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라세티5 ②해치백 불모지에 불어닥친 새 바람
2004-05-24  |   33,901 읽음
미운 오리새끼의 방황은 끝날 것인가? 유난히도 해치백이 박대 받는 우리나라에서 소형차도 아닌 준중형 해치백은 미운 오리새끼와 다름없다. 괴롭고 슬픈 과거를 꿋꿋하게 버텨낸 동화 속 미운 오리새끼는 자신이 우아한 백조임을 알게 된 뒤 행복을 되찾는다. 하지만 국내 현실 속의 해치백은 백조의 우아한 날갯짓은 둘째치고 아직 자신이 백조인지도 모르니 안타까울 뿐이다.
국내 시장에서 해치백이라 하면 세단의 트렁크만 싹둑 잘라낸 변종 모델이라는 누명을 썼던 것이 사실. 하지만 라세티 해치백(라세티5)은 환골탈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듯, 굳이 라세티라는 이름을 달지 않아도 될 만큼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라세티5가 해치백 붐의 진원지가 될지, 또 다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할지는 시간이 흐르면 결판나겠지만 ‘당리당략과 정파’를 초월해 좋은 결과를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스포티한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스타일

지난해 10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낸 라세티 해치백은 해치백의 낙원인 유럽을 겨냥한 모델. 대단한 각오라도 한 듯 디자인을 확 뜯어 고쳤다. 좀더 새로운 모습을 필요로 했는지 피닌파리나의 손을 거친 세단과 달리 이탈디자인 쥬지아로에게 스타일을 맡겼다.
아몬드 모양의 헤드램프는 블랙 베젤의 식상함을 의식한 듯 둘레만 살짝 검은색으로 둘러 귀여운 팬더 이미지가 난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굵은 크롬 라인과 엠블럼으로 마무리한 역사다리꼴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미 칼로스에서 선보인 것으로 GM대우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되었다. 앞모습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움과 날렵함에 역동성이 살아 있지만 욕심 같아선 개성을 더 뚜렷이 할 과감한 터치가 아쉽다. 옆모습으로 넘어가면 대우차의 개성으로 자리잡은 돌출형 휠아치와 함께 그립식 도어 핸들이 눈에 띈다.
해치백 스타일의 백미는 아무래도 뒷모습. 지금까지의 대우차가 그래왔듯이 라노스나 칼로스에서 보여준 탱탱한 엉덩이는 라세티5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보는 각도에 따라 직선과 곡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자칫 뭉툭해 보일 수 있는 해치백 뒷모습에 입체감을 살렸다. 비상하는 날개를 닮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한껏 위로 치켜올렸고 네 개의 서클로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범퍼 밑단의 가느다란 붉은색 반사판도 포인트를 준 부분.
스포티한 분위기로 엮어낸 인테리어도 변화의 핵심이다. 동그란 송풍구와 대시보드 위쪽 가운데에 마련한 디지털 시계가 앙증맞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돋보이고 검정과 회색, 실버 메탈릭의 조화로 젊은 감각을 물씬 풍긴다. 힘이 넘치는 곡선으로 처리한 도어트림에도 스포티한 감각이 묻어 있지만 실버 패널로 포인트를 줬음에도 회색 일변도라 조금 심심하다. 품질감이 떨어지는 플라스틱 소재는 차급으로 보나 수출전략 모델인 점을 감안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길이가 20cm 정도 줄었지만 기본이 준중형인지라 실내공간은 여유 있다. 뒷좌석의 레그룸은 932mm, 헤드룸은 964mm로 동급 최고 수준. 세단보다 트렁크 공간이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해치백 기준으로는 넉넉하고, 6:4 분할 폴딩으로 뒷좌석을 희생하면 최대 1천X 이상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5명이 몸을 부대끼고 다니지 않는 한 짐 공간은 걱정 없는 셈.

