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투싼 2WD MX ①ROAD IMPRESSION - 소형 SUV의 최근 유행을 충실히 따랐다
2004-05-03  |   44,347 읽음
현대의 인기 SUV 싼타페의 아랫급으로 선보인 투싼을 만났다. 투싼은 지난 3월 4일 미국 시카고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후 같은 달 23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해 예사롭지 않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현대 영업소에 물어보니 “싼타페는 주문하면 곧바로 출고되지만 투싼은 예약이 밀려있어 한 달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다. 물론 새차가 나오면 ‘새차효과’ 덕에 출고가 적체되는 일이 자주 있지만 요즘처럼 내수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투싼의 선전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현대에게도 무척 반가운 일일 것이다. 국내 승용차시장의 30%를 차지할 만큼 커진 SUV시장에서 오너들이 고를 수 있는 차가 하나 더 늘어난 것도 즐거운 일이다.
투싼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SUV시장을 노리고 태어났다. 형님뻘 싼타페 역시 수출시장, 특히 북미에서 소형 SUV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크기가 조금 작은 투싼도 수출시장에서는 싼타페와 같은 소형 SUV로 판매된다. 투싼은 해외 경쟁모델인 포드 이스케이프나 혼다 CR-V보다 크기가 조금 작고 도요타 RAV4보다는 조금 크다. 베이스로 쓰인 플랫폼은 싼타페가 EF 쏘나타, 투싼은 아반떼 XD다.

별다른 치장 없는 깔끔한 보디 돋보여
뒷좌석은 물론 조수석도 접을 수 있어


‘싼타페Ⅱ(투)’를 거꾸로 줄여놓은 ‘투싼’이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투싼은 형님뻘 싼타페와 많이 닮았다. 그러나 구석구석 살펴보면 다른 점 역시 많다. 데뷔 당시 근육질의 보디 디자인이 파격적이었던 싼타페와 달리 투싼의 디자인은 심심할 정도로 단순하다. 앞에서 보면 유난히 강조된 범퍼가 마치 보디를 떠받치고 있는 듯하고, 뒤에서 보면 기아 쏘렌토의 냄새도 언뜻 풍긴다. 그러나 옆에서 보면 투싼이 확실히 싼타페보다 작은, 싼타페와는 또 다른 소형 SUV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작은 트렁크와 쿼터 글라스, 두터운 C필러만 보면 덩치 큰 해치백 승용차 같다.
