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SCHE CAYENNE V6 분명 포르쉐이고 SUV다
2004-05-27  |   14,003 읽음
포르쉐하면 떠오르는 생각. ‘포르쉐는 스포츠카고, 비싸며 두 명밖에 탈 수 없다.’
정통 스포츠카만을 고집하던 포르쉐가 SUV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포르쉐 매니아들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포르쉐는 계획을 밀어붙여 지난해 카이엔 터보와 S를 내놓는다. 작고 야물딱진 스포츠카만을 보아 왔던 이들에게 껑충한 카이엔의 등장은 실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카이엔은 결과적으로 포르쉐 판매를 13%나 끌어올리는 주역이 되었다. 스포츠카의 성격을 죽이지 않으면서 SUV의 장점을 제대로 살려낸 것이 인기 비결이었다. 터보와 S 모델에 이어 지난해 11월 V6 엔진을 더했고 4월 국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양한 안전장비로 신뢰감 높여

카이엔은 멀리서 보아도 분명 포르쉐다. 키가 클 뿐이다. 헤드램프는 전형적인 포르쉐 디자인이다. 돌출된 보네트 라인과 두툼한 앞뒤 펜더, 날렵하게 누운 D필러, 그리고 숨겨진 트윈 머플러에서 힘이 솟구친다. 겉모습의 차이점이라면 카이엔 터보는 브레이크 캘리퍼가 빨간색인 반면 V6는 검은색, 그리고 테일 게이트에 쓰인 로고가 다른 정도다.
짙은 회색의 실내는 차분하면서도 웅장함을 대변한다. 카이엔에 오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기어 옆의 손잡이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 크기가 다른 5개의 원으로 이루어진 계기판과 기어 아래쪽 좌우로 달려 있는, 4WD 시스템을 조절하는 PTM(Porsche Traction Management) 버튼, 에어 서스펜션 기능과 컴포트·노멀·스포츠 3가지 모드로 조절할 수 있는 능동형 서스펜션 PASM(Porsche Active Suspension Management) 버튼이 익숙하다. 또 센터페시아에 달린 PSM(Porsche Stability Management 포르쉐 주행안정관리장치) 버튼과 6개의 에어백이 사방에서 터진다는 설명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다른 SUV에 비해 낮은 시트는 딱딱한 느낌. 2열 시트에 3명이 앉아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널찍하다. 덩치에 맞게 앞좌석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도 뒷좌석 레그룸에 모자람이 없다.
서울에서야 자주 보지만 지방은 어디 그런가. 수입차는 구경조차 힘들다. 자동차 전문지 기자라는 장점을 살려 효도 한 번 해볼 요량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나들이에 나섰다.
빨리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덩치와 다르게 아이들링 상태의 엔진음은 조용하고 부드럽다. 더 큰 놀라움이 주유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치를 넣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기름값은 내가 내겠다”며 마음껏 넣으란다. “10만 원어치요.”
한 번에 10만 원어치를 넣는 사람을 처음 보았는지 주유소 직원이 다시 확인한다. 옆에 앉은 부모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카이엔 오너 정도면 유지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겠지만 휘발유 100X에 13만8천 원, 연료비가 만만치 않다.

고성능 모델과 달리 지긋한 맛 일품

V6 3천189cc 250마력 엔진은 최고시속 214km, 0→시속 100km 가속 9.7초의 성능을 낸다. 최대토크는 31.6kg·m, 트랜스미션은 수동겸 자동기어인 6단 팁트로닉이다. 하지만 터보와 S를 타본 경험이 있는 기자에게 제원표 숫자는 조금 실망스럽다.
4천511cc에 최고출력 450마력, 최대토크는 63.2kg·m의 터보를 탔을 때는 두려움에 떨었다. 액셀이 민감한 것인지, 발이 무딘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차에 몇 명이 탔든 온몸을 마구 흔들어 놓았다. ‘힘의 진수’라는 표현 외에는 적당한 표현이 없을 지경이었다. 밟는 대로 뛰쳐나가기는 S도 마찬가지였다.
다섯 명을 태운 시승차는 부드러운 달리기를 뽐내며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카이엔 형들에 비해 튀어 나가는 맛은 없지만 솟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rpm 게이지가 바쁘게 움직인다. 지긋하게 달리는 감각에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낀다.

