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음의 미학,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2018-02-14  |   54,875 읽음

변하지 않음의 미학


MERCEDES-BENZ G-CLASS

 

『40주년을 눈앞에 둔 G바겐이 드디어 진화했다.

외모는 거의 바뀌지 않았지만 뼛속까지 뜯어고친 진정한 의미의 첫 번째 풀 모델 체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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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부분의 양산차들은 짧게는 5~6년, 길게는 10년 정도를 풀 모델 체인지 주기로 삼는다. 그러면서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간중간 대규모 마이너 체인지로 꾸준히 상품성을 개선한다. 그런데 반대로 ‘변하지 않음’을 가치로 내세우는 모델도 있다. G바겐처럼 말이다. 1979년 태어난 이 차는 40년 가까운 세월을 거의 마이너 체인지만으로 버텨왔다. 가뜩이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는 요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오스틴과 모리스, 로버 엠블럼을 바꾸어 달며 40년 넘게 판매되었던 미니나, 반세기 이상 생산된 폭스바겐 비틀도 있으니 말이다. 미니와 비틀은 시대 흐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바뀌거나 단종되어 사라졌지만 G클래스의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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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렌데바겐 G클래스가 처음으로 풀 모델 체인지되었다

 


군용차에서 시작된 역사

 

G클래스는 ‘G바겐’으로도 불린다. 오프로드용 자동차를 뜻하는 독일어 Geländewagen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시작은 다임러 벤츠 대주주였던 이란 팔라비 국왕이 국경수비와 사냥에 쓸 자동차를 요청한 데서 시작되었다. 군용차다보니 오스트리아의 군사 기업 슈타이어-다임러-푸크(현재는 마그나 슈타이어)가 개발 파트너가 되었고, 생산성에 중점을 둔 박스형 보디와 강고한 보디 온 프레임 구조를 채택했다. 아울러 4WD에 디퍼렌셜록 기능을 갖추어 험로주파성을 확보했다. 1972년 개발작업이 시작되어 이듬해 테스트용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졌고, 1979년에는 W460으로 불리는 민수용이 처음 시장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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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클래스는 40년 전 군용차로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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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 온 프레임 차체는 알루미늄을 써 경량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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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 기어와 3개의 디프록을 갖춘 4WD 시스템

 

 

첫 번째 대규모 개량작업은 1990년에 있었다. 코드네임이 W463으로 바뀌면서 강력한 V8 엔진을 더하는 한편 풀타임 4WD 시스템에 전자식 디퍼렌셜록을 더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전 세대에 비해 한층 고급스러워진 인테리어에 신기술도 많이 도입했지만 사실상 기본 성격이나 레이아웃은 거의 그대로인 대규모 마이너 체인지였다. 이후에도 고성능 AMG 버전과 4휠 트랙션 컨트롤(4 ETS) 도입 등 업데이트를 이어갔다. 2007년에 현대적인 고급 SUV인 GL클래스가 등장했음에도 G클래스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2012년에는 최신형 커맨드 시스템과 디스트로닉, 파크트로닉 같은 전자장비들을 업그레이드했고, 지난해에는 소프트톱을 갖춘 초호화 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G650 런드렛이 등장했다. 

 

그렇기에 이번 진화는 사실상의 첫 번째 풀모델 체인지가 된다. W464라는 코드네임을 부여받은 신형은 골판지 공작을 연상시키는 직사각형의 2박스 디자인이 처음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거의 그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선형이 일반화된 요즘 기준에서 보자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형태지만 마니아들에게는 참을 수 없이 매력적인 모습이다. 보닛의 굴곡이나 사각형으로 옴폭 패인 원형 헤드램프, 돌출된 경첩과 보디 프로텍터에 나란히 배치된 도어 핸들 디자인, 창문 형태에 이르기까지 옛 G바겐의 특징을 철저히 따랐으며 보닛 끝단에 돌출식된 깜박이 역시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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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 위 깜박이도 예전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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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디테일을 최대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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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을 전동식 랙 앤드 피니언으로 바꾸어 최신 주행보조장치에 대응했다

