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위의 골프( GOLF )
2012-10-24  |   48,526 읽음

우주를 일통하려는 강력한 우주제국에 맞서는 제다이 기사들의 이야기 <스타워즈>. 영화 속에서 반란군은 빈약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다. 소형차 시장에서 폭스바겐 그룹의 위상은 마치 영화 속 은하제국에 다름없어 보인다. 골프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유럽 해치백 시장에서 오랜 세월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반란군이 체제전복을 시도했지만 골프라는 강력한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화 속 제국군의 최종병기 데스스타는 무려 두 번이나 파괴되는 수모를 당하지만 현실의 최종병기 골프는 여전히 강력하기만 하다. 이제 7세대로 진화한 골프가 어떤 위력을 보여줄지 라이벌 모두가 숨죽여 바라보고 있을 뿐.

38년 인기작의 새로운 진화
베스트셀러 비틀의 인기를 완벽히 이어받으며 1974년 등장한 골프는 조르제토 쥬지아로의 재기 넘치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소형 해치백이었다. 196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해치백은 골프 등장을 기점으로 유럽 소형차의 스탠더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38년 후 등장한 7세대 골프는 지난 여섯 세대의 성공을 이어받아야 하는 중책을 떠맡았다.

신형 골프는 조금 더 크고, 부드럽고, 날렵해졌다. 길이 56mm, 너비 13mm가 늘어나고 높이는 오히려 28mm 낮아져 납작하게 눌러놓은 느낌. 새로운 보디 라인 덕에 공기저항이 10% 줄어들었다. 초창기 골프가 단순한 느낌에 단단한 이미지였다면 7세대는 여유롭고 우아하며 고급스러운 인상을 풍긴다. 이런 프리미엄화는 BMW, 메르세데스 벤츠의 해치백 시장 진출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눈매는 아직 6세대 유전자가 많이 남아 있고 특히 ‘>’ 형태로 꺾인 C필러-리어 쿼터 패널은 이 차가 순수 골프 혈통임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디자이너들이 주목한 골프의 전통적인 DNA는 C필러 외에 루프 라인, 사이드 윈도, 그릴 크로스빔 그리고 휠아치 등에도 스며 있다.

인테리어 역시 6세대에 비해 많이 고급스러워졌다. 일단 차의 전체적인 프로포션 중에서 운전석공간이 뒤로 미뤄진 것부터가 고급차의 이미지를 추구한 결과다. 실내공간 확보를 위해 휠베이스도 2,637mm로 59mm 연장되었다. 운전석은 에어 벤트부터 시프트 게이트까지 두루뭉술하게 감싸던 6세대의 타원형 라인이 사라지고 계기판을 아우르는 시크한 대시보드가 새롭게 들어앉았다. 약간 경사진 센터페시아와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쿠페 느낌.

대형화된 터치스크린 모니터(5/5,8/8인치)는 화려한 인터페이스 그래픽으로 눈길을 끌고, USB 단자를 통해 다양한 IT 기기를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8인치 모니터가 포함되는 디스커버 프로 라디오-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메모리식 하드디스크인 SSD(64GB)를 내장해 10GB 공간에 음악이나 동영상을 담아둘 수 있다. 또한 WLAN 핫스팟으로서 모바일 기기의 인터넷 연결을 돕는다. 시트는 2웨이 럼버 서포트가 달린 고급형 외에 12웨이 파워시트가 옵션. 여기에 에르고액티브라는 새로운 시트도 준비했다. 전동 4웨이 럼버 서포트와 히터 외에 마사지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덜어준다. 트렁크공간은 30L 늘어난 380L.