특이한 차를 보면 경쟁심리가 발동하는지 장난을 걸어오는 차가 종종 있다. 나란히 달리던 운전자가 흘낏 곁눈질을 한다. 최고출력이 200마력이 넘는 수입 세단이다. 세단 운전자는 씩 웃으며 속도를 올려 앞지르기를 시작한다. 한판 붙자(?)는 얘기다. 이미 시승차는 시속 130km를 넘긴 상태. 마음은 굴뚝같지만 괜한 경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강릉 톨게이트로 들어서면 얕은 오르막이 낀 쭉 뻗은 고속도로가 계속된다. 가끔 나타나는 코너는 맛배기 코스. 지긋이 액셀을 밟으니 포르쉐 특유의 배기음이 발끝을 자극한다. 세단 운전자가 곱게 가면 좋으련만 속도를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신경을 건드린다. 시속 150km를 순식간에 넘어섰다. 앞에 달리는 세단이 시속 170km 정도인 것 같다.
다행히 고속도로는 한적하다. 나란히 달리기 위해 망설임 없이 액셀을 밟고 몇 초나 지났을까. 세단을 따라 잡은 순간 선배 기자의 말이 생각난다. ‘코너에서 빠른 차가 진짜지.’ 코너로 들어가는 순간 속도를 높여 앞서 나간다. 키 큰 포르쉐이기에 벨트라인 위쪽이 밖으로 나가는 느낌이지만 아래쪽은 땅에 착 달라붙어 핸들을 돌리는 만큼 코너를 파고든다. 일말의 흐트러짐도 없이 제 갈 길만 갈 뿐이다. 낮은 배기음이 아직까지는 문제없다는 신호음을 보내올 뿐, 2천500∼5천500rpm의 넓은 영역에서 나오는 31.6kg·m의 최대토크는 결코 숫자 놀음이 아니다. 계기판이 딱 210km를 가리키는 순간 ‘까딱까딱’ 경쾌한 소리를 내는 팁트로닉 스위치로 속도를 줄이면서 앞길을 터 준다. 비교대상이 아니기에 어디 가서 ‘간단하게 이겼다’라는 말을 하기가 쑥스러울 뿐이다.
오프로드에서는 에어 서스펜션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다. V6의 에어 서스펜션은 옵션. 평상시에는 217mm로 달리지만 노면에 따라 최고 273mm부터 가장 낮은 175mm까지 6단계로 맞출 수 있다. 1억 원이 넘는 차로 하드코어 정복의 상쾌함을 맛볼 수 있는 배짱 두둑한 오너가 있느냐는 별개로 하고, 딱딱한 스포츠카 모드에 맞추고 ‘두두둑’ 치고 나가는 비포장길이나 웬만한 깊이의 모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카이엔이 진정 포르쉐인지, 실용성에 중점을 둔 SUV 장르에 넣어도 되는지 데뷔 이후 카이엔의 아이덴티티에 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분명히 카이엔은 포르쉐 가족이고 빠르고 힘이 넘칠 뿐, SUV의 덕목을 모두 갖추고 있다.
국내 도로사정에는 힘이 넘치는 V8 터보나 S보다는 V6가 더 어울린다. 그리고 값도 싸다. 카이엔에 군침을 삼키는 사람에게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포르쉐 카이엔 V6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782×1928×1699
휠베이스(mm) 2855
트레드(mm)(앞/뒤) 1646/1662
무게(kg) 2555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V6 DOHC
최고출력(마력/rpm) 250/6000
최대토크(kg·m/rpm) 31.6/2500~5500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배기량(cc) 3189
보어×스트로크(mm) 84.0×95.9
압축비 11.5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100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모두 275/45 R19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⑥/?
4.150/2.370/1.560
1.160/0.860/0.690/3.390
최종감속비 4.560
변속기 자동6단 팁트로닉
Performance
최고시속(km) 214
0→시속 100km 가속(초) 9.7
연비(km/L) -
Price 1억1,000만 원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