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70주년 기념 마라넬로 현지취재- 붉은 시간의 탑
2017-05-17  |   33,116 읽음


페라리 70주년 기념 마라넬로 현지취재
붉은 시간의 탑


이탈리아 마라넬로에서 70년 페라리의 발자취를 좇았다. 세상 모든 페라리의 모태(母胎) 마라넬로 팩토리에서 현역 페라리의 생산모습을 지켜보고, 페라리 박물관과 엔초 페라리 박물관에서 페라리의 전설을 되새겼다. 페라리 CMO 엔리코 갈리에라를 만나 페라리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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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3월 12일, 페라리의 상징 까발리노 람판떼(Cavallino Rampante, 도약하는 말)를 단 최초의 모델 125 S가 붉은 문을 나섰다. 그리고 70년 뒤 라페라리 아페르타가 그 뒤를 이었다. 페라리 70년 역사 속 수많은 전설들이 그렇게 단 하나의 산도(産道)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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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로 맞은편에서 페라리 공장을 조망하는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사방을 둘러봤다. 공업단지라는 말이 무색했다. 높은 굴뚝과 매연은 온데간데없고 주택가를 두른 나지막한 공장단지에선 새소리만 들려왔다. 그 평화를 깨는 건 심심찮게 들려오는 우렁찬 페라리 노트뿐. 세상 모든 페라리의 고향, 마라넬로는 강남 도산대로보다 자주 수퍼카 배기음을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페라리 본사를 비롯한 생산단지, 페라리 박물관, 피오라노 트랙 등 다양한 페라리 관련 시설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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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엔 빨간 작업복을 입은 페라리 직원들이 거리를 메운다. 주변 호텔과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테마는 하나같이 로소 코르사(Rosso Corsa) 컬러, 그리고 페라리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페라리 시승차를 운영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가격을 물어보니 488 GTB를 20분 타는 데 270유로(약 33만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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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F1팀이 우승을 하면 지역 교회에서 승리를 기념하는 타종을 한다는 이곳, 인구 1만5,000명에 불과한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 모데나 현의 작은 도시 마라넬로는 오직 하나, 페라리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 같았다.

“Ferrari Wants To Be A Sports Car.”
페라리 CMO 엔리코 갈리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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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CMO(최고마케팅경영자) 엔리코 갈리에라(Enrico Galliera)는 큰 키에 훤칠한 외모를 가진 매력적인 이탈리아 신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열정적인 눈빛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특유의 드라마틱한 화술로 단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강력한 흡인력은 마치 페라리의 그것 같았다.

페라리 창립 70주년을 축하합니다. 125 S가 출발해 라페라리 아페르타가 되어 달리는 70주년 기념 영상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영상을 보다보니 오늘날 페라리 모델에는 125 S의 어떠한 가치가 계승되어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영상 속 두 차는 완전히 다른 세대의 차입니다. 하나는 페라리가 만든 최초의 자동차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최근에 선보인 모델이니, 페라리 역사의 첫 페이지와 최신 페이지쯤 되겠군요. 하지만 두 모델 사이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선, 둘 모두 페라리가 지향하는 ‘빠름’(Fast)을 대표한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두 모델 모두 12기통 엔진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125 S이후로 70년간 꾸준히 12기통 엔진을 단 로드고잉카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모델을 통해 12기통 엔진을 발전시켜왔고, 그러면서도 변함없이 스포츠카 세그먼트를 유지했죠. 라페라리 아페르타는 우리의 미래를 제시하는 동시에, 다운사이징 열풍이 불어 닥친 지금까지 V12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페라리는 소수의 오너와 다수의 팬을 거느린 브랜드인데요. 오너의 만족을 높이기 위한 전략과 팬들이 계속해서 페라리를 꿈꾸게 하기 위한 전략은 어떻게 다른가요?
팬과 오너는 우리에게 완전히 다른 대상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언어로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죠. 분명한 것은 둘 모두 우리에게 매우 소중하다는 점입니다.


오너는 우리의 활동 동력입니다. 차를 파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우리에게 필수적인 요소죠. 우리는 그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 고객이 최고의 스포츠카를 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엔지니어링, 서비스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죠.


