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에서 온 EV 하이퍼카, RIMAC C_TWO
2018-03-23  |   27,842 읽음

크로아티아에서 온 EV 하이퍼카

RIMAC C_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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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변방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리막은 EV 수퍼카의 선구자 중 하나. 최근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1,914마력의 하이퍼카 C투를 공개했다. 

페라리, 포르쉐와 맥라렌 같은 브랜드들이 하이브리드 수퍼카로 무공해차 시대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사이 자동차산업의 변방 크로아티아에서 혁신적인 EV 수퍼카가 탄생했다. 2009년 창업한 리막은 2011년 그들의 첫 양산모델인 컨셉트원을 발표한 후 2013년 생산에 들어갔다. 컨셉트원과 퍼포먼스 버전인 컨셉트S를 합쳐 생산대수는 고작 10대에 불과하지만 내연기관을 얹지 않는 완전 무공해 수퍼카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 후속모델인 C투(C_TWO)를 공개함으로써 한층 격해지고 있는 EV 고성능차 시장에 다시금 기름을 부었다. 

 

2,000마력에 근접하는 하이퍼 파워

C투는 다소 유니크했던 컨셉트원의 특징적인 요소를 계승하면서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디자인은 이번에도 크로아티아 출신의 아드리아노 무드리가 담당했다. 길쭉한 헤드램프, 보디 패널을 비집어 벌린 듯한 측면 흡기구에는 전작 컨셉트원의 흔적이 그대로 녹아 있다. 반면 긴 노즈에 낮고 펑퍼짐했던 보디는 보다 밸런스가 잡혔다. 이제 누가 보아도 전형적인 미드십 스포츠카의 모습이며, 버터플라이 도어가 멋을 더한다. 리어윙과 보닛, 언더보디 흡기구는 물론 디퓨저에는 가동식 기구를 달아 상황에 따라 공기저항과 다운포스의 균형을 맞춘다. 팝업식 리어윙은 각도조절도 돼 급제동시 에어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경량 고강성의 단조 휠에는 카본제 디스크를 씌워 추가적인 공기저항 감소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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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플라이 도어로 멋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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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투는 전작 컨셉트원과 컨셉트S에 비해 더욱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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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와 흡기구를 제외하고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극한의 스피드 영역을 넘나드는 하이퍼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최적의 조작 환경과 정보 전달 능력이 요구된다. C투는 모니터식 계기판(클러스터) 외에 센터페시아와 조수석 쪽에 3개의 LCD 모니터를 갖추고 있다. 클러스터는 디지털 속도계를 중심으로 파워 게이지와 앞뒤 동력비율 등을 그래픽으로 간결하게 보여주는 한편 센터 모니터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수석 앞의 좁고 긴 모니터에는 드라이브 모드와 속도, 출력을 띄운다. 조작계는 매우 간결해서 센터 모니터 주변에 3개의 회전식 알루미늄 노브를 두고, 쓰임새 많은 파워윈도와 성애제거, 잠금버튼 등은 모니터 아래에 별도로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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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조작계를 지닌 운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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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면서 직관적인 스위치들

 

파워트레인은 한층 강력해졌다. 내연기관 모델에서 출력 증강방법은 대배기량 멀티실린더 엔진을 고르거나 터보차저, 수퍼차저 같은 과급기를 추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 반면 EV는 모터 개수로 출력을 조절한다. 테슬라 모델S의 경우 기본형에서 앞뒤 모터 하나씩을 얹고, 고성능 P100D의 경우 뒤쪽에 모터 하나를 추가한 3모터 구성으로 시스템출력을 끌어올린다. 모터는 엔진에 비해 콤팩트하고, 네바퀴굴림이긴 하지만 프로펠러 샤프트가 필요 없어 레이아웃이 비교적 자유롭다. 

리막 컨셉트원은 모터 4개를 얹어 1,224마력의 출력을 자랑했다. 2016년 선보인 고성능형 컨셉트 S는 1,384마력에 무게 50kg을 줄여 0→시속 100km 가속 2.5초, 최고시속 365km가 가능했다. 그런데 성능과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배터리를 많이 얹다보면 무게증가를 피할 수 없다. 컨셉트원은 카본 섀시를 쓰고도 차중이 1,850kg에 달했다. 그래서 공들인 부분이 토크백터링 시스템이다. 리막은 EV의 특성을 잘 살려 기존 내연기관 수퍼카와 다른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올해 제네바에서 공개된 후속작 C투는 출력이 무려 1,900마력을 넘어섰다. 이미 하이퍼카의 영역에 도달했던 전작들을 다시 한번 뛰어넘음으로써 출력 무한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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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카의 전형적인 모습에 보다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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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마저도 아름답다 

 

 

정교한 구동계와 첨단장비로 무장

C투는 컨셉트원과 마찬가지로 모터 4개로 네 바퀴를 굴린다. 하지만 더욱 강력한 모터를 사용해 시스템출력은 1,408kW(1,914마력), 시스템토크는 234.7kg·m에 이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2초가 걸리지 않으며, 쿼터마일(400m) 9.1초에 시속 300km까지 가속하는 데도 11.8초거 걸릴 뿐이다. F1이나 르망 프로토타입 경주차에 필적하는 가속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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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디스크로 공기저항을 줄인 휠

 

변속기를 쓰지 않는 EV는 고속 성능이 약점이지만 C투는 무시무시한 괴력으로 최고시속 412km가 가능하다. 더 높아진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브렘보의 직경 390mm짜리 카본세라믹 디스크에 6피스턴 캘리퍼를 조합했다. 여기에 150kW의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버려지는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한다. R-AWTV(Rimac All-Wheel Torque Vectoring)라 불리는 토크벡터링 시스템은 4개의 모터를 실시간 제어하기 때문에 일반차의 토크 백터링에 비해 제어범위와 대응 속도가 월등하다. R-AWTV는 기존 ABS와 ESP,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한다.