첫 인상에서 싼타페처럼 확 끌어당기는 맛은 없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깔끔한 보디가 은근히 매력적이다. 승용차를 베이스로 한 국내 첫 모노코크 SUV 싼타페의 뒷모습이 안개등과 해치 손잡이, 크롬 장식 등으로 요란한데 반해 투싼은 크롬을 최대한 적게 쓰고 뒤창과 도어 열림 손잡이를 해치백 승용차처럼 번호판 위쪽에 보이지 않게 설계해 군더더기 없이 단장했다. 앞 범퍼에 달린 조그만 안개등과 윈도에 깔끔하게 자리한 뒤 와이퍼 등에서도 승용차에 가까운 투싼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시승차로 나온 2WD MX 고급형부터는 2톤 사이드 가니시가 기본으로 달리는데, 그 기능성을 따지기 이전에 투싼의 말끔한 보디를 해치는 듯한 느낌도 든다. 현대는 투싼을 오프로드용 4WD보다는 도심형 SUV라고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투톤=고급 모델, 원톤=저급 모델’이라는 등식을 쓰고 있다.
투싼의 실내는 겉모습만큼이나 둥글둥글한 실내를 지닌 싼타페와 달리 직선이 살아있다. 좌우대칭형 센터페시아와 여기에 붙어있는 기어 레버는 렉서스 RX330 등 많은 SUV들이 쓴 방식이다. 큼지막한 속도계를 가운데 놓고 주변에 각종 경고등을 배치한 계기판 디자인은 독특하다. 투싼은 중급형에 메탈그레인, 고급형에 우드그레인을 쓰고 있는데, 시승차의 반짝거리는 우드그레인은 경쾌해야 할 소형 SUV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투싼은 싼타페보다 길이 175mm, 너비 45mm가 작다. 그러나 주로 트렁크 크기를 줄인 덕분에 승객 공간은 그리 희생되지 않았다. 트렁크는 소형 해치백을 연상시킬 만큼 작지만 다양한 시트배열이 부족한 트렁크 공간에 대한 불만을 잠재운다. 뒤 시트를 앞으로 제치면 시트 바닥의 높이가 조금 내려가면서 시트 등받이가 트렁크 바닥 높이로 평평해진다. 혼다 CR-V, 도요타 RAV4 등의 더블 폴딩 방식보다 간단해서 쓰기 편하다. 새턴 뷰나 도요타 매트릭스처럼 조수석 등받이를 앞으로 완전히 제쳐 간이 테이블로 쓰거나 긴 짐을 실을 수도 있다. 뒷좌석 시트 등받이의 각도를 조절하는 리클라이닝 기능은 4단계로, 어느 단계에서도 헤드룸 여유가 충분하다. 국내에 관련 법규가 없는, 뒷좌석 시트를 떼어낼 수 있는 기능을 갖추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해외(특히 북미)에서 경쟁모델과 비교하더라도 시트 활용성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투싼을 살펴보다 보면 구석구석에서 쓰임새 많은 장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센터 콘솔은 높이를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 때 팔걸이로 쓸 수 있고, 2열 시트 뒤쪽과 조수석쪽 센터페시아에는 쇼핑백 걸이가 마련되어 있어 자질구레한 것들을 걸어둘 수 있다. 스페어타이어 부근 자투리 공간에는 작은 수납공간이 있고, 앞 뒤 도어포켓에는 페트병도 넣을 수 있는 홈이 파져 있다. 이밖에도 지붕의 어시스트 그립을 부딪혀도 충격이 덜한 말랑말랑한 소재로 만드는 등 실내외 곳곳에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다만 모양이 좋은 자동기어 레버는 그립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 수동으로 변속할 때 불편하고 조수석 아랫부분에 만들어놓은 서랍식 수납함은 깊이가 얕고 여닫기도 쉽지 않다.

