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맥라렌 라인업의 시작점- 맥라렌 720S
2017-03-29  |   33,618 읽음



차세대 맥라렌 라인업의 시작점
McLAREN 720S

 

MP4-12C에서 이어져온 맥라렌의 중심 모델이 650S를 거쳐 720S로 진화했다. 새로운 공력설계와 디자인으로 외형이 크게 달라졌고 V8 트윈터보 엔진은 4.0L로 배기량을 키워 720마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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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출신의 드라이버 브루스 맥라렌은 F1의 전설적인 이름이다. 사실 그가 챔피언 타이틀 같은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던 것은 아니다. 반면 1966년 그가 결성한 맥라렌팀은 지금까지 8번의 컨스트럭터즈, 12번의 드라이버즈 챔피언을 차지해 페라리 다음가는 명문팀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정작 창업자는 젊은 나이에 사망했기 때문에 팀의 전설을 만든 것은 사실상 다른 사람들이었다. 데이비드 브라운 시절에 전설적인 DB 시리즈를 탄생시킨 애스턴마틴이나 마세라티 형제가 떠나고 오르시 시절에 250F와 A6 시리즈 같은 뛰어난 작품을 선보였던 마세라티와 비슷한 경우랄까?


14살의 어린 나이에 오스틴7을 개조해 힐클라임에 출전했던 브루스 맥라렌은 1958년 F1에 데뷔해 4번의 우승, 27번 시상대에 오를 만큼 좋은 실력을 갖춘 드라이버였다. 1966년에는 스스로 팀을 결성해 앞길도 창창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생애는 1970년 일어난 사고로 갑작스레 끝을 맞았다. 창업자의 죽음은 팀에게 큰 위기였지만 맥라렌은 살아남았고, 1980년대에는 황금기를 맞았다. 새로운 구심점이 된 론 데니스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래 은행원이었다가 미케닉으로 모터스포츠계에 발을 들인 론은 프로젝트4 레이싱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경기에 참여했다. 그리고 1980년 말보로와 스폰서 관계라는 인연을 통해 맥라렌과 한몸이 되었다.


TAG 포르쉐와 혼다 엔진, 니키 라우다, 알랭 프로스트, 아일톤 세나가 함께했던 80년대 맥라렌은 그야말로 F1 최강의 존재였다. 페라리에 버금가는 명팀이 된 맥라렌은 도로용 스포츠카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1993년 발표된 맥라렌 F1은 경주차 디자이너인 고든 머레이가 설계하고 BMW V12 엔진을 미드십에 얹은 본격적인 모델로 자동차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단발성이 아닌 본격적인 양산형 맥라렌 스포츠카가 나오는 데는 그로부터 20년이 걸렸다. 2011년 세상에 나온 MP4-12C는 도로용 맥라렌의 새로운 출발점인 동시에 그 섀시와 메커니즘은 이후 등장하는 모든 라인업의 뿌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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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부터 뼈대까지 큰 진화
MP4-12C는 2014년 후계차인 650S를 거쳐 최근 720S로 진화했다. 단순한 업데이트가 아니라 디자인과 공력설계, 메커니즘에 이르기까지 크게 변화했다. 여기에서 사용된 디자인과 신기술은 새로운 맥라렌 라인업의 밑거름이 된다.


눈웃음짓는 듯했던 헤드램프 디자인이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커다란 눈으로 바뀌었는데, 사실 헤드램프는 이전보다 작아졌고 주간주행등과 흡기구를 한데 모은 것이다. 보디 형상에서는 노즈 선단부가 상어코처럼 더욱 뾰족해지고 차체 측면의 조형이 드라마틱해졌다. 앞창을 당긴 캡포워드 디자인과 더욱 봉긋해진 루프 라인으로 인해 측면 실루엣도 크게 달라졌다. 르망 경주차처럼 비스듬히 열리는 디헤드럴 도어는 경첩 위치를 바꾸어 이전보다 더 좁은 공간에서 여닫을 수 있다. 덕분에 빡빡한 주차공간에서 승하차가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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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력설계도 눈여겨 볼 부분이 많다. 라디에이터용의 측면 흡기구가 사라진 대신 도어와 옆창 사이에 도랑처럼 좁고 깊은 흡기구가 설치되었다. F1 머신에서 영감을 얻은 이 디자인을 채용한 결과 다운포스뿐 아니라 냉각성능도 개선되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리어윙이 0.5초 만에 에어브레이크로 변신할 뿐 아니라 속도나 운전상황에 따라 적절한 다운포스를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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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브레이크를 겸하는 액티브리어윙


