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낭만, 그리고 컨버터블에 대하여
2017-05-18  |   34,434 읽음


봄, 낭만, 그리고 컨버터블에 대하여
MAY QUEEN

 

화창한 봄날 3대의 브리티시 컨버터블을 모아 메이퀸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엘리스는 배려라곤 없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모두를 압도했고, 미니 컨버터블은 4명이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과 다재다능함으로 어필했으며, 재규어 F-타입은 강인하되 우아하고 뇌쇄적이지만 품격을 잃지 않는 오묘한 색깔로 세상을 유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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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US ELISE SPORT
코너를 지배하는 경량의 여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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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어울리는 컨버터블 비교는 이 시기 기자들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스탠더드 아이템 중 하나. 올해는 여기에 ‘영국산’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보았다. 모기업을 따지고 들어가면 진짜 영국산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이 마당에 영국산 컨버터블이 무엇이 특별하냐고?


예전에 비해 컨버터블 제작이 간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오픈톱 전문 회사뿐 아니라 컨버터블처럼 수요가 적은 차들을 위탁생산하는 업체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메이커가 마음만 먹는다면 기존 모델의 컨버터블형을 언제라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의 의식 속에 영국산 컨버터블은 무언가 남다르다.


우선 영국산 컨버터블은 스펙트럼이 무척이나 넓다. 미니 같은 재기발랄한 소형 컨버터블은 물론 고급차 재규어와 애스턴마틴, 수퍼카 맥라렌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더해 키트카라는 고유문화에서 태어난 다양한 오픈카들이 존재함으로써 모델 다양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로터스 세븐 레플리카 이야기만으로도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영국산 오픈카를 다루면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로터스다. 하지만 로터스에게 낭만적인 오픈 에어링을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로터스 엘리스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음에도 하늘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얼굴에 미소를 띄운 온화한 여왕이 아니라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전장을 누비는 전사에 가깝다. 키트카 문화에서 태어나 경량화를 신조로 삼고 서킷을 종횡무진 누벼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픈카에 대한 접근방식은 여타 메이커들과는 사뭇 다르다.

불친절한, 그래서 더 매력적인
엘리스는 길거리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끌 수 있는 매력적인 자태를 지녔다. 작은 체구이지만 탄탄하고 아름다운 곡선의 엉덩이 아래에 본격적인 디퓨저를 달았다. 그런데 결코 싼 차가 아님에도 고급스러움이나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 실내 바닥은 섀시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지붕 개폐는 완전수동식. 등받이 각도조절이 불가능한 버킷 시트는 쿠션이 거의 없어 노면 요철 하나하나의 충격이 엉덩이로 전해진다. 사이드미러마저 손으로 직접 조절해야 한다. 7,000만원 넘는 가격표가 달렸는데 이 정도라니, 조금 심하다 싶다. 이토록 배려가 없는데도 용서가 되는 차는 아마 로터스뿐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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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전 수동인 접이식 톱 2 미드십의 1.6L 엔진 뒤로 작은 수납공간이 있다 3 사이드미러는 직접 손으로 조절해야 한다 

4 엉덩이 아래에는 본격적인 디퓨저가 달렸다​


톱은 일반적인 접이식 소프트톱이 아니라 타르가톱에 가깝다. 좌우 안쪽에 있는 잠금장치를 푼 후에 돌돌 말아 정리하고, 2개의 뼈대를 빼내면 간단히 변신한다. 버튼 하나를 눌러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SL과 비교하자면 야영지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텐트 치는 모습에 다름없다. 좁은 입구는 승하차가 힘들고 시트는 좁고 단단하다. 키를 돌린 후 엔진펌프를 작동시킨 후 몇 초를 기다려야 비로소 시동을 걸 수 있다. 엄청난 진동과 소음을 쏟아내는 토요타제 4기통 1.6L 엔진의 스펙은 최고출력 134마력에 최대토크 16.3k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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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성은 뛰어나지만 각도조절은 안 된다


하지만 일단 이런 장벽만 넘어설 수 있다면 엘리스는 무엇보다도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액셀 페달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엔진은 토크감이 풍성하지 않음에도 가벼운 차체와 어우러져 강렬한 가속성능을 제공한다. 그리도 무거웠던 스티어링은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한결 부드러워지고, 오히려 민감한 노즈 반응에 딱 적당하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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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장비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운전석. 그나마 파워 윈도와 에어컨은 있다


코너에 들어서면 엘리스의 매력은 최고조에 달한다. 아스팔트를 손으로 거머쥔 듯한 그립이 손끝과 엉덩이로 전해지고, 변속 때마다 들썩이는 엔진회전수에 맞추어 배기음이 춤을 춘다. 핫해치 시장에서도 비웃음을 받을 만한 빈약한 출력이지만 알루미늄 경량 섀시, 레이싱카의 노하우가 집약된 서스펜션 세팅과 어우러져 짜릿한 드라마를 연출한다.


