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봉고Ⅲ 1톤 트럭 산뜻한 스타일에 담긴 경쾌한 달리기
2004-03-05  |   24,035 읽음
봉고’는 기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모델이다. 80년대 초 국내 자동차 메이커 강제통폐합 조치로 위기를 겪은 기아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승합차와 소형 트럭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고, 그때 나온 모델이 봉고 승합차와 트럭이었다. 당시 기아 직원들은 “안녕하세요” 대신 “봉고 팝시다”라는 말로 아침인사를 대신했고, 이렇게 똘똘 뭉친 기아 직원들이 회사를 일으켰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산뜻한 외모에 밝은 컬러로 분위기 일신
계기판 시인성 좋고 스위치 조작 편리해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 시승차로 만나는 봉고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물론 트럭에서는 계속 봉고라는 이름을 써 왔지만, 97년부터는 프론티어라는 이름이 더 강조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아는 트럭과 함께 선보인 봉고 코치/밴으로 다시 한번 ‘봉고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대부분의 트럭 운전자들은 차 스타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봉고Ⅲ은 승용차에 익숙한 이들도 호감을 느끼게 하는 산뜻한 외모를 지녔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애고, 버티컬 타입 헤드램프를 단 모습은 커다란 박스 같았던 봉고 프론티어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특히 ‘띄우기 위한’ 이미지 컬러로 택한 밟은 연두색과 연미색은 소형차나 경차에서 보던 색상이어서 신선하다.
달라진 실내가 SUV에 앉은 느낌을 준다면 과장일까? 핸들은 위 아래로 틸트되는 폭이 넓어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기어 레버의 위치도 적당하다. 계기판은 웬만한 승용차보다 시인성과 디자인이 좋고, 세로 방향으로 배열된 공조장치는 스위치가 큼직해 조작하기 편하다. 다만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의 거리가 조금 먼 것은 아쉽다. 운전자와 동승객이 실내에서 자리를 바꿔 탈 일은 거의 없으므로 센터페시아를 조금 더 돌출시켜도 괜찮을 듯하다.
시트 뒤에 마련된 공간은 1톤 트럭 운전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장거리 운행에 나설 때 짐을 놓아두거나 시트를 뒤로 젖혀 쉴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기 때문. 이 공간 가운데에 넓은 포켓을 두어 작은 물건을 흔들리지 않게 놔둘 수 있고, 위쪽에는 좌우 양쪽에 2개의 옷걸이를 두어 운전자와 동승객이 모두 옷을 걸 수 있도록 했다. 고속도로 통행 영수증이나 작은 수첩 등은 천장 앞쪽에 마련된 그물망 안에 두면 되고, 시트 가운데를 접으면 얇은 공책이 들어갈 정도의 사물함이 나온다. 이만하면 1톤 트럭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잘 활용한 셈이다. 좀더 욕심을 부린다면, 시트 뒤 포켓에 잠금장치를 갖춘 덮개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장거리 운전 때 귀중한 물건을 차안에 두고 싶다면 글로브 박스만으로 모자라기 때문이다.
정비 편의성은 어떤가. 봉고 프론티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틸팅캡으로 만들어 정비하기가 매우 편리했다. 그러나 봉고Ⅲ은 현대 포터Ⅱ와 공동으로 개발되면서 틸팅캡이 없어져 이런 장점이 사라졌다. 대신 보네트를 열고 와이퍼 모터와 에어필터를 교환할 수 있고, 에어컨 냉매와 냉각수, 워셔액을 보충할 수 있도록 했다. 보네트는 봉고 프론티어처럼 위쪽으로 열리는데, 아래쪽으로 열리는 포터Ⅱ에 비해 여닫기는 조금 불편하지만 실수로 덮개를 눌러 망가뜨릴 염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가속력 뛰어난 2.9X 123마력 엔진 얹어
서스펜션은 지나치게 부드러운 느낌


적재함은 얼마나 짐을 편하게 실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봉고Ⅲ은 봉고 프론티어에 비해 길이와 너비가 20mm씩 작아졌으나 적재함 높이가 낮고 넓어 쓰기 편리하다. 특히 적재함 양쪽 커버 잠금장치의 디자인을 단순화해 여닫기가 훨씬 편해졌다.
