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
2018-02-16  |   7,229 읽음

불법 주정차,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현상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다. 작년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참사 역시 그렇다. 불법 주정차 뒤에는 미봉책으로 점철된 땜질식 행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불법 주정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9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제천 화재사건에서 길가의 불법 주정차 차량은 소방차가 제때 현장에 진입하지 못한 데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 불법 주정차는 비단 소방 당국의 애로사항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이웃 주민 간 다툼의 씨앗은 기본이요, 살인사건으로 확대된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미온적 대처에만 머물며 불법 주정차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에 그치고 있다. 이번 제천 화재사건으로 불법 주정차 문제를 올바르게 시정한다고는 하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d5b48bbc78197915e067c429f3c18e86_1518784827_3245.jpg

 

좁은 땅에 차고 넘치는 자동차

우리나라는 지형의 70% 이상이 산악지대인 데다 인구가 대도시 중심으로 과밀되어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지형과 개발 과정이 불법 주정차 문제를 더욱 심화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일본은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 중이다. 신차를 등록할 때부터 차고지를 증명하게 함으로써 확실한 주차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차량 소유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 같은 차고지 증명제 도입으로 우리보다 좁은 골목이 많음에도 불법 주정차 차량은 거의 볼 수 없다. 여기에 높은 교통법규 준수 의식까지 더해져 일본에서는 골목길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는 일이 그리 흔치 않다. 일본이 교통 선진국이라 불리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차고지 증명제는 고사하고 돈 벌면 차를 제일 먼저 사는 생활양식과 큰 차를 선호하는 문화, 그리고 교통법규 준수 의식의 부족으로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앰뷸런스 같은 긴급 자동차의 통행 우선권 문제는 최근에야 겨우 해결했고, 골목길 속도제한을 저속으로 내리는 방안도 이제서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각 지자체들은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도입하면서 가뜩이나 좁은 골목길에 주차선을 그려주느라 바쁘다. 그러다 보니 정작 긴급 상황시 소방차가 진입로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소방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길가 송수구나 옥외 및 지하 소화전에는 주정차를 하면 안 되지만 이를 알고 지키는 운전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알면서도 안 지키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원인은 운전면허시험 제도에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하루 이틀이면 합격하는 현재 운전면허시험 제도로는 이러한 법규의 인식과 중요성을 가르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자동차 회사 역시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품을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게 기업의 목적이라 해도 무책임한 밀어내기식 신차 판매는 이해하기 어렵다. 넘치는 자동차들이 만들어낼 교통지옥을 자동차 회사들이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봐줄 만하던 경차 활성화 노력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동안 이윤만 추구할 뿐 도로 교통 문제엔 질끈 눈을 감아온 자동차 회사들이 이제라도 공공의 이익에 눈을 돌리길 간절히 바란다.

 

제천 화재 참사는 총체적 시스템의 부실이 낳은 인재다. 이웃 일본에서는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 차량을 찾기 힘들고, 최근 폭설로 난리를 겪은 뉴욕도 제일 먼저 소화전 앞에 쌓인 눈을 치울 정도로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이런 사소한 시민의식이 그들을 선진국민이라 일컫는 이유가 아닐까?

 

사후약방문은 이제 그만

지금부터라도 불법 주정차를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총제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문제가 터지면 땜질식으로 조치를 취하고 도로 까맣게 잊는 지금까지의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 지역에 따라 필요할 경우 신차 구매시 차고지 증명을 요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불법 주정차로 문제가 발생하면 차량 소유자에 대해 엄벌을 내리는 법적 조항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소방관이 불법 주정차 차량을 임의로 이동하면 해당 소방관에 책임을 묻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제도부터 시급히 손보아야 한다. 다행히 현재 불법 주정차 차량 이동 권한과 책임 소재의 재정립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참에 국내 시장에 만연한 밀어내기식 자동차 판매의 제도적 정비나 운전자의 법규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도 함께 이뤄진다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간 논란을 빚으며 이른바 ‘물면허’라 불려온 운전면허시험 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 호주, 독일 등과 같이 운전면허 취득에만 수년이 걸리는 사례를 참조해볼 수 있다. 문제를 인지했을 때 미루지 않고 확실히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제천 참사와 같은 억울한 희생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글 김필수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