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만든 자율주행차, 서킷을 누비다
2017-07-12  |   22,612 읽음


현대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
대학생이 만든 자율주행차, 서킷을 누비다

 

자율주행차. 아직 생소한 얘기 같지만 이미 우리 삶에 성큼 다가왔다. 대학생이 만든 자율주행차가 사람 없이 서킷을 달렸다니, 말 다했다. 느리게 달렸으면 ‘그러려니’ 했을 거다. 지난 26일 인제 서킷에서 계명대학교의 자율주행차는 마치 경주차처럼 서킷을 질주했다. 그것도 실수 한 번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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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만든 게 그럼 그렇지.’ 지난 26일 현대차 자율주행차 경진대회 중 든 생각이다. 각 대학교 팀이 지난 1년여 간 공들여 만들었다는 자율주행차들은 장애물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장애물로 코스 여기저기 세워놓은 차를 마치 따라다니듯 연이어 들이받거나 코스를 이탈하는 등 탈락 방법도 가지가지. 총 11개 팀 중 오전에 달린 팀은 모두 완주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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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로 완주에 실패한 연세대학교 팀의 아반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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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저차가 심한 인제 서킷에 장애물까지 더해져 난이도가 높았다


이로 인해 관중석은 싸늘히 식은 상황. 기대주였던 아주대학교 팀마저 완주에 실패하자 현대차 관계자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기대를 접고 자리를 뜨려던 찰나, 인천대학교 팀이 첫 완주를 해내며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었다. 뒤이어 출전한 두 개 팀까지 줄줄이 완주에 성공하자 장내는 일순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계명대학교 팀은 과감한 주행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재빠른 가속에 이어 정확한 ‘아웃-인-아웃’을 그리며 코너를 탈출했다. 마치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듯했지만, 운전석은 텅 비어 있을 뿐. 오전 팀이 넘지 못했던 지그재그 장애물 구간에서도 망설임 없이 스쳐 지나갔다. 앞서 탈락한 팀들이 무안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그렇게 계명대학교 팀은 4분 27초 만에 2.6km 서킷을 두 바퀴 완주하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등인 한국과학기술대학교보다 17초 더 빠른 기록이다. 최고속도도 가장 빠른 시속 69km. 평균시속은 35.7k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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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장비와 프로그램에서 1년 4개월간 공들인 참가 팀의 노력이 엿보인다

우승 비결은 움직이는 라이다
‘자율주행차로 드리프트도 하는 마당에 서킷 좀 달린 게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대학생이 만든 차다. 현대차가 제공한 아반떼에 라이다(레이저를 이용하는 화상 센서)와 카메라, GPS를 조합해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공들인 결과물이다. 자율주행차의 낮아진 기술적 장벽을 느낄 수 있는 부분. 현대차가 제공한 라이다는 저렴한 2차원 방식으로 평면적으로만 측정이 가능해 위아래를 인식할 수 없다. 고저차가 심한 인제 서킷에서 11대 중 8대나 완주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다. 계명대학교 팀이 우승을 차지한 건 바로 이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


계명대학교 작품은 라이다를 위아래로 꾸준히 움직여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11개 팀 중 유일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라이다로 주목받은 작품으로, 모터를 달아 움직이는 방식이다. 위아래로 까딱거리듯 움직이는 라이다는 보다 넓은 범위를 볼 수 있었고, 고저차가 심한 인제 서킷에서 남들보다 정확하게 장애물을 파악할 수 있었다. 참고로 현대차는 라이다와 GPS 등의 장비와 함께 약간의 기술적 지원을 했을 뿐, 센서의 배치와 아이디어는 참가 팀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이호승 계명대학교 지도교수는 “라이다를 위아래로 움직여 도로의 고저차를 극복한 게 우승의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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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한 계명대학교 팀의 아반떼, 천장에 달린 네모난 장비가 ‘라이다’다


이날 완주에 성공한 계명대학교, 한국과학기술대학교, 인천대학교 세 팀은 자연스럽게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1등 계명대학교 팀에게는 상금 5,000만원과 해외 견학 기회가 주어졌으며, 2등 한국과학기술대학교 팀은 3,000만원, 그리고 3등 인천대학교 팀은 1,000만원을 받는 등 현대차그룹은 참가팀에게 총 2억원 상당의 상금을 시상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꾸준히 자율주행차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서킷 주행을 시작한 만큼 다음에도 똑같이 하면 재미없을 터, 다음 대회에는 대학생이 만든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에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윤지수 기자 사진 최재혁,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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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팀은 5,000만원의 상금과 해외 견학 기회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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