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들의 큰 전쟁 - 기아 스토닉 [3부]
2017-08-29  |   17,671 읽음



SUV B 세그먼트 SUV​ '5'

5cea57eaa823a2fbab85ab2bf65af2b3_1504056158_3326.jpg

9,214대에 불과하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10만4,936대로 늘어 4년 만에 11배나 성장했다. 유럽의 강자 QM3의 가세와 쌍용의 효자 티볼리의 활약이 폭풍성장을 견인했다. 그동안 쌍용, 쉐보레, 르노삼성의 놀이터로 평가받던 B세그먼트 SUV 시장에 코나와 스토닉이라는 현대·기아차의 십자포화가 쏟아지면서 기존 입지를 공고히 다지려 하는 세 모델과 시장의 패권을 거머쥐고자 하는 두 모델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B세그먼트 SUV 시장은 이제 소형차와 준중형차 시장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자동차생활>의 다섯 기자가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다섯 대의 B세그먼트 SUV를 타고 각각의 가치와 매력을 가늠해봤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최재혁

 

KIA STONIC
첫사랑


호불호를 가르지 않는 올망졸망한 외모, 친근하고 나긋나긋한 품성, 저렴한 가격과 충실한 구성, 딱 필요한 만큼의 달리기 실력과 기대이상의 연료효율까지. 스토닉은 첫차가 응당 지녀야 할 미덕을 살뜰히도 챙겼다.

95100294dced8fb25a3af4d597bf903b_1504000049_6146.jpg 

 

 

동네마다 여신 하나쯤 있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남자아이들끼리 모이면 으레 옆 학교 얼짱 누구누구를 이야기하며 집단 설렘증후군을 앓곤 했다. 화이트데이나 빼빼로데이 같은 고백의 날, 정작 지역구 여신보다 우리 반 미정이가 더 많은 선물을 받았다는 게 반전. 여신의 사랑을 기대하기에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여드름쟁이들이었고, 쾌활하고 친근한 미정이는 요목조목 따져볼수록 꽤나 귀여운 아이였다.


스토닉을 처음 본 순간 그 시절 미정이가 떠올랐다. 화이트데이에 품 안 가득 선물바구니를 안고 집에 가던 아이. 방과 후에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하건, 주말에 영화관에 가자고 하건, 언제든 “YES”할 것만 같던 그 애. 첫사랑이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움트기 마련이다.

YES SUV, 첫차의 문턱을 낮추다
스토닉은 저렴하다. 경쟁모델 득실대는 소형 SUV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가격경쟁력을 승부수로 띄웠다. 경쟁하는 디젤모델의 시작가가 2,000만원을 호가하는 데 반해, 스토닉 엔트리 트림(디럭스)은 1,895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구성이 허술하지도 않다. 오토 라이트 컨트롤, 크루즈 컨트롤 등 경쟁력 있는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고, 통행료자동징수 시스템(ETCS), 7인치 스마트내비게이션을 트림에 따라 기본으로 달거나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95100294dced8fb25a3af4d597bf903b_1504000744_9958.jpg

토닉은 예쁘다. 균형미가 좋고 두루두루 곱상하다. 입이 떡 벌어지게 화려한 구석은 없지만 차체를 휘감은 선과 면은 사뭇 정갈하다. 호랑이코 그릴 좌우로 또렷하고 다부진 두 눈에는 또렷한 LED 주간주행등이 들어갔다. 루프를 타고 후미로 떨어지는 보디라인은 제법 볼륨감 넘친다. 근육질을 강조한 앞뒤 펜더는 왜소한 체구를 마냥 얕볼 수 없게 하는 요소. 플라스틱 패널로 마감된 차체하부는 마냥 귀여워 보이는 이 차가 험로도 누빌 수 있다는 다짐이다.


스토닉은 작다. 길이는 쉐보레 트랙스보다 115mm나 짧고, 휠베이스는 르노삼성 QM3에 25mm 못 미친다. 하지만 막상 실내에 들어서면 옹색함을 느끼기 어렵다. 융숭하거나 호화로울 것까지야 없지만 이 차급으로서 합리적인 거주공간이 마련돼 있다. 작은 차체에 탑승공간을 넉넉하게 갖춘 탓에 기본 적재공간은 비교적 협소한 편(320L). 하지만 2단 러기지 보드와 60:40으로 접히는 2열 시트를 활용하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짐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최대 1,155L).

95100294dced8fb25a3af4d597bf903b_1504000789_2609.jpg

실내에서 기아의 자부심(Pride)이 엿보인다. 7인치 터치스크린과 하단의 공조기 조작부, 기어봉 주변부, 대시보드와 에어벤트

형상까지 올 하반기 출시할 프라이드의 그것과 꼭 닮았다


95100294dced8fb25a3af4d597bf903b_1504000789_3031.jpg
​7단 DCT 변속기가 높은 연료효율과 지체 없는 가속능력을 쌍끌이한다


스토닉의 개발 코드명은 YB CUV. 신형 프라이드(YB)의 크로스오버 버전인 셈이다. 실내에서 기아의 자부심(Pride)이 많이 엿보인 것도 그래서일 터. 플로팅 타입 7인치 터치스크린과 하단의 공조기 조작부, 기어봉 주변부, 대시보드와 에어벤트 형상까지 올 하반기 출시할 프라이드의 그것과 꼭 닮았다.


