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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2  |   12,364 읽음

1893년 알프레드 디젤에 의해 개발된 압축착화기관, 일명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과 함께 자동차의 주동력원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예전에는 선박이나 특장차, 트럭 등 대형이 주를 이루었지만 연비와 효율, 탄소저감이 중요해진 오늘날에는 소형차부터 대형, 고급차에 이르기까지 디젤 엔진을 얹지 않은 차가 없을 정도. 그리고 최근에는 마지막 남아 있던 가솔린 엔진의 성역 스포츠/레이싱 분야로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가솔린 엔진의 마지막 성역을 넘보다 
디젤 엔진은 높은 압축비로 공기를 뜨겁게 달군 후 여기에 연료를 분사해 자연스럽게 연소되는 압축착화기관이다. 따라서 스파크 플러그가 없는 대신 20:1에 가까운 높은 압축비가 전제되어야 한다. 압축비가 높다는 것은 스트로크가 길다는 뜻이고 결국 고회전이 힘들고 진동이 크다는 뜻. 대신 가솔린 엔진으로는 얻을 수 없는 높은 열효율과 함께 초대형 엔진도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선박용 엔진의 경우 연소실 안에 몇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도 있다. 

80년대만 해도 유럽에서 디젤 승용차는 폭스바겐 골프나 푸조 205 등 경제적인 소형차에 주로 얹혔다. 하지만 직분사 시스템과 정교한 전자제어 시스템의 결합을 통해 빠르게 고급차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지금은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초호화차나 페라리 등 일부 스포츠카 메이커만이 아직 디젤에 손대지 않았을 뿐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아우디 A8, 재규어 XJ,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같은 고급차는 물론이고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까지도 다양한 디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고성능차와 레이싱카 분야에서 디젤 엔진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BMW는 M 버전 디젤을 3대나 공개해 화제를 모았고, 아우디는 르망 LMP1 클래스에 디젤 머신을 투입, 승승장구하고 있다. 강력한 토크와 높은 연비로 무장한 이들은 비록 가슴 뛰는 사운드는 없을지언정 스포츠 영역에 진출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격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BMW M550d/X5 M50d/X6 M50d
BMW는 지금까지도 성능 좋은 디젤 엔진을 다수 선보여왔지만 M 버전은 조금 다른 문제다. BMW 퍼포먼스의 상징 M은 M3와 M5 등 전통적으로 가솔린 멀티실린더 엔진을 주로 사용해왔기 때문. 그런데 1998년 뉘르부르크링 24시간 경주에서 2.0 디젤을 얹은 3시리즈가 처음 종합우승을 차지하면서 디젤 엔진은 내구레이스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아울러 BMW M의 디젤 버전에 대한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았다.

BMW는 올해 디젤 엔진을 얹은 M 퍼포먼스 버전 4가지를 한꺼번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M550d X드라이브 세단과 투어링 그리고 X5 M50d와 X6 M50d가 그 주인공. 모두 같은 엔진을 얹은 중형 고성능 모델이다. 
최신 직분사 디젤 터보 엔진은 L당 1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뽑아낸다. 그런데 BMW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더욱 강력한 심장을 원했고, 그래서 트리플 터보차저를 선보였다. 배기량 3.0L의 6기통 엔진은 트윈 터보 버전에서 300마력의 최고출력(535d)을 낸다. 하지만 이 트리플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81마력으로 L당 출력이 무려 127.3마력.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75.5kg·m를 뿜어낸다.

터빈을 세 개씩이나 사용한 이유는 반응성과 과급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저회전에서는 3기통씩 담당하는 소형 터빈이 작동하고, 배기압이 높아지면 사이즈가 큰 터빈이 작동해 출력을 끌어올리는 구조로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
M550d X드라이브 세단의 경우 0→시속 100km 가속이 불과 4.7초. V8 4.4L의 550i X드라이브에 비해 오히려 0.1초 빠른 순발력이다. 반면 15.6km/L의 연비는 4기통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523i보다도 높은 수치. CO₂ 배출량도 165g/km밖에 안 된다. 

AUDI SQ5 TDI
아우디 R18 울트라와 R18 e트론이 내부경쟁을 벌였던 올해 르망 24시간. 아우디는 사르트 서킷 현장에서 신형차 한 대를 공개했다. 아우디 고성능 S라인 첫 SUV이자 첫 디젤 모델인 SQ5 TDI였다.

A6나 A7에 얹는 최신 V6 TDI는 싱글 터빈을 사용하지만 SQ5에는 트윈 터보 과급방식이 사용된다. 그런데 3기통씩 트윈 터보가 아니라 소형과 대형 두 가지를 순차적으로 작동시키는 시퀀셜 방식. 배기압이 낮은 저회전에서는 소형 터빈을 먼저 돌려 반응성을 높이고, 고회전에서는 대형 터빈 쪽으로 배기가스 흐름을 바꾸어 높은 과급압을 얻는다. 최고출력 308마력에 최대토크 66.2kg·m. 강력한 신형 유닛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5.2초 만에 시속 100km 가속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19.1km/L의 뛰어난 연비까지 손에 넣었다.

VW GOLF GTD
1976년 폭스바겐이 골프 GTI를 발표하면서 핫해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고속도로에서 BMW, 벤츠와 대등하게 달리는 소형 해치백은 신선한 충격과도 같았다. 이제는 200마력이 넘는 핫해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 폭스바겐은 핫해치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게 되는데, 바로 고성능 디젤 버전 GTD의 등장이었다.

