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들의 큰 전쟁 - 쌍용 티볼리 아머 [1부]
2017-08-29  |   32,514 읽음

SUV B 세그먼트 SUV​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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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4대에 불과하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10만4,936대로 늘어 4년 만에 11배나 성장했다. 유럽의 강자 QM3의 가세와 쌍용의 효자 티볼리의 활약이 폭풍성장을 견인했다. 그동안 쌍용, 쉐보레, 르노삼성의 놀이터로 평가받던 B세그먼트 SUV 시장에 코나와 스토닉이라는 현대·기아차의 십자포화가 쏟아지면서 기존 입지를 공고히 다지려 하는 세 모델과 시장의 패권을 거머쥐고자 하는 두 모델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B세그먼트 SUV 시장은 이제 소형차와 준중형차 시장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자동차생활>의 다섯 기자가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다섯 대의 B세그먼트 SUV를 타고 각각의 가치와 매력을 가늠해봤다. *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최재혁

SSANGYONG TIVOLI ARMOUR
가장 소녀, 갑옷을 두르다


높은 인기로 국내 B 세그먼트 SUV 시장을 키워온 쌍용의 소녀가장 티볼리. 한층 격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디자인을 가다듬고 장비를 보강해 티볼리 아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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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상 국산차 브랜드는 6개(모기업이 어딘지는 너무 따지지 말자). 그런데 동급차를 비교한다고 항상 이들이 모두 모이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마다 지향하는 바와 모델 라인업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국산 4가지 차종 이상 모을 수 있는 경우도 그리 흔치는 않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니치마켓 취급받던 B세그먼트 소형 SUV를 5가지나 모을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이 시장이 이토록 빠르게 급성장한 것은 소비패턴의 변화와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지만 쌍용 티볼리라는 걸출한 인기 차종의 등장이 큰 영향을 미쳤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쌍용자동차는 98년 대우, 2004년에는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되었다가 현재는 인도 마힌드라 소속. 오랜 기간 여러 주인의 손을 거치다 보니 장기적인 모델 전략은 물론이고 신형 플랫폼이나 엔진 개발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상하이자동차가 로버를 인수하면서 손에 넣었던 FF 플랫폼이 미완성 상태로 쌍용에 흘러들었고, 이를 완성함으로써 코란도C와 티볼리의 뼈대가 되었다. 덩치 큰 FR 기반 4WD 플랫폼뿐이던 쌍용은 덕분에 시장이 요구하던 도심형 소형 SUV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티볼리가 대박을 침으로써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이 차는 국내 소형 SUV는 물론 쌍용차 판매량에서도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는 엄청난 점유율을 자랑한다.

티볼리 인기의 비결은?
티볼리의 인기 요인은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먼저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흑역사로 기억되는 2000년대  쌍용 디자인(로디우스, 카이런, 액티언 등등) 이후 매우 평범한 코란도C를 거쳐 2015년 티볼리가 태어났다. 쌍용의 새로운 엔트리 모델로 등장한 티볼리는 비교적 오동통했던 코란도C에 비해 보다 전형적인 2박스 보디로 바뀌었고 얼굴이 화려해졌다. 매력적인 눈매, 강렬한 펜더 굴곡이 매력적이었고, 작은 차체 크기에 비해 높은 지붕으로 실내공간은 여유가 있었다. 본래 비슷한 크기와 가격대에서는 준중형 세단이 메인스트림이었지만 티볼리가 인기를 끌면서 준중형차 수요가 빠르게 B세그먼트 SUV 쪽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여성 오너들의 높은 인기도 한몫 거들었다.