카본 컴포지트로 만든 섀시는 카본 지붕을 접착해 캐빈룸을 완벽하게 둘러쌌으며 앞뒤로 알루미늄 구조물을 달아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컨셉트원에서 시트 뒤에 쌓아올렸던 배터리팩은 센터터널과 시트 주변에 T자 형태로 섀시에 통합했다. 배터리는 일부를 차체 바닥에 깔아 무게중심을 낮추고 용량은 120kWh로 늘렸다. 더욱 강력해진 모터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뿐 아니라 한 번 충전으로 650km(NEDC)를 달린다. 이를 위해 21700 규격의 리튬망간니켈 배터리셀 6,960개가 사용되었다. 250kW 급속충전기를 쓰면 80% 용량을 채우는 데 30분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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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압 충전으로 30분이면 배터리 80%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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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와 각도 조절이 가능한 리어윙 

 

배터리와 모터 등 EV 파워트레인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냉각 시스템은 뉘르부르크링의 가혹한 테스트에서 철저하게 검증된되었다. 7개의 라디에이터를 사용하며 냉각팬과 펌프는 48V로 작동한다.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라 불리는 운전보조장치는 최근 자율운전 관련 기술에 적극적인 NVIDIA의 하드웨어를 활용했다. 여기에는 사고를 예방하는 비상 브레이크와 회피 컨트롤, 사각지대 모니터링, 차선유지장치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포함된다. 이들을 모두 활용할 경우 레벨4의 자율운전에 해당된다. 정교한 AI를 활용한 다양한 부가기능도 있다. 카메라로 운전자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잠금 해제하는 것은 물론, 표정을 살펴 적절한 음악을 선곡하거나 차의 운동특성을 조절하기도 한다. 서킷에서는 드라이빙 코치 기능이 주행 라인과 브레이크 포인트를 실시간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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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운전에 대비해 다양한 센서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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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다와 레이더,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가 달린다 

 

자동차 변방에서 수퍼카 EV화를 외치다

EV 수퍼카 시장은 블루오션일 수도, 니치마켓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경쟁자가 적은 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둘 다 높은 리크스를 짊어지고 많은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자동차 관련 인프라가 전무한 크로아티아 태생이기에 리막은 대부분의 기술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여기에는 카본 섀시와 금속 구조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작 기술부터 EV 드라이브 트레인, 배터리 관리 모듈, 토크 벡터링, 소프트웨어, 냉각장치 같은 전기차 핵심 기술까지 포함된다. 덕분에 리막은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코닉세그 레게라, 파이크스피크 경주차 개발에 참여해왔다. 등장 당시 그저 신기한 존재였던 리막은 신차 C투를 개발하면서 생산 계획을 150대로 크게 늘렸다. 이 차가 굴러 나올 2020년에는 역사와 전통의 수퍼카 메이커들도 EV 수퍼카 전쟁에 출사표를 던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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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MAC  AUTOMOBILI 

리막은 자동차산업의 변방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났다. 수도 자그레브 인근에 위치한 스베타네델랴에서 2009년 창업한 리막은 메이트 리막이 자신의 개리지에서 취미로 자동차를 만든 데서 출발했다. BMW 3시리즈 중고차(E30)을 구입해 엔진을 제거하고 600마력 모터와 배터리를 얹어 드래그 머신으로 개조했는데, 그린 몬스터라는 이름을 붙인 이 차는 2011년에 5개의 FIA 공인 전기차 가속 기록을 세웠다. 1/4마일 가속 11.85초의 강렬한 성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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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막은 코닉세그 레게라 개발에도 참여했다. 
사진은 메이트 리막과 크리스티안 폰 코닉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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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 가속기록을 5개나 세운 그린 몬스터

 

 

같은 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는 첫 양산차 컨셉트원을 공개했다. 2013년 생산이 시작된 컨셉트원은 98만달러의 가격표에도 불구하고 계획되었던 8대가 모두 팔려나갔다. EV 수퍼카의 선구자로 떠오른 리막에게 러브콜이 쏟아졌다. 일본의 타지마 노부히로는 리막과 함께 파이크스피크 전용 머신인 E-러너를 개발해 강력한 4모터 구동계와 정교한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레이스에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밖에도 쾨닉세그 레게라의 배터리와 제어 시스템, 아플러스 이디아나사의 볼라E 개발에도 힘을 보탰다. 리막은 그리프 바이크라는 별도 회사를 만들어 전동 자전거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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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 노부히로의 파이크스 피크 경주차

 

2차 세계대전 후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공산국가였던 크로아티아는 내전을 거쳐 1992년 주권국가가 되었다. 금속과 기계, 선박 제조로 유명하지만 자동차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업체가 없다. 이런 황무지에서 태어난 EV 수퍼카 회사가 자금을 쉽게 끌어 모으기는 힘들었을 터. 따라서 리막은 고객들의 계약금과 크로아티아 부흥개발은행(HBRO)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 돈으로 홍콩에 위치한 천연자원개발회사인 시노코프 리소시즈, 크로아티아계 콜롬비아 사업가이자 자동차 마니아로 유명한 프랭크 카나예트 예페스와 홍콩의 IAMAL, 차이나 다이내믹스 등을 대주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 카멜 그룹이 리막과 그리프 바이크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함으로써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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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배터리 메이커 카멜의 투자를 받았다

 

 

글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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