 

 

물론 꼼꼼히 살펴보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새롭게 설계된 섀시는 이전보다 53mm 길고 121mm 넓어졌으며 보디 패널 사이의 단차가 줄어 한층 정교해졌다. LED 기술로 재탄생한 램프는 둘레에 링 형태의 주간주행등을 품었다. 그릴의 가로핀 장식이 보다 섬세해졌으며, 삼각별 엠블럼에는 최신 장비들을 위한 각종 센서를 넣었다. 수직 그릴에서 헤드램프 방향으로 꺾어지는 보디의 후퇴각이 조금 더 급해졌고, A-필러에서 루프 둘레에 걸쳐진 거터는 단차 없이 한층 매끄러워졌다. 박스형 디자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해도 조금이나마 공기저항을 줄이고자 했던 엔지니어들의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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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원형 램프 속에 LED 기술을 담았다

 


 

극적으로 바뀐 인테리어 

 

실내의 변화는 극적이다. 외형을 바꿀 수 없었던 답답함을 인테리어에 모두 풀어냈다. 대시보드 디자인은 이전 세대와 공통점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최신 벤츠에 가깝다. 두 개의 12.3인치 모니터를 이어붙인 거대한 화면, 공조 시스템 조작계는 최신 S와 E클래스를 연상시킨다. 방사형 핀이 달린 원형 에어벤트 디자인은 최신 E 쿠페가 떠오른다. 다만 보디 디자인과의 통일성이나 SUV라는 성격을 의식한 듯 대시보드는 일직선으로 높게 디자인하고 대형 손잡이를 달았다.

 

시프트레버 역시 요즘 벤츠처럼 칼럼식으로 바꾸고, 공간에 여유가 생긴 센터터널에는 커맨드 시스템 제어용 회전식 노브와 터치패드, 수납공간을 배치했다. 덕분에 조금 빡빡했던 센터페시아에 여유가 생겼다. 계기판은 최신의 풀 모니터식이지만 여기에 표시되는 정보는 가능한 한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했다. 다양한 정보와 기능을 담은 중앙 모니터의 경우 드라이버가 필요에 따라 세 가지 스타일(클래식/스포츠/프로그레시브)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커진 차체 덕분에 앞좌석 레그룸과 숄더룸이 38mm씩, 숄더룸이 68mm 늘었고 뒷좌석 레그룸은 무려 150mm가 더해져 거주성이 한층 좋아졌다. 뒷좌석 숄더룸과 엘보룸은 각각 27mm, 56mm 늘어났다. 시트는 히터가 기본으로 달리며 마사지 기능을 갖춘 액티브 멀티컨투어 시트를 옵션으로 마련했다. 공기를 넣고 뺄 수 있는 에어 챔버는 마사지 외에 운전시 몸의 쏠림을 막아주는 기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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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벤츠의 특징을 오롯이 담아낸 운전석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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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지지와 안마 기능을 갖춘 액티브 멀티컨투어 시트

 

태생부터 군용차로 기획되었던 G클래스는 강고한 보디 온 프레임 차체에 저속기어와 디프록 기능을 더해 노면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성능을 자랑했다. 이런 특징은 신형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신기술과 신형 장비를 더해 온로드 핸들링, 승차감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성능을 새롭게 다듬었다. 

