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 MOTORS TTR2 국내 실정에 맞는 버기 탄생!
2004-05-28  |   35,388 읽음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한 4WD차의 끝은 어디일까? 아마도 버기(Buggy)가 맨 윗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모래사막을 달릴 때는 듄(dune) 버기,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바위를 치고 오르는 록 크롤링(rock crawling) 버기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작년과 재작년 탑 크롤러 경기가 열리면서 여러 대의 버기가 만들어졌다.
이번에 시승한 TTR2는 국산 버기 1호를 만들고, 네바퀴조향기술을 응용해 버기를 제작했던 유제범·임석윤 씨가 개발했다. 이들의 얘기에 따르면 록 크롤링뿐 아니라 여러 코스가 뒤섞인 트라이얼 경기도 고려했다고 한다.

800cc 엔진과 자동기어 얹어

버기 제작은 자동차를 개발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쓰임새에 맞추어 기본 메커니즘을 정하고, 설계를 거쳐 차 만들기 작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결코 순조로운 과정이 아니다. 중간중간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튀어나오기 때문. 이를 수정하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부품 조립이 끝난 뒤 다양한 조건에서 주행 테스트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개발 마지막 단계인 파일럿 모델이 탄생한다.
TTR2의 제작과정도 위와 다르지 않았다. 설계와 구상에 한 달, 부품을 구하고 제작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점프와 바위 타기 등 과격한 테스트와 보강작업에는 3주가 소요되었다. 이렇게 완성한 버기는 섀시 및 롤케이지 역할을 하는 스틸 파이프 프레임과 네 귀퉁이로 한껏 밀려난 타이어 때문에 당당한 모습이다.
TTR2는 길이×너비×높이가 3천400×1천900×1천400mm로 짧고 넓고 낮다. 납작한 모습이 모래사막을 달리는 듄 버기에 가깝지만 32인치의 앞뒤 타이어는 록 크롤링 버기 같다. 바위와 흙이 섞여 있는 국내 지형에 어울리는 한국형 버기라 할 수 있다.
실내는 꼭 필요한 장비만 갖추었다. 수온계와 전압계, 몇 가지 경고등이 나란히 붙어 있고 시동에 필요한 두세 개의 스위치가 있을 뿐이다. 케이블 방식인 자동기어 레버는 쉽게 움직이고, 2개의 버켓시트에는 4점식 벨트를 달았다. 운전 교습용 차처럼 조수석 앞에 브레이크가 달렸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구동계다. 아토스와 비스토에 올라가는 4기통 798cc 엔진과 3단 자동변속기를 세로로 얹었다. 앞바퀴굴림 방식의 아토스는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가로로 얹히고 좌우로 드라이브샤프트가 나간다. TTR2는 이것을 세로로 돌리고 2개의 드라이브샤프트를 앞뒤 디퍼렌셜에 연결한 풀타임 4WD 방식이다. 트랜스퍼가 없는 간단한 구조여서 무게가 늘지 않고 제작비용도 적게 들었다. JM모터스는 이런 구조를 실용신안 신청했고, 국제 특허까지 내놓은 상태다.
감속기 역할을 하는 트랜스퍼가 없어 총감속비가 록크롤링 버기에 비해 떨어지거나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토스/비스토의 3단 AT는 종감속 기어비가 4.392로 휘발유차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또 앞뒤 디퍼렌셜에서 기어비 4.200으로 재감속이 이루어지므로 800kg의 무게와 32인치 머드 타이어를 굴리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이는 타이어 사이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인치 단위로 바꾼 아토스의 타이어는 21.5인치. TTR2는 32인치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하지만 디퍼렌셜에서 다시 4.200으로 감속이 이뤄져 힘이 철철 넘친다. 최고출력 54마력(6천rpm), 최대토크 7.4kg·m(4천rpm)의 힘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로 자동기어가 달린 앞바퀴굴림차 엔진을 모두 쓸 수 있어 300마력이 넘는 괴물도 나올 수 있다. TTR2의 추정 최고시속은 비스토의 절반인 70km 정도.
또 다른 장점은 앞뒤 독립식 서스펜션이다. 뒷바퀴굴림인 기아 포텐샤의 디퍼렌셜을 앞뒤에 넣고 유니버설 조인트를 이용한 드라이브샤프트를 바퀴 허브에 연결했다. 더구나 드라이브샤프트가 안쪽으로 들어가 바닥이 매끈하다. 최저지상고 48cm의 위력을 배가시키는 설계다. 더블 위시본을 응용한 서스펜션 링크가 길고, 코일오버 방식의 스프링과 쇼크 업소버의 움직임도 크다.