정숙성·고속안정성·제동성능 뛰어나

엔진은 세단과 같은 1.5X DOHC E-텍Ⅱ. 6천rpm에서 106마력의 힘을 내고 4천200rpm에서 14.2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유난히 소음에 민감한 국내 운전자들의 입맛에 맞을 정도로 조용하다. 경제적인 운전영역이라 할 수 있는 2천rpm 전후에서도 아이들링 못지않은 정숙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더 스포티하게 몰기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거나 높은 rpm 영역에서는 거친 울부짖음이 실내로 파고든다.
국내 모든 준중형 모델이 그렇듯 1.5X 엔진으로 ‘스트레스 없는’ 가속성능을 바라기는 무리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감안해 한 수 접고 평가하자면 기대 이상으로 꾸준한 가속력을 보인다. 시속 150km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힘이 한결같고 그 이후에는 바늘 움직임이 무거워진다. 최대토크 부근에서는 나름대로 가속력이 느껴지지만 rpm 게이지의 그린 존을 넘어버린 바늘을 바라보기 부담스럽다.
일본 아이신의 스텝게이트식 4단 AT는 변속충격이 크지 않고 동력 전달도 무리 없이 해낸다. 3단 레인지가 없고 홀드 스위치만 있어 혼자서 척척 해낼 것 같지만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위해서는 뭔가 부족하다. 가속력의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고속에서의 안정적인 달리기가 믿음을 준다. 제동성능도 만족할 만한 수준. 고속에서 급제동을 해도 ‘두두둑’하는 믿음직스런 ABS 작동 소리와 함께 흐트러짐 없이 멈춘다.
라세티5의 언론 시승회가 진행된 제주도의 해안도로는 완만하고 급격한 코너가 적절히 섞여 있어 코너링 성능을 확인해보기에는 제격이었다. 게다가 블라인드 코너가 많아 ‘아웃 인 아웃’ 같은 기본적인 테크닉보다는 코너를 정확히 따라가는 것이 급선무. 운전자의 빠른 스티어링 조작에도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정확히 코스를 밟아나가는 모습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리 급하지 않은 코너에서도 살짝 돌아가는 꽁무니는 일말의 불안감을 남긴다. 적당히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지만 스포츠 주행 감각은 평균점을 약간 웃도는 정도.

진정한 경쟁자는 유럽 C세그먼트의 해치백
니치마켓에 가까운 국내 준중형 해치백 시장의 특성상 라세티5의 경쟁 상대는 세단과 해치백을 아우르게 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성장한 국내 준중형 시장은 이미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실력이 상향평준화된 상태. 그럼에도 라세티5는 스타일과 인테리어, 동력성능과 편의·안전장비 등 모든 면에서 그 기준을 넘어서는 ‘기대 이상의 매력적인 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국산 경쟁차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의 얘기다. 라세티5가 뛰어들 유럽 본무대 C세그먼트 해치백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폭스바겐 골프와 푸조 307, 도요타 카롤라 등…… 예쁘장하고 잘 달리고 실용적인 만능 재주꾼들이 수두룩하다. 쟁쟁한 경쟁자들 틈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국산 해치백 승용차의 발자취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의 역사는 소형차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75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인 현대 포니가 국산 해치백의 원조.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포니는 독립된 트렁크 공간을 가진 패스트백이기 때문에 진정한 첫 모델은 그 뒤를 이어 82년에 나온 포니2라 할 수 있다. 국산차 중 해치백으로 가장 성공한 모델은 86년에 나온 기아 프라이드. 현대 포니2와 달리 포니 엑셀, 대우 르망과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갖춰진 후에 얻은 성공이었고 더구나 ‘꽁지 빠진 닭’이라는 초기의 곱지 않은 시선들을 극복한 결과여서 더욱 값지다. 포니 이후에도 해치백은 간간이 나왔지만 유별난 세단 선호 경향 때문에 대부분 노치백이 주를 이루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노치백이 먼저 나오고 3/5도어 해치백이 뒤를 잇는 패턴이 자리잡았다. 현대 엑셀 5도어와 대우 넥시아로 명맥이 이어졌고, 90년대 중반 현대 유로/프로 엑센트와 대우 라노스 로미오/줄리엣, 기아 아벨라가 새로운 해치백 시대를 열었다. 99년 현대 베르나 센스에 이어 2002년에는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 모델인 현대 클릭과 대우 칼로스가 등장했다. 대우 티코를 비롯해 마티즈와 아토스, 비스토 등 경차는 작은 실내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 해치백으로 선보였다. 준중형 해치백 시장은 기아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피아 해치백 버전인 레오는 기본형이 등장한 지 4년이나 지난 96년에 말에 나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1년 뒤 세피아Ⅱ의 해치백 버전인 슈마에 자리를 물려주었다. 98년 대우가 누비라 D5를 선보여 준중형 해치백 시장도 경쟁체제에 들어갔고 2000년 기아 스펙트라 윙과 현대 아반떼 XD 5도어가 나와 누비라 D5와 함께 준중형 해치백의 3강구도를 만들었다. 올해는 라세티 해치백 등장과 함께 세라토 해치백도 데뷔를 앞두고 있어 준중형 해치백 시장도 곧 세대교체를 이룰 전망이다.

