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기획

구름 위의 질주, 푸조 208 T16 파이크스 피크 2013-05-15
구름 위의 질주. 매년 7월 미국에서는 독립기념일을 전후해 독특한 자동차 경주가 열린다. 콜로라도 주 파이크스 봉우리를 오르는 전통의 힐클라임 경주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이다. 올해는 프랑스에서 강력한 도전자가 참가를 예고해 벌써부터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980년대 말, 발터 뢸과 아리 바타넨이라는 명 드라이버를 투입,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푸조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7회 WRC 챔피언에 빛나는 세바스티앙 로브가 208 T16 파이크스 피크를 몰고 세 번째 우승을 노린다. 푸조와 로브의 새로운 도전1916년 시작된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은 로키산맥의 동쪽 끝자락, 파이크스 봉우리를 오르는 약 20km 구간에서 열린다. 표고 2,862m에서 4,301m 지점까지 이어지는 약 20km의 오르막 코스에는 156개나 되는 코너가 존재한다. 예전에는 거의 대부분 비포장이었지만 최근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다.지방에서 열리는 소규모 경기에 갑자기 유럽산 랠리카들이 몰려드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은 1980년대의 일. WRC 그룹B 규정에서 태어난 몬스터 랠리카들이 규정 폐지를 계기로 파이크스 봉우리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우디 콰트로가 82~87년, 푸조 405 터보가 88~89년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일명 ‘몬스터’로 불리는 일본인 타지마 노부히로가 가장 눈에 띄는 존재였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스즈키 에스쿠도를 타고 6연패했을 뿐 아니라 2011년에는 마의 10분벽을 깨고 9분51초278의 신기록을 수립했다.파이크 스피크 힐클라임은 일반 랠리나 서킷 레이스와는 다른 독특한 환경에서 열린다. 해발 2,000~4,000m로 대기의 밀도가 낮아 출력확보가 어렵고 저속 타이트턴이 많은 데다 계속 오르막을 가속하며 달리기 때문에 앞바퀴 그립 부족에 시달려야 한다. 그래서 무제한 클래스 머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쓰레받기를 연상시키는 대형 프론트 스플리터와 초대형 리어 윙을 갖추고 있다. 푸조가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을 위해 제작한 208 T16 역시 이런 특징을 따른다.80년대 말 사용된 405 T16은 다카르 랠리용을 개조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소형차 208 플랫폼을 사용했다. 모양은 비슷해 보여도 사실 양산차와는 완전히 다른 전용 머신. 양산 모노코크의 캐빈룸 일부를 잘라내 정교한 롤케이지로 감싸 뼈대를 만들었고, 확연히 넓어진 보디는 모두 카본 복합소재로 제작했다. 앞쪽의 흡기구를 통해 들어온 공기는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식힌 후 보닛을 통해 위쪽으로 배출되는데, 경주차에서 자주 활용되는 구조. 또한 저속 다운포스 확보를 위해 초대형 에어 스플리터와 디퓨저 구조를 장비했다. 차체 지붕보다도 한참 높게 배치된 리어 윙은 르망 우승차인 908에서 가져온 것. 지붕에 추가된 대형 흡기구는 이 차가 미드십임을 보여준다. 엔진 제원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V6에 트윈 터보를 얹어 800마력을 낸다는 소문. 무제한 클래스라면 이 정도 출력은 기본이다. T16은 원래 터보 16밸브를 뜻하는 명칭이지만 이 차의 경우 405 T16과 205 T16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뿐이다.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이 유명세를 타면서 미국, 캐나다 외에 프랑스, 영국, 헝가리, 브라질, 스웨덴 등 전세계에서 다양한 참가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참가자는 전기차 클래스의 타지마 노부히로와 무제한 클래스의 리스 밀렌. 스즈키를 몰았던 몬스터 타지마는 미쓰비시와 손잡고 E러너라는 전기차를 제작했다. 현대 제네시스 쿠페를 몰았던 리스 밀렌은 뉴질랜드의 유명 레이서 가문 출신. 올해는 현대 V6 엔진을 얹은 미드십 4WD의 오리지널 머신 PM580T로 참가한다. 이 두 명의 우승 기록을 합하면 무려 17회(클래스 우승 포함)에 이른다. 물론 드라이버의 이름값만 보면 세바스티앙 로브가 압도적. 모터스포츠 역사를 통틀어도 WRC 7회 챔피언에 필적하는 기록은 결코 많지 않다. 로브는 버라이어티한 랠리 무대에도 거의 약점이 없었고 서킷 레이스까지 다양하게 경험했다. 올해 선별출장 후 WRC에서 완전히 은퇴할 예정이지만 개막전 몬테카를로에서 우승했을 만큼 기량도 변함없다. 하지만 파이크스피크는 무척이나 유니크한 경기이며 이곳에서 오랜 세월 갈고 닦은 노하우와 기량을 무시할 수 없다. 로브가 천재적인 드라이빙 테크닉으로 첫 도전의 핸디캡마저 단번에 극복할 수도, 반대로 챔피언의 체면을 구기며 좌절을 맛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올해의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레이스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BMW CONCEPT X4 - 더욱 작아진 스포츠 액티.. 2013-05-15
1999년 BMW는 SAV(Sport Activity Vehicle)라는 신조어와 함께 고성능 SUV X5를 선보였다. 유럽풍 디자인과 BMW의 달리기 성능을 결합한 신개념의 프리미엄 SUV였지만 스타일이나 패키징 자체는 기존 SUV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2006년 등장한 X6는 무언가 달랐다. 4도어 SUV에 쿠페의 루프를 얹어놓은 듯한 기괴한 이 크로스오버를 BMW는 SAC(Sport Activity Coupe)라 불렀다. BMW의 실험적 모험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X1과 5시리즈 GT 등으로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에 또 하나의 모델을 추가했다. X3를 바탕으로 개발한 SAC의 최신작 X4가 그 주인공. BMW는 오토상하이에서 발표된 컨셉트 X4를 통해 이 차의 디자인을 공개했다. X3 플랫폼에 X6의 디자인을 더하다BMW는 SUV 시장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산 프리미엄 SUV의 인기 바람을 주도했다. X5 등장 이후 X시리즈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확장을 시도하는 한편 꾸준한 판매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X4는 그 기세를 이어가기 위한 BMW의 야심작. 적당한 크기에 쿠페 느낌의 날렵한 루프 라인과 해치백의 유틸리티성, SUV의 와일드함을 두루 갖춘 신모델이다.X 라인업에도 BMW 네이밍의 규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일반 승용 라인업의 경우 세단이 홀수, 쿠페가 짝수로 분류되듯이 X 시리즈 역시 전통적인 2박스 왜건형 보디는 홀수, 쿠페형 보디는 짝수를 붙이고 있다. X4 역시 X6와 마찬가지로 4개의 도어와 해치백을 지녔고, 루프 뒤쪽으로 부드럽게 내려 쿠페 느낌을 살리고 있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높은 지상고만 제외한다면 옆모습은 3시리즈 GT와 상당히 흡사해 보인다. 순수 쿠페보다는 루프를 뒤쪽까지 부풀렸기 때문에 뒷좌석 헤드룸은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차체 사이즈는 길이 4,648mm, 너비 1,915mm에 높이 1,622m로 3시리즈 GT에 비해 176mm 짧고 87mm 넓으며 114mm 높다. 휠베이스는 X3와 같은 2,810mm.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3시리즈 GT와 비슷해 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세부적으로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그릴과 연결해 앞트임한 것처럼 보이는 헤드램프. 윗부분을 일직선으로 깎고 아래쪽에 굴곡을 넣어 미묘하게 차이를 주었다. 컨셉트카는 풀 LED 램프에 전통적인 트윈 서클 대신 육각형의 주간주행등을 달았다. 범퍼 양쪽의 대형 오각형 흡기구는 X6의 DNA를 물려받은 부분. 범퍼 아래에 프로텍터까지 갖추어 쿠페의 다이내믹함과 SUV의 터프함을 동시에 추구한다. 흡기구의 독특한 크롬바 디자인은 키드니 그릴과의 통일성을 살렸다. 노즈에서 루프 라인으로 이어지는 실루엣 역시 3시리즈 GT와 닮았으며 D필러에는 BMW의 전통적인 호프마이스터 킨크를 살렸다. 차체가 짧고 높은 지상고에 21인치의 대형 휠/타이어를 갖추었으며 SUV라는 성격에 맞추어 그릴 위치도 약간 높기 때문에 보닛은 보다 평평해졌다. 반면에 짧아진 리어 오버행 덕분에 전통적인 스포츠카 프로포션인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에 보다 가깝다. 사이드 캐릭터 라인에서는 3시리즈 GT와의 차이가 보다 두드러진다. 메인 캐릭터 라인과 별도로 리어 휠하우스를 둘러싸는 또 하나의 라인이 추가되었기 때문. 뒷부분은 6시리즈처럼 리어 윙을 엉덩이에 통합해 디자인했고, L자형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맹수의 눈처럼 날카로운 인상을 뽐낸다. 중간에 삽입하듯 머플러팁을 배치한 리어 범퍼는 앞쪽과 통일성을 살린 모습. 물론 언더 프로텍터 역시 갖추었다.컨셉트 X4는 디자인에 관련된 내용만이 공개되었다. 하지만 X5와 X6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때 양산형 X4가 X3 파워트레인을 거의 그대로 사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X3에는 현재 4기통 2.0L 터보 184마력(20i)과 245마력(28i), 직렬 6기통 3.0L 터보 302마력(35i) 등의 가솔린과 6기통 2.0L 184마력(20d), 3.0L 258마력(30d)과 313마력(35d) 디젤 등 6가지의 가솔린/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에 x드라이브 4WD가 있다. X4는 X시리즈 중에서 가장 스포티한 성격을 가지게 되리라 기대된다. 경쟁모델은 랜드로버의 새로운 인기작 이보크와 포르쉐의 비밀병기 마칸. 특히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게 될 마칸과 성능 경쟁을 벌이게 되므로 자연스레 M 버전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X4는 X6, X5와 X3 등이 만들어지고 있는 미국 스파탄버그 공장에서 내년부터 생산된다.    
