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들의 큰 전쟁 - 쉐보레 트랙스 [4부]
2017-08-30  |   15,209 읽음

 

SUV B 세그먼트 SUV​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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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4대에 불과하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10만4,936대로 늘어 4년 만에 11배나 성장했다. 유럽의 강자 QM3의 가세와 쌍용의 효자 티볼리의 활약이 폭풍성장을 견인했다. 그동안 쌍용, 쉐보레, 르노삼성의 놀이터로 평가받던 B세그먼트 SUV 시장에 코나와 스토닉이라는 현대·기아차의 십자포화가 쏟아지면서 기존 입지를 공고히 다지려 하는 세 모델과 시장의 패권을 거머쥐고자 하는 두 모델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B세그먼트 SUV 시장은 이제 소형차와 준중형차 시장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자동차생활>의 다섯 기자가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다섯 대의 B세그먼트 SUV를 타고 각각의 가치와 매력을 가늠해봤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최재혁

 

쉐보레 더 뉴트랙스
다시 쓰는 이력서


국내 소형 SUV 시장에 가장 먼저 나타났지만 선배 대접을 못 받은 트랙스가 수줍게 내민, 다시 쓴 이력서 한 통. 인사 담당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잡을 만한 꼬투리가 없는지 살핀다. 생각보다 괜찮은 이력에 이내 그의 눈매가 부드러워진다. 서류전형은 통과했으니 어디,면접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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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력서는 실망으로 가득했다. 가격 때문이었다. 가격만 괜찮았다면 티볼리를 뛰어넘는 판매량을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출시 당시에는 경쟁할 소형 SUV가 없었으니까. 트랙스는 지난 2016년 10월에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이력서를 새로 쓰면서 과거에 지적받았던 부분을 꽤 보완했지만 시장은 이미 티볼리 천하. 설상가상으로 현대에서 출시한 코나는 독특한 외관과 디젤 엔진 기준으로 더 좋은 연비를 보여주고, 기아에서는 디젤 엔진 단일 트림으로 내세워 가격에서 경쟁력이 더 있다. 오밀조밀한 시장 상황에서 승기를 들기 위해서는 잘 하는 걸 꾸준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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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never dies
개성 있고 특이한 외모는 눈에 띄어 사람의 눈길을 붙잡는다. 이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짜 어려운 건 첫인상에서 무난함을 주고 볼수록 예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다. 모난 구석이 없을 때 우리는 이 프로세스를 거치며 조금씩 사랑에 빠지게 된다.

트랙스의 외관은 여러 가지 의미로 기본에 충실하다. 다른 소형 SUV들은 작고 예쁘니까 애를 써가며 봐달라는 느낌이 드는데, 트랙스는 한눈에 SUV임을 알게 해줘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전통적인 중형 SUV를 그대로 크기만 줄인 적절한 비례감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전면에 들어간 듀얼포트그릴은 쉐보레의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헤드램프와 나란히 일직선으로 뻗은 덕분에 세련된 인상이 만들어졌다. 그저 헤드램프를 날카롭게 다듬고 그릴 윗부분을 좌우로 늘여 이은 것뿐인데 이렇게나 예뻐졌다. 후면의 변화는 적다. 테일램프에 듀얼시그니처 LED를 사용하고 윤곽을 다듬은 정도. 앞뒤 펜더를 타고 자연스럽게 측면을 이어가는 라인 덕분에 트랙스는 어느 각도에서 봐도 모난 구석이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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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의 패밀리룩인 듀얼포트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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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진 눈매는 LED DRL과 프로젝션 헤드램프가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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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시그니처 LED

 


실내는 외관에서 느낀 감성을 흩뜨리지 않는 수준이다. 운전석이 꽤 편안하다. 높은 전고 덕분에 키가 177cm에 덩치가 제법 있는 체형에도 공간이 좁지 않게 느껴진다. 전동식으로 이리저리 시트를 조절하다보면 금세 최적의 세팅을 할 수 있다. 윈드실드 너머로 전방 시야도 잘 확보된다. 도어트림의 수납공간은 깊이가 얕아서 스마트폰을 넣을 수 없는 점이 불편함으로 남는다. 팔걸이가 있지만 콘솔박스가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 그 자리에는 황량한 컵홀더만이 손가락을 반긴다. 최상위 트림에는 묵직한 베이스의 보스(Bose) 오디오가 달린다. 뒷자리는 성인 남성 둘이 큰 불편함 없이 앉을 수 있다. 머리공간은 여유 있는데 상대적으로 짧은 휠베이스 때문에 경쟁차종에 비해 무릎공간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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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안락한 시트와 촉감이 괜찮은 인조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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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솔박스 대신에 자리한 황량한 컵홀더와 잡기 편한 기어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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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가 폴딩돼 트렁크공간의 활용성이 커졌다.다리공간 중앙 하단에 자리잡은 220V 인버터는 뒷자리 삶의 질을 높여준다. 150W 이하의 제품만 사용 가능

 


도로 위에서 비로소 트랙스의 진가가 나타난다. 시승차는 1.6L 직분사 디젤 터보에 콘티넨탈 콘티프로 콘택트를 신었다. 2,250rpm에서 32.8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엔진은 운전자의 의도를 충실하게 행동으로 옮긴다. 엑셀 페달을 더 깊숙이 밟으면 주저함 없이 속도계 바늘이 솟구치고 기분 좋은 엔진음이 몸으로 전해진다. 브레이크 성능은 원하는 시점에서 차체에 붙은 관성을 적절하게 잡아내 중형 SUV보다 훨씬 기민한 반응을 보인다. 응답성 좋은 스티어링 휠은 트랙스의 운전을 재미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 서스펜션이 단단한 덕분에 휠의 움직임에 맞춰 차체가 자연스럽게 흐른다. 차선이탈경보장치와 사각지대감시장치는 소리와 불빛으로 운전자에게 상황을 알려준다. 달리기 실력이야말로 험난한 서울의 도심주행을 조금이나마 쉽게 만들어주는 ‘트랙스가 잘하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면접은 끝났다. 가격은 여전히 싸다고 할 수 없지만 경쟁차종 가격대가 비슷해진 덕분에 단점이 희석됐다. SUV 느낌을 물씬 풍기는 매력은 잔잔하게 기억에 남았다. 주력 트림인 LT는 주간주행등, 버튼시동 및 스마트키 등의 장비를 추가해도 구형과 값이 동일하다. 잘하고 싶은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B세그먼트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현대와 기아까지 뛰어 든 이상, 시장은 한 번 더 요동칠 수밖에 없다. 그때 생기는 틈이 트랙스에게 마지막 기회이지 않을까.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트랙스는 비교적 단점과 장점이 분명해 고민의 여지가 별로 없다. 내가 만약 면접관이라면? 약간의 고민 후 이렇게 말하겠다. “내일부터 출근하세요.”


김태현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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