엘리스는 다른 두 차종과 달리 뼛속까지 오픈카다. 게다가 오픈 에어링 같은 낭만적인 용도의 오픈톱도 아니다. 흔히 기대하는 달달하고 따스한 메이퀸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트 바로 뒤에서 포효하는 1.6L 엔진의 소음과 진동, 뻑뻑한 스티어링 휠, 수동변속기와 씨름하다 보면 금세 녹초가 된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짜릿한 쾌감을 다시 찾게 된다. 한 가지를 얻기 위해 열 가지를 포기한 엘리스는 단 하나의 순수함으로 모든 것을 보상한다. 그렇기에 한번 빼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로터스가 아닐까? 
이수진 편집위원

엘리스는 다른 두 차종과 달리 뼛속까지 오픈카다. 게다가 오픈 에어링 같은 낭만적인 용도의 오픈톱도 아니다.

흔히 기대하는 달달하고 따스한 메이퀸이 아니라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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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COOPER S CONVERTIBLE
봄날에 어울리는 상냥한 고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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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한국에서 컨버터블은 탈 차가 못 된다’고 말한다. 황사나 스모그로 뒤덮인 도심에서 앞차의 매연과 주변의 시선을 감당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도심에서 지붕을 연 차는 많지 않다. 어쩌다 만난 톱을 연 차에는 마치 공식처럼 혈기 왕성한 젊은 남자 2명이 타 있다. 남녀가 함께 탔다면 여성이 뚜껑 여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게 뻔하다.


그러나 교외로 나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붕을 열고 달릴 만한 길이 수도 없이 많다. 톱을 열고 달리면 자연과의 교감이 두 배쯤 깊어지고 아드레날린은 세 배쯤 분출된다. 물론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는 계절과 상황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오프로드를 달릴 일이 많지 않아도 사륜구동 SUV를 타는 사람은 많지 않은가.

 

마음만 먹으면 도심에서도 잠깐씩 기분전환을 해볼 수도 있다. 갑작스레 정체가 시작되거나 앞차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온다면 톱을 다시 닫으면 그만. 요즘 컨버터블은 저속으로 달리면서도 얼마든지 톱을 여닫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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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을 열었을 때의 뒷모습. 소프트톱은 18초 만에 개폐되어 뒤쪽에 2단으로 납작하게 쌓인다

스타일리시하고 실용적인데 짜릿하기까지
미니 컨버터블은 오늘 모인 브리티시 컨버터블 중에서 가장 다재다능하다. 검정색의 전형적인 소프트톱도 미니 특유의 동글동글한 외모를 헤치지 않는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덩치를 키워 이젠 언뜻 봐서 전혀 이름(MINI)처럼 작아 보이지 않지만 미니 특유의 캐릭터는 여전하다.


전통적으로 미니는 귀여운 외모와 고카트 필링이 매력이지만 그걸 위해 포기해야 할 게 많았다. 거친 운전 감각과 통통 튀는 승차감 탓에 다루기 호락호락한 차는 아니었다. 그러나 3세대에 이른 현행 미니는 평상시 주행은 물론 장거리 주행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이전의 억센 느낌을 순화했지만 달리기 실력은 여전히 미니답다. 좋은 핸들링과 승차감을 양립하고 여기에 지붕을 열고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까지 갖췄으니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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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의 브리티시 컨버터블 중 미니만이 유일한 4인승 모델이다. 뒷좌석은 미니치곤 많이 넓어져 이젠 성인이 타는 것도 가능해졌다. 여전히 등받이가 꼿꼿한 편이라 오랫동안 타기에는 버겁지만 잠깐의 이동이라면 문제없다. 4명이 상쾌한 봄바람을 함께 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미니 컨버터블의 가치는 높아진다.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2.0L 트윈스크롤 터보 192마력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 엔진은 시종일관 경쾌하고 핸들링은 빠릿빠릿하며 서스펜션은 탄력이 넘친다. 특히 엔진을 쥐어짜는 느낌이었던 구형과 달리 어느 영역에서든 여유로움을 논할 수준이 되었다. 장거리 크루징도 즐겁지만 역시 굽이진 길을 요리조리 달릴 때가 가장 미니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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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뒷좌석에도 사람(?)이 탈 수 있다. 다만 등받이가 세워진 편이라 자세는 어색하다 2 2.0L 터보로 192마력의 힘을 내는 쿠퍼 S의 엔진 