일본 스포츠카의 자존심 - 닛산 GT-R 2013-04-22
한 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영예다. 독일에 포르쉐 911, 미국에 쉐보레 콜벳이 있다면, 일본에는 닛산 GT-R이 있다. 최초의 스카이라인이 선보인 때는 1957년. 스카이라인은 일찌감치 레이스 트랙으로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1964년 제2회 일본 그랑프리에서 스카이라인 GT는 포르쉐의 경주차 904 GTS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펼쳐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후 스카이라인은 ‘농익은 기술로 완성된 차’라는 이미지로 진화를 거듭했다. 스카이라인의 고성능 버전인 GT-R이 처음 선보인 건 1969년으로, 데뷔 첫해 일본의 JAF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거머쥔 것을 시작으로 일본 국내 레이스에서 50승을 거두며 전설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3세대 GT-R은 일본 투어링카 선수권에서 29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4세대는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출전해 국경 너머까지 이름을 알렸다. 스카이라인 GT-R은 어느덧 ‘드림카’를 넘어 일본 스포츠카의 자존심으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화려하게 부활한 GT-R거품경제 붕괴와 불경기로 11세대로 진화하면서 명맥이 끊겼던 GT-R을 되살린 주인공은 카를로스 곤이다. “GT-R을 반드시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한 후 2005년 도쿄모터쇼에서 GT-R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엔 데 이어 2년 뒤 같은 장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신형 GT-R은 R35로 거듭나면서 한 핏줄이었던 스카이라인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었다. 이름도 그냥 GT-R이다. 신형 GT-R은 전용 뼈대인 ‘프리미엄 미드십 플랫폼’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무게배분을 위해 엔진은 앞쪽, 변속기는 뒷바퀴 액슬 쪽에 달았다. 카본파이버 재질의 앞뒤 디퓨저를 다는 등 차체 위아래의 공기흐름을 개선해 공기저항계수(Cd) 0.26을 달성했다.심장은 V6 3.8L 트윈 터보. GT-R 매니아 사이에서는 ‘VR38DETT’란 코드네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출력은 데뷔 당시 480마력이었지만 이후 꾸준히 높여가는 중이다. 현재 국내 판매 모델은 545마력(6,400rpm), 64.0kg·m(3,200~5,800rpm)를 뿜는다. 닛산 요코하마 엔진 공장에서 엔지니어 한 명이 한 기씩 처음부터 끝까지 손맛을 살려 만든다.변속기는 닛산 최초의 6단 듀얼 클러치(GR6). 다운시프트 때 엔진회전수를 맞추는 기능은 물론 세 가지 오토 모드를 마련했다. 패들시프트로도 변속할 수 있다. 언덕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떼면 2초간 제동상태를 유지하는 기능도 담았다. 변속기 역시 엔진과 마찬가지로 엔지니어가 일일이 손으로 작업한다. GT-R은 아테사(Attesa) E-TS로 네바퀴를 굴린다. 평소 구동력을 100% 뒤쪽에 전하다 노면상태와 접지력, 회전차이에 따라 앞쪽으로 50%까지 옮긴다. 브레이크는 브렘보제. 앞 6피스톤, 뒤 4피스톤 캘리퍼에 지름 380mm의 V디스크를 물렸다. 서스펜션은 빌스타인제 감쇠력 조절 장치를 달아 스위치를 통해 R(고성능), N(노말 세팅), C(컴포트)를 오갈 수 있다. GT-R의 실내는 ‘복잡한 게 첨단’이라는 일본 특유의 만화적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계기판 중앙에는 타코미터, 그 왼쪽엔 시속 340km까지 그려 넣은 속도계가 자리한다. 센터페시아에 박힌 모니터는 스로틀이 열린 정도, 횡G, 변속기 오일압력, 엔진오일과 냉각수 온도를 디지털 그래픽으로 띄운다. 닛산 GT-R의 ‘제로백’은 2.7초. 경험해보기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살벌한 가속이다. 코너링 때 네바퀴는 아스팔트에 접착된 느낌이다. 무게중심이 코너 바깥쪽 뒷바퀴에 실리면 점진적인 오버스티어가 나는데, 대처방법은 간단하다. 가속 페달을 더 밟아주면 된다. 그러면 앞바퀴가 차체를 끌어 슬쩍 라인을 다잡는다. 언더스티어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스로틀을 열면 뒷바퀴에 힘이 실려 코너 안쪽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처음에는 특유의 존재감과 피 쏠리는 가속 때문에 잔뜩 위축되기 쉽다. 하지만 금세 익숙해진다. 차가 알아서 다 해주는 까닭에 운전이 쉽기 때문이다. 닛산의 주장처럼, GT-R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몰 수 있는 수퍼카다. 자동차 매니아를 위한 최고의 하이테크 장난감이기도 하다. 닛산 GT-R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쿠페, 2명●길이×너비×높이 4670×1895×1370mm 휠베이스 2780mm●트레드 앞/뒤 1590/1600mm●무게 1735kg●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파워)●브레이크 V디스크●타이어 앞 255/40 R20 뒤 285/35 R20엔진형식 V6 가솔린 트윈 터보●밸브구성 DOHC 24밸브●배기량 3799cc●최고출력 545마력/6400rpm최대토크 64.0kg·m/3200~58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네바퀴굴림●변속기 형식 6단 자동(듀얼 클러치)연비 7.7km/L(시내 6.9, 고속 9.1)●에너지소비효율 5등급●CO₂ 배출량 232g/km●값 1억6,530만~1억7,800만원
스파이커 B6 베나터 - 네덜란드에서 온 포르쉐 헌터 2013-04-02
이상과 현실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때로는 자신의 뜻을 굽혀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엔초 페라리는 레이싱 활동 자금을 얻으려 도로용 스포츠카를 만들기 시작했고, 포르쉐는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SUV 카이엔을 개발한 덕분에 918과 같은 실험적인 작품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수제작 스포츠카 브랜드 스파이커도 지금 그런 모델이 필요한 시기.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B6 베나터는 스파이커 회생을 위한 회심의 작품이다. 스파이커 회생은 내가 책임진다세계 최초의 네바퀴굴림 차를 만들었던 19세기 네덜란드의 스파이커는 지난 1997년 수제작 수퍼카 브랜드로 부활했다. 네덜란드 태생과 네바퀴굴림 외에는 연관성이 전혀 없었지만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오래된 브랜드 네임을 되살리는 것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무척이나 흔한 일. 알루미늄 섀시와 고풍스러운 디자인, 강력한 V8 트윈 터보 엔진의 C8과 C12로 명성을 쌓아왔다. 1년 제작대수가 100대를 넘어본 적이 없던 스파이커는 2006년 GM으로부터 사브를 인수하며 대형 자동차 브랜드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사브에 집중하기 위해 이름을 SWAN(Spyker Cars N.V & Swedish Automobile)으로 바꾸고 자신의 뿌리와도 같은 수퍼카 부문을 미국 노스스트리트 캐피탈에 매각했지만 아쉽게도 사브는 2011년 말 도산하고 말았다.새로운 주인 노스스트리트 캐피탈 밑에서 심기일전, 다시 달리기 시작한 스파이커는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카드가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베이식 모델의 개발. 