엔진 성능 적당하나 AT 반응은 애매해
서스펜션 무르지만 코너링 성능은 좋아


투싼은 2.0X 디젤 터보 커먼레일(CRDi) 115마력 엔진을 얹고 있다. 현대가 지난 2001년 싼타페와 트라제 XG에 얹어 처음 선보인 이 엔진은 지난해 전자식 가변용량 터보를 더한 VGT 엔진이 나온 이후 지금은 트라제 XG의 보급형에만 얹히고 있다. 승용형 디젤 엔진이지만 아이들링 때의 소음과 진동은 분명 휘발유 엔진의 그것과 차이가 난다. 그러나 속도를 높이면 디젤 엔진음이 주행소음(바람소리와 노면소음)에 파묻히기 때문에 정숙성은 휘발유 엔진과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키가 큰 탓에 고속에서 바람소리가 승용차보다 크지만 시속 160km에서도 엔진음이나 바람소리가 대화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같은 CRDi 엔진을 얹은 2WD 싼타페보다 무게가 150kg 적게 나가지만 동력성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아니다. 어른 4명이 탄 상태에서 시속 160km까지 꾸준하게 가속할 수 있고, 이후 뜸을 많이 들여야 시속 170km 언저리에 도달한다. 최고출력이 126마력인 싼타페 VGT는 작고 가벼운 차체로 토크 스티어를 느낄 만큼 힘이 넘치지만(2WD 기준) 투싼의 가속성능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수준이다.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의 반응은 애매하다. 기어를 D에 놓고 풀 드로틀을 하면 최대토크가 나오는 4천rpm에서 다음 단수로 변속되고, 수동 모드에 놓더라도 엔진 보호를 위해 4천rpm에서는 자동으로 윗단으로 바뀐다. 그러나 높은 rpm에서 수동 모드로 엔진 브레이크를 걸면 엔진회전수가 3천rpm 이하가 되기 전에 시프트 다운이 되지 않는다. 엔진을 보호하기 위한 설정이겠지만 투싼이 젊은 층을 노리는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할이 반감되는 자동기어의 수동 모드는 괜히 차값만 올리는 장비가 아닌가 싶다.
서스펜션은 국내 SUV의 특성 그대로 무른 편이다. 저속에서 액셀과 브레이크 조작을 반복하다보면 민감한 사람은 불쾌감을 느낄 정도. 그러나 요철을 지나면서 한번 충격을 받은 뒤 다시 차가 출렁이는 2차 진동은 그리 크지 않다. 또한 서스펜션이 무른 데도 코너를 돌아나가는 몸놀림은 소형 SUV치고는 뛰어난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서스펜션이 ‘보통’의 범주를 넘어설 만큼 잘 세팅된 것은 아니지만 넘치지 않는 힘의 115마력 CRDi 엔진과는 제법 괜찮은 조화를 보인다.
현대는 싼타페를 처음 내놓을 때 승용 감각의 SUV임을 알리기 위해 ‘퓨전’이란 선전문구를 썼는데, 이제 투싼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퓨전’을 빚어낸 듯하다. 현대는 투싼을 선전하면서 ‘질주하라’, ‘자유본능’ 등의 카피를 쓰고 있다. 2.0 CRDi 엔진으로는 분명 ‘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행여 이것도 현대가 만들 차세대 SUV에 더 어울리는 카피로 남지는 않을지.
투싼의 가장 값싼 모델은 2WD JX 기본형(1천452만 원)으로, 자동기어(134만 원)를 더하더라도 값이 1천500만 원대 후반이다. 기아 엑스트랙의 기본형인 GX가 1천504만 원이고 쌍용 코란도와 무쏘 픽업의 기본형이 1천600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투싼은 현재 국내에서 살 수 있는 가장 값싼 디젤 SUV인 셈이다. 그러나 2WD MX 고급형(1천704만 원)에 자동기어와 가죽시트, 선루프를 더한 시승차의 값은 1천947만 원이고, 투싼 가운데 가장 비싼 4WD MXL 최고급형 풀옵션의 값은 2천353만 원으로 껑충 뛴다. 중형차인 뉴 EF 쏘나타 2.0의 값(1천457만∼2천264만 원)과 거의 비슷하니 결국 소비자들은 중형차를 탈 것인지, 준중형차 크기의 SUV인 투싼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내년에는 디젤 승용차 허용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기다리고 있지만 SUV는 이미 국내 승용차시장에서 인기 있는 차종으로 자리를 굳혔다. 또한 승용차보다 든든한 차체와 다양한 쓰임새, 세계 소형 SUV의 유행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투싼의 매력은 결코 디젤 엔진이라는 메리트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다만 현대는 투싼과 싼타페의 판매간섭을 피하려고 투싼에 115마력 CRDi 엔진 한 가지만 얹고, 투싼이 나온 이후 싼타페에서 CRDi 엔진을 빼고 VGT 엔진만 얹고 있다. 결국 ‘형님보다 못한 아우’여야 하는 같은 집안의 위계질서 때문에 투싼은 현대가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VGT 엔진을 얹을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 골라 타는 재미(?)가 없어 아쉬울 따름이지만,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행여나 나중에 투싼이 VGT 엔진을 얹게 되면 터져나올 CRDi 투싼 오너들의 푸념이다. 내수용에 VGT나 휘발유 엔진을 얹을 계획이 없다는 현대의 공약에, 응원을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하다.

현대 투싼 2WD MX 고급형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325×1800×1680
휠베이스(mm) 2630
트레드(mm)(앞/뒤) 1540/1540
무게(kg) 1539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CRDi
최고출력(마력/rpm) 115/4000
최대토크(kg·m/rpm) 26.0/2000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배기량(cc) 1991
보어×스트로크(mm) 83.0×92.0
압축비 18.4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58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모두 215/65 R16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2.842/1.529/1.000
0.712/-/2.480
최종감속비 4.626
변속기 자동4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
0→시속 100km 가속(초) -
연비(km/L) 12.9
Price 1,704만 원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