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 핫해치(Hot Hatch)
2017-03-24  |   25,555 읽음



논란의 중심
핫해치(Hot Hatch)

 

현대 신형 i30 덕분에 ‘핫해치’라는 말이 국내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주로 유럽에서 많이 쓰이는 핫해치는 고성능 전륜구동 C세그먼트 해치백을 뜻한다.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기준이 조금 애매해졌지만, 핫해치의 핵심은

출력이 아닌 운전재미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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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현대 i30의 ‘핫해치’ 광고로 인해 온라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광고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핫해치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차의 번지수가 잘못 됐다는 지적도 많았다. 물론 i30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형 i30는 과거 현대차의 준중형 해치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본기가 탄탄하고 동력성능도 뛰어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i30와 핫해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사실 핫해치는 어떤 수치로 표현하기 힘든 관념적인 개념이다. 그럭저럭 잘 달린다고 전부 핫해치는 아니다.

핫해치란 무엇인가?
핫해치(Hot Hatch)라는 말은 1970년대 중반에 생겨났다. 유럽에서 인기가 높던 전륜구동 소형 해치백을 기반으로 스포츠 감성에 초점을 맞춰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모델들을 이르는 개념이었다. 여기서 성능은 출력이 전부가 아니었다. B~C세그먼트 대량생산 소형차와 전륜구동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건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 따라서 개발자들과 마니아들은 핸들링과 드라이빙 감성에 주목했다. 즉, 베이스 모델보다 한층 더 날렵한 움직임, 그리고 그 움직임을 운전자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핫해치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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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해치라는 단어를 언론이 쓰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 들어서다. 영국의 한 매체가 핫해치를 3도어 혹은 5도어 보디의 고성능 B~C세그먼트 해치백으로 정의한 것. 하지만 지금은 C세그먼트가 일반적이며 사륜구동을 도입해 성능을 바짝 끌어올린 모델은 ‘하이퍼 해치’나 ‘울트라 해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핫해치의 본고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유럽이다. 유럽은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가 많아 대형 세단보다는 작은 해치백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핫해치의 시초는 1975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공개된 1세대 골프 GTI라고 할 수 있다. 골프 GTI는 대중적인 소형차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초대 골프의 스포츠 버전으로 1970년대 말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골프 GTI가 핫해치로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해치백 특유의 실용성과 탄탄한 섀시, 그리고 스포츠카에 뒤지지 않는 성능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이후 등장하는 핫해치의 기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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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골프 GTI의 등장 이전에도 핫해치라고 불릴 만한 모델은 존재했다. 1972년에 등장한 아우토비앙키 A112 아바스, 심카 1100 Ti, 르노5 알피느 같은 차들도 핫해치의 개념에 들어가지만 판매량이 미미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골프 GTI의 성공으로 1980년대에는 보다 대중적인 핫해치들이 등장했다. 바로 미니의 스포츠 버전과 150마력으로 출력을 높인 탈보트 선빔 같은 모델들이다.


이후 핫해치 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전자제어 방식을 도입한 포드 피에스타 XR2나 푸조 205 GTI, 시트로엥 AX 스포츠, 상위 버전에 2.0L 엔진을 얹은 MG 마에스트로, 오펠 카데트, 복스홀 아스트라 등이 대부분 이 시기에 등장했다. 80년대는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던 핫해치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시절의 핫해치들도 단순히 출력에 승부를 걸지는 않았다. 이들은 고출력보단 일상주행에서도 운전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해치백 보디 특유의 민첩함을 살려 고가의 스포츠카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다분히 유럽 중심적인 모델
해치백의 천국이라 불리는 유럽에서 핫해치라는 용어는 매우 대중적이다. 하지만 핫해치와 일반 버전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어찌 보면 핫해치는 해치백 위의 해치백이라 볼 수 있는데, 일반 버전의 실용성을 유지하며 스포츠 감성을 불어넣는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이루진 것이 아니다. 이런 기술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숙성되어 왔으며, 시장 환경 역시 시간을 두고 성숙되면서 뚜렷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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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핫해치의 기준을 200마력 이상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하지만 핫해치가 200마력을 넘기기 시작한 시점은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핫해치의 원조로 통하는 골프 GTI도 2000년대 중반의 5세대에 와서야 200마력에 이르렀다. 사실 소형 전륜구동 해치백으로 200마력 이상을 낸다는 것은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 그러나 출력을 다스릴 수 있는 기술이 꾸준히 발전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젠 기술들이 상향평준화되어 핫해치를 나누는 출력의 의미는 다소 옅어졌다. 따라서 오늘날의 핫해치는 단순히 출력으로 따질 게 아니라 그동안 메이커가 쌓아온 열정과 전통이 얼마만큼 시장에 받아들여지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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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에는 핫해치를 뛰어넘는 하이퍼 해치 또는 울트라 해치라는 장르도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 분야의 원조인 폭스바겐 골프 R32는 엔진 사이즈를 줄인 골프 R로 진화했으며 메르세데스 AMG A45 4매틱, 아우디 RS3, 포드 포커스 RS 같은 차들도 여기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3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며 큰 출력을 감당하기 위해 안정적인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이 시장 최강자인 AMG A45 4매틱의 경우 직렬 4기통 2.0L 엔진으로 무려 381마력을 내는데, 다음 세대는 400마력을 넘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인 핫해치 시장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의 강자인 폭스바겐과 혼다는 물론이고 푸조와 르노도 308R, 클리오 RS, 메간 RS 275 같은 차들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큰 변화 중 하나는 이제 핫해치들이 트랙 기록에도 크게 신경을 쓴다는 점. 최근에는 뉘르브루크링 랩 타입을 두고 서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만든 차들 중 유럽에서 핫해치로 인정받는 모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아의 3도어 프로 시드와 5도어 시드 GT는 유럽 시장에서 ‘한국 메이커의 핫해치’로 나름 주목을 받았다. 전통적인 핫해치 장르로 분류하기에는 조금 약하지만 구형 i30와 벨로스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i30와 벨로스터는 최근 들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의 고성능 디비전인 N의 고성능 버전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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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i30에 대한 얘기로 돌아오자. 현대차가 신형 i30를 내놓으면서 일반 버전의 i30에 ‘핫해치’라는 용어를 붙인 건 여러모로 성급했다는 평가다. i30는 분명히 잘 만든 차다. 그러나 유럽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의미의 핫해치에 접근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만약 현대차가 ‘핫해치’가 아닌 ‘탄탄한 기본기의 해치백’이라고 접근했다면 시장의 평가도 달라졌을 것이다.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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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해치도 있다고?
1990년대에 등장한 웜해치(Warm Hatch)는 핫해치보다 출력은 낮지만(100~150마력) 핫해치 못지않은 분위기와 몸놀림을 가진 해치백을 뜻한다. 물론 이 역시도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며 핫해치보다 훨씬 덜 쓰이는 말이긴 하다. 웜해치의 대표적인 모델로는 미니 쿠퍼, 푸조 207 GT, 스즈키 스위프트, 토요타 야리스 SR 같은 스포츠 옵션이 제공되는 B세그먼트 해치백을 들 수 있다. 참고로 미국 시장에서는 핫해치나 웜해치와 같은 용어 대신 ‘스포츠 컴팩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핫해치는 물론 소형 스포츠카와 스바루 임프레자 WRX STI,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같은 준중형 스포츠 세단까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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