다만 베이식 모델이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뜻이지 결코 아무나 사서 탈 수 있는 염가형은 아니다. 이 차의 정식 명칭은 B6 베나터 컨셉트. 우선 기존의 C, D, E에 이은 B라는 명칭은 이 차의 등급을 가늠케 한다. 6은 엔진 기통수를 뜻하며 베나터(Venator)는 라틴어로 사냥꾼이라는 의미다. 20세기 초 등장한, 제공 전투기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헌터 파이터를 뜻한다.B6 베나터의 디자인은 기존 스파이커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거대한 타원형 그릴과 C8 에일런론을 닮은 삼각형 헤드램프가 우선 눈에 띈다. 부드럽고 완만한 보디 라인은 공통되지만 파도치듯 리어 범퍼를 넘어가는 라인은 B6만의 특징적인 요소. 도어는 보기에 멋지지만 실용적이지 않은 걸윙 대신 일반적인 도어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름에서 연상되듯 이 차에는 항공기 디자인 요소를 많이 채용했다. 우선 캐빈룸을 덮은 그린하우스는 파노라마 루프를 덮어 마치 전투기 캐노피를 연상시킨다. C필러에서 루프 라인을 따라 알루미늄 소재를 띠처럼 둘렀고, A필러는 검게 처리해 이런 느낌을 더한다.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은 보기에도 멋있지만 사실 공기역학적 특성을 철저하게 고려한 디자인. 트윈 서클 형태의 리어 램프는 노란색 링 속에 빨간 램프를 방사형으로 배치했는데, 마치 애프터 버너를 켠 제트엔진 노즐처럼 불타오른다. 고전적 느낌의 멀티스포크 19인치 휠은 이름마저도 ‘터보팬’이다. 스파이커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화려한 인테리어는 베이식 모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네덜란드 리히텐부르데에 위치한 왕립 가죽공방의 리타노 가죽은 아름답고도 풍부한 색상을 자랑한다. 아울러 최고급 클래식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러싱 처리된 알루미늄(turned aluminium)을 썼다. 나란히 늘어선 스위치와 빨간 커버를 씌운 시동 스위치, 공중에 떠 있는 듯이 달린 시프트레버도 모두 항공기 콕피트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B6 베나터는 알루미늄 섀시 미드십에 V6 375마력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를 세로로 얹고 뒷바퀴를 굴린다. 지금까지 아우디 엔진을 사용했으므로 S4에 사용되는 V6 3.0L 직분사 수퍼차저가 유력해 보이지만 아직은 공식 정보가 없다. 알루미늄 섀시 외에 보디 패널을 카본으로 제작해 전체 무게를 1.4톤 아래로 낮출 예정. 차체 크기는 길이 4,347mm, 너비 1,882mm에 휠베이스 2,500mm다. 평범한 성능 vs 개성적인 디자인과 희소성헌터 파이터는 항공기의 여명기인 20세기 초, 적의 정찰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생겨난 존재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빠르게 발전해 지금의 제공전투기가 되었다. 자동차와 항공기를 함께 만들었던 옛 스파이커의 역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이름인데, 과연 누구를 격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는 이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차의 예상가격은 12만5,000~15만달러(약 1억3,700만~1억6,500만원)로 포르쉐 911 터보와 비슷하며 페라리 458 이탈리아를 밑돈다. 375마력의 평범한 출력이긴 해도 철저한 수제작 미드십 스포츠카이고, 기존 스파이커 모델들의 가격대를 고려한다면 파격적인 설정임에 틀림없다. 스파이커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경쟁자로 포르쉐 911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다만 911 카레라와 비슷한 성능에 911 터보와 맞먹는 가격을 납득할 고객들이 얼마나 있을지가 관건. 그들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아이덴티티, 수제작차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스파이커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 튜닝 시장의 새바람 - 도쿄오토살롱 2013-04-17
일본 최대의 자동차 튜닝 관련 전시회인 도쿄오토살롱의 광고에 나오는 말은 매년 똑같다. ‘사상 최대의 참가업체 수, 역대 최대 규모’ 등 늘 이번 행사가 최고라는 말이다. 이제 그런 문구가 식상할 법도 한데 ‘최대, 최고’란 말은 올해 행사에도 어김없이 사용되었다. 행사 규모가 매년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것은 전시차량 대수나 총관객수 등 객관적인 지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800대 이상의 차들이 전시되었고 행사 기간인 지난 1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 동안 28만2,659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모두 역대 최대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튜닝할 베이스 모델의 부재한때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일본의 튜닝카 시장은 이젠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어 있다. 특히 계속되는 경기침체는 안 그래도 바닥을 치고 있는 튜닝업계에 더욱 찬바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도쿄오토살롱은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아마도 완성차 메이커들이 주축이 된 일반적인 모터쇼와 달리 도쿄오토살롱이 지닌 다양성 때문일 것이다.무슨 말인고 하니, 몇몇 완성차 메이커들이 분위기를 이끄는 보통의 모터쇼와 달리 오토살롱은 일반인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수많은 자동차 관련 개조업체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참가하는 만큼 관람객 입장에선 볼거리가 많다. 엔진출력과 스피드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하드코어적인 튜닝카는 물론이고 일본 경차를 즐겨 개조하는 경차튜닝 전문업체, 상용밴을 캠핑카 등 용도별로 다양하게 개조하는 상용밴 개조업체, 심지어 완성차 메이커들의 순정용품까지 전시된다. 일본 내수 튜닝카 시장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도쿄오토살롱에서 나온 다양한 튜닝 스타일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의 튜닝 트렌드가 될 만큼 행사 자체의 위상은 결코 낮지 않다. 그러나 ‘튜닝카’ 하면 떠오르는 건 으레 스포츠카의 성능을 극대화한 하드코어 튜닝카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의 스포츠카 베이스의 튜닝카들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튜닝하기에 적당한 가격대의 스포츠카들이 거의 사라지고 설상가상으로 친환경차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과거 튜닝카의 단골 소재였던 토요타 코롤라 레빈이나 닛산 실비아 같은 차가 지금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타격을 받은 것은 바로 튜닝업체들이다.