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로디우스 ③ROAD IMPRESSION - 컨셉트는 독특하나 결과물은 애매하다
2004-06-11  |   33,267 읽음
한국의 독특한 시장환경이 낳은 또 하나의 물건(?)이 등장했다. 로디우스는 이스타나의 단종으로 승합차가 없던 쌍용이 개발한 MPV다. 아니 미니밴이나 SUV 혹은 단순한 승합차 같기도 한 복합적인 성격의 차다. 쌍용이 내세운 ‘신개념 프리미엄 MPV’라는 슬로건 가운데 적어도 ‘신개념’이란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승합차인 이스타나를 단종시킨 쌍용은 새로운 MPV에 쓸 만한 대형 섀시가 없어 새 플랫폼을 개발하거나(혹은 들여오거나) 이미 갖고 있는 플랫폼을 활용해야 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던 쌍용은 체어맨의 플랫폼을 새 MPV에 활용했고, 뉴 체어맨과 렉스턴 등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새 MPV에 쏟아 부었다. 