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핸드백만큼 브랜드가 중요하다.
2017-05-31  |   34,421 읽음

 

모델 브랜딩 전략
자동차도 핸드백만큼 브랜드가 중요하다.


엠블럼 하나만 바뀌어도 차가 달라 보인다. 엠블럼이 주는 시각적 효과보다 그것에 담겨진 브랜드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때로 자동차 모델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기도 한다. 혹은 엠블럼을 바꾸어 달고 독립적인 마케팅으로 기존 이미지와 차별화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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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자동차는 브랜드를 강조한다. 결속력 있는 패밀리룩과 통일된 이미지를 차체에 덧 입히는 방법으로 말이다. 반면 대중 자동차는 패밀리룩을 느슨하게 적용해 모델별 개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제조사 브랜드 대신, 모델 고유의 엠블럼을 사용하면 보다 독립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모델을 브랜딩화하는 것이다. 기존 제조사 이미지와 거리를 두고 독립적인 이미지를 강조해 자동차 성격을 강하게 드러낼 때 주로 사용한다. 프리미엄 또는 스포츠 성격의 자동차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브랜딩 전략을 사용하면 자동차의 흥행도 달라진다.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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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샤와 엔터프라이즈가 고급차 시장의 만년 2인자였다면 오피러스는 처음으로 1인자(2006년, 대형차 판매1위) 자리에 오른 기아의 고급차다. 앞선 모델들은 KIA의 ‘K’를 단순화한 후드탑과 기아 엠블럼을 사용해 기아차임을 강조했다. 반면 오피러스는 ‘O’를 형상화한 독자 엠블럼으로 독립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오피러스가 기존 기아차 이미지와 거리를 둔 것은 당시 ‘기아차 부도사태’의 부정적 여파와 피인수된 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한편 같은 플랫폼을 쓰는 현대차와 차별화를 꽤하려는 부분도 있었다. 오피러스 전용 엠블럼은 SUV 모하비에도 사용되어 프리미엄 SUV로 인정받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오피러스 후속모델 K9은 기아라는 브랜드를 강조하는 방법을 택했다. 소형차 K3부터 적용된 영문-숫자 작명법과 KIA의 엠블럼을 사용한 것이다. K9 고객들은 소형차 K3와 비슷한 이름에 경차와 같은 엠블럼을 쓰는 고급차를 인정할 수 없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간급 차종과 비슷한 가격을 주면서 말이다. 당연히 이 차들과는 상대가 되질 못했으니, 결국  이 전략은 실패로 끝난 셈이다.


새로 등장한 스팅어는 K9을 답습하지 않기로 했다. 스팅어는 유려한 스타일과 새로운 장르의 고급 국산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화제를 낳았다. K9 이후 등장한 기아의 두 번째 후륜구동 프리미엄급 차종이라는 점도 소비자의 기대를 한껏 모은 이유다.

 

기아는 스팅어에 오피러스와 같은 전략을 펼친다. 별도의 전용 엠블럼을 도입했으며 영문-숫자 작명법에서도 탈피했다. 알파벳 ‘E’와 후륜구동을 형상화했다는 엠블럼으로 신선한 이미지와 고급감을 부여했고 차량 후미의 모델명을 영문으로 넣어 한층 더 차별화했다. 엠블럼 하나 바꿨을 뿐인데, 스팅어의 성공가능성이 드높아 보인다.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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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카니는 지난 2001년, 티뷰론의 후속모델로 등장한 앞바퀴굴림 3도어 해치백이다. 국내 최초로 2,700cc 6기통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를 얹어 티뷰론보다 한 단계 높은 동력 성능을 보여주었다. 당시 국내 유일의 스포츠 지향 모델로, 프론트 펜더의 아가미와 측면부 캐릭터 라인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인상적이다. 현대는 투스카니의 ‘T’를 형상화한 전용 엠블럼을 차체 앞뒤에 달았다. 때문에 투스카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수입차로 오해하곤 했다. 일제 아이치 수동변속기와 6기통 엔진, 저렴한 가격과 적당한 성능은 국내 마니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투스카니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국내 모터스포츠와 튜닝산업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 2008년 등장한 제네시스(BH)에서 출발했다. 모델 브랜드에서 시작해 회사의 디비전이 된 경우다. 제네시스 세단은 후륜구동 차체에 균형 있는 디자인, 전용 엠블럼을 달고 수입차들과 정면으로 맞붙었다. 가격이 수입차에 비해 결코 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첫해 2만 대 넘게 팔며 흥행에서 성공했다. 해외에서는 2009년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어 성능과 품질, 판매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는 2015년에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로 분리시킨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으로 출시할 후륜구동 고급차들에 제네시스의 이름을 붙여 프리미엄 시장에 보다 쉽게 자리잡기 위한 결정이었다. 독립 브랜드가 되면서 그에 걸맞은 마케팅을 하기에도 유리해졌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판매망과 A/S망까지도 분리해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활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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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파는 토요타는 그 종류가 다양하다.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와 1998년 인수한 다이하츠까지 포함해 70가지를 살짝 넘는다. 특이한 점이라면 대부분의 차에 토요타 엠블럼이 아닌 모델 고유의 엠블럼이 달린다는 것. 알리온, 복시, 알파드, 센츄리 등 소형차와 미니밴, 고급차까지 제각기 다른 자신의 엠블럼이 달려 있다.