3 기본 160~215L의 아담한 트렁크 4 톱을 일부만 열어 선루프처럼 활용할 수 있다


귓가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선 엔진음과 배기음은 운전자가 차를 요리하고 있다는 쾌감을 선사한다. 이런 즐거움을 누리기엔 쿠퍼 S의 192마력 엔진이 절묘하다. 적당한 출력에 터보랙이 거의 없고 저회전에서부터 큰 토크가 쏟아져 나와 언제든 컨트롤할 수 있는 스포티함을 즐길 수 있다. 0→시속 100km 가속 7.2초의 성능도 톱을 열었을 땐 제원보다 훨씬 스포티하게 다가온다. 최고속도는 228km. 최고속에 도전하려면 톱을 닫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고가의 프리미엄 컨버터블처럼 소프트톱에 엄청난 방음재를 덧대진 않았지만 방음과 밀폐성은 충분하다. 3세대 컨버터블은 뒤창에 열선까지 넣어 해치백을 탈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톱을 선루프처럼 살짝만 열 수 있는 것도 미니 컨버터블의 장점. 트렁크 크기는 톱을 열었을 때 160L, 닫았을 때 215L. 넉넉하진 않지만 뒷좌석 등받이를 제쳐 짐공간을 넓힐 수 있고 자질구레한 짐은 뒷좌석에 두면 충분하다.


봄에 가장 어울리는 컨버터블은 단연 미니다. 적당한 크기에 감각적인 안팎 디자인, 여기에 스포티한 성능과 오픈 에어링까지 누릴 수 있으니 당연하다. 감성을 자극하는 스타일과 여유로운 낭만, 그리고 짜릿한 운전재미를 한 대의 차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축복이나 다름없다.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고고한 메이퀸이 아니라 함께 추억을 만들어 나갈 나만의 여왕, 결론은 역시 미니 컨버터블이다.
박지훈 편집장

감성을 자극하는 스타일과 여유로운 낭만,

그리고 짜릿한 운전재미를 한 대의 차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축복이나 다름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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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GUAR F-TYPE S AWD
보헤미안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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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Mama, I just killed a man).”
770W 메리디안 서라운드 시스템이 지붕 없는 콘서트홀에 프레디 머큐리의 음색을 담는다. 영국을 대표하는 두 여왕(Queen) 중 하나의 노래를 들으며, 봄의 여왕이라 불러 마땅한 차를 타고 달린다. 봄바람이 머리통을 두드리며 리듬을 맞춘다.


봄의 군주는 백성들을 윽박지르며 도로를 집어삼킨다. “우아아아아왕~ 펑! 우아아아아왕~ 펑! 우아아왕~ 타다다다다다당!” 캐논과 머신건으로 사방을 위협한다. 가속 페달을 짓누르는 강도와 시간에 따라 다르게 우짖는 폭군의 고함. 고음은 고막을 때리고 중저음은 가슴을 울린다. 공포는 흥분으로, 흥분은 전율로 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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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질감이 뛰어난 스포츠시트

 

​체스에서도 퀸은 룩과 비숍의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최강의 말이다. 여왕이라고 부르려면 응당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강력함을 지녀야 할 터. F-타입은 그것을 가졌고 또 누구라도 그것을 알아볼 수 있다. ​

3.0L 수퍼차저 엔진에서 쏟아진 최고 380마력, 최대 46.9kg·m의 힘은 여덟 계단 변속기를 갈아타며 뒷바퀴 혹은 네 바퀴로 쏟아져 나온다. 전통적인 루츠 타입 수퍼차저에 에어-워터 방식의 인터쿨러를 결합해 강력한 과급성능을 확보한 엔진, 여기에 부지런하기로 정평이 난 변속기를 조합해 제로백 가속을 5.1초 만에 끝내고 최고시속은 275km에 이른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가졌지만 후륜구동 방식의 재미를 버리진 않았다. 평소엔 뒷바퀴만 굴리다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앞바퀴를 구동한다. 스티어링 각도와 스로틀 개방각도, 트랙션 상황을 면밀히 살피다가 앞뒤 0:100∼30:70 사이에서 구동력 배분을 결정한다. 덕분에 감각은 전형적인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그것. 가속 페달을 때려 밟으면 무게중심은 순식간에 뒤쪽으로 실리고 코너에서 엉덩이가 휘도는 맛도 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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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램 셸 보닛 아래 최고출력 380마력 3.0L 슈퍼차저 엔진이 들어 있다 2 얕고 좁은 적재공간.
루프 개폐와 상관없이 일정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3 다이얼식 시프트 대신 전자식 기어레버가 들어간다 