인테리어는 디자인보다 기능에 많은 신경을 썼다. 아날로그 타코미터를 대신하는 완전 디지털 계기판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화면 배치와 디자인이 바뀐다. 뿐만 아니라 계기판 자체가 접히기도 하는데 접은 상태에서도 좁고 긴 LCD를 통해 필요최소한의 정보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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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따라 접을 수 있는 디지털 계기판


8인치 인터페이스 모니터를 달기 위해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크게 뜯어고친 것도 눈에 띈다. 운전자 시야에 맞추어 살짝 경사지게 배치하면서 주행안정장치(ESC)와 변속기 모드 스위치 등을 손닿기 좋은 위치에 배치했다. 소재 면에서는 천연가죽과 카본, 알루미늄 절삭품 등 고급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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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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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닛산 레이싱 엔진을 기반으로 리카르도와 함께 개발했던 V8 3.8L 트윈터보 M838T 엔진은 M840T로 이름이 바뀌었다. 배기량을 4.0L로 키운 업데이트 버전. 배기량 확대뿐 아니라 실린더와 크랭크샤프트, 커넥팅 로드 경량화, 신형 터보차저 등 40% 이상을 재설계했다. 이에 따라 최고출력은 650마력에서 720마력으로 크게 늘어났고 최대토크도 78.6kg·m로 향상되었다. 7단 듀얼클러치 기어박스(SSG)는 전작과 같은 방식에 제어 소프트웨어 등을 업그레이드해 재빠르고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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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론 데니스 시대의 시작
카본 모노코크 섀시는 ‘모노케이지Ⅱ’로 진화하면서 무게를 18kg 덜어냈다. 서스펜션과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등에서도 감량이 이루어져 중량이 1,283kg로 줄었다. 스태빌라이저 없이 네 개의 댐퍼를 유압 라인으로 연결하는 프로액티브 섀시 컨트롤 시스템도 2세대로 개량되어 더블위시본 서스펜션과 함께 더욱 수준 높은 성능과 승차감을 이끌어낸다. 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스포츠/트랙의 세 가지. 이전보다 12개 늘어난 센서와 빨라진 처리능력으로 최적의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아울러 새로 적용한 드리프트 컨트롤이 타이어 그립한계를 미묘하게 조정해 안정적으로 드리프트 주행을 즐길 수 있다. 


5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되는 이 차는 스탠더드와 럭셔리, 스포츠의 세 가지 트림 외에 MSO 같은 강력한 주문제작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함께 공개된 720S 벨로시티는 카본 패턴을 드러낸 관능적인 커스텀 레드 컬러와 새로운 인테리어 장식 등 MSO(McLaren Special Operation)의 커스터마이징 능력을 보여주는 데몬스트레이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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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트림 외에 MSO를 통한 특별주문도 가능하다

 

 

최근 맥라렌은 큰 변화가 있었다. 브루스 맥라렌 사후 사실상 맥라렌의 얼굴이었던 론 데니스가 회사를 떠난 것. 2012년 잠시 경영 일선에서 살짝 물러나는 듯하다가 2014년 다시 그룹 회장 자리에 복귀했었는데, 지난해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해임안이 가결되었다. F1 머신은 이를 의식해 론 데니스의 체취가 남아 있는 MP4 대신 MCL이라는 새로운 모델명을 붙이기로 했다. 론의 경영방식을 탐탁지 않게 여긴 대주주 TAG 그룹과 바레인 국부펀드 쪽에서 선수를 쳐 해임안을 통과시켰다는 소문이다. 그의 부재가 맥라렌의 미래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는 아직 단언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720S를 보는 한 큰 악재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페라리가 엔초 사망 후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듯이 말이다.

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맥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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