그중에서도 독자적인 브랜드 전략을 편 대표적인 차는 크라운이다. 토요타 크라운은 일본 내수 시장을 대표하는 고급차 브랜드다. 62년 전인 1955년 처음 등장해 14세대까지 진화했으며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갖춘 고급차 브랜드로 성장했다. 현재 크라운에는 플래그십 세단 마제스타와 크라운 애슬릿, 로얄살롱, 택시전용 모델 크라운 컴포트 등 네 가지 모델이 있다. 크라운의 엠블럼은 이름 그대로 ‘왕관’을 형상화했다. 현행 14세대 모델의 경우 그릴의 형태마저 왕관 형태로 바뀌어 더욱 도드라진 캐릭터를 표현했다. 한편 4세대와 5세대 마제스타는 왕관대신 토요타 엠블럼을 사용했지만 ‘고급차에 걸맞지 않다’는 평가를 듣자 6세대에 이르러 다시 왕관 엠블럼을 고쳐 달고 나왔다.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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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로얄 시리즈가 고급차 시장에서 군림하던 것은 아주 옛날 이야기. 90년대 이후 내놓은 아카디아, 스테이츠맨, 베리타스는 줄줄이 실패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그만큼 한국GM(대우 브랜드)의 고급차 시장에서 존재감은 옅어졌다. 2010년 등장한 알페온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등판시킨 구원투수였다. 그동안 없던 앞바퀴굴림 준대형 세단이면서 판매에 기대를 걸 만한 차종이었다.


GM대우는 고급차 시장에서 연이어 실패해온 브랜드 이미지를 의식한 듯 독립적인 브랜드 전략을 폈다. 당시는 아직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던 상황이었지만 2011년 쉐보레로의 전환이 예정되어 있었다. 대중 브랜드 쉐보레는 중형차까지만 사용하고 준대형차 알페온은 고급 브랜드화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알페온의 ‘A’를 형상화한 엠블럼을 달아 한국GM의 색깔을 지웠다. 대우 고급차를 기피하는 중장년층 세대를 고려한 결정이다. 당초 한국GM이 기대한 만큼 판매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지만 제품자체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알페온의 밑바탕이 된 뷰익 라크로스 2세대의 단단한 차체와 주행감성, 조용한 실내가 바로 그것이다. 알페온은 후계자 쉐보레 임팔라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2016년 단종되었다.

 쉐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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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고성능 스포츠카는 쉐보레 콜벳이다. 1953년 첫 등장해 현재는 7세대(C7)로 발전했다. 기본형조차도 OHV 8기통 6.2L 455마력으로 무시 못 할 출력이지만 고성능 버전인 Z06는 수퍼차저의 도움으로 650마력을 낸다. C6 ZR1의 경우 최고속 330km/h를 내며 차체 외장 패널 대부분에 CFRP 재질을 쓰고 세라믹 브레이크를 장착해 출력과 장비 면에서 슈퍼카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콜벳은 보다 대중적인 카마로를 비롯해 일반적인 쉐보레 모델들과 차별화를 위해 보타이 엠블럼 대신 콜벳 고유의 ‘V형 플래그’ 엠블럼을 사용한다. 두 개의 깃발에 쉐보레 로고와 자동차 경주에 쓰이는 채커드 플래그가 그려져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등장한 1세대 콜벳에는 성조기를 사용하려 했지만 국기를 사용하는 데 대한 우려 섞인 시선 때문에 실제 단행하지는 않았다고. 1세대 콜벳의 엠블럼은 원 안에 깃발 두 개와 레터링이 포함된 형태였지만 세대가 바뀔 때마다 디자인 수정을 거쳐 현재의 V자형이 되었다.

 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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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등장한 포드 머스탱은 청년층을 겨냥한 소형 스포츠카로 선보이며 데뷔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70년대 불어닥친 두 번의 오일쇼크로 차체와 엔진 사이즈가 줄어들어 겉모습이 초라하게 변한 데다 일본차와 유럽차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판매가 시들해졌다.


