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와 아반떼, 서킷에서의 맞대결
2017-06-26  |   27,915 읽음


크루즈와 아반떼, 서킷에서의 맞대결
ALL NEW CRUZE PERFORMANCE DAY


지난 5월 25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신형 크루즈와 아반떼의 비교 시승 행사가 열렸다. 경쟁차를 준비해 서킷에서 비교 시승을 진행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자칫 작은 흠이라도 드러난다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 그만큼 쉐보레는 크루즈에 자신이 있었다. 이런 믿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쉐보레 크루즈는 시승 내내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주행 감각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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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중형차 시장은 국내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터다. 네 개의 회사가 무려 여섯 개의 차종으로 경쟁하고 있다. 사실 준중형차 가격이 낮은 까닭에 당장에 큰 이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판매량이 가장 많은 데다 현재의 고객이 부가가치 높은 자사의 윗급 차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크기, 가격, 배기량 등 ‘준중형’의 제한된 조건 안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이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는 현대 아반떼와 쉐보레 크루즈. 패키징에 중점을 둔 아반떼는 적당한 성능과 넉넉한 실내공간으로 준중형 세단의 표본이 되었고 이에 맞서는 크루즈는 주행성능을 앞세워 호시탐탐 역전의 기회를 노려왔다.

서킷에서 빛나는 크루즈의 주행성능
지난 2월 데뷔한 신형 크루즈는 주행 성능 외에도 스타일, 실내공간, 파워트레인 등 전반적인 부분이 대폭 개선돼 아반떼와 좋은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높은 가격과 일시적인 출고 연기로 신차효과가 희석되며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 가격을 낮춘 합리적인 구성으로 크루즈를 다시 선보였지만 고객의 눈을 돌릴 만한 확실한 ‘한 방’은 되지 못했다. 쉐보레가 크루즈 퍼포먼스데이를 기획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크루즈만의 캐릭터를 강조하며 아반떼 천하의 준중형차 판을 흔들기 위한 목적에서다. 서킷에서 경쟁차 비교 시승은 흔치 않은 일. 모든 것을 배제한 채 성능만으로 평가받는 자리인 만큼 자칫 작은 흠이라도 드러나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만큼 크루즈에 대한 쉐보레의 자신감과 판매실적 개선에 대한 절실함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 준비된 차는 132마력의 아반떼 1.6GDI와 156마력의 크루즈 1.4 터보다. 크루즈 성능이 아반떼와 아반떼스포츠 중간 즈음에 위치한 까닭에 가속성능을 제외한 하체성능비교에만 초점을 맞췄다. 용인 스피드웨이는 코너와 헤어핀이 적당히 섞여 있어 두 차의 성격 파악에 충분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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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스피드웨이는 코너와 헤어핀이 적당히 섞여 있어 두 차의 성격 파악에 충분한 장소다

두 대 모두 출고용 타이어를 달고 나왔다. 아반떼는 넥센 AH8, 크루즈는 미쉐린 MXM4다. 트레드 폭은 모두 225mm. 그립 성능과 승차감이 우월한 미쉐린 MXM4를 신은 크루즈가 조금 더 유리한 상황에서, 크루즈는 진중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코너를 지나 연속된 코너에서도 뒷바퀴가 믿음직스럽게 버티며 아스팔트를 짚고 나아갔다. 자세제어 장치가 일찌감치 개입해 심심한 맛도 나지만 개입 과정이 자연스러워 몸놀림이 경박스럽지 않다. 아반떼와 같은 무게(1250kg)지만 한결 묵직하고 든든한 인상이다.

 

쉐보레는 크루즈의 한계성능이 높은 이유에 대해 오펠에서 빌려온 델타 플랫폼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실제 크루즈에 사용된 고장력, 초고장력강판 적용 비율이 아반떼보다 높기 때문에 주행성능 개선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가속 감각은 예상보다 더디다. 하지만 앞서 받은 좋은 인상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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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크루즈는 한결 묵직하고 든든한 인상이다. 연속된 코너에서도 뒷바퀴가 믿음직스럽게 버텨주기 때문이다

 

 

아반떼는 여러 모로 가볍고 날쌘 느낌이다. 출력은 낮지만 엔진과 변속기가 시종일관 부지런하게 움직여 갑갑한 느낌이 없다. 연이은 코너에서 차체 뒤쪽이 코너 바깥으로 조금씩 밀렸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롤링이 커 차체가 가볍게 느껴지긴 하나 타이어의 접지 한계가 낮고 자세제어 장치의 개입 시기가 늦다는 걸 감안하면 아반떼의 몸놀림도 허투루 만들어진 결과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전반적으로 크루즈의 주행성능이 더 나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 그래도 생각보다 둘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성능 차이가 아닌 성격 차이라고 판단할 부분이 더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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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는 여러모로 가볍고 날쌘느낌이다. 엔진과 변속기가 시종일관 부지런하게 움직여 갑갑한 느낌이 없다​


4월 기준으로 아반떼는 7,000대, 올 뉴 크루즈는 2,000대 정도가 팔렸다. 신형 크루즈는 가격을 한 차례 낮췄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 고객들의 접근을 가로막는 상황. 하지만 그 차이가 이 정도 판매량 차이를 보일 만큼은 아니다.


신형 크루즈는 주행성능은 물론이거니와 아반떼보다 높고 긴 차체를 바탕으로 한결 넉넉한 뒷좌석과 트렁크를 갖춰 패밀리카로서도 손색이 없다. 판매량 증진의 기본 요건은 모두 갖춰진 셈이다. 부족한 것은 단 하나, 바로 화제성이다. 과거, “상품성의 아반떼냐, 주행감성의 크루즈냐”라는 구도가 형성됐던 것처럼 크루즈는 자신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고객의 시선을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두 번의 단발성 이슈몰이보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인주 사진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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