 

개발 작업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 G와 AMG가 손을 맞잡았다. 오랫동안 고집했던 올 리지드 방식을 버리고 앞쪽에 더블위시본을 받아들이는 큰 변화를 선택했다. 아울러 핸들링과 승차감, 오프로드 성능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 세심한 개발작업이 병행되었다. 더블위시본 암은 서브 프레임 없이 래더 프레임에 직접 연결되는데, 로어암 마운트 부분은 최대한 높여 지상고를 확보했다. 덕분에 최저지상고는 241mm로 6mm 높아졌으며 진입각 31°, 탈출각 30°, 브레이크오버 26°를 확보했다. 틸트각(좌우 경사)은 35°로, 이전보다 7° 늘어났다. 도하능력은 10cm 늘어난 7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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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는 물론 온로드 성능이 대폭 개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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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 리지드 서스펜션이 더블 위시본으로 바뀌었다

 

 

오프로드를 위한 ‘G모드’ 제공

 

엔진은 우선 V8 4.0L 트윈터보의 G500(미국에서는 G550) 한 가지가 공개되었다. 최고출력 422마력에 최대토크 62.2kg·m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AMG GT용과 같은 유닛이지만 출력은 조금 줄이고 토크를 더 뽑아냈다. G500 4×4²를 통해 구형 G클래스에 얹힌 바 있다. 9단 변속기인 9G-트로닉은 변속과 반응시간을 단축했으며, 부드러운 주행성능과 높은 효율에 더해 뛰어난 저속 특성을 제공한다. 이 둘의 조합으로 신형 G500은 L당 9km를 달린다. 유럽 시장에는 최신형 직렬 6기통 디젤이 더해질 예정. 아울러 새로운 AMG 버전은 V8 4.0L 트윈터보 엔진을 600마력 가까이 개량할 것으로 알려진다. V12 엔진이나 하이브리드 버전은 아직까지는 가능성의 영역이다.

 

엔진과 변속기, 댐퍼, 스티어링과 각종 보조장치를 조절해 운전특성을 바꾸는 다이내믹 셀렉트는 컴포트, 스포츠, 에코와 인디비주얼 네 가지 모드가 마련된다. 여기에 오프로드를 위한 ‘G모드’가 추가로 제공된다. 구동계와 댐퍼, 스티어링은 물론 디퍼렌셜 록에 저속 기어까지 물리면 비포장 주행능력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구동력 배분을 50:50으로 고정하는 디프록 기능은 센터페시아 중앙에 있는 스위치로 제어한다. 앞과 뒤, 중앙 등 세 개의 디퍼렌셜을 별도로 풀거나 잠글 수 있다. 경사면은 최대 100%(45°)를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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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전용 G모드가 제공된다

 

이 차가 전문 오프로더의 명맥을 잇는다고는 해도 실제로는 도로 위를 달릴 때가 훨씬 많다. 잘 포장된 노면에서의 핸들링 성능과 승차감 확보가 주된 이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차체 경량화였다. 개발팀은 보디 온 프레임 특유의 무거움을 해소하기 위해 부위에 따라 다양한 그레이드의 강판을 적절히 사용하고 보닛과 펜더, 도어 등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구형에 비해 무게를 170kg 덜어냈다. 그러면서도 6,537Nm/deg였던 비틀림 강성을 10,162Nm/deg로 55%나 높였다. 덕분에 핸들링 성능과 승차감 개선은 물론 소움과 진동특성이 개선되었다. 아울러 경량화는 효율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준다.

 

오래된 리서큘레이팅볼 방식 스티어링 시스템도 드디어 바뀌었다. 전동식 랙 앤 피니언을 도입한 덕분에 이제 파크 어시스트 같은 첨단 보조장치들을 사용할 수 있다. 조향 제어는 운전 상황에 따라 컴포트, 스포츠, 오프로드 세 가지 모드로 작동한다. 온로드에서는 편안하거나 스포티한 특성을, 오프로드에서는 직접적이고도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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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클래스 마니아로 유명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초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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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보석 느낌으로 G클래스의 역사를 표현한 디스플레이

 

다른 모델이었다면 4~5번은 풀 모델 체인지되었거나 새로운 후임에게 자리를 내어주었을 세월 동안 G클래스는 큰 변화 없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수많은 SUV들이 도심형으로 진화해버렸기에 G클래스의 매력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닐까? 이 차가 보여주는 변치 않음의 미학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계속 지켜보고 싶어진다.  

 

글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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