튜닝업체는 어쩔 수 없이 완성차업체들의 상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튜닝카 시장은 심플하면서도 가격이 적당한 튜닝 베이스 모델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아직 튜닝업체 중에는 요즘 유행하는 하이브리드는 물론이고 전기차나 연료전지차 같은 하이테크 차를 튜닝할 정도로 기술력이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수많은 군소 튜닝업체들이 원하는 차는 이젠 정말 보기 힘들어진 적당한 가격의 심플한 스포츠카인 것이다. 86과 BRZ로 다시 불붙은 튜닝 시장이처럼 튜닝 시장에 불을 지필 차들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던 중 지난 2011년 말부터 튜닝업체들의 관심을 끌 만한 차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스카이 액티브 디젤 엔진으로 인기가 높은 마쓰다 CX-5나 일본 경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혼다 N BOX 및 N one, 그리고 토요타 FT86과 스바루 BRZ가 그들이다. 이 차들은 데뷔 전부터 시장의 뜨거운 기대를 모았고, 시판 후에도 안정된 판매성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토요타 FT86과 스바루 BRZ의 등장은 적당한 가격대의 FR 스포츠카를 갈망했던 카매니아들과 튜닝업체들을 모두 흥분시키고 있다. 토요타 FT86과 스바루 BRZ는 인기 만화 ‘이니셜 D’를 계기로 세계의 스포츠카 팬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하치로쿠’(86)를 모티브로 탄생한 차다. 따라서 이들은 스포츠카 팬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히 연구한 뒤 탄생됐다. 일본 스포츠카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인 ‘튜닝하기 쉬울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토요타 FT86의 경우 경주차나 튜닝 베이스차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소위 깡통 모델로 통하는 2.0 RC 모델이 나오고 있다. 2.0 RC는 에어컨, 오디오 등 일반적인 차에 당연히 달려 나오는 장비를 빼 값을 낮췄다. 그 흔한 알루미늄 휠도 장착하지 않은 채 스틸 휠을 달고 있으며 범퍼는 도색도 하지 않고 나온다. 달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 갖춘 완전한 튜닝 베이스차인 셈이다.이렇게 튜닝업체와 매니아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토요타 FT86/스바루 BRZ는 도쿄오토살롱에서도 그 인기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먼저 토요타는 TRD, TOMS, GRMN, 모델리스타 등 4가지 브랜드의 튜닝 86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그리고 주최 측이 특별히 마련한 ‘86 & BRZ WORLD’ 부스에서는 랠리나 드리프트 경주를 위해 개조된 수많은 86과 BRZ를 볼 수 있었다. 특히 ‘튜닝카 갤러리’ 부스에 나온 전시차의 90% 이상이 토요타 FT86과 스바루 BRZ였다. 한마디로 이번 도쿄오토살롱은 86과 BRZ의 축제라고 할 만큼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요타 FT86과 스바루 BRZ의 등장에 흥분하는 카매니아들과 튜닝업체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튜닝 베이스카의 부재로 고심하던 업계에 던져진 두 차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그러나 도쿄오토살롱이 온통 이들 차들로 도배되다보니 아쉬운 감도 없지 않다. 보다 나은 성능이나 개성을 표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튜닝을 하는데 튜닝의 재료들이 모두 같은 차들이니 단조로울 수밖에……. 데뷔한 지 좀 오래되었지만 마쓰다 로드스타나 혼다 CR-Z, 닛산 퍼어레이디 같은 차는 여전히 튜닝카로서 매력이 크다. 그러나 업체 입장에선 불황에서도 팔릴 만한 차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런 트렌드는 결국 튜닝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다양성’의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전성기 때 도쿄오토살롱 행사장을 수놓았던 수많은 종류의 현란한 튜닝카를 생각하면 저절로 ‘아~ 옛날이여’란 말이 입 안에서 맴돌게 된다. 86 Modellista & 86 TRD Griffon토요타는 86 Modellista(위)와 튜닝부품 개발을 위해 테스트용으로 만든 86 TRD Griffon(아래) 등 10개의 튜닝 컨셉트 모델을 내놓았다 AERO-Y요코하마타이어는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만든 EV 컨셉트카 AERO-Y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젠 전기자동차도 오토살롱의 단골 전시차가 되었다 MAZDA ATENZA마쓰다 부스에 전시된 신형 아텐자의 튜닝 모델. 화려한 오렌지 컬러와 과격하지 않고 절제된 익스테리어 튜닝으로 눈길을 끌었다 NISSAN DELTAWING 닛산은 지난해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데뷔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델타윙의 일본 첫 공개장소로 도쿄오토살롱을 택했다 빨간색 내외장이 인상적인 86 MODELLISTA Concept. 토요타 86이 베이스다 구형 토요타 86의 인기도 일본에서는 여전하다 토요타 부스에 전시된 TOM’S N086V 컨셉트. 수평대향 엔진이 아닌 V6 3.5L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400마력을 자랑하지만 아직 실주행은 불가능한 컨셉트 모델이다주최 측이 설치한 ‘튜닝카 갤러리’ 부스에 전시된 토요타 86 튜닝카 토요타의 GAZOO 레이싱 팀은 5월에 열리는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 렉서스 LF-A와 토요타 86(사진)로 출전할 예정이다 튜닝카 갤러리에 전시된 또 다른 토요타 86 튜닝카 일반 튜닝업체들의 부스에 전시된 토요타 86 튜닝카 8 토요타 86과 스바루 BRZ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튜닝 베이스 모델이다 아바르스 500C를 베이스로 180마력 튜닝 엔진을 얹은 아바르스 695 에디치오네 마세라티. 전세계 499대 한정 모델이다 포르쉐의 경주차 718 RSK 스파이더의 레플리카 모델 1980년형 팬더 J82 모델. 외관은 원래 스타일이지만 기존의 재규어 6기통 대신 렉서스용 V8을 얹어 최신 모델처럼 잘 달리는 클래식카를 추구했다 굿이어타이어 부스에 전시된 쉐보레의 클래식 콜벳 수퍼 GT에 참전하는 무겐 CR-Z GT 경주차 닛산은 쥬크(사진)와 신형 노트의 드레스업 모델을 전시했다 귀여우면서도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혼다의 무겐 레이싱 N-ONE 컨셉트 지난해 르망 24시간에서 아우디에 지긴 했으나 많은 주목을 받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경주차 TS030 하이브리드 마쓰다가 르망에 돌아온다! 내년 마쓰다는 SKYACTIV-D 엔진의 서플라이어로서 오랜만에 르망에 복귀할 예정 혼다 부스에서는 2012년 포뮬러 일본 출전 모델이 전시되었다 요코하마타이어가 전시한 마쓰다 RX-7. 어드반 A050 타이어를 장착해 호주 WTAC에 참전했다 1957년형 포르쉐 356 스피드스터의 레플리카 모델을 전기차로 개조한 튜닝카. 최고시속이 180km나 된다 일본 내수 시장에서 토요타 프리우스에 이어 늘 승용차 판매 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토요타 아쿠아의 튜닝 모델. 이런 하이브리드 튜닝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혼다는 단종된 지 오래된 S2000용 튜닝 부품들(스포일러, 17인치 훨, 스포츠 시트 등)을 Modulo Climax의 이름으로 출품해 S2000 오너들의 갈채를 받았다 토요타 부스에 전시된 86 x style Cb 컨셉트. 86답지 않은 매끈한 앞모습이 인상적이다 요코하마가 수퍼 GT300 레이스에 공급하고 있는 어드반 A005 타이어를 장착해 2012년 수퍼 GT 300클래스에서 시리즈 챔피언이 된 ENDLESS TAISAN 911 경주차