D컷 스티어링 휠, 알로이 페달이 젊은 감성을 한껏 자극한다. 스마트 기기 사용이 빈번한 젊은 고객을 위해 애플 카플레이와 기아 티맵 미러링크로 IT 기기와의 연결성을 챙겼으며, 충전용 USB 포트를 1·2열에 모두 마련했다.

가격 YES! 디자인 YES! 달리기 YES?
엔진은 1.6L 디젤 한 가지. 올 연말엔 1.4L 가솔린 터보 모델도 출시될 예정이다.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30.6kg·m는 그리 대단한 수치가 아니지만, 치고 나가는 감각은 의외로 호쾌하다. 1,270kg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와 1,750rpm부터 쏟아져 나오는 최대토크, 머뭇거림 없는 7단 DCT 덕분에 실용역영에서 가속감각이 준수하다.

95100294dced8fb25a3af4d597bf903b_1504000481_9665.jpg
​엔진은 110마력 1.6L 디젤 한 가지. 올 연말에 1.4L 가솔린 터보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다


가격경쟁력에서 티볼리를 압도한 스토닉은 연료효율(16.7~17.0km/L)에선 QM3(17.3km/L)를 바짝 뒤쫓는다. 실주행연비도 훌륭해, 다양한 도로환경에서의 장시간 시승에도 20km/L에 가까운 연료효율을 어렵지 않게 기록할 수 있었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커플드 토션빔(CTBA)으로 구성된 하체는 이 세그먼트에선 빠지지 않는 수준. 굽이진 길을 거칠게 돌아도 몸놀림이 산만하지 않고 무게중심 이동이 자연스럽다. 차량자세제어 시스템(VSM), 직진제동쏠림방지 시스템(SLS), 토크 벡터링 시스템(TVBB), 코너링 브레이크 컨트롤(CBC) 등이 포함된 차량자세제어 시스템 플러스(VSM+)의 조력도 한몫한다.


다만 신경이 예민한 운전자라면 고속주행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답답한 후반 가속과 걸러지지 못한 소음(노면소음과 풍절음)이 운전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기 때문. 183mm의 높은 최저지상고는 아웃도어 활동 편의성을 높여주지만, 그렇다고 오프로더로서의 면모를 논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사륜구동 옵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전방충돌경고(FCW), 차선이탈경고(LDW), 하이빔보조(HBA), 후측방충돌경고(BCW), 후방교차충돌경고(RCCW) 등의 안전기능을 포함하는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는 차 값에 85만원을 더 내야 손에 넣을 수 있다.

95100294dced8fb25a3af4d597bf903b_1504000687_5331.jpg
치고 나가는 감각은 의외로 호쾌하다. 1,270kg에 불과한 무게와 1,750rpm부터 쏟아져 나오는 최대토크, 머뭇거림
없는 7단 DCT 덕분에 실용역영에서 가속감각이 준수하다​


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와 남양연구소 기아디자인센터의 협업으로 완성된 스토닉은 2013년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프로보(PROVO) 컨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기아차 특유의 젊고 역동적인 감각으로 무장한 프로보는 독일 오토모티브 브랜드 콘테스트(Automotive Brand Contest)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를 수상한 바 있다.


훌륭한 디자인 컨셉트에서 나온 준수한 외모를 가진 차라고 한들, 스토닉 사진을 벽에 걸어두고 군침을 흘릴 팬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스토닉은 누군가의 드림카가 되기보단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동반자가 될 차, 범접 못할 우리 동네 여신보다는 살가운 우리 반 친구 같은 차니까.


6월 2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스토닉 신차발표회에서 마이클 콜 기아차 유럽판매법인 부사장(COO)은 스토닉에 대한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2020년 유럽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10대 중 1대는 스토닉이 속한 B세그먼트 SUV가 될 것입니다. 오늘 이 시장에 데뷔하는 스토닉은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이자, 기아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스토닉은 국내 데뷔에 앞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문제는 유럽 B세그먼트 시장의 강자 캡처(QM3)와 국내 B세그먼트 시장의 왕자 티볼리가 녹록치 않다는 점. 비슷한 시기 데뷔해 거의 모든 면에서 우월함을 드러낸 코나의 기세도 제법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것. 호불호를 가르지 않는 올망졸망한 외모, 친근하고 나긋나긋한 품성, 보면 볼수록 흐뭇해지는 풋풋함까지. 스토닉에겐 국민 첫사랑, 글로벌 첫차가 될 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다.    

김성래 기자 사진 최진호

95100294dced8fb25a3af4d597bf903b_1504000550_7568.jpg


95100294dced8fb25a3af4d597bf903b_1504000553_8598.jpg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