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과의 경쟁 선언한 도심형 SUV ①시승기 - 효율성과 경쾌함의 절묘한 만남
2004-05-12  |   34,958 읽음
싼타페랑 하나 다를 거 없네.” “아닌데, 생각했던 것보다 싼타페랑 많이 다르잖아.”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 최대의 관심거리인 현대 새 컴팩트 SUV 투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하순 발표회를 갖고 공식 데뷔한 투싼은, 이미 지난해부터 자동차 매니아들을 안달하게 만든 기대주. 그런 만큼 드디어 눈앞에 등장한 이 차를 타고 다닌 4월 초 사흘 동안, 거리에서 마주친 모든 이들이 무수한 말들을 꼬리표처럼 달아댔다.
투싼은 ‘리틀 싼타페’냐 아니냐. 사람들이 투싼을 향해 쏟아 부은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지난 2000년 6월 놀랍도록 과감한 디자인을 앞세워 등장한 싼타페는 투싼의 앞길을 든든히 받쳐주는 형님인 동시에, 투싼이 반드시 극복해야만 할 최강의 비교대상이기도 하다. 예상했던 대로 투싼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싼타페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싼타페와는 또 다른 디테일을 갖춰 나름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원하든 원치 않든, 투싼을 말할 때는 언제나 싼타페라는 이름이 함께 등장했다.

매끈한 보디라인과 뒷모습 마무리 돋보여

진작부터 들어온 소문의 위력일까. 초봄의 햇살 아래 마주한 투싼의 모습 여기저기에서 싼타페의 흔적이 느껴진다. 싼타페의 아이덴티티를 이어가리라는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싼타페에 이어 다시 한번 베스트셀링 세단(아반떼 XD)을 베이스로 만든 이 차를 굳이 싼타페와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듯했다. 싼타페의 스타일링은, 데뷔 4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도 억지로 잊으려 애쓸 필요 없이 쿨하기 때문이다.
한껏 힘을 준 헤드램프와 상대적으로 무난한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로 두툼하게 둘러친 검은색 범퍼는 남성미를 부각시키는 소품. 이를 시발점으로 차체 전체를 위아래로 나눠 투톤 컬러로 장식한 검은색 가니시는 심심할 뻔한 차체 옆구리를 메워주고 있다. 반면 앞 범퍼와 펜더 사이, 뒤 범퍼와 펜더 사이 등 연결부분마다 눈에 띄는 단차는 거슬린다. 라디에이터 그릴 양옆에서부터 윈드실드 아래까지 그어놓은 보네트 주름이 힘차다. 헤드램프에서부터 차체 옆구리를 가로질러 테일램프 위까지 이어진 두 줄의 캐릭터라인은 이제 현대의 이미지로 자리잡은 느낌. 낯설음과 호기심이 교차되는 앞모습에 비해 옆구리는 왠지 허전하기만 하다. 현대의 판금기술을 세계 만방에 과시했던 싼타페의 옆구리를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싼타페 데뷔 초에 한동안 쏟아졌던 ‘마치 발로 걷어 채여 움푹 팬 것 같다’는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아니면 싼타페보다 아랫급에 머물러야 한다는 굴레를 벗지 못한 때문인지, 얌전한 옆구리는 비록 매끈할지언정 매력적으로 와 닿지는 않는다. 도요타 RAV-4나 혼다 엘리먼트 등 우글대는 경쟁자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뒷모습 마무리는 무척 좋은 수준. 앞에서 옆을 지나온 스타일링의 일관성도 잘 살아 있고 보디라인의 연결감도 부드럽다. 일찍이 국산 SUV 최초의 플립업 글라스를 선보였던 싼타페에 이어 투싼은 국산 SUV로는 처음으로 플립업 글라스 위에 와이퍼를 다는, 또 다른 진보를 보여주었다. 해치게이트에 와이퍼를 달면 전력공급이 손쉬운 반면 차체와 유리창의 접점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유리창과의 밀착도가 떨어지는 등의 단점이 있다. 물론 와이퍼를 플립업 글라스 위에 달자면 별도의 전력공급장치를 동원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작동 효율을 높이고 세계적인 디자인 추세에도 맞춘 ‘굿 초이스’다. 해치게이트와 플립업 글라스 열림 버튼을 따로 마련하고, 각 버튼 위에 음각으로 친절하게 새겨둔 ‘DOOR’와 ‘GLASS’ 표시는 이 차를 고른 오너들을 위한 ‘보~너스.’

