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완벽을 더하다, 롤스로이스 팬텀
2017-08-24  |   87,076 읽음

​ROLLS-ROYCE PHANTOM

완벽에 완벽을 더하다

100년 넘는 역사를 통틀어 세계 최고의 차로 찬사를 받아왔던 팬텀.
예술의 경지를 넘나드는 비스포크 서비스, 첨단 운전보조 시스템으로 그 명성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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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언제나 극수소의 수제작차를 고집해온 이 영국 브랜드는 100년 넘는 역사를 통틀어 언제나 최고급차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90년대 말 모기업 비커스가 매각을 결정했을 때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BMW였다. 최고급차 브랜드가 필요했던 BMW는 롤스로이스에 V12와 V8 엔진을 공급하며 차근차근 관계를 다져온 터였다. 그런데 갑작스레 인수전에 뛰어든 폭스바겐이 산하 브랜드 벤틀리와 함께 롤스로이스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크루 공장을 손에 넣었다. BMW의 손에 남겨진 것은 달랑 상표권 하나. 이때부터 굿우드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완전 백지 상태에서 신차를 개발해야 했다. 그리고 2003년, 7세대 팬텀이 등장해 브랜드 재건을 이끌었다. 지난해 113년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차를 판매(4,011대)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롤스로이스는 올해에도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팬텀의 8세대 신차를 공개했다.


신형 팬텀은 최초의 롤스로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 최고의 차’(The Best Car in the World)를 목표로 한다. 다만 디자인에 있어서는 이전 세대를 거의 그대로 계승했다. 파르테논 신전을 닮은 그릴과 직사각형의 헤드램프, 보디 프로포션 등을 그대로 두고 약간의 변화만 더해졌다. 그릴이 위치가 7세대보다 높아지면서 환희의 여신 엠블럼의 위치 또한 1cm 가까이 올라갔고 비전 넥스트100 컨셉트(103EX)의 디자인 요소들을 사용해 세심하게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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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압적이면서도 품위가 넘치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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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희의 여신 엠블럼 위치가 살짝 높아졌다

프론트 오버행은 더욱 짧아졌고, 뒤창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은 부드럽게 다듬어졌다. 이 옆 라인은 70년대 5세대 팬텀의 우아한 보디라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제 팬텀의 상징이 된 코치도어는 스테인리스제 도어 핸들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드는 한편 살짝 터치하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닫힌다. 문 하나 여닫는데도 격식과 예의를 따져야 하는 명사들이 이 차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직사각형의 헤드램프는 최신 레이저 램프를 박아 넣으면서 이를 상징하듯 파란색으로 장식했다. 덕분에 칠흑 같은 밤에도 600m의 가시거리를 확보할 뿐 아니라 나이트비전의 도움을 받아 더욱 안전한 주행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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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램프가 야간 시야를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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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팬텀에서 영감을 얻은 브레이크 램프


인테리어는 얼핏 보기엔 달라진 부분이 없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많은 부분이 변했다. 우선 고스트처럼 대시보드 중앙에 와이드 모니터를 달면서 에어벤트 아래로 내린 것이 눈에 띄는데, 모니터를 쓰지 않을 때는 커버로 덮을 수도 있다. 흰 바탕의 아날로그 3련 미터는 이제 테두리만 남고 내용물은 디지털 모니터로 교체되었다. 롤스로이스라 해도 디지털 시대로 변화는 무시할 수 없었을 터. 다만 타코미터 대신 파워 리저브 미터가 달리는 점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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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보기보다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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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트카 103EX의 디테일이 보인다


두께가 조금 두꺼워진 스티어링 림은 넓어진 스포크에 오디오와 크루즈 컨트롤, 앞차와의 거리 세팅 등 다양한 조작 스위치를 마련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전용 컨트롤러가 새롭게 달렸는데 고스트와 마찬가지로 환희의 여신상이 새겨져 있다.