팬 역시 브랜드의 성공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대상입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페라리를 인식하고, 페라리를 보면서 성공을 꿈꾸기를 바라죠. 그들이 우리의 F1팀을 보거나 로드카를 보고, 그것에 대해서 알고 싶어지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팬과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선 누구나 알아보는 차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우리는 수많은 페라리 오너들을 만납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어요. 내가 어릴 때 페라리 쇼룸 앞에 서서 페라리를 넋 놓고 지켜보곤 했죠. 그때, 언젠가 반드시 페라리를 사고 말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해냈습니다.” 많은 오너들은 어린 소년이 페라리를 보고 꿈꾸고, 열심히 일하고, 삶에서 성공하고, 끝내 거머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페라리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단순히 차를 갖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성공을 인정받는 의식과 같은 것이죠.


요컨대, 우리는 오너와 팬에게 완전히 다른 언어로 접근합니다. 하지만 대상은 언제나 같습니다. 바로 제품, 페라리 자동차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페라리를 알지만 서울 도심에선 자주 마주치기 어렵습니다. 사고 싶어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만 대기시간이 길게는 2년까지 걸린다고 하더군요.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요?
기다리는 시간은 페라리를 경험하는 일련의 활동 중 일부입니다. 당신이 아름다운 여성의 마음을 얻고자 할 때와 마찬가지죠. 당신은 참고 기다려야 하며 열망해야 합니다. 물론 사람들은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차를 즉시 받고 싶어 하죠. 핵심은 우리가 시장에 너무 많은 차를 풀어놓지 않기 위해서 신경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수요보다 딱 1대 적게 생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희소성이죠. 때때로 기다리지 못하고 떠나는 고객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러한 전략을 지속해 나갈 겁니다.

대기 고객을 위해 준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나요?
물론, 인도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지치지 않게 하기 위한 방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우리는 페라리 구입을 결정한 고객에게 중고차를 먼저 접해보라고 권합니다. 이를테면 488을 구매하러 온 고객에게 458을 먼저 타보지 않겠냐고 묻습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중고 페라리를 타다가 새차를 받아볼 때 반납하는 것이죠.

둘째, 우리는 그들을 즉시 우리 가족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각국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이벤트에 초대합니다. 드라이빙 이벤트, 프레젠테이션, 만찬 행사 등에 아직 차를 받지 못한 고객들도 함께 하죠. 페라리를 구입하는 것은 단지 차를 소유하는 과정이 아니라 특별한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일입니다.

페라리 팬으로서, 그리고 영화광으로서 휴 잭맨 주연의 영화 ‘페라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화제작을 승인함에 있어 본사와 유족 중 누구에게 권리가 있나요?
그 영화는 루머입니다. 그들이 영화에 페라리를 사용할 것이라는 건 우리와는 전혀 이야기 되지 않은 사항입니다. 1년 넘게 이어온 뜬소문이죠. 우리는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들이 영화를 만들려면 우리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따라서 지금으로선 영화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결정은 이곳 본사에서 합니다. 프로듀서가 페라리 무비를 만들려고 한다면 우리에게 알려야 합니다. 스토리와 페라리의 역할을 설명해주면 우리는 그것을 토대로 검토하겠죠.

페라리가 할리우드 영화를 마케팅 툴로 적극 활용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요.
우리는 영화에 우리 차를 공식적으로 출연시키는 것에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차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배우가 배역과 대사를 따져보고 출연을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하지만 페라리가 긍정적인 역할로 나오는 영화에 출연시키는 것은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단지 스토리와 역할이 중요할 뿐이죠.

좁게는 아시아권, 넓게는 미주와 유럽 일부까지 문화 지배력(한류)을 뻗치고 있는 한국의 드라마에 페라리가 출연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페라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는 이미 많은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알파치노 영화에 페라리가 함께 출연한 적도 있죠. 모두 우리와 영화제작사 측이 함께 조율한 결과입니다. 아직 한국 드라마를 본 적은 없습니다만, 멋진 작품에서 페라리의 아이코닉함이 부각될 수 있다면 기꺼이 출연을 허락할 겁니다.