50년의 혼을 담은 투우소 - 람보르기니 베네노 2013-04-22
람보르기니의 탄생 비화는 자동차 역사를 통틀어도 손꼽힐 만한 드라마틱한 스토리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자동차 매니아였던 페루초 람보르기니가 자기 소유 페라리의 문제점을 엔초 페라리에게 따졌다가 핀잔만 듣자, 분에 못 이겨 직접 스포츠카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람보르기니가 언제나 페라리의 라이벌로 인정받아왔고,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의 대결구도를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온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충격적 디자인의 50주년 기념작람보르기니는 질곡의 삶을 살아왔다. 2차대전 후 트랙터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1962년 자신의 이름을 딴 람보르기니를 설립, 이듬해인 1963년 토리노모터쇼에서 첫 작품 350GTV를 공개했다. 1966년 걸작 미우라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지만 볼리비아 쿠데타로 정권이 뒤집혀 트랙터 계약이 백지화되면서 자금난에 빠지자 트랙터 부문을 피아트에, 자동차 부문을 스위스의 조지 헨리 로제티에게 매각했다. 70년대 오일쇼크와 BMW로부터 위탁받았던 M1 생산 차질에 의한 계약 파기 등 악재가 겹쳐 결국 1978년에 도산. 정부 관리하에 들어갔다. 이후 람보르기니는 프랑스인 밈란을 거쳐 크라이슬러, 말레이시아 메가테크를 전전하다가 지난 1999년이 되어서야 아우디 산하에서 자리를 잡았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신파가 아닐 수 없다.독일 기업에 인수된 람보르기니를 이젠 이탈리안 수퍼카가 아니라며 외면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래도 아우디는 두 가지 큰 장점―뛰어난 기술력과 막강한 자금력―이 있다. 안정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된 람보르기니는 의욕적으로 라인업 확충에 나섰다. 80~90년대 20년간 겨우 4개 모델(카운타크, 디아블로, 잘파, LM002)로 버텼음을 생각해보면 장족의 발전이다. 또한 21세기는 고성능과 친환경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데, 아우디의 기술력은 더할 나위 없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창업 5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람보르기니는 오직 3대만 제작하는 수퍼카 베네노를 들고 나왔다. 2012년 컨셉트카 세스토 엘레멘토와는 또 다른 모습의 파격적인 미드십 수퍼카다. 이 차의 내용물은 사실 아벤타도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껍데기만 바꾼 아벤타도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창업 50주년 기념작을 그리 허술하게 만들었을 리 없다.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철저하게 다듬어 람보르기니의 정수를 담아냈다.우선 디자인은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기괴하면서도 파격적이다. 카운타크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의 충격에 견주어도 크게 뒤지지 않아 보인다. 어린 자동차 매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애니메이션 ‘사이버 포뮬러’의 오우거가 실제 만들어졌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V12 엔진을 얹기 위해 앞으로 당겨진 운전석과 노즈부터 꽁무니까지 완만하게 휘어지는 옆 라인 등 기존 람보르기니의 레이아웃을 답습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V자 형태의 뾰족한 노즈 아래에는 거대한 흡기구와 윙이 자리잡았고, 헤드램프는 펜더를 따라 세로로 디자인했다. 기존 모델들과 구별되는 새로운 얼굴은 르망 레이싱카를 떠올리게 한다. 보닛 위와 앞 펜더 뒤에는 에어 아웃랫이, 도어 뒤와 그 바로 위, 뒷바퀴 위쪽에는 대형 흡기구가 있고 엔진 위에도 뜨거운 공기를 배출하는 배기구가 설치됐다. 한마디로 베네노의 카울에는 어느 한 부분 멀쩡한 곳이 없다. 엔진 커버에는 중앙선을 따라 테일핀(샤크핀)이 솟아나와 리어 윙 지지대가 되는데, 르망 경주차의 그것과 매우 닮았다. 급브레이크 때 효율과 뒷부분 안정성을 높일 뿐 아니라 선회시 추가적인 다운포스를 만들어준다.삼각형과 육각 허니컴을 사용한 뒷부분은 세스토 엘레멘토의 디자인을 차용했다. 사각 배기관 4개는 중앙에 모으고, 양옆 디퓨저에는 거대한 수직핀을 2개씩 배치해 공기흐름을 조절한다. 아벤타도르의 것을 확대한 듯한 거대한 Y자 형태의 테일램프는 앞쪽 데이타임 램프 디자인에도 사용되었다. 앞 20, 뒤 21인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는 둘레에 터빈처럼 배출구가 달린 카본림과 결합되며 경주차와 비슷한 센터록 방식으로 고정한다. 뼈대부터 보디까지 카본파이버를 사용하는 베네노는 인테리어에서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모노코크를 그대로 드러낸 인테리어는 시트와 헤드라이너 등에 람보르기니 특허 소재인 카본 카본스킨을 사용해 대시보드 윗면과 시트 쿠션을 제외하고는 온통 카본 투성이다. 시프트레버 없이 후진과 중립 버튼만 있고 변속동작은 모두 플리퍼로 조작한다. 공조 스위치 디자인은 아우디의 흔적이 느껴지는 부분. 전투기 무장버튼처럼 시동 스위치 위에 씌운 빨간색 커버가 재미있다. 완전히 새로 디자인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경주차용에서 영감을 얻어 커다란 부채꼴 타코미터와 디지털 속도계, G미터 등으로 구성된다. 아벤타도르의 심장을 갈고 닦다엔진은 아벤타도르용을 개량한 V12 6.5L. 흡기 효율과 레드라인을 높이고 고성능 배기 시스템을 더하는 한편 아우디의 최신 열관리 기술을 도입해 최고출력이 기존 700마력에서 750마력으로 높아졌다. 뒷바퀴 바로 앞에 달린 ‘LP750-4’라는 배지는 세로배치 엔진, 750마력, 네바퀴굴림을 뜻한다. 역시 아벤타도르에서 가져온 ISR(Independent Shifting Rods)은 그라지아노 트랜스미쇼니가 만드는 수동 기반의 7단 자동변속기. 싱글 클러치임에도 변속 시간이 50ms에 불과하다. F1이 40ms, 엔초 페라리 SMT가 150ms이니 얼마나 빠른 변속인지 알 수 있다.아벤타도르보다도 125kg이 가벼운 1,450kg의 무게는 마력당 하중비를 1.93kg으로 끌어내렸다. 더욱 강력한 출력과 재빠른 변속기 덕분에 0→시속 100km 가속이 2.8초. 최고시속은 355km에 이른다. 베네노라는 이름은 람보르기니의 전통에 따라 투우소에서 따왔다. 역사상 가장 흉폭한 투우소 중 하나였던 베네노는 1914년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투우사 호세 산체즈 로드리게즈와의 대결을 통해 유명해졌다고. 투우소는 항상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것으로 그 사명을 다하지만 람보르기니 베네노는 화려한 자태와 강렬한 성능을 도로 위에서 마음껏 펼쳐보이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단 3대만 제작된다는 사실. 프로토타입이자 테스트카인 전시차는 회색 바탕에 레드/그린/화이트의 3색 선을 넣었는데 이탈리아 국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그래픽이다. 이 차의 시리얼 넘버는 0. 이미 주인이 정해졌다는 3대의 양산형은 레드/그린/화이트 세 가지 색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칠하게 된다. 그가 누구이든 간에 390만달러(약 43억원)를 지불할 능력을 지닌 행운아들이다. 이런 행운을 가지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길 위에서 우연히 베네노와 마주치게 될 꿈같은 행운을 손꼽아 기다려볼 수밖에.    