넓고 효율적인 실내 구성은 매력 포인트

운전석 도어를 열자 군더더기 없는 대시보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두 줄기 라인이 들어간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이제 눈에 익은 현대의 특징. 하루가 멀다하고 화려해져가던 국산 SUV들의 인테리어 치장 경쟁이, 투싼에 이르러 잠시 호흡을 고른 느낌이다. 투싼의 인테리어는 그만큼 간결하고 말끔하다. 어지간한 고급 세단보다 더 멋을 부린 인테리어에 비해 눈의 피로도가 훨씬 덜해 좋다. 시승차로 나온 MXL급보다 아래 버전인 JX나 MX의 인테리어는 우드그레인이 아닌 메탈 페인트나 메탈그레인으로 마무리했는데, 이 차의 경쾌한 이미지에는 메탈그레인 쪽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단순한 트윈 또는 트리플 서클 타입을 벗어나 가운데에 속도계를 크게 박아 넣고 그 양옆에 타코미터와 연료계, 수온계를 살짝 겹쳐 원형으로 배치한 계기판도 눈길을 끈다. 기어박스까지 이어진 센터페시아는 다분히 일본풍. 차체 높이에 비해 조금 낮은 운전석 포지션은 최근 빠른 속도로 늘어가는 여성 SUV 운전자들을 염두에 둔 선택인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기어박스 오른쪽 벽면에는 핸드백 걸이용 고리까지 마련해두었다. 기본으로 마련한 히팅 시트 역시 여성 운전자들에게 환영받을 듯. 센터콘솔 앞쪽의 버튼을 누르면 콘솔박스 윗부분이 위로 솟아오르면서 팔걸이 역할을 한다. 등받이에 어정쩡하게 달린 팔걸이보다는 훨씬 낫다. 룸미러의 디지털 나침반은 싼타페에서 볼 수 없던 장비. 다만 도어포켓 가장자리 등 도어트림의 거친 마무리와 플라스틱 질감은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투싼 인테리어의 하이라이트는 2열 시트. 싼타페보다 20cm 가까이 짧은 차체 사이즈와 달리 휠베이스는 오히려 10mm 더 길어 겉보기와 다른 2열 공간을 뽑아낸다. 앞시트를 충분히 뒤로 밀고도 키 180cm인 성인이 앉았을 때 레그룸이 모자라지 않을 정도. 6:4 분할 접이식 등받이는 특별할 것도 없지만, 바로 여기에 투싼의 매력 포인트가 숨어 있다. 등받이 좌우 모서리의 레버만 잡아당기면 등받이가 접히는 동시에 엉덩이를 걸치는 쿠션 부분까지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짐칸 바닥과 수평을 이룰 만큼의 완전히 더블폴딩이 이루어진다. 투싼의 폴드&다이브 방식 시트는 평소 심각한 공주병(?)에 시달려온 여성일지라도 이 한번 앙 다물 필요 없이 혼자서 척척 해낼 수 있을 만큼 다루기 쉽다.

짐칸 구성 좋고 직진주행성능 경쾌해

세단의 흔적이 물씬한 차지만, 2열과 짐칸에는 SUV다운 맛이 가득하다. 2열 등받이 뒤쪽에는 마치 넓은 짐칸을 가득 채울 때까지 쇼핑을 부추기기라도 하듯 쇼핑백 걸이용 고리를 3개나 마련했다. 짐칸 바닥 커버를 들어내면 칸칸이 나눠진 수납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간과 짜임새 모두 좋은 편. 조수석과 2열 시트를 모두 접어 넣고, 짐칸 커버까지 들어내면 픽업 부럽지 않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짐칸 커버와 2열 등받이 사이의 작은 틈새까지 그냥 봐 넘기지 못하고 꼼꼼히 가리개로 덮은 ‘일본차’스러운 결벽증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점.
투싼에 얹힌 엔진은 직렬 4기통 2.0X 커먼레일 디젤 유닛. 4천rpm에서 11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26kg·m/2천rpm이다. 싼타페와 같은 유닛에서 VGT(가변식 터보) 기구를 뺀 일반 터보 방식으로, 힘이 조금 낮은 대신 연비 면에서는 유리한 특징을 지닌다. 이 엔진과 조화를 이룬 트랜스미션은 H매틱 기능을 갖춘 4단 AT. 커먼레일 디젤 엔진이 흔히 그렇듯 아이들링 상태에서의 진동과 엔진음은 고속주행 때보다 오히려 조금 큰 편이다. 보네트 커버 안쪽에 두툼하게 덧댄 인슐레이션 패드 덕인지 실내로 흘러 들어오는 아이들링 음은 상당히 절제된 상태.
시프트레버를 D레인지에 맞추고 가속 페달을 꾸준히 밟으며 속도를 끌어올리자 2천rpm 부근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시내주행 때 가장 자주 쓰는 시속 60~120km 구간에서의 달리기는 사뭇 경쾌하다. 주행 중 가속도 답답하지 않고 시속 100km를 넘어선 뒤에도 힘 손실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어 시프트레버를 수동 모드로 옮기고 풀가속. 최대 엔진회전수는 6천rpm 부근이고, 4천rpm을 넘어서면서 단계적인 변속이 이뤄진다. 레드존은 4천500rpm. 수동 모드에 고정해두고 가속을 시도하자 시속 40km를 넘어서면서 2단으로 변속된다. 이어 80km를 지나며 3단으로 올라가고 135km에서 4단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시속 140km에 이르기까지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던 속도계 바늘은 이 지점을 지나면서 눈에 띄게 더뎌진다. 시승 중 도달한 최고속도는 시속 160km. 시속 155km에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멈춰가던 속도계 바늘은, 달려온 탄력에다 내리막길까지 겹치자 마지막 힘을 쏟아내었다. 더 이상의 가속은 힘겨울 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시승차는 앞바퀴굴림 구동계를 갖춘 2WD 버전. SUV를 발표할 때 대개 4WD 버전을 시승차로 뽑는 관행을 생각할 때, 앞바퀴굴림 시승차를 고른 현대의 속내가 궁금하다. 도심형에 초점을 맞춘 이 차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서. 메이커의 의도를 알기나 하듯, 매끈하게 나아가는 직진 주행성능은 도심에서 타기에 모자람이 없다. 다만, 엔진 회전수가 2천rpm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자의적인 시프트다운이 이뤄지지 않는 4단 AT는 ‘수동 겸용’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오프로드나 비탈길에서 엔진 브레이크를 쓰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무늬만 수동 모드’라는 지적이 나올 법한 부분.
서스펜션은 무른 편이다. 아반떼 XD와 같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듀얼링크 구성일 뿐 아니라 성능까지 같다. 풀타임 4WD 버전이 아닌 앞바퀴굴림 모델이라 운전석에 전해오는 서스펜션 특성은 아반떼 XD와 더욱 비슷하다. 소프트한 승차감은 한국 운전자들의 입맛에 맞겠지만, 높은 차체를 고려할 때 댐핑 스트로크를 좀더 손보았으면 좋았겠다. 시속 60km로 급코너를 파고들자 높은 차체가 코너 바깥쪽으로 크게 기울며 무른 서스펜션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물론 실제 운전상황에서 이 정도의 코너링을 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도로에서 보낼 이 차의 성격에 비추어 아쉬운 대목이다.