페라리는 글로벌 권역을 크게 극동아시아 및 중동(Far East & Middle East), 유럽 및 아프리카(Europe & Africa), 아메리카(Americas), 그리고 중화권(Greater China)으로 나누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권역의 특징과 최근 추이가 궁금하네요.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보죠. 페라리는 현재 세계 모든 지역에 공급됩니다. 페라리를 사고자 하는 사람의 수는 늘고 있죠. 우리는 세계 각국의 대기자 리스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세계 고객에게 동일한 비즈니스모델이 적용됩니다. 페라리를 이탈리아에서 사든, 미국에서 사든, 한국에서 사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페라리 전시장에 들러서 모델과 컬러, 스펙을 말하고는 그 즉시 타고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아틀리에에서 디자이너와 상담을 하고 테일러 메이드 제품을 주문하거나 맞춤 제작을 의뢰하는 고객이 늘고 있죠. 이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똑같은 488을 구입해도 고객의 기호를 반영하면 완전히 유니크한 488을 갖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우리 공장에서 나오는 페라리 한 대 한 대가 다른 페라리와 다르기를 바랍니다.


선호모델은 나라마다 문화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488 같은 스포티한 차에 열광하고 어떤 곳은 캘리포니아 T나 GTC4루쏘 같은 GT를 더 찾습니다. 어떤 나라에선 12기통을 선호하고 또 다른 곳에선 8기통 엔진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아시아를 예를 들면 저희의 전통적인 시장인 일본은 12기통을 좋아합니다. 반면, 비교적 젊은 시장인 중국은 8기통을 선호하죠.


고객의 선호는 다양하지만 우리는 글로벌 프로덕트 전략으로 접근하고 유연하게 대응합니다. 488은 기본적으로 이탈리아에서나 한국에서나 같습니다. 어차피 모두 이곳 마라넬로에서 만들어지니까요. 우리는 국적을 가리기보단 고객 한 분 한 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차의 구성이나 성능, 품질은 동일하되 고객의 선호에 따라 개별 모델의 독창성을 부여하고자 합니다.

극동 아시아 3국(한국, 일본, 중국) 가운데 한국 시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또, 다른 두 나라와 무엇이 다른가요?
일본은 페라리를 오랫동안 사랑해온 시장이죠.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요. 일본엔 많은 수의 페라리 컬렉터가 있고, 페라리와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하고 깊은 교감을 나누어온 고객이 많습니다. 반면 중국은 비교적 최근에 성장한 시장입니다. 페라리가 진출한지 23년이 되었죠. 따라서 고객이 젊고 컬렉터도 점점 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은 두 나라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처럼 젊은 시장도 아니고 일본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시장도 아니죠. 고객의 연령대도 마찬가집니다. 한국 고객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일본 고객에 비해 젊지만 중국 고객에 비하면 나이가 더 많습니다.


한국 시장을 보고 느낀 특징이 있습니다. 한국은 많은 면에서 이탈리아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높은 산과 바다, 아름다운 풍경과 드라마틱한 지형을 가지고 있죠. 다시 말해, 페라리를 즐기기 적합한 지형을 지닌 나라죠. 산도 커브도 없이 곧은 평지 길만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페라리를 맘껏 즐기기엔 밋밋할 겁니다.