뒷좌석은 더욱 넓은 공간과 편안함, 존재감을 자랑한다. 앞좌석 등받이를 가로지르는 우드 패널은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찰스&레이 임스의 라운지 체어를 떠올리게 하는 한편 암레스트 부근은 아메리카컵 경기 등에 사용되는 J클래스 요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피크닉 테이블과 모니터는 전동 접이식으로 수납한다. 시트는 벤치 타입이나 좌우 독립식, 혹은 개별 암레스트가 달린 시트 외에 새롭게 수면 시트가 준비되었다. 아울러 센터콘솔에는 음료나 유리잔 등을 넣을 수 있는 냉장고가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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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귀빈을 위한 최고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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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레스트 부분은 요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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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천장 조명


대시보드는 이제 갤러리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화려해졌다. 여기에는 고급스러운 가죽과 우드 트림은 물론 모니터의 화려한 그래픽이 포함된다. 롤스로이스를 표현하는 말 중에 ‘달리는 차 안에서 가장 크게 들리는 것은 시계소리뿐’이라는 말이 있는데, 원래 대시보드 중앙에 있던 시계는 이제 모니터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계는 검은 문자판에 가죽을 두르는 것이 기본이지만 다양한 비스포크 제작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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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모니터가 추가되었다


예전 주문제작 서비스가 단순히 소재나 컬러의 선택권을 확장된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예술과 창조의 영역을 넘나든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혹은 전문가들과 손을 잡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젊은 여류 화가 리앙 유안웨이와 독일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토르스텐 프랑크, 세계적인 도자기 메이커 님펜베르크, 영국의 텍스타일 디자이너 헬렌 에이미 머레이 등이 롤스로이스의 파트너들.


나날이 높아지는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고급차들마저 엔진을 축소하는 분위기지만 팬텀은 여전히 V12 6.75L를 고집했다. 게다가 터보 2개를 추가해 출력을 100마력 이상 끌어올렸다. 최고출력은 570마력을 넘어서며 91.8kg・m에 이르는 최대토크를 불과 1,700rpm부터 뿜어낸다. ZF제 8단 AT는 내비게이션 정보를 바탕으로 코스에 맞추어 미리 단수를 결정하는 똑똑한 변속기다. 심장은 더욱 강력해졌지만 개발진은 세계 최고의 정숙성까지 확보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무려 130kg이 넘는 흡음/차음재가 투입되었다. 엔진룸을 완벽하게 둘러싼 덕분에 시속 100km 주행시 엔진 소음이 이전보다 10%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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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터보를 달고 100마력 이상 강력해진 V12 엔진


60년대 개발되었던 6세대 팬텀에 비해 현행 7세대부터는 독일 모기업의 영향과 시장의 요구에 따라 수많은 첨단기술을 받아들였는데, 알루미늄 모노코크도 그 중 하나다. 새로운 뼈대는 노르웨이에서 만들어져 덴마크에서 다듬은 후 독일에서 완성해 영국 굿우드로 보내졌다. 신형에서는 무게를 더욱 줄이면서 강성을 30% 높였고 방음성도 개선했다. ‘Architecture of Luxury’라 불리는 이 새로운 뼈대는 8세대 팬텀은 물론 앞으로 등장할 차세대 롤스로이스의 밑바탕이 된다. 여기에는 현재 마무리작업이 한창인 롤스로이스 첫 SUV 컬리난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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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양탄자’라 불리는 특유의 승차감은 신형 에어 서스펜션과 앞 더블위시본, 뒤 5링크 서스펜션을 통해 갈고 다듬어졌다. 보디와 휠의 가속, 스티어링 입력치와 카메라 정보 등을 종합해 제어할 뿐 아니라 새롭게 뒷바퀴 조향(4WS)을 추가함으로써 고속 안정성과 운동성능 한계치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었다.  ​


신형 팬텀의 전자제어 시스템은 롤스로이스 역사상 가장 정교할 뿐 아니라 BMW 그룹을 통틀어도 첫손가락에 꼽힌다. 여기에는 운전보조 시스템(Alertness Assistant)과 네 개의 카메라가 달린 파노라믹 뷰, 나이트 비전과 비전 어시스트, 액티브 크루즈 컨트로, 충돌경고장치, 차선경고장치와 고화질 HUD, Wi-Fi 핫스팟과 최신형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1907년, 알루미늄 페인트에 은장식을 더했던 40/50HP 모델(AX201)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일명 ‘은빛 유령’(Silver Ghost)이라 불렸다. 그리고 1925년, 롤스로이스는그 후속작에 유령을 뜻하는 팬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거의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동안 팬텀 시리즈는 선택받은 소수의 유명인과 명사들의 발로서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다. 더욱 강력하고 똑똑하게 진화한 8세대 팬텀은 과연 누구와 어떤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게 될까?

 글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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