해치백이란?

자동차를 구조로 분류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해치백과 노치백. 둘 사이의 가장 큰 구분 기준은 승차공간인 캐빈룸과 트렁크룸의 분리 여부다. 노치백은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세단 형태를 가리킨다. 노치(notch)는 사전적 의미로 단(段)을 의미한다. 뒷유리와 트렁크가 이어지는 모양이 계단처럼 생긴 데서 유래된 이름. 엔진룸과 캐빈, 트렁크의 구분이 뚜렷하기 때문에 3박스 형태라고도 한다. 해치백에서 해치(hatch)는 갑판의 통로나 천장, 지붕 등에 만든 출입구의 뚜껑을 뜻한다. 차 뒷부분에 달린 뚜껑은 대부분 위쪽에 힌지가 달려 위로 열리는 형태인데, 그 모습이 해치와 닮아 해치백으로 부르는 것. 캐빈룸과 트렁크룸이 하나로 통해 있기 때문에 2박스라고도 부른다. 또한 베르나 센스처럼 뒤꽁무니가 살짝 튀어나와 겉모습만 세단처럼 생긴 테라스 해치백도 있다. 유럽에서는 해치와 도어를 엄격하게 구분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은 해치를 도어와 같은 개념으로 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3/5도어라고 하면 해치백이라 받아들이지만, 유럽에서는 2/4도어 해치백이라고 부른다. 해치백과 비슷한 형태로는 패스트백과 플레인백이 있다. 패스트백은 포르쉐처럼 루프라인이 뒷유리를 거쳐 트렁크라인까지 매끈하게 이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해치백은 해치 도어에 뒷유리가 포함되어 있지만 패스트백은 뒷유리가 고정되어 있고 트렁크만 열리는 것이 차이점. 플레인백은 패스트백에 비해 뒷부분이 높은 형태로 고성능 차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둘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GM대우 라세티5 MAX의 장단점



장점 ·확 바뀐 스타일
·고속 안정성
단점 ·품질 낮은 내장재
·불안한 코너링


GM대우 라세티5 MAX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295×1725×1445
휠베이스(mm) 2600
트레드(mm)(앞/뒤) 1480/1480
무게(kg) 115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4기통 DOHC
최고출력(마력/rpm) 106/6000
최대토크(kg·m/rpm) 14.2/4200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배기량(cc) 1498
보어×스트로크(mm) 76.5×81.5
압축비 9.5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분사
연료탱크크기(L) 60
Chassis
보디형식 4도어 해치백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듀얼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모두 195/55 R15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2.875/1.568/1.000
0.697/-/2.300
최종감속비 4.111
변속기 자동4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81
0→시속 100km 가속(초) 12.2
연비(km/L) 12.7
Price 1,172만 원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