두 번째로 한국인, 특히 우리의 한국 고객들을 보면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과 아주 밀접하다는 것에 놀라곤 합니다. 대표적인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은 음식과 패션이죠. 많은 한국인들은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인생을 즐길 줄 압니다. 이게 우리가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2014년 우리는 이미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한국에서 주문량이 전년보다 2배가 늘었죠. 한국 시장은 지금도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미래 모빌리티 환경의 큰 조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페라리의 시선과 대비책을 이야기해주세요.
의심의 여지없이 두 가지 모두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페라리와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요? 첫째, 고객이 원하는 페라리의 가장 중요한 만족요소 중 하나는 바로 사운드입니다. 전기차는 사운드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기차를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페라리를 소유함으로써 얻는 또 다른 즐거움은 주행감입니다. 자율주행차는 주행감을 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이빙 어시스트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은 우리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습니다. 운전자가 실수하지 않도록 돕는 기능은 페라리의 관심 대상 중 하나입니다. 레이더 시스템이나 긴급 브레이킹 시스템은 우리 고객들이 더 안전하게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요즘 페라리 라인업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터보모델이 눈에 띕니다. V12 페라리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812 수퍼패스트는 단비와도 같았을 텐데요. 앞으로 자연흡기 페라리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요?
자연흡기 12기통 엔진은 우리의 역사이자 상징입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를 대표하는 요소죠. 812 수퍼패스트 역시 이러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이미 고성능 자연흡기 V12 엔진(812)과 고성능 V8 터보 엔진(488), 고성능 하이브리드 엔진(라페라리)을 모두 만들 줄 압니다. 우린 이러한 기술력을 계속 발전시켜 갈 것이고, 세 가지 형태의 엔진이 변함없이 제각기 최고의 자리에 머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페라리에게 희소성은 아주 중요한 브랜드 가치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것을 지켜가고 있나요?
페라리 창립자 엔초 페라리가 말했습니다. “수요보다 1대 적게 공급하라. 그것이 바로 희소성이다.” 간단히 말해, 수요를 계속 창출하고 거기에 맞춰 공급을 늘리면 되는 것입니다. 수요가 선행하고 공급은 계속 다가가는 식이죠. 희소성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것, 그리고 모두에게 제공되지 않는 것. 차의 포지션마다 각기 다른 희소성이 형성됩니다. 어떤 차에겐 차의 공급량이 희소성이 되기도 하고, 어떤 차에겐 시간과 공급량, 다른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 않다는 점이 희소성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812를 사고 싶다면, 돈과 오랜 시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희소성은 시간을 의미하죠. 라페라리와 같은 스페셜모델을 살 땐 조금 다릅니다. 시간과 돈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장기 고객(Long Lasting Costomer)이어야만 합니다. 더욱 높은 단계의 희소성이 성립하는 것이죠.

창사 70주년을 맞아 마라넬로에서 큰 축하행사가 열릴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벤트가 준비되고 있는지 귀띔해줄 수 있나요?
전세계에 걸쳐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뒤, 성대한 마지막 행사가 마라넬로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콩쿠르 델레강스, 신차 전시, 쇼, 파티 등이 열려 많은 사람이 모여서 페라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기회가 마련되고 모두가 함께 열정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 펼쳐집니다. 물론 우리는 되도록 많은 고객이 마라넬로에 방문하기를 원합니다. 사실, 모든 고객이 와서 우리와 함께하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전세계에서 성대한 행사를 열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9월 22일에 멋진 행사가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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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협하지 않고 100%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들 겁니다

페라리는 SUV나 진입문턱을 낮추는 엔트리 페라리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습니다. 업계 분위기에 비해 어렵고 험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데요.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페라리가 지켜나가야 할 페라리 DNA를 한 문장으로 응축한다면 무엇이 될까요?
표현이 틀렸습니다. 우리는 비교적 험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가장 힘든 길을 택한 것입니다. 한 문장으로 말하죠. “페라리는 스포츠카이길 원합니다(Ferrari wants to be a sports car).”


세상엔 빠른 차가 많죠. 하지만 그들이 모두 스포츠카는 아닙니다. 우리는 단순히 빠른 차를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페라리를 운전한다면 우리는 바닥과 가까운 높이에서 운전을 하게 될 겁니다. 그게 바로 스포츠카의 운전자세죠. 하지만 당신이 SUV를 운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훨씬 더 껑충한 높이에 꼿꼿이 앉게 되겠죠. 그런 차는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스포츠카가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차가 아닙니다.


물론, 저도 압니다. 4도어 모델을 만든다면 우리 판매량은 엄청나게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4도어 모델을 만들려면 차를 더 길게 만들어야 합니다. 뒷문을 달 공간을 마련해야 하니까요. 그러면 차가 무거워지죠. 게다가 현행 페라리는 모두 50% 이상의 무게를 차체 뒤에 둡니다. 더 안정적이고 그립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죠. 차체 길이가 길어진다는 것은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이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안정성이 떨어지죠. 4도어는 페라리의 스포츠성을 해칩니다.


우리는 스포츠카 제조사로 남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빠른 차를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타협하지 않고 100%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들 겁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카 메이커가 SUV를 만든다고 해도, 우리는 오로지 하나의 브랜드로서 다르게 남기를 원합니다.

