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형 체로키 2.5 - 좋아진 품질, 믿음직한 주행성능 (1999년 04월호)
1999-04-27  |   26,860 읽음
프랑스 영화 ‘파파라치’에서 두 명의 파파라치가 타고 다니는 차는 체로키다.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찍고 움직여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기동력은 필수. 그렇다면 이들이 스포츠카를 놔두고 체로키를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체로키가 그만큼 다목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장비처럼 많은 짐도 거뜬히 싣고 험한 길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데다 기동력도 뛰어나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체로키와 랭글러가 MPV(Multi Purpose Vehicle)로 분류된다.

이 시장에서 체로키의 적수는 많다. 도요다 랜드크루저, 이스즈 로데오, 미쓰비시 파제로, 포드 익스플로러, 시보레 타호/서버밴 등 쟁쟁한 차들이 버티고 있다. 경쟁은 고급화로 치달아 벤츠 M클래스, BMW X5, 렉서스 LX 등 최고급 승용차에 버금가는 장비로 무장한 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년 가을에 미국에서 타본 뉴 그랜드 체로키는 이들 고급차종에 맞서도록 개발되어 구형과 완전히 다르게 변했다.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해 승용차에 가까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새 모델이 발표되던 날 전세계에서 모인 저널리스트들은 뉴 그랜드 체로키의 변신을 놀라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체로키만의 색깔이 점점 없어진다는 걱정도 했다.

전통의 이미지 그대로 간직
세심하게 달라진 편의장비


99년형 체로키는 다행히 구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규어가 전통의 더블 헤드램프를 버리고 사각형 헤드램프를 썼다가 외면당하자 다시 구형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거울삼은 듯 새 모델은 체로키 매니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모습이다.

대신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달라졌다. 앞문의 삼각창이 없어져 시야가 넓어졌고 파이버 글라스 재질의 해치문을 강철로 바꿔 안전성을 높였다. 강철로 바뀌었지만 개스 리프트가 있어 들어올리기는 쉽다.

4WD에서 유난히 강세를 보이는 크라이슬러의 기술력은 험한 길을 달려보면 그 진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굴곡이 많은 산길을 다닐 때 4WD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접근각과 이탈각이다. 앞 뒤 오버행이 지나치게 길 경우 이 성능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국산 4WD 중에도 오버행이 너무 길어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차가 있다. 반면 오버행을 너무 줄이면 충돌 안전성이 떨어진다. 체로키와 랭글러는 이런 면에서 우수한 설계다.

좁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수동기어 모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체로키는 2.5와 4.0 두 가지 모델이 있는데 국내에는 2.5 수동모델만 들어온다. 랭글러와 같은 배기량으로 덩치 큰 체로키를 움직이기에는 수동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동변속기가 달린 랭글러 2.5를 이미 타본 터라 2.5 엔진과 수동기어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궁금해졌다.크라이슬러 코리아 직원이 “클러치의 유격이 조금 클 것”이라고 말했지만 확인해 보니 적당한 세팅이다. 시동을 거니 체로키와 랭글러 특유의 엔진음이 들려온다. 아이들링치고는 소리가 큰 편이다. 신형에 새로 쓰인 스마트키는 복사를 할 수 없는 전자장치를 갖고 있어 안심이다. 작은 배기량을 걱정했는데 기어를 넣고 차를 움직이니 가뿐하게 출발한다.

차의 덩치가 큰 편이라 끼어드는 차가 거의 없다. 우리 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SUV를 모는 즐거움이다. 아이들링 때의 소음은 운전하면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속도를 높이면 갑자기 소리가 커지는 타입이 아니고 서서히 은은하게 엔진소리가 들린다.

체로키의 시트 포지션은 레인지로버보다 낮고 스포티지보다 조금 높다. 하지만 몸놀림은 승용차 못지 않게 날렵하다. 시내에서 차선을 급히 바꾸어야 할 때 체로키는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준다. 앞 디스크, 뒤 드럼으로 구성된 브레이크 시스팀도 확실한 제동력을 보여준다. 시내주행이 많은 국내 현실에서 큰 장점이다.

넓게 트인 국도로 들어서 액셀 페달을 밟으니 가속력이 기대 이상이다. 랭글러 AT는 조금 답답했는데 체로키는 5단에서 순식간에 시속 140km를 질주한다. 기어비를 손봐 구형보다 많이 좋아졌다. 3천6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한 5단 변속기는 변속이 부드럽고 주행성능이 시원스럽다.