현대 포터Ⅱ와 함께 쓰는 2.9X 커먼레일 디젤 엔진은 현대 테라칸의 메커니즘을 1톤 트럭에 맞게 손질한 것으로, 올해부터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이 엔진은 파워 면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트럭용 기어가 출력을 감당하기 힘들어 출력을 123마력으로 낮췄다. 그래도 과거 봉고 프론티어가 쓰던 J3 3.0X 85마력 엔진에 비하면 엄청나게 강하다. J3 엔진은 타이밍 기어를 써 소음이 크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던 터라 봉고Ⅲ 1톤 트럭에서는 타이밍 벨트로 바꾸었다.
달라진 파워는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마자 실감할 수 있다. 많은 짐을 실어야하는 트럭은 저회전에서 토크가 높아야 유리한데, 봉고Ⅲ은 2천rpm부근에서 시작해 4천rpm까지 저돌적으로 치고 나간다. 짐을 거의 싣지 않은 상태였지만 짐을 가득 싣더라도 충분한 힘을 발휘할 것 같다. 수동 기어는 변속감을 높이는 멀티 싱크로 나이저를 갖추었고, 자동 기어는 전자제어식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달리기가 한층 즐거워졌다.
기아는 승차감에 불만을 갖는 구형 모델 오너들이 꽤 많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봉고Ⅲ 1톤 트럭의 승차감을 부드럽게 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달라진 서스펜션 세팅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오로지 ‘부드러움’에만 맞춘 듯한 서스펜션은 가속과 감속 때 차체가 앞뒤로 흔들리는 피칭 현상이 심하다. 그러나 다행히 ‘하드 서스펜션’ 옵션이 있으므로, 부드러운 승차감이 싫은 이들은 반드시 이 옵션을 선택하기 바란다. 대부분의 국산차에서 지적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엔진과 서스펜션을 따로 세팅해서는 안 된다. 출력을 감당하는 서스펜션으로 만들어야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기 때문이다. 하드 서스펜션을 갖추면 앞, 뒤 서스펜션이 적당히 단단해져 짐의 양에 따라 주행감각이 달라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봉고Ⅲ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성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대형 트럭이나 승용차에 쓰였던 사이드 크로스 멤버를 캐빈 룸 아래에 넣었고, 도어 임팩트바를 강화해 측면 충돌 안정성을 높였다. 시속 80km로 달리다가 완전히 멈추는데 필요한 거리는 봉고 프론티어가 35.5m였는데 봉고Ⅲ은 32.7m로 줄었다. 8+9인치 탠덤 부스터와 직경 26.99mm의 마스터 실린더를 다는 한편, 3채널 3센서의 ABS를 갖춰 제동안정성이 확실하다.
두 개의 모델을 차별화해 개발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고, 실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봉고Ⅲ 트럭은 상용차 부문에서 기아와 현대의 첫 합작품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재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제는 두 집이 한 식구가 되어 과거 봉고와 포터가 벌였던 선의의 경쟁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모델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Z

기아 봉고Ⅲ 2.9 CRDi 초장축 킹캡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5110×1740×1995
휠베이스(mm) 2615
트레드(mm)(앞/뒤) 1490/1340
무게(kg) 1785
승차정원(명) 3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커먼레일 디젤
최고출력(마력/rpm) 123/3800
최대토크(kg·m/rpm) 25.0/2000
구동계 뒷바퀴굴림
배기량(cc) 2902
보어×스트로크(mm) 91.0×96.0
압축비 18.4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65
Chassis
보디형식 트럭
스티어링 볼 너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리프 스프링
브레이크 앞/뒤 디스크/드럼
타이어(앞, 뒤) 195/70 R15-8PR, 5.00R12-8PR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4.270/2.282/1.414
1.000/0.813/3.814
최종감속비 3.727
변속기 수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37
0→시속 100km 가속(초) -
연비(km/L) 10.5
Price 1,16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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