 엔초 페라리 (Enzo Anselmo Ferrari, 1898~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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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모데나에서 태어난 엔초 페라리는 열 살 때 처음 레이스를 구경한 후 카레이싱에 매료되었다. 열세 살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테스트 드라이버로 일하며 운전기술을 습득했다. 그리고 1915년, 신문기사에서 이탈리아인 디 파르마가 미국 최대 레이싱 대회인 인디아나 폴리스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레이서가 되기로 결심한다. 1919년, 드라이버로 데뷔한 그는 1924년에 코파 아체르보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SSK를 제압하며 최고의 레이서로 주목받는다. 1920년대 알파로메오의 레이서로 활약한 엔초 페라리는 1929년에 직접 F1 레이싱 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창설한다. 1938년 알파로메오 모터스포츠 파트 수장에 앉을 만큼 알파로메오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그는 스폰서십과 품질에 대해 갈등을 빚은 끝에 알파로메오를 떠난다.


1939년 엔초 페라리는 직접 레이스카를 만들기 위해 모데나에 오토 아비오 코스트루치오니 페라리(Auto Avio Costruzioni Ferrari)를 설립한다. 이때 페라리 AAC 815를 만들었으며 1940년 밀레 밀리아 레이스 외 13개의 레이스에서 6번의 우승을 일궈낸다. 파시즘 정권이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이유로 자동차 경주를 금지하자 모데나의 페라리 공장은 군수물자를 생산하게 되고, 폭격으로 인해 지금의 마라넬로 시로 공장을 옮기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1947년 엔초는 마라넬로에 페라리 S.p.A를 창립하며 본격적으로 레이스카를 제조하는 기업화된 레이싱팀을 꾸린다. 그는 공도용 자동차 생산에 회의적이었으나, 레이싱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져 로드카 생산을 시작한다. 1947년 3월 12일 도약하는 말 엠블럼을 단 첫 모델 페라리 125 S이 출시됐다. 페라리 70년 역사의 시작이었다.

 세상 모든 페라리의 모태(母胎), 마라넬로 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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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공장은 연면적 23만8,322m²에 이르는 거대한 생산단지로 엔진 제작, 도색, 조립, 테스트 등 자동차 생산의 주요 공정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무기가 똬리를 튼 듯 역동적인 윈드터널과 스타 건축가 마시밀리아노 폭사스가 지은 제품개발센터, 부품생산라인 등 다양한 건물들이 거대한 단지를 이룬다. 페라리 로드카와 F1 머신은 모두 이곳에서 개발·생산된다. 특이한 것은 직원들의 작업복과 곳곳의 표지판, 휴지통조차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는 점.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조립라인은 마치 햇살 가득한 수목원 같았다. 건물 안은 매우 조용했고 울창한 나무로 가득했다. 1,000여 종의 식물 중 하나만 죽어도 즉각 조업을 중단하고 정화 작업에 들어간다고. 식물을 공기오염의 척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립파트마다 달려 있는 전광판에는 현재 시간, 실내온도, 소음도가 표시됐다. 이곳에서는 소음이 73dB을 초과하지 않는다. 알루미늄 부품의 변형을 막기 위해 온도와 습도도 엄격히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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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은 수제작을 기본으로 하되, 윈드실드 부착과 같은 정확성을 요하는 단순 반복 작업에는 로봇의 힘을 빈다. 페라리 공장 근로자는 3,000여 명이며 지난 한해 8,400대를 생산했다. 이곳은 쾌적한 근무환경 덕에 2007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로부터 유럽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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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의 발자취, 페라리 박물관 (Museo Ferrari, Maran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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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페라리 박물관은 두 곳이 있다. 페라리가 운영하는 마라넬로의 페라리 박물관과 모데나 시에서 운영하는 엔초 페라리 박물관. 방문 당시 페라리 박물관은 한창 증축 공사 중이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FXX K가 위압적인 자태로 기선을 제압한다. 전시 공간은 크게 네 부문으로 나누어진다. 로드카 전시관, F1 테마관, F1 레이스카와 수많은 트로피를 전시한 공간, 르망 24시간 등 내구레이스카 전시관까지. 로드카 전시관에선 최초의 페라리 125 S를 비롯해 라페라리, F12tdf, F60 아메리카, F50 등 다양한 페라리 모델을 만날 수 있다. 내구레이스카 전시관에선 512M, 250LM 등 실제 레이스에 참가했던 모델과 드라이버 사진, 수상경력을 망라해 페라리의 지난 영광을 되돌아볼 수 있다. 페라리의 역사와 전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페라리 박물관은 매년 2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마라넬로의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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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초의 터전에서 그를 기리다, 엔초 페라리 박물관 (Museo Enzo Ferrari, Mod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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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문을 연 이 박물관은 엔초의 아버지 알프레도 페라리가 사무실로 쓰던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그대로 보존된 옛 건물 뒤로는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본관이 세워져 있다. 본관 건물은 런던 소재 스튜디오인 퓨처시스템의 건축가 잰 카플리츠키(Jan Kaplicky)의 작품. 1950년대 경주용 자동차의 보닛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이곳은 기둥이 없는 5,000m²의 거대한 전시공간이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옛 건물과 모데나의 상징색 노랑을 입은 현대 건물은 헤리티지와 최첨단을 아우르는 박물관의 특성과 잘 어우러진다.