포르쉐 킬러 - NISSAN 370Z 2013-04-22
Z 시리즈는 1969년 데뷔한 닛산의 장수 스포츠카다. 6세대 모델인 370Z는 5세대인 350Z의 뼈대와 섀시를 비롯한 많은 부품을 계승했지만 눈에 띄는 패널은 거의 다 갈아치웠다. 또한 길이와 휠베이스를 줄이되 너비는 부풀리고 높이는 낮춰 잔뜩 웅크린 자세가 한결 더 부각된다. 디자인의 테마는 350Z 때와 마찬가지로 ‘Z’. 헤드램프와 테일램프까지 일관된 주제로 빚고 램프의 허리춤을 날카롭게 꺾어 ‘Z’의 형상을 속도감 물씬하게 그렸다. 2세대 모델 280ZX(1979년)부터 시작된 전통대로 그릴이 없는 것도 특징.도어를 열어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인테리어의 디자인이며 감성품질, 특히 플라스틱과 가죽의 감촉은 인피니티를 넘본다. 도어트림을 감싼 알칸타라는 인피니티 G37 쿠페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치. 시트의 쿠션이 넉넉하지만 테두리의 날을 바짝 세워 몸을 확실히 붙든다. 센터페시아의 위쪽 절반은 가죽으로 씌운 뚜껑으로 덮었고, 이것을 열면 꽤 널찍한 수납함이 나온다. 직관적인 조작이 중요한 스포츠카답게 유저 인터페이스는 시인성과 조작성이 뛰어나다. 운전석에 앉으면 푹 파묻힌 느낌이 든다. 시트를 깊게 파놓기도 했지만 도어가 높고 천장은 낮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은 적당히 굵어 쥐는 맛이 근사하다. 닛산과 인피니티의 전통대로, 계기판이 스티어링 휠과 함께 오르내린다. 2인승이지만 실내공간은 의외로 여유롭다. VQ 엔진과 7단 AT의 조합 370Z의 심장은 VQ37VHR의 V6 3.7L. VQ 엔진은 미국의 <워즈>가 선정한 ‘세계 10대 엔진’에 14년 연속 이름을 올린 명기다. 밸브가 여닫히는 타이밍을 조절하는 유압장치와 흡기 쪽 밸브의 리프트 양을 변화시키는 전기장치로 구성된 ‘가변 밸브 리프트&타이밍 기구’(VVEL) 덕택에 고회전에서 이론과 달리 생기는 들숨 날숨의 엇박자를 상쇄시켜 매끄럽고 강력한 폭발을 이끈다. 앞뒤 무게배분은 53:47. 50:50이 아닌 것은 가속할 때 무게가 뒤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감안한 세팅이라는 게 닛산의 설명이다. 코너 진입 전 감속 때보다는 탈출하면서 가속할 때의 무게 밸런스에 더 신경을 썼다.변속기는 G37 세단과 쿠페 등과 같은 자동 7단으로, 수동 모드에서 다운시프트 때 엔진회전수를 펑펑 띄워 부드러운 변속을 이끄는 ‘다운시프트 레브 매칭’(DRM)과 오너의 운전습관을 기억해 변속하는 ‘어댑티브 시프트 컨트롤’(ASC) 기능을 담았다. 수동 모드에서는 기어 노브의 +/-와 스티어링 휠 칼럼의 시프트패들로 변속할 수 있다. 은은한 광택을 뿜는 마그네슘 뼈대에 얄따란 가죽을 바지런히 펴 바른 패들은 인피니티에서 익숙한 그대로다. 도심을 유유히 휘젓고 다닐 때 370Z는 의외로 편안한 크루저다. 속도감응식 스티어링은 기본적으로 움직임이 부드럽고 스티어링 휠을 쥔 손아귀도 편안하다. 통통 튀는 느낌이 없어 장거리 운전도 부담 없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방식. 370Z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몇 번이나 과속카메라의 제물이 될 뻔했다. 동그란 속도계의 4분의 3 면적에 시속 280km까지 표시되다보니 시속 100km가 일반 계기판의 시속 60k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좀처럼 속도감을 느낄 수 없는 것 또한 이유 중 하나로, 시속 260km로 달릴 때조차 서스펜션은 불안하지 않고 차분하다.기어레버를 왼쪽으로 옮긴 뒤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면 370Z는 돌연 씩씩거리면서 날카롭고 예민해진다. 엔진은 단숨에 레드존이 시작되는 7,500rpm을 찍지만 회전이 워낙 부드럽고 빨리 상승한다. 시프트업이나 다운시프트 또한 민첩하다. 333마력, 37.0kg·m의 넉넉한 파워 덕분에 액셀 페달을 펌프질하지 않아도 늘 구동력은 넘쳐난다. 370Z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드리프트 머신으로 인기가 높지만 숙련된 운전자가 아니라면 안전의 장막을 걷어내는 걸 추천하고 싶지 않다.닛산 370Z는 잘 만든 스포츠카다. 포르쉐를 꿈꾸는 이를 유혹할 매력이 충분하다. 포르쉐보다 묵직한 느낌은 덜한 대신 포르쉐에서는 맛볼 수 없는 편안함과 좋은 승차감이 서려 있다. 가속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고 핸들링은 경쾌하다. 게다가 니스모 튜닝으로 성능을 한층 끌어올릴 여지까지 남겨둔 매력덩어리다. NISSAN 370Z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쿠페, 2명●길이×너비×높이 4250×1845×1315mm휠베이스 2550mm●트레드 앞/뒤 1550/1595mm●무게 1545kg●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파워)●브레이크 V디스크●타이어 앞 225/50 R18 뒤 245/45 R18 ●엔진형식 V6 가솔린밸브구성 DOHC 24밸브●배기량 3696cc●최고출력 333마력/7000rpm●최대토크 37.0kg·m/5200rpm구동계 배치 앞 엔진 뒷바퀴굴림●변속기 형식 7단 자동●연비 9.0km/L(시내 7.7, 고속 11.1)에너지소비효율 5등급●CO₂ 배출량 199g/km●값 5,790만원
페라리 라페라리 - 하이브리드로의 진화 2013-04-02
한때 수퍼카의 기준이 출력과 가속성능으로만 결정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속 100km 가속이 3초 이하의 영역에 접어들고, 대량생산 모델들조차 시속 300km를 넘나들게 되면서 수치경쟁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멋진 스타일과 고성능은 기본. 남다른 역사,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스토리, 화려한 레이스 전적과 희소성까지 아울러야 비로소 최고의 수퍼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다. 출력이나 최고속도가 가장 높지는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페라리를 최고의 수퍼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KERS로 연비와 탄소 배출량을 개선자동차업계에 봄기운을 전하는 제네바모터쇼는 고급차 판매비중이 높은 시장 분위기 덕분에 언제나 고성능 신차들이 봇물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그 중에서도 특별해 보였다. 바로 페라리의 최신 모델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엔초 페라리의 뒤를 잇는 차세대 수퍼카의 이름은 F70도, F150도 아니었다. 1984년 그룹B 규정을 따른 화끈한 터보 파워의 288GTO를 시작으로 엔초 페라리의 유작이 된 F40(1986), 엔초의 빈자리를 느끼게 한 F50(1996)을 거쳐 페라리는 지난 2002년 새로운 수퍼카에 창업자의 이름을 붙였다. 얼마 전까지 가장 강력한 페라리로 군림했던 엔초 페라리 말이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신형 페라리의 이름은 라페라리(LaFerrari)로 결정되었다. 엔초페라리에 이어 다시 한번 페라리라는 이름에 주목했다. 루카 디 몬테제몰로 회장은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이 차를 ‘라페라리’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이름이야말로 우리 회사를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기술적 혁신과 성능, 스타일링과 운전의 즐거움이 담겨 있습니다. 라페라리는 F1 등지에서 축적해온 우리만의 유니크하면서도 혁신적인 엔지니어링, 디자인 노하우를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표현인 것입니다.”신형 페라리 수퍼카에 대해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는데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레이싱카의 정교한 파워트레인과 에어로다이내믹, 경량 고강성 소재 기술은 어느 시대에나 수퍼카 탄생의 밑거름이 되어왔다. 