100kg 경량화와 첨단 장비들
이번 골프의 키워드는 단연 경량화다. 탄소절감을 위한 노력은 어느 클래스에서나 현재진행형이지만 기본적으로 연비가 뛰어난 소형차 클래스는 상대적으로 탄소나 연비절감 효과를 얻기 힘들다. 대형차는 배기량을 줄인 터보 엔진을 얹거나 스타트/스톱 장비를 얹는 것만으로 큰 변화가 있지만 소형차는 단가상승이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신형 장비를 얹어도 효과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 더구나 해가 갈수록 대형화, 고급화되는 추세라 커지는 덩치를 추스르기가 힘들다.

폭스바겐은 대형화되는 차체에도 불구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경량화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섀시와 엔진, 구동계, 전장비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경량화를 노력한 결과 구형에 비해 100kg 가까이 무게를 덜어내 두 세대 전 5세대와 비슷한 몸무게가 되었다. 엔진에서 22kg, 러닝 기어 26kg, 보디 23kg 그리고 전자장비에서도 3kg를 줄였다. 대시보드의 경우 고작 400g 경량화되었을 뿐이지만 디자인과 감성품질,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강성까지 높이면서 이루어낸 결과이니만큼 실제로는 많은 기술과 노력이 투입되었다. 가장 많은 수치를 줄인 섀시의 경우 초고장력 강판 사용 비중을 늘리면서 강판 두께를 줄이고, 사용 재질의 최적화와 구조 최적화를 통해 23kg 감량을 달성했다.

다양한 엔진은 골프의 특권이자 자랑거리. 7세대 역시 가솔린부터 디젤에 이르는 폭넓은 선택권이 주어진다. 가장 기본이 되는 1.2L 터보 TSI 84마력은 L당 24km 이상을 달리면서 km당 CO₂는 113g밖에 배출하지 않는다. 주목을 끄는 1.4 TSI는 가변식 실린더 기술을 사용해 연비를 높인다. 평소에는 4기통 모두 작동하지만 부하가 적어지면 2기통의 연료공급을 끊어 2기통만으로 달리기 때문이다. 연비는 24.9km/L에 이르고 CO₂ 배출량도 112g/km밖에 되지 않는다.

디젤 라인업의 막내 1.6 TDI는 최고출력 103마력으로 연비가 31.4km/L에 달한다. km당 CO₂ 배출량은 99g. 블루모션 버전에서는 85g으로 떨어진다. 국내에서 많이 팔릴 것으로 기대되는 2.0 TDI는 148마력의 최고출력에 29km/L. 이들 외에도 1.2 TSI 고출력형과 가변 실린더 장비를 뺀 1.4 TSI 그리고 고출력 디젤 버전이 차차 추가되며, GTI와 GTD, 골프R같은 핫해치들도 개발 중이다.

고급화는 디자인과 인테리어 감성품질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편의장비와 전자장비도 해당된다. 장비 리스트를 보아서는 소형차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 신형 골프는 레이더를 활용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사고예방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비된다. 프로크래시(ProCrash)는 벤츠의 프리세이프처럼 사고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동으로 벨트를 당겨 운전자를 고정하고 옆창을 닫아 사이드 에어백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차선 감지장치 외에 차의 속도와 대향차 유무, 스티어링에 따라 자동으로 빛의 방향을 조절하는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도 마련되었다. 또한 6세대 고성능 라인(GTI, GTD)에 장비되었던 전자식 디퍼렌셜록 XDS도 기본으로 달린다. 상황에 따라 좌우 브레이크를 따로 작동시키는 XDS는 코너링 때 안쪽 브레이크를 잡아 FF 차 특유의 언더스티어를 감소시켜 준다.

소형차 절대지존의 새로운 진화
당분간 골프의 아성을 위협할 라이벌은 없어보인다. 전통의 이태리(피아트)와 프랑스(르노, PSA) 라이벌들이 모두 허우적거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은 아직 직접적인 맞대결 상태로는 보기 어렵다. 잠재적 위험요소인 중국산 저가차 역시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 따라서 지금의 골프는 오로지 자기 자신을 라이벌 삼아 진화해야 한다. 치열하게 싸울 경쟁상대가 없다는 점이 현재 골프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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