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LAREN X-1 - 오직 당신만을 위해 태어난 차
2012-10-24  |   42,556 읽음

대량생산이 일반화되고 안전규제에 대한 법률이 강화되면서 1930년대 고급차 시장에서 성행했던 코치빌더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나만의 개성을 원하는 돈 많은 고객에게 그놈이 그놈인 자동차가 성에 찰 리 없으며 요란한 튜닝카는 철부지들의 장난감으로 보일 뿐이다. 이런 요구에 부응해 최근에는 디자인까지 완전히 바꾼 오더 메이드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코치빌더의 부활이라고 할 만한 이런 흐름에 영국 수퍼카 메이커 맥라렌이 X1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코치빌더의 전통 이어받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클래식카 행사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는 온갖 진귀한 옛 차와 최신 고급차들이 몰려든다. 그런데 올해는 맥라렌이 선보인 컨셉트카 한 대가 유난히 빛을 발했다. MSO(Mclaren Special Operation)가 만든 수퍼카 X1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태어난 모델. 단순한 주문제작을 넘어 고객 요구에 맞추어 디자인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동차다.
페라리나 맥라렌, 롤스로이스, AMG 정도의 브랜드라면 고객들의 사소한 주문까지 꼼꼼하게 대응하는 전문 부서가 있기 마련. 카탈로그에 없는 무광 컬러나 카멜레온 도료는 기본. 시트에 가문 인장을 새긴다거나 기본 스펙보다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엔진과 구동계, 서스펜션을 개조하기도 한다. 나아가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외형을 바꾸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무척이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맥라렌 X1은 MP4-12C를 바탕으로 개발되었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차로 보인다. MSO 프로그램 디렉터 폴 맥켄지는 X1 프로젝트의 시작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맥라렌 F1과 메르세데스 벤츠 SLR 등을 가지고 있던 우리 고객 중 한 명이 MP4-12C를 주문하면서 개성적인 새차를 원했다. 이 요구에 대한 심도 깊은 협의는 MP4-12C가 발표되기도 전인 3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그 고객은 MP4-12C의 성능을 완벽하게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유니크한 보디를 씌우고 싶어했다.”
그 고객의 요구조건은 한 마디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을 고전적 우아함’이었다. 프랭크 스테펜슨이 이끄는 디자인팀은 이를 위해 우아한 클래식카들 외에도 건축물과 패션,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참고했다. 61년형 페이셀 베가, 53년형 크라이슬러 델레강스 기아, 59년형 뷰익 엘렉트라와 39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540K, 시트로엥 SM 등 전설적인 명차들 외에도 구겐하임 미술관과 예거르쿨투르 아르데코 시계, 토마스 만 몽블랑 만년필 등이 영감을 주었다.

고객의 주문은 상당히 구체적이면서도 까다로웠다.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한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맥라렌 디자인팀뿐 아니라 외부 디자이너까지 참여하는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원했다. 그 결과 RCA 출신 한국인 디자이너(Hong Yeo)의 제안이 채택되었다.
이번 디자인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의외의 부분에 있었다. 참고한 클래식카들이 모두 FR 구동계인 데 반해 X1의 기반이 될 MP4-12C는 미드십 레이아웃이기 때문. 노즈가 짧고 운전석이 앞으로 치우친 미드십 플랫폼에서 어떻게 롱노즈 보디의 클래식한 느낌을 살리느냐가 난관이었다.

실제 주문에 따라 개발된 원오프 모델
디자인에 18개월, 제작까지 약 2년 반이 걸린 X1은 MP4-12C와 루프 라인만 살짝 닮았을 뿐 어디하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디자인 변경은 모노코크 방식의 양산차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배스터브 섀시에 보디를 씌우는 수퍼카 제작방식에서는 가능하다.

FR 모델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노즈는 살짝 길어졌고, 뒷바퀴를 보디패널로 덮었다. 단순히 보디 형태만 바꾼 것이 아니라 CFD(Computational Fluid Dynamics)를 활용한 공력 설계를 통해 실주행에서 높은 안정성을 추구했다. 가상 테스트 뿐 아니라 스페인 이디아다 서킷에서 실주행 테스트까지 거쳐 완벽을 기했다. 피아노 블랙 컬러의 보디는 카본파이버 콤포지트제. 일부는 무광 블랙으로 나머지는 카본을 노출시킨 검은색 차체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맥라렌 로고, 리어 에어 브레이크와 멋진 대비를 이룬다. 뒷바퀴를 덮은 보디 패널은 힌지를 사용해 들어올릴 수 있게 디자인했으며, 도어는 MP4-12C처럼 비스듬히 열리는 걸윙 타입으로 보는 멋과 함께 승하차 편의성을 제공한다.

완전히 달라진 외모와 달리 인테리어는 거의 변화가 없다. 니켈 코팅한 스위치와 카본 트림으로 장식한 센터터널, 대시보드와 도어, 시트에 해리사 레드 나파 가죽을 사용한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그밖의 메커니즘은 MP4-12C와 다르지 않다. 미드십에 얹은 V8 3.8L 트윈 터보 엔진은 최신 스펙의 625마력 버전. 변속기는 이태리 그라지아노가 만든 듀얼 클러치 방식의 7단 자동이다. 차체 무게도 1,400kg으로 변화가 없어 0→시속 100km 가속 3초대의 순발력과 시속 330km가 넘는 초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MSO는 MP4-12C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기본 카탈로그에 없는 카본 트림과 휠 디자인, 인테리어 색상 등을 주로 제공하지만 고객 요구에 따라서는 완전히 새로운 보디를 개발할 수도 있다. 실제 고객 주문에 따라 개발된 X1이야말로 MSO가 어떤 일을 하고 얼마만큼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 또한 1930년대 수제작차의 전통이 21세기에 되살아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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