폭스바겐은 5세대 골프에 2.0 TDI 170마력 디젤 버전을 선보여 고성능과 연비라는 두 가지 요소를 양립시켰다. 그리고 6세대에서는 달리기 성능을 조금 더 다듬어 GTD로 이름을 바꾸었다. GT와 GTI 그리고 골프R에 이은, 또 하나의 고성능 골프의 탄생이었다. 전용 에어로파츠와 GTD 로고 외에 XDS라는 새로운 무기를 추가했는데, 코너링 때 좌우바퀴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언더스티어를 줄이는 장비다. 고출력 엔진 앞바퀴굴림의 핫해치들이 너나할 것 없이 겪어야 하는 언더스티어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아울러 170마력의 최고출력과 35.7kg·m의 토크를 내는 직분사 엔진은 0→시속 100km 가속 8.1초의 순발력은 물론 17.8km/L의 연비로 뛰어난 경제성까지 제공한다.

CARLSSON CLS
10년 전만 해도 고성능차는 가솔린 엔진, 디젤 엔진은 경제형이라는 등식이 성립했다. 하지만 디젤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신형 유닛이 등장했고 튜닝 메이커들 역시 여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사이 튜너들의 엔진 개량 목록에 디젤 파워업 프로그램이 차곡차곡 늘어났다. 메르세데스 벤츠 전문튜너 칼슨이라고 이런 흐름을 피해갈 수 없다. 

그들의 최신작 CLS를 보면 최고급 가죽으로 덮은 호화로운 인테리어나 전용 에어로파츠 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600마력의 V8 트윈 터보 엔진 외에 ‘C트로닉’이라는 이름의 고성능 디젤 튜닝 엔진을 발견할 수 있다. CLS350 CDI를 바탕으로 하는 이 엔진 프로그램은 기본형의 265마력을 320마력으로 높이고 66.3kg·m의 최대토크는 79.6kg·m까지 끌어올렸다. 덕분에 0→시속 100km 가속성능은 6.2초에서 5.9초로 줄어들었다. 강력해진 심장에 맞추어 지상고를 30mm 낮추고 20인치 휠을 장비했다.

AUDI R18 e-tron quattro
올해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초반부터 맥이 빠졌다. 양대 워크스인 토요타가 테스트 부족으로 초반에 몰락하고 아우디끼리 내부경쟁을 벌였기 때문. 하지만 아우디가 투입한 두 가지 머신끼리의 사투가 경기 막바지까지 이어져 관람객들을 흥분시켰다. 디젤 엔진을 얹은 R18 울트라와 디젤 하이브리드 R18 e트론 콰트로가 그 주인공이었다.
R15의 뒤를 이어 지난해 등장한 R18은 강력한 스피드의 푸조 908에 대항하기 위한 아우디의 신무기였다.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손보는 한편 V10 직분사 디젤 엔진은 신형 V6 3.7L로 대체되었다. 특이한 것은 터보차저의 레이아웃인데, 소형 터빈 두 개를 달았던 R15와 달리 대형 싱글 터빈 하나를 엔진 블록 가운데 뱅크부분에 배치했다.

2012년 규정에 맞춘 R18 울트라는 지난해보다 무게를 더욱 줄이기 위해 카본 모노코크를 새로 설계하고 기어박스까지 카본으로 제작했다. 아울러 디젤 하이브리드 버전인 R18 e트론 콰트로도 함께 투입해 화제를 모았다. 제동 때 모아진 에너지를 전기로 바꾼 후 윌리엄즈 플라이휠 시스템에 담아두었다가 앞바퀴에 연결된 전기모터를 사용, 일시적으로 가속력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하이브리드 버전은 한번에 500KJ까지만 에너지를 모아둘 수 있고, 동력 모터는 시속 120km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네바퀴굴림이 되므로 비가 와 노면이 미끄러울 경우 안정성이 크게 높아지고 가속력과 에너지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R18 e트론 콰트로는 첫 출장인 올해 르망 24시간에서 우승함으로써 그 뛰어난 전투력을 증명해 보였다.
MAZDA LMP2 SKYACTIV-D
르망 LMP1 클래스는 수년간 아우디와 푸조의 디젤 머신끼리 우승컵을 다투어왔다. 그러다보니 연료탱크 용량 등 규정변경에도 불구하고 기존 가솔린 엔진 머신들은 시상대를 바라보기 힘들게 되었다. 반면 워크스 활동이 적은 LMP2 클래스에서는 디젤 머신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마쓰다가 르망과 내구레이스 시리즈에 디젤 엔진을 투입하기로 했다.
마쓰다의 최신 디젤을 상징하는 이름 스카이액티브D는 다른 메이커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바로 14:1의 낮은 압축비다. 일반적인 디젤 엔진이 16:1 이상의 고압축비를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마쓰다는 플로리다의 스피드소스 엔지니어링과 손잡고 스카이액티브D 엔진을 레이싱 버전으로 튜닝해 댐시 레이싱에 공급할 예정. 마쓰다 엔진이 LMP2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다면 르망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빠르게 디젤화될 가능성이 크다.

VW RACE TOUAREG
끝없는 사막과 험로를 달리는 죽음의 경주 다카르 랠리. 폭스바겐은 2003년 디젤 엔진을 미드십에 얹은 뒷바퀴 굴림 타렉 버기를 선보였다. 이듬해부터는 이름을 레이스 투아렉으로 바꾸고 디자인 역시 투아렉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름은 투아렉이지만 다카르 랠리 T2 규정을 기반으로 카본 보디 미드십에 4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완전한 랠리 전용 모델이다. 2004년 6위, 2005년 3위로 서서히 경쟁력을 높이던 레이스 투아렉은 2009년 드빌리에와 마크 밀러가 1-2 피니시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올렸고 이후 2011년까지 3연승을 거두었다. 폭스바겐 워크스가 빠진 올해는 올4 레이싱 미니가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 역시 디젤 모델이었다. 다카르 랠리에 디젤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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