하지만 2005년 5세대 모델을 내놓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머스탱의 황금기인 60년대 1세대 디자인을 덧입힌 레트로 디자인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올드 마니아들을 자극시켰던 것. 라이벌인 쉐보레 카마로와 닷지 챌린저도 이런 유행에 동참해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세대마다 디자인 변화 폭이 컸지만 50년이 지난 지금도 프론트 그릴의 뛰는 말 모양 엠블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머스탱의 장르는 조랑말을 뜻하는 ‘포니카’라 부르지만 실제 머스탱은 스페인 종에서 유래된 ‘야생마’를 뜻한다.

 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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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대대적인 브랜드 정리에 나섰다. 마이바흐를 메르세데스-마이바흐로, AMG는 메르세데스-AMG라는 서브브랜드로 새롭게 정리한 것이다. 원래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경쟁하던 마이바흐는 별도의 브랜드였다. 하지만 마이바흐가 실패로 끝나자 그냥 없애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서브브랜드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벤츠가 고급차로서 높은 지위를 누리던 지난 1960~70년대 존재했던 리무진 차종을 마이바흐 라인업으로 복원시켜 상품성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대표적인 차가 2013년 데뷔한 S클래스다. S클래스는 숏휠베이스(W222), 롱휠베이스(V222), 롱롱휠베이스(X222), 풀만(vv222) 네 가지 보디 사양이 존재한다. 이 중 롱롱휠베이스와 풀만을 마이바흐 브랜드로 편입시켰다. 이 두 차종은 더 넓은 실내를 바탕으로 지상 최고의 호사스러움을 누리는 이동수단이었다.


한편 AMG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 메르세데스 가족으로 편입되었다. 원래 벤츠 전문 튜너였던 것을 1999년 경영권을 인수했고, 2005년에는 완전한 자회사로 만들었다. 외부 업체로 시작되었다는 점이 마이바흐와 가장 큰 차이. 이에 따라 벤츠는 2014년 AMG만을 위한 모델 AMG-GT을 출시하며 메르세데스의 서브브랜드로 새롭게 정리했다. 원래 AMG의 시작은 300SEL 6.9(W109)를 레이스카로 튜닝한 튜너에서 시작했다. 벤츠를 전문으로 하는 튜너였지만 꼭 벤츠만 손댄 것은 아니다. 예컨대 1980년대 말에는 미쓰비시 데보네어V(현대 그랜저 베이스 모델)와 갤랑의 보디키트를 만든 적도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EV 컨셉트카 제너레이션 EQ를 발표하면서 전기차시대를 위한 새로운 브랜드를 함께 소개했다. EQ라는 이름 아래 2020년부터 10여 가지 신모델을 추가해 테슬라와 BMW i에 대항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시트로엥/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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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고급차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두고 부러워하던 소형차 메이커들. 2014년 독립한 DS 오토모빌도 그중 하나였다. BMW가 MINI를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며 소형 고급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자 시트로엥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프랑스 밖으로는 존재감이 미미한 시트로엥에겐 무모해 보였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해마다 30%씩 성장하는 중국 시장이 그 해답이었다.


DS오토모빌의 이름은 1955년 등장한 고급차 시트로엥 DS에서 가져왔다. 독특한 스타일에 시대를 앞서가는 설계로 20세기를 대표하는 명차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DS는 해치백으로는 보기 드문 고급차로, 90년대에는 XM을 선보이며 그 명맥을 이어갔다.


DS 오토모빌의 제품구성은 기존 시트로엥 모델을 고급화한 것이다. 즉 C3, C4 ,C5급에 해당하는 모델이 DS3, DS4, DS5가 되었다. 다만 DS5는 거의 독자모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DS 차종들은 전위적인 디자인 위에 크롬도금 장식들이 세련미를 뽐내며 알파벳 DS를 형상화한 로고가 프론트 그릴에 자리잡고 있다. 시트로엥은 올해 자사 최초의 SUV, DS7 크로스백 출시를 시작으로 라인업을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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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점점 다가오는 전기차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2011년에 BMW i라는 서브브랜드를 시작했다. 2009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i3와 i8이라는 두 대의 차를 통해 새 브랜드를 예고한지 2년 만의 일이다. 카본 모노코크에 뒷바퀴를 모터로 굴리는 전기차 i3는 2013년에, 1.5L 엔진에 모터를 더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은 2014년에 양산을 시작했다. 카본 섀시와 PHEV 등 이곳에서 시험된 기술은 BMW 라인업에도 함께 사용된다.

이인주 기자  사진 각 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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