시승을 하면서 실내를 둘러보니 구형 체로키와는 완전히 다른 차다. 선글라스를 보관할 수 있는 오버헤드 콘솔과 앞 뒤 네 개의 실내등, 원터치 파워윈도와 전동식 사이드 미러 등 필요한 편의장비는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오버헤드 콘솔에 달린 트립 컴퓨터에는 평균연비, 남은 연료로 갈 수 있는 거리, 방향계 등이 표시된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오른팔을 편히 기댈 수 있는 센터 콘솔박스다. 기어변속을 하면서 팔을 올려놓기에 적당하고 CD 같은 물건을 많이 담을 수도 있다. 도어포켓이 없어 서류를 놓아두기 불편한 점이 옥의 티다.익숙하지 않아서일까. 클랙슨을 울리는데 힘이 너무 들어간다. 다른 차를 누르는 힘으로 누르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이해되지 않는 미국차의 특징도 몇 가지 있다. 헤드램프를 깜박이와 같이 두지 않고 따로 당겨 켜야 하는 것도 그렇고 비상등 스위치가 핸들 컬럼에 달린 것도 그렇다. 당겨서 켜는 헤드램프는 조금 익숙해지면 문제될 것이 없다.

신형 체로키에서 감탄한 부분은 시트다. 전동식 앞좌석 시트는 세 가지 모드로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앞 뒤로 움직이고 등받이와 시트가 함께 뒤로 젖혀지기도 하고, 그 반대로 앞쪽으로도 움직인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외형에 비해 실내장비는 구석구석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 뒷시트를 젖히면 넓은 화물공간이 나타난다. 스페어 타이어를 트렁크로 옮겨 짐 싣는 공간이 조금 줄었지만 외관이 깔끔해지고 잡소리가 줄었다.

코멘트랙 시스팀 위력 발휘해
급코너의 조종성 뛰어난 수준


자, 이제는 산을 오르는 일만 남았다. 해발 2천500m 산을 오른 적도 있는데 해발 900m의 유명산쯤은 문제 없지 않겠는가. 차가 하도 많이 다녀서 오프로드라고도 할 수 없는 유명산 길은 오르기 쉬운 산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복병이 숨어 있다. 늘 축축한 상태로 젖어 있는 진흙탕길이다.

체로키에 달린 네바퀴굴림 전환장치 ‘코맨트랙 시스팀’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기술이다. 체로키를 믿어 보기로 하고 기어를 4H로 바꾼 채 액셀 페달을 밟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미끄러운 길에 잠깐 주춤하던 체로키는 이내 자세를 바로잡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앞차가 지나간 골을 따라 가고 고갯길은 옆으로 넘지 말고 위로 넘고….’ 지프 잼버리에서 배운 경험을 살려 차를 몰았다. 온통 돌산으로 뒤덮였던 잼버리 코스에 비하면 이 정도 길을 달리는 것은 체로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결례(?)일지도 모른다. 산에 올라 잠깐 쉬면서 하체를 보니 연료탱크가 강철판으로 덧대어져 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쓴 정성. 많은 사람들이 명차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산을 내려와 비포장길을 달려 보았다. 곧게 뻗은 비포장길에서 직진안정성이 뛰어나다. 마음먹고 속도를 올려도 불안하지 않다. 차체가 높은 SUV의 특성상 급코너링은 무리지만 체로키는 급코너를 돌다가 방향을 바꾸어도 차체복원성이 놀랍도록 빠르다.

신형 체로키는 만족스러운 변신을 했다. 개인적으로 지프 잼버리의 추억을 되살려준 것도 고마운 일이다. 5월에 선보일 뉴 그랜드 체로키는 또다른 매력으로 고객의 마음을 빼았을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서로 다르겠지만 가격과 성능, 이 두 가지는 빼놓을 수 없는 기본요소다. 체로키는 이 기준에서 경쟁차를 압도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크라이슬러 코리아 전화(02)516-4321.

 
99년형 체로키 2.5의 주요 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4280*1770*1680
휠베이스(mm) 2575
트래드 앞/뒤 1470/1475mm
무게(kg) 1515
승차정원(명) 5
엔 진 형식 직렬 4기통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4WD
보어*스트로크(mm) 98.4*81.0
배기량(cc) 2466
압축비 9.2
최고출력(마력/rpm) 118/6200
최대토크(kg m/rpm) 19.0/36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l) 75
트랜스미션 형식 수동 5단
기어비①/②/③ 3.930/2.330/1.450
기어비④/⑤/ⓡ 1.000/0.840/4.470
최총감속비 3.070
보디 와 새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리서큘레이팅(파워)
서스펜션 앞 4링크
서스펜션 뒤 리자드
브레이크 앞/뒤 디스크/드럼
타이어 앞/뒤 225/75R 16
성 능 최고시속(km) 165
0→시속 100km가속(초) 13.0
시가지 주행연비(km/l) 6.9
3천 39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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