사실 티볼리는 여러모로 보아 매우 뛰어난 존재는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딱히 떨어지는 곳 없던 우등생이 시장의 변화와 고객 수요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대스타로 성장한 케이스라고나 할까. 완성도는 조금 떨어지는 대신 적당한 크기와 높은 가성비, 매력적인 디자인이 시너지를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대응 차종들이 늦게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르노삼성 QM3와 쉐보레 트랙스, 기아 쏘울이 이보다 앞서 존재했음을 생각하면 단순히 티볼리가 운을 잘 타고났다 폄하할 수는 없다. 다만 최근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까지 가세하며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티볼리가 발빠른 변신을 준비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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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퍼 디자인이 바뀌어 인상이 약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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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주간주행등이 화려한 눈매


지난 7월 쌍용은 티볼리를 페이스리프트하며 아머라는 이름을 붙였다. 범퍼를 티볼리 에어처럼 다듬는 한편 LED 주간주행등과 크롬 몰딩, 17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 등으로 변화를 주었다. 보닛에 붙이는 데칼만도 다섯 가지가 준비되었고 2톤 컬러와 각종 편의장비 등을 조합하는 경우의 수가 최대 수십만 가지에 이른다.


인테리어도 세심하게 다듬었다. 계기판 미터는 중앙부의 조명 색상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고 아래부분을 평평하게 만든 D컷 스티어링과 무드등, 굴곡 형태로 박음질한 시트 등 기능과 디자인을 개선했다. 여러 가지 장비의 편의기능을 다양하게 그러모으기는 했지만 조금은 정리가 덜 된 느낌. 미터 조명 색상 같은 기능 설정은 단 두 개의 버튼으로 조작하느라 전혀 직관적이지 않다. 시승차는 기어 에디션이라 문을 열 때마다 도어 아래에 티볼리 로고 형태의 조명이 들어오고 리어 해치 윙 로고에도 조명이 달렸다. 도어 조명은 지하주차장 등에서 꽤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이 차는 형식상은 B세그먼트지만 지붕이 높은 만큼 C세그먼트 해치백에 필적하는 실내거주성을 제공한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 트렁크를 확장할 수 있고, 유럽차 느낌의 러기지 스크린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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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급에 비해 다양한 기능을 그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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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들어오는 윙 엠블럼은 그다지 세련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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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에디션에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퀼팅 시트가 달린다


구동계나 하체에서는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 1.6L 직분사 디젤 e-XDi160은 최고출력 115마력에 최대토크 30.6kg·m를 내고 아이신제 6단 AT를 조합했다. 딱히 흠잡을 데도, 동시에 내세울 것도 없는 스펙. 저속에서는 비교적 활발하게 반응하지만 조금 속도를 올리면 금세 힘이 빠진다. 가속 때는 3,000rpm 부근에서 부밍음이 거슬리지만 아이들 소음은 작은 편. 티볼리는 오프로더 전문 브랜드답게 베이스 트림부터 4WD 선택이 가능하다. 평소에는 앞바퀴만 굴려 연비를 개선하지만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뒷바퀴로 구동력을 배분하고, 버튼을 눌러 50:50으로 고정하는 록 기능도 있어 라이벌들에 비해 비포장 노면에 대한 적응력이 한 등급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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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링이 조용한 대신 출력이 넉넉지 못한 편이다


서스펜션은 스트로크가 짧고 살짝 통통거리는 것이 승용 플랫폼 기반 도심형 SUV의 전형에 가깝다. 온로드에 최적화된 느낌이어서 코너마다 휘청거리고 중립 유격이 컸던 예전 쌍용차 오너라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이 차의 주요 고객들에게는 딱 적당한 수준의 주행감각이다.

쌍용의 구원투수가 된 막내
단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약체 팀을 우승까지 견인한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티볼리가 지난해 내수에서만 5만7,000대 가까이 판매된 덕분에 쌍용은 수출 포함 15만 대가 넘는 차를 팔았다. 역대 2위의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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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강한 빛에는 그만큼 그림자도 짙기 마련. 순식간에 늘어난 라이벌들을 상대로 티볼리가 지금과 같은 활약을 계속 보여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티볼리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티볼리 판매 하락으로 쌍용이 다시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높다. 아직은 데뷔 2년차라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어도 착실하게 다음을 대비해야 할 때다. 쌍용의 미래를 책임진 소녀가장 티볼리가 새로운 범퍼와 장비들을 갖추고 티볼리 아머로 변신한 이유다.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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