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NSX-R ⑤미니 시승 - 섬세함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스포츠카
2004-06-07  |   16,368 읽음
토치기 프루빙 센터의 제동성능과 핸들링을 테스트하는 종합 코스에서 혼다의 최신기술이 쓰인 차들을 시승하게 되었다. 참석한 기자단이 조를 나누어 연료전지차인 FCX, 추돌할 때 충격을 줄여주는 CMS가 달린 인스파이어를 시승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스포츠카인 NSX-R과 S2000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스포츠카 체험을 위해 준비된 공간은 고속주회로의 남쪽 뱅크 바로 안쪽에 마련된 와인딩 코스. 원래 혼다는 두 차를 테스트 팀의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고 기자단은 동승만 하도록 준비했지만, 혼다코리아 담당자의 배려로 소수의 기자들은 직접 운전을 해 볼 수 있었다. 기자 시승은 일정에 쫓겨 코스 중 동쪽 절반만 두 바퀴를 도는 것으로 짧게 진행되었다. S2000은 이미 본지에 시승기가 실렸기 때문에 NSX-R을 몰아보기로 했다.
NSX-R은 NSX의 최고모델로, 경량화에 주안점을 두고 세심하게 튜닝한 차다. 혼다 양산 스포츠카의 정점에 있는 차인 만큼, 큰 기대를 하며 시동이 걸려있는 아이보리색 NSX-R의 도어를 열고 빨간 직물소재가 씌워진 일체형 버킷시트에 몸을 집어넣었다.

예민한 차체 반응, 운전에 집중하는 즐거움
실내는 91년 데뷔당시와 큰 차이가 없어,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시트는 거리조절만 할 수 있었는데, 전동식 조절장치를 쓴 것이 특이했다. 페달과 허벅지가 거의 같은 높이에 자리를 잡는 자세는 경주용 차에 오른 듯한 전투적인 긴장감을 자아냈다. 반발력이 크지 않은 클러치 페달이 의외였고, 왼손으로 조작하는 기어 레버는 S2000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움직임이 매력적이었다. 몇 차례 기어 단수별 레버 위치를 확인한 다음 클러치를 이으며 코스를 향해 나갔다. 여기까지 느낀 페달의 조작감은 일반적인 승용차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코스에 들어서니 빠른 속도를 낼 수는 없어도 커브가 끊임없이 이어져있어 차의 스티어링 감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조심스럽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나갔다. VTEC 가변밸브타이밍 기술이 쓰인 V6 3.2X 280마력 엔진의 소리가 등 뒤에서 빠르게 높아졌다. 코너를 하나하나 돌아나가는 동안 차의 움직임에 익숙해지면서, 엔진의 실력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 변속직전까지의 최고회전수를 조금씩 높여보았다. 회전수를 높일 때마다 소리가 주는 자극이 목 뒤에서 머리 끝으로 계속해서 치고 올라갔다.
꾸준히 오른쪽 왼쪽으로 커브를 드나드는 동안, 스티어링 휠과 액셀러레이터의 조작은 차체의 움직임으로 빠르고 치밀하게 옮겨졌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 덕분에 호흡이 가빠졌지만, 미드십 엔진 차만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끼며 가슴속에 흐뭇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뿐 아니라 액셀러레이터를 통한 감속과 가속으로도 차의 움직임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충분한 포용력을 가진 서스펜션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없이 안심하고 운전을 즐길 수 있었다.
짧은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릴 때에는 출발 전의 긴장감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깔끔하고 정교한 맛이 있고 섬세한 운전기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NSX-R은 일상적으로 쓰기에도 부담없을 만큼 편안함이 공존하는 차였다. 잠깐동안의 경험이었지만 NSX를 왜 수퍼카 입문자들을 위한 차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NSX-R이야말로 가장 혼다다운 차라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