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 Old SLK 200K 결혼하고 싶은 차와 연애하고 싶은 차
2004-06-11  |   25,450 읽음
내심 이런 자리가 생겼으면 하는 기대는 갖고 있었지만, 갑자기 마련된 더블 데이트가 당황스러운 것은 눈 앞에 나타난 존재들이 결코 쉬이 대할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리오 루프로 소형 하드톱 컨버터블 시대를 연, SLK 200K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차의 옛 모델과 새 모델을 함께 만나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눈이 가는 것은 비교적 익숙한 옛 모델보다는 갓 모습을 드러낸 새 모델 쪽이다. 설레는 첫 대면. 잠깐 사이에 두근거리던 가슴이 철렁 주저앉는다. 반짝 뜬 큰 눈에 또렷한 콧날의 얼굴, 적당한 굴곡과 볼륨이 있는 당당한 몸매에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잘 어우러진 스타일. 내가 찾는 여성의 스타일과 비교할 만한 모습의 차가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나올 줄이야. 화창한 봄날, 싱글생활이 지겨운 남정네 손에 이런 차를 쥐어주다니…….

뉴 SLK 실내는 신세대 벤츠 분위기 물씬
초기가속 더디지만 달려나가는 맛 충분해


자리를 함께 한 옛 모델을 보면 화장도 하지 않은 수수한 모범생이 떠오른다. 앉아있는 모습은 다소곳하고, 어디 한 곳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이 당차다. 반면 새 모델은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멋쟁이 학생의 모습이다. 흡인력 있는 자극. 소개팅 자리라면 누구든 새 모델쪽으로 눈길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사람도 마찬가지이듯, 첫 인상이나 몇 마디 대화만으로 어울릴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옛 모델은 이미 몇 차례 타 본 기억이 있어, 새 모델에 먼저 올랐다.
아쉽게도 마련된 시간이 길지 않기에, 서둘러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지붕은 닫은 채다. 복잡한 시내에서 멋진 차와 함께 있는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대범하지 못한 탓이다. 실내는 카드의 스페이드 모양을 떠오르게 하는 화려한 센터페시아가 분위기를 적당히 띄워, 치밀한 소재와 구성의 답답함을 덜어낸다. 요즘 줄줄이 나오고 있는 신세대 메르세데스의 실내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 작아진 글씨와 스위치들이 시선을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MT 기능이 있는 5단 AT를 얹었지만 시내에서는 AT모드가 편하다. 묵직한 액셀러레이터 페달은 부담없이 가속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변속충격도 적고 스포티한 느낌도 살아있다. SLK 중에서도 가장 작은 엔진을 얹은 탓에 초기가속이 약간 더디지만, 꾸준하고 고르게 달려나가는 맛은 충분하다. 가속할 때 밑바닥에 깔리는 “바라랑∼”하는 배기음도 그럴싸하다.
스포티한 차를 스포티하게 몰 수 있는 와인딩 코스 앞에서 지붕을 벗겼다. 트렁크로 접혀들어가는 하드톱인 바리오 루프가 여닫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옛 모델과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고갯길 초입에서 변속기를 MT모드로 바꿔본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 변속버튼이 새로 생겼지만, 차라리 기어 레버를 좌우로 밀고 당기는 것이 편하다. 의도한 것보다 시간차이를 두고 변속이 이루어지는 것은 옛 모델과 마찬가지지만 변속 타이밍은 빨라졌다. 햇볕은 따갑지만 바람은 시원하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바람으로 목을 감싸주는 에어 스카프 기능을 써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계속해서 이어진 코너를 돌아나오며 뼈대의 단단함을 느낄 수 있다. 든든한 섀시 덕분에 핸들링이 정확하다. 쿠션이 단단한 버킷타입 시트는 몸을 확실히 잡는다. 그런데 차를 아무리 몰아붙여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엔진 힘을 타이어가 잡아먹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타이어는 길바닥을 붙들고 놓을 생각을 않는다. 일부러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심한 언더스티어를 유도해도 소용이 없다. 고갯길 정상에 올라 차를 세우고 타이어부터 확인한다. 스포츠 옵션으로 꾸민 차인 듯, 오버사이즈의 17인치 휠과 폭 245mm짜리 타이어가 끼워져 있다. 16인치 휠과 타이어 정도가 오히려 잘 어울릴 듯하다.
두 차를 나란히 세우고 엔진룸을 살펴본다.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새 모델의 1.8X 수퍼차저 엔진은 레이아웃이 바뀌면서 수퍼차저와 흡기 라인의 위치가 바뀌었다. 최소한 엔진룸만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차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공들인 느낌은 옛 모델이 강하지만, 잘 정돈된 세련미는 역시 새 모델쪽이 한 수 위다.