그런데 에너지 효율과 CO₂ 저감의 본보기가 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F1이 KERS를 도입한 덕분에 페라리 역시 하이브리드 도입에 대한 시장 거부감을 줄일 수 있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페라리는 이미 F1 머신 개발을 통해 KERS에 대한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2009년 시즌부터 F1에 도입된 KERS(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는 제동 때 버려지는 에너지로 제너레이터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 모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모터를 돌려 힘을 보태는 장비로, 일종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이미 양산 하이브리드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지 오래여서 모터와 배터리, 컨트롤러 등 대부분의 핵심기술이 상용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를 과격한 F1 환경에 적용하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페라리는 경쟁력 있는 KERS 개발에 그치지 않고 이를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에도 공을 들였다. 그 결과물이 2010년 제네바에서 공개되었던 배투라 라보라토리오 HY-KERS. 599를 바탕으로 제작한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다. 그 노하우는 고스란히 신형 수퍼카에 녹아들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로형 V12 엔진에 모터와 배터리를 결합함으로써 963마력의 시스템 출력과 91.8kg·m의 초강력 토크를 내면서 CO₂ 배출량은 절반으로 줄였다. 순수하게 연료를 태워 달리는 차가 아닌 덕분에 가장 강력하면서도 청정한 페라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피닌파리나 아닌 오리지널 디자인익스테리어는 특징적인 헤드램프 디자인 덕분에 최신 페라리 라인업과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기의 흐름을 의식한 그로테스크한 보디 조형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납작하게 노면에 달라붙은 형태나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거대한 에어 인렛·아웃렛은 F1이나 르망 경주차를 연상시키는 모습. 양산차와 거리가 먼 F1보다는 오히려 1960년대 활약했던 페라리의 르망 경주차 330 P4나 312P가 연상된다. 다만 노즈 중앙에서 프론트 윙으로 이어지는 ‘ㅗ’ 형태는 F1 머신을 떠올리게 한다. 라페라리는 엔초 페라리와 동일한 길이에 휠베이스도 같은 반면 너비를 40mm, 높이를 30mm를 줄여 전면투영면적이 줄어들었다. 또한 F1의 DRS(Drag Reduction System)에서 영감을 얻은 가변 에어로다이내믹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공기저항과 다운포스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절묘하게 조정한다. 차체 앞부분 바닥에 3부분으로 나뉜 가동식 플랩이 차체 뒷부분 다운포스를 조정하고 리어 디퓨저에 달린 플랩은 차 뒷부분에서 확장되는 공기의 흐름을 제어한다. 리어 윙은 뒤쪽으로 뽑아져 나오듯 늘어나는데, 일체형으로 제작된 매끈한 리어 카울과 함께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이 차가 미드십임을 증명하는 거대한 흡기구는 라디에이터 냉각용. 반면 리어 휠 아치 위에 마련된 에어 인테이크는 엔진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한다. 차속에 비례해 흡기속도가 빨라지는 램 효과에 따라 5마력 정도의 출력상승 효과가 있다. 라페라리의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바로 오리지널 디자인이라는 사실이다. 2010년부터 페라리 치프 디자이너로 임명된 플라비오 만조니가 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초창기 페라리는 뛰어난 성능에 반해 디자인은 최악이었다.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를 만나면서 일취월장, 멋진 외모와 성능을 겸비한 스포츠카로 변신했다. 몇몇 스페셜 버전과 디노 308 GT4(베르토네)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거의 모든 페라리는 피닌파리나의 손을 거쳐 태어났다. 피닌파리나가 바로 페라리의 디자인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페라리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차대한 모델을 피닌파리나가 아닌,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창조하기로 하고 이태리 사르데냐 출신의 만조니에게 맡겼다. 섀시와 보디를 모두 카본 등 특수 복합소재로 만든 덕에 인테리어 역시 검게 빛난다. 눈에 보이는 인테리어는 구석구석 카본 패턴이 드러나 보이고 시트와 대시보드 일부분에만 가죽을 덮은 간결한 구성.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하며 고성능 분위기가 넘친다. F1 머신처럼 갖가지 기능을 모아놓은 스티어링에 시프트패들은 더욱 사용하기 편하고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했다. 현역 챔피언 알론소와 마사가 테스트 드라이버로 참여한 때문인지 시트 포지션은 차체 중앙에 최대한 가깝고, 최대한 낮게 배치되었다. 오너의 체형에 맞추어 제작되는 시트는 프레임에 완전히 고정되며 스티어링 칼럼과 페달 박스를 앞뒤로 조절한다. 페라리 최초로 채용한 완전 디지털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상황에 따라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 평소에는 속도계와 타코미터가 표시되지만 서킷 주행에는 경주차처럼 속도계가 사라지고 타코미터도 바 타입으로 바뀐다. 아울러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오디오, 내비게이션, 텔레메트리 시스템이 통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마련했다. 초강력 V12와 강력한 모터가 만나다당연하겠지만 이 차는 카본파이버로 뼈대를 만든다. 최소한 4가지 이상의 다른 소재가 사용되는데, 예를 들어 고강성의 T800 카본파이버를 가장 많이 쓰지만 승객 보호를 위한 주요 부위에는 현존 최강의 인장강도를 지닌 T1000을 쓴다. 그리고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바닥 부분은 방탄소재 캐블러로 제작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카본 모노코크는 F1 제작에 쓰이는 오토클레이브에서 130도와 150도로 두 번에 걸쳐 가압, 가열 처리된다. 그 결과 엔초 페라리와 비교해 무게는 20% 가벼우면서도 비틀림과 휨 강성이 20% 이상 향상되었다. 무게중심이 35mm 낮아진(엔초 대비) 것은 바닥에 배치한 배터리가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와 모터, 컨트롤러가 추가되는데, 레이아웃에 따라 무게중심과 중량배분이 달라진다. 라페라리는 60kg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좌석과 엔진 사이 바닥에 배치하는 한편 마니에티마렐리의 모터를 듀얼 클러치 변속기 뒤에 연결했다. 여기에 냉매를 사용하는 수랭 시스템을 갖추어 과격한 사용조건하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내도록 했다.메인 모터는 163마력의 강력한 힘을 내지만 주동력은 역시 V12 엔진에서 얻는다. 정통 수퍼 페라리인 F40마저도 V6 트윈 터보를 사용하는 등 예전만큼 필수요건은 아니게 되었지만 V12 페라리야말로 진정한 페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라페라리의 V12 6,262cc 엔진은 13.5:1의 고압축비로 800마력의 최고출력에 최대토크 71.4kg·m를 뽑아낸다. 최고출력을 9,000rpm에서 내며 레드라인은 무려 9,250rpm.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로용 V12 유닛으로 양산형이라기보다 레이싱 엔진에 가까운 스펙이다. 트럼팻처럼 생긴 짧은 인테이크를 뽑거나 집어넣어 흡기관의 길이를 조절하는 가변 매니폴드 기술을 써 4,000~8,000rpm 영역에서 토크가 향상되었다. 또한 가변 용량 오일펌프와 정밀가공된 캠 로브, 다이아몬드 강도의 카본 코팅(DLC)된 타펫, 피스턴 스커트의 저저항 코팅, 공기저항까지 고려한 경량 크랭크샤프트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되었다. 모터가 힘을 보태면 시스템 출력은 963마력, 토크는 91.8kg·m까지 올라간다. 그 결과 0→시속 100km 가속에 3초가 걸리지 않고 시속 200km까지는 불과 7초. 가속성능이 엔초보다 20% 가량 향상되었다고. 덕분에 지금까지 피오라노 서킷을 달렸던 양산차 중 최고 랩타임인 1분20초를 기록했다. 엔초 페라리보다 무려 5초, F12 베를리네타보다 3초 빠른 기록이다. 물론 여기에는 강력한 제동력도 한몫 거들었다. 