4 중앙에 몰린 두 가닥의 대구경 머플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기만큼 목청도 우렁차다

때론 사납고, 조금은 파격적이며, 어딘가 품격 있는
미모가 여왕의 자질이라 말하진 않겠다. 그러나 미와 품격은 여왕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쯤은 될 터.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F-타입에겐 누구라도 납득시키고 마는 어떤 매력이 있다.

 

잔혹한 인상 속에 배인 어쩌지 못할 고귀함.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과 납작한 꽁무니에 담긴 기품. 리어 펜더를 넘어 트렁크 리드로 흐르는 눈부신 관능. 차체를 휘감은 곡선 위로 부서지는 빛과 소리, 어둠과 바람. F-타입의 아름다움은 미묘한 영역에 머물며 절묘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차는 많고 많지만, 강인하되 우아하고 뇌쇄적이지만 품격을 잃지 않는 오묘한 매력에 있어선 이 차를 따라올 자가 없다.


혈통은 아름다움의 보증수표와 같다. F-타입이라는 이름부터 XK와 XJ-S를 잇고, E-타입의 눈부신 가치를 기억해달라는 당부였을 테니까. 엔초 페라리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라고 극찬했던 E-타입의 직계 후손인 셈. 족보를 되짚어보면 르망에서 이름을 날린 전설적인 레이싱카 C-타입과 D-타입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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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로서 충실한 구성. 투톤의 가죽으로 멋을 부린 인테리어와 살뜰히 챙긴 편의장비가

GT카로서의 가능성도 열어둔다

 

F-타입은 쿠페에서 파생된 곁가지 모델이 아니다. 출시도 쿠페보다 컨버터블이 먼저였다. 때문에 그 자체로서 오롯한 자태를 지녔다. 직물 루프는 관리가 까다롭지만 하드톱으론 구현할 수 없는 클래식한 감성을 담고 있다. 캔버스톱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그 어떤 발라드보다 서정적이다. 게다가 하드톱을 선택했다면 적재할 공간을 마련하느라 아름다운 애플힙을 지켜내기 어려웠을 터. 작고 가벼워 루프 개폐 여부와 상관없이 몸놀림이 일정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F-타입은 재규어의 유산과 이안 칼럼의 감각, 지난날의 영광과 내일의 희망이 어우러진 스포츠카다. 이 차를 타고 달리다보면 지나간 아픔도 다가올 도전도 그다지 근심스럽지 않다. 한강변을 따라 난 국도길, 경강로를 따라 달린다. 강과 하늘, 햇살과 봄꽃이 바람처럼 흘러간다. 봄바람의 타악 연주에 겨울의 찌든 때가 벗겨진다. 보헤미안 랩소디, 6분짜리 서사시가 이제 마지막 소절을 달린다. 아버지를 죽인 소년의 절절한 사연도 끝이 난다.


“아무상관도 없어요, 나에겐. 어쨌거나 바람은 부니까(Nothing really matters to me. Anyway the wind blows).”
김성래 기자

 

F-타입의 아름다움은 미묘한 영역에 머물며 절묘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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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흐드러진 개나리, 쏟아지는 벚꽃, 찬란한 유채꽃 가운데 최고는 뭘까?

#2 세 대의 컨버터블은 제각기 대체 못할 감성으로 봄을 물들였다. 저마다의 빛깔, 특유의 향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봄꽃처럼. 발길 닿는 곳마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갔다.

#3 때론 차를 세워두고 한참동안 떠들었다. 하나같이 내가 고른 차가 최고라고 주장하면서. 답 없는 논쟁이

지겹지 않았다. 해가 지도록 춥지 않았다. 바야흐로 봄이다.

#4 여왕은 봄이고 봄엔 누구나 여왕이었다. 지붕을 열고 달린다는 것은 여왕의 특권과도 같은 일. 우리 중 누구도 왕권을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입가에 웃음기는 떠날 줄 몰랐다.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한껏 치켜 올린 두 볼에 봄이 스쳐가고 있었다.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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