일은 1933년 최초의 아우토반을 건설한 이래로 운전자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속도 무제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고속도로의 품질이다. 완만한 코너와 세계에서 뛰어난 아스팔트의 품질 등은 300km 넘는 속도로 주행해도 안전을 담보하는 아우토반의 기본 조건이다. 이를 달리는 자동차는 또 어떠한가? 직결감이 뛰어나고 신뢰감을 주는 조종성능과 장거리를 고속으로 주행해도 지치지 않는 뛰어난 내구성의 엔진은 아우토반에서 갈고 닦은 그들의 노하우다. 아울러 벽돌로 이루어진 도로 노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승차감과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민첩함을 갖춘 덕분에 주변의 다른 나라에서도 환영받는다. 즉, 독일에서 인기 있는 차라면 위에 열거한 다양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는 얘기다. 


중형차의 기준을 정리하다 

폭스바겐은 1970년대 비틀의 판매 감소로 인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파사트는 폭스바겐이 새로운 자동차 제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어준 모델이다. 1973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을 거쳐 패스트백 스타일로 처음 등장하였고, 중산층에게 필요한 자가용 승용차의 조건을 다시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넓은 실내공간과 실용성을 갖춘 기본형 5도어 모델에서부터 왜건으로 선택지를 넓히면서 독일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첫 출시이래로 지금껏 2,200만대 이상 팔린 파사트의 변천사를 보면 당대 중형 세단에 바랐던 그 시대의 조건이 보인다. 아우디 80과 플랫폼을 공유했던 2세대부터 등장한 4도어 세단과 5도어 왜건은 꾸준한 진보를 거듭해왔다. 3세대는 폭스바겐 자체 플랫폼을 적용하고 국가별로 달랐던 이름을 통일했으며, 4세대는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TDI 엔진을 탑재하며 승용 디젤의 명성을 쌓아갔다. 5세대는 당시 폭스바겐 프리미엄 전략에 맞물려 신분 상승을 노렸다. 2001년 대규모 마이너 체인지를 통해 디자인을 다듬으면서 W8 엔진과 네바퀴 굴림 4모션을 얹었다. 

이번에 국내에 다시 상륙한 8세대는 똑똑하고 실용적인 MQB 플랫폼으로 빚었다. 프리미엄 비율을 위해 이전보다 길이를 줄였지만,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가 74mm 늘었다. 이 덕분에 뒷좌석 레그룸이 40mm가 넓어지면서 역대 파사트 중 가장 넓은 실내를 자랑한다. 586L의 트렁크 공간은 뒷좌석을 폴딩 할 경우 1,152L까지 늘어난다. 안전사양도 넉넉하다. 긴급 제동 시스템, 레인 어시스트 등 주행 보조 장치가 가득 실렸다. 디젤게이트로 홍역을 치른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2.0 TDI 엔진을 채용했으며 6단 DSG를 함께 조합했다. 

만약, 지금 파사트 GT를 예상보다 비싸서 별로라고 여긴다면 당신은 까다롭고 지식이 풍부한 소비자임이 틀림없다. 중형 세단이 응당 가져야 할 여러 가지 조건을 세세하게 따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중브랜드 수입차인 까닭에 국산차와 쉽게 비교하는 상황이 된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폭스바겐은 이런 시선에서 탈피하기 위해 8세대 파사트를 보다 고급스러운 차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유럽산 파사트를 굳이 GT로 구분지어 이전의 미국산과 다르게 부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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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인테리어와 꼼꼼한 품질은 폭스바겐의 장기다

반듯하게 짜여진 586L 트렁크공간  


글 김미한 프리랜서   




MINI COOPER S 

변했지만 변함없는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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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영국은 언제나 커다란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이나 근세의 산업혁명은 물론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도 있었다.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왔으면서도 아직 왕이 존재하는 입헌군주제를 고수하는 나라. 섬나라로서 한 때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 불릴 만큼 많은 식민지를 거느렸고, 근대화 후에는 세계의 금융권을 장악했던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영국의 대표 소형차

영국은 축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프리미어 리그와 멘체스터 유나이티드팀을 보유하고 있다. 축구 종가라는 높은 위상에 뛰어난 스타플레이어를 무수히 배출했으면서도 실제 전적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게다가 월드컵에는 단일팀이 아닌, 4개 지역(북아일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잉글랜드)이 각각 별도의 팀으로 지역 예선을 치르는 이상한 나라다. 

영국의 남다름이 어디 이것뿐이랴. 영국 음식은 세상에서 가장 맛이 없다고 평가되는 반면 미슐랭 가이드 맛집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식당들이 밀집한 도시 런던, 그곳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길거리에서 쉽게 미니를 발견할 수 있다. 

미니의 탄생 배경에는 1956년 제2차 중동전쟁이 있었다. 중동산 석유 공급이 끊기면서 오일 쇼크에 빠지자 초소형 엔진을 얹은 일명 ‘버블카’들이 유럽 시장에서 득세했다. 당시 BMC 소속이던 알렉 이시고니스는 4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소형차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미니 역사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미니는 영국 자동차 업계의 부침에 따라 모리스와 오스틴, 로버 엠블럼을 달고 무려 40년 넘게 사랑을 받았다. 미니를 빼고는 영국 사람들의 삶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그들의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 한 가지 모델에서 파생된 베리에이션은 그 수를 세기 힘들만큼 다양하다. 아울러 서킷과 비포장도로를 오가며 다양한 모터스포츠에서도 큰 활약을 펼쳤다. 그렇기에 1999년 들려온 미니의 단종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많은 변화에도 매력과 성격은 그대로

최근 브렉시트를 통하여 많은 비판과 오해를 받기는 했지만 사실 영국은 역사적으로 보아 프랑스나 독일과 친하기 어려운 사이다. 이렇게 자존심이 강한 영국이 세계 자동차 산업 개편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대부분의 브랜드를 해외에 매각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회사를 넘겼다기보다 오히려 자본을 끌어들여 브랜드를 더욱 강화시켰다 보고 싶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조합은 영국인의 자존심 미니를 BMW가 인수해 새롭게 탈바꿈시킨 뉴 미니다. 

개인적으로 2000년대 초반 미니 40주년 기념 모델을 소유했던 경험이 있다. 간소한 작은 차체와 버스처럼 솟은 스티어링 칼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재미는 남달랐다. 그때의 인상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BMW 인수 후 미니가 변질되는 것 아닌가 많은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커진 차체로 여유가 늘어났을 뿐 실제로는 옛 감성이 많이 남아있어 안심했다. 이번 촬영을 위해 몰아 본 최신형 미니 쿠퍼S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패밀리카로 써도 될 만큼 덩치는 커졌지만 미니 특유의 디자인과 달리는 재미는 사라지지 않았다. 현재 영국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차는 대부분 경제성을 앞세운 B와 C 세그먼트 해치백이다. 미니는 재미를 앞세운 니치카 성격임에도 지난해 영국 브랜드로는 가장 높은 7위에 올랐다. 

여담이지만 영국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인도 등의 수많은 국가가 소속된 영연방의 수장국이다. 게다가 이들 국가는 아직도 영국 여왕에 대해 예의를 갖춘다. 오랜 왕실의 전통 덕분에 영국에서는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같은 최고급 브랜드가 발달했다. 수제작 초호화 차부터 소형차의 상징 미니에 이르기까지 영국차가 보여주는 드넓은 스펙트럼은 이처럼 영국이라는 나라가 지닌 독특한 문화와 역사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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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미니에서 영감을 얻은 원형 모니터


글 손재연(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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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 최진호,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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