불법 튜닝 벗어날 수 있는 확실한 대안

롤케이지와 버켓시트 때문에 올라타기가 쉽지 않지만 들어간 후에 몸을 움직이기가 어렵지 않다. 좌우 바퀴의 움직임이 보이고, 헤드라이트 대신 단 안개등에 크롬도금 커버를 씌워 영국제 키트카에 타고 있는 느낌이다. 전원을 넣고 스위치를 눌러 시동을 걸면 단단하고 우렁찬 배기음이 들린다. 새로 만든 배기 매니폴드와 머플러 덕분이다. 일반도로를 달리지 않아 소음 규제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부품이다.
시승은 영종도에서 했다. 김포의 제작소에서 영종도까지는 트레일러를 이용해 옮겼다. 길이 3.5m 이하의 트레일러는 2종 보통면허로도 견인을 할 수 있다. 기어 레버를 D레인지로 옮기고 액셀 페달을 살짝 밟자 버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동기어를 달아 클러치나 변속 레버가 없고, 트랜스퍼도 달리지 않아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 스티어링 휠만 조작하면 된다. 손발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머릿속으로 코스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만 생각하면 된다. 오프로드용 버기에 자동기어가 쓰이는 이유다.

처음 움직일 때의 느낌은 가볍다. 소형 승용차 정도의 순발력을 자랑하고, 강력한 브레이크 덕분에 쉽게 멈춘다. 험한 테스트 때도 이런 느낌은 변함이 없다. 50도 이상 기울어진 급경사 절벽을 쉽게 올라가고 내려온다. 무게중심이 낮아 절벽을 오르다 뒤집어지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는다. 점프 후 내려올 때는 무게에 따른 스프링 강도와 쇼크 업소버 감쇠력이 적당해 큰 충격이 없다. 48cm인 지상고와 평평한 하체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처음에는 바닥이 닿을까 걱정이 되지만 곧 알루미늄으로 된 차 바닥을 돌에 얹고 힘으로 밀어붙여서 넘는 록 슬라이딩(rock sliding)의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바퀴가 모서리로 한껏 밀려나 접근각 80도, 이탈각은 90도가 넘기 때문이다.
고속주행 때의 안정성도 놀랍다. 휠베이스 안쪽에 엔진과 트랜스미션, 연료탱크, 운전석 등 무거운 부품이 모여 있어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질주해도 일정 수준의 언더스티어를 일으키며 안정된 자세를 보인다. 앞바퀴 프리휠 허브를 풀고 드리프트를 시도해 보았지만 휠베이스가 길고 트레드가 넓어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둔덕을 점프하거나 고속 코너링을 해야 하는 랠리용 버기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이런 궁극의 오프로더를 가지려면 얼마를 투자해야 할까? 제작사에서 밝힌 프로토타입 TTR2의 값은 약 1천200만 원. 장비에 따라 값이 조금씩 달라진다. 앞뒤 디퍼렌셜을 쌍용 뉴 코란도나 무쏘의 것으로 바꾸고 에어 로커를 넣으면 300만 원 정도 더해진다.
쓰임새는 어떨까? 기자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군용인 ‘경기갑차’였다. 요즘 전투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게릴라전 형태가 많은데, 우리 군용차로는 20cm 정도의 인도 턱이나 건물 입구, 화단 등을 넘을 수 없다. TTR2에 경장갑을 두르고 기관총을 얹으면 막강한 화력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산림을 관리할 때 쓰고 농장의 트랙터 대용으로도 좋다.
하드코어 오프로더에게도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오프로드 튜닝이 불법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SUV는 순정 상태로 또는 가벼운 튜닝을 해서 타고, 몇 사람이 공동으로 버기를 사서 하드코어 오프로드를 즐기는 것은 어떨까. 버기는 일반도로만 달리지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버기가 다양하게 나와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시승차 협조 : JM모터스 (031)998-8251

JM모터스 TTR2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3400×1900×1400
휠베이스(mm) 2700
트레드(mm)(앞/뒤) 모두 1720
무게(kg) 800
승차정원(명) 2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최고출력(마력/rpm) 54/6000
최대토크(kg·m/rpm) 7.4/4000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배기량(cc) 798
보어×스트로크(mm) 68.5×72.0
압축비 9.8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20
Chassis
보디형식 버기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
타이어 모두 33/11.5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2.728/1.536/1.000
-/-/2.222
최종감속비 4.392×4.200
변속기 자동3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70
Price 1,2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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