하이브리드와 통합 제어되는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램보가 개발했는데, 더욱 경량화된 캘리퍼에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를 갖추었다. 혁신적이지만 지극히 페라리다운하이브리드 기술의 발전은 수퍼카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포르쉐 918과 맥라렌 P1 그리고 페라리 라페라리 등 이미 데뷔했거나 데뷔가 예정된 수퍼카들 상당수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이들은 멀티 실린더 가솔린 내연기관이라는 전통적인 요소를 버리지 않는 대신 서킷에서 검증된 하이브리드 기술을 도입해 진화 중이다. 연비가 좋고 토크가 넘치지만 덜덜거리는 디젤 엔진, 너무 조용한 순수 전기차는 아직 수퍼카 고객들로부터 환영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결국 강력한 가솔린 엔진에 모터를 추가한 하이브리드가 차세대 수퍼카로 내정된 상태. 페라리가 그 새로운 시대를 향해 조심스럽지만 힘찬 첫걸음을 내딛었다. 라페라리라는 이름에는 페라리의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 “너무 혁신적으로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페라리다.” FERRARI LaFerrariBODY 보디형식, 승차정원 2도어 쿠페, 2명 ●길이×너비×높이 4702×1992×1116mm 휠베이스 2650mm CHASSIS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파워) ●브레이크 V디스크●타이어 앞/뒤 265/30 ZR19, 345/30 ZR20 미쉐렌 P제로DRIVE TRAIN 엔진형식 V12 ●밸브구성 DOHC 48밸브 ●배기량 6262cc ●최고출력 800마력/9000rpm 최대토크 71.4kgㆍm/6750rpm ●구동계 배치 미드십 뒷바퀴굴림 ●변속기 형식 7단 자동변속기 시스템 출력 963마력 ●시스템 토크 91.8kgㆍm PERFORMANCE 0→시속 100km 가속 3초 이하최고시속 350km 이상 ●CO₂ 배출량 330g/km
할리데이비슨 XL1200V 세븐티-투 2013-04-01
할리데이비슨에서 가장 경쾌한 라인업인 스포스터 패밀리. 그 중 2010년 발표한 XL1200X 포티-에잇은 스포스터 위에 1948년에 처음 선보인 피넛스타일의 연료탱크를 얹고, 클래식한 디자인에 다크커스텀의 세련된 이미지를 더한 새로운 스타일로 완성해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 성공에 힘입어 이번에는 1970년대의 커스텀 초퍼스타일로 다듬어 레트로 스타일을 한층 더 부각시켜주는 메탈플레이크 페인팅을 입힌 XL1200V 세븐티-투를 선보였다. 빛나는 스타일실물로 처음 대하는 세븐티-투의 인상은 실물이 더 예쁘고 의외로 콤팩트하다. 날씬한 폭 때문인지 더욱 작게 느껴진다. 포티-에잇에 이어 채택된 아담한 피넛 연료탱크는 7.9L의 작은 용량이지만 그에 대한 불만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답다. 대량생산 모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많이 느껴지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빛이 부서지듯 화려하게 반짝이는 메탈플레이크 컬러, 그리고 그에 질세라 번쩍이는 크롬 파츠들의 조화는 화려함의 극치다.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배색이지만 높은 수준의 마감과 고급스러운 재질로 커버해내고 있다.높게 시작된 프론트 라인은 뒤쪽으로 갈수록 극단적으로 낮게 깔린다. 스타일의 키포인트가 되는 세미 에이프행어 타입의 핸들과 21인치의 프론트 스포크 휠 역시 크롬으로 마무리 되었으며, 타이어 사이드월에 둘러진 흰색 테두리는 스타일을 마무리하는 화룡정점이 된다. 이렇게 완성된 디자인은 꽤나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선사하는 것 같다. 마주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참동안 눈길을 떼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포지션 역시 콤팩트하면서 지극히 표준적인 느낌으로, 과장되고 어색한 자세가 아닌 너무도 기본에 충실한 자연스러운 자세를 연출한다. 낮은 시트높이에 스텝과 그립은 슬쩍만 뻗어도 닿는 곳에 있어 신장의 크고 작음으로 인한 제약이 없다. 오히려 너무 정직한 포지션이라 슬쩍 마초스럽고 불량스러운 이미지를 풍기고 싶었던 이들에겐 아쉬운 점일지도 모르겠다.시동을 걸면 1,200cc의 트윈 엔진이 활기차게 돌아간다. 프레임 사이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엔진은 기통 당 600cc가 연이어 터지며 강력한 떨림을 만들어내지만, 대부분의 거친 진동은 프레임과 연결되는 러버 마운트를 거치며 부드럽게 걸러진다. 배기음은 명확히 리듬감을 전달하지만 순정 상태답게 정숙하고 부드럽다. 덕분에 귀를 기울이면 엔진 속 부품들이 회전하고 밸브가 움직이는 미세한 움직임까지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 충실한 기본기세븐티-투는 흔히 ‘만세 핸들’이라고 부르는, 마치 원숭이가 나무에 매달린 것 같다는 뜻에서 에이프행어 타입이라고도 하는 높직한 핸들 바가 순정으로 장착되어 있다. 핸들을 잡고 바이크를 세우면 의외의 가벼움에 놀라게 된다. 건조중량만 255kg가 넘는 만만치 않은 무게지만 낮게 깔린 무게중심과 핸들 바가 높아진 만큼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 실제 무게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다.이러한 특성은 주행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낮은 무게중심은 주행을 안정시켜주며 핸들링 역시 안정적이며 세밀하게 다룰 수 있다. 기존의 포티-에잇이 약간은 언더스티어 경향을 띄며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에 비해, 세븐티-투는 정직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핸들링으로 다루기가 무척 쉽고 적응이 빨라 몸에 금세 익숙해진다.계절적인 이유로 본격적인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진 못했지만 이 정도 기본기라면 달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잘 잡힌 밸런스로 주행시간이 길어져도 피로도가 낮다. 다만 짧은 스트로크의 로타입 서스펜션을 채택한 만큼 노면의 큰 충격은 고스란히 엉덩이로 전달된다. 그래도 장거리 주행에도 몸이 지치는 것 보단 바이크 연료가 먼저 떨어질 것이다.전륜과 후륜에 각각 장착된 싱글 디스크 브레이크는 후륜 쪽에 제동력의 의존도가 높은 설정이다.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있어 리어 타이어의 그립이 좋고 21인치의 가는 전륜에 강력한 더블 디스크를 장착해봤자 제 성능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그래도 스포스터 패밀리인 만큼 몸놀림이 결코 둔하지 않다. 1,200cc의 에볼루션 엔진은 순정 상태로도 시속 200km 언저리까지 가속할 수 있는 넉넉한 파워를 내준다. 하지만 바람을 안고 달리는 포지션과 브레이크까지 고려한다면 역시 느긋하게 다니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 강추위를 이긴 매력한겨울의 주행은 한낮의 따스한 햇살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영하의 기온 속, 살을 에는 냉기가 달리는 내내 괴롭혔고, 군데군데 녹지 않은 눈과 습기로 얼어붙은 노면에 탓에 페이스도 평소에 비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늘 진 곳에서 스로틀을 조금만 과격하게 비틀면 여지없이 뒷바퀴가 앞바퀴를 추월할 기세로 미끄러진다. 이렇듯 주변 상황만 보면 결코 즐거울 리 없지만 달리는 동안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무척 즐거웠다.잠깐만 타볼까 했다가 어느새 추위까지 잊고 한참이나 신나게 달리는 모습이 스스로 신기할 정도니까. 이상하리만큼 할리데이비슨의 바이크들은, 그 중에서도 유독 ‘스포스터’ 패밀리는 타면 탈수록 재밌다. 그리고 그리 완벽한 바이크는 아닐지라도 딱히 단점으로 꼽을만한 것이 없다. 그래도 굳이 세븐티-투만의 단점 한 가지를 꼭 집어 보라면 ‘작은 크기의 연료통 때문에 주유소에서 “만땅!”을 외치고 1만원도 채 안 들어갈 때 조금 부끄러울 수 있다는 점’ 정도랄까?스타일은 마음에 들지만 메탈플레이크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블루, 옐로, 무광블랙 등의 솔리드컬러 모델도 함께 출시하였다. 가격이 72라는 이름에 걸맞게 1,972만원인 점도 재밌다. 당연히 2013년 하드캔디커스텀 XL1200X 포티-에잇은 1948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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