소형 로드스터의 장점 많은 옛 모델
세월 흔적 안고 있어도 매력 느껴져


이제는 모범생을 만날 시간. 옛 모델로 자리를 옮겨본다. 아무리 당대에 좋은 평을 얻었던 차라도 갓 나온 새 모델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내장재가 차급에 맞지 않게 싸보이는 것이 아쉽고, 조립정밀도도 탁월하다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하지만 부담스러움을 덮어버린 단순함은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운전자의 능력에 많은 것이 좌우된다는 뜻이다. 새 모델보다 즐길 수 있는 여지는 더 큰 셈.
방금 새 모델로 올라온 길을 옛 모델로 내려가 본다. 폭 205mm의 15인치 타이어는 조금이라도 속도를 덜 줄이면 여지없이 미끄러지려 하지만, 오히려 차를 몰아가는 재미가 있다. 적당한 시점에서 작동하는 ESP 때문에 타이어의 마찰음이 걱정스럽지 않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몸놀림 때문인지 뒤통수를 돌아 치는 바람도 더 시원하다. 아, 생각해보니 새 모델에는 좌석 뒤의 롤바에 바람막이가 쳐져있었다.

한 세대 전의 설계인 2.0X 엔진이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다. 회전감각은 거의 비슷하고, 길이 잘 든 덕분인지 새 모델보다 약간 부드러운 느낌이다. 배기음도 나긋한 것이 듣기 좋다. 가볍게 즐기는 소형 로드스터의 본질에는 더 가까운 모습이다. 움직임도 보기와는 달리 많이 놀아본 실력이다. 정말로 얕볼 수 없는 상대는 이쪽인 것 같다.
MT모드에서 새 모델과 비슷한 변속반응을 보이는 것이 재미있다. 묘한 굴곡이 있는 기어 레버는 가죽으로 덮인 옛 모델이 알루미늄 느낌의 새 모델보다 손에 닿는 느낌이 좋다. 변속 프로그램은 윈터와 스포츠 두 가지뿐이지만, 오늘처럼 맑은 날씨와 깨끗한 노면이라면 딱히 불만스러울 것은 없다.
한낮의 따가운 햇볕을 피해 두 차 모두 그늘을 찾았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가르는 즐거움은 컨버터블의 시원함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다. 힘찬 달리기로 들뜬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히며, 제대로 보지 못한 트렁크를 살폈다.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옛 모델의 부족한 부분들이 이모저모 잘도 개선되었다. 지붕이 접힐 공간과 짐을 넣을 공간을 구분해주는 가리개는 말려 들어가는 스크린에서 플라스틱 커버로 바뀌어 더 편하고 깔끔하다. 가리개가 제 위치에 있지 않을 때에 옛 모델은 경고음만 들려 당황하기 쉽지만, 새 모델은 계기판의 디스플레이에 경고문이 표시되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짐을 넣을 공간이 늘어난 것도 반가운 일.
돌아오는 길, 옛 모델의 은근한 느낌을 즐기며 오늘의 데이트를 돌아본다. 진화의 한 세대를 넘어오며 SLK의 주행감각은 조금 더 날카로워졌고 승차감은 진지해졌으며 달리는 느낌은 강렬해졌다. 약간은 어설펐던 마무리도 크게 나무랄 곳 없이 바뀌었다. 한마디로 멋지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포츠카의 감각에 다가간 대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2인승 소형 컨버터블의 장점을 조금은 외면한 느낌이 든다.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어도, 옛 모델이 여전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다분히 상대적인 익숙함 때문일지 모른다. 솔직히 얘기해서, 새 SLK 같은 여자라면 결혼은 어떨지 몰라도 연애는 피하고 싶다. 속속들이 너무 노련하기 때문이다. 얘기가 지나치다고? 누가 총각 가슴에 불을 지르랬나.

메르세데스 벤츠SLK200K(구형) 메르세데스 벤츠SLK200K(신형)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3995×1745×1289 4082×1777×1296
휠베이스(mm) 2400 2430
트레드(mm)(앞/뒤) 1488/1471 1530/1541
무게(kg) 1365 1705
승차정원(명) 2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수퍼차저
최고출력(마력/rpm) 163/5300 163/5500
최대토크(kg?m/rpm) 23.5/2500~4800 24.5/3000~4000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배기량(cc) 1998 1796
보어×스트로크(mm) 89.9×78.7 82.0×85.0
압축비 9.5 9.5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60 70
Chassis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리서큘레이팅 볼(파워)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205/60 R15, 205/60 R15 225/45 R17, 245/40 R17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3.950/2.420/1.500
3.950/2.420/1.500
1.000/0.830/3.150
1.000/0.830/3.150
최종감속비 3.460 3.460
변속기 자동5단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223 226
0→시속 100km 가속(초) 9.2 8.3
연비(km/L) 10.4 8.8
Price 6,170만 원(2004년 4월 현재) 6,69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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