마라넬로의 페라리 박물관이 페라리의 역사를 폭넓게 담아 개괄해주는 전시인 반면, 엔초 페라리 박물관은 주기적으로 구성을 바꾸는 기획전시관이다. 방문 당시엔 ‘스타와 함께하는 드라이브’(Driveing with the Stars)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한 유명인들과 한때 혹은 평생을 함께 했던 아름다운 페라리들로 전시관을 수놓았다. 왕실 소유의 페라리 166MM 수퍼레제라부터 디노 206GT, F40, 엔초와 최신작 라페라리 아페르타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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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주년 기념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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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는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70주년 기념모델을 공개했다. 488 스파이더를 비롯한 5개 모델을 대상으로 클래식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70가지 테일러 메이드 디자인을 적용해 총 350대의 한정판으로 제작된다. 스페셜 에디션에는 특별히 70주년 기념로고가 들어간다. 공개된 로고는 페라리를 상징하는 도약하는 말(Cavallino Rampante)과 함께 영감을 준 모델명을 기입해 브랜드의 70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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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넬로에서 만난 페라리의 최신 GT, 812 슈퍼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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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넬로 페라리 본사 아틀리에에서 812 수퍼패스트와 조우했다. 812 수퍼패스트는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F12 베를리네타의 후속모델. 이름 속 8은 최고출력 800마력, 12는 V12 엔진을 뜻한다. 수퍼패스트라는 명칭은 50여 년 만에 부활해 500 수퍼패스트(1964), 수퍼패스트 피닌파리나(1956)와 수퍼패스트Ⅱ(1960)의 명맥을 잇는다.


페라리 엔초에 처음 적용된 후 599 GTB와 FF, F12 베를리네타에 쓰여온 65° V12 F140 엔진은 더욱 강력해졌다. 배기량을 6,262cc에서 6,496cc로 키우는 한편 직분사 시스템을 개량해 분사압을 200바에서 350바로 높여 최고출력 800마력을 확보했다. 양산형 페라리로는 역대 최강일 뿐 아니라 자연흡기 엔진으로 L당 123마력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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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FERRARI WORLD & FERRARI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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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는 2010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F1 경기장 옆에 테마파크 페라리 월드를 건설해 페라리 브랜드 스토리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테마파크인 이곳에는 세계 최고 속도의 롤러코스터인 포뮬러 로사(Formula Rossa)가 있어 페라리 F1 머신을 타는 듯한 스피드와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20여 가지의 놀이시설을 비롯해 다양한 페라리 모델들이 전시되어 있어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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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랜드의 자랑 레드포스


한편, 지난 4월 13일 페라리의 두 번째 테마파크 페라리 랜드가 개장했다. 페라리 랜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남쪽에 위치한 포르투아벤투라 월드 파크 앤 리조트(PortAventura World Parks& Resort) 내에 위치한다. 7,000m²의 부지에 11개의 놀이기구가 마련되어 있고 페라리의 역사와 철학을 보여주는 공연 및 전시도 마련된다. 페라리 랜드의 하이라이트는 유럽에서 가장 높고 빠른 놀이기구인 레드포스(Red Force). 112m의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80km까지 단 5초 만에 도달한다. 연간 400만 명이 찾는 스페인의 인기 테마파크 포르트아벤투라 측은 페라리 랜드의 개장으로 연간 방문객이 약 100만 명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래 기자 사진 페라리, 김성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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