세단 자리 대신할 만한 도심형 SUV

차가 손에 익은 뒤 속도를 올려가며 코너링을 계속 시도하자 시속 70km를 넘어서도 제법 끈끈하게 붙어나간다. 작은 코너가 이어진 코스에서도 차체는 잘 버텨낸다. 계속해서 바깥쪽으로 밀리는 듯 언더스티어가 일어나지만, 이는 높은 차체와 앞바퀴굴림 구동계의 숙명. 너무 무른 듯하면서도 끈끈하게 라인을 지켜나가는 코너링 성능은 분명 싼타페보다 아반떼 XD를 많이 닮았다. 스티어링은 정확하면서도 조금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운전자의 세심한 조작을 원하는 편. 시승 초기에 조금 밀리는 느낌을 주었던 제동력은 비교적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역시 무른 서스펜션 탓에 급제동 때 노즈 다이브가 제법 일어나기는 하나 정확한 성능을 보인다.
안팎으로 깔끔한 인상을 준 투싼은 도심지에 딱 어울리는 스타일과 성능을 보여주었다. 크로스오버의 성향이 강했던 싼타페에 비해, 투싼은 세단의 자리를 바로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한 걸음 더 치우친 감각을 전한다. 분명 잘 만들긴 했는데 뭔가 조금씩 모자란 느낌은, 글로벌 빅5로 점프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현대의 지금 위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시승을 위해 270km의 거리를 달렸음에도 연료 게이지는 절반만 줄었을 뿐. 급가속과 급제동, 급코너링 등을 반복했음을 감안하면 연비도 괜찮다고 볼 수 있다. 투싼은 굳이 주말마다 차를 끌고 들로 산으로 내닫는 오프로드 매니아가 아니라면, 그리고 가족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춘 효율적인 공간과 디젤 엔진의 경제성까지 원하는 세단 오너들이라면 ‘다음에 살 차’ 리스트에 올려둘 만한 차임에는 틀림없다.

현대 투싼 MXL 2WD의 장단점



장점 ·딱 좋은 사이즈 ·깔끔한 인테리어
·아이디어 빛나는 시트 구성
단점 ·조금 모자란 매력 ·무른 서스펜션
·기대에 못 미친 4단 AT


현대 투싼 2.0 CRDi 2WD MXL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325×1830×1730
휠베이스(mm) 2630
트레드(mm)(앞/뒤) 1540/1540
무게(kg) 1539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커먼레일
최고출력(마력/rpm) 115/4000
최대토크(kg·m/rpm) 26.0/2000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배기량(cc) 1991
보어×스트로크(mm) 83.0×92.0
압축비 18.1
연료공급/과급장치 직분사
연료탱크크기(L) 58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모두 215/65 R16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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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감속비 -
변속기 자동4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
0→시속 100km 가속(초) -
연비(km/L) 12.9
Price 2,227만 원


※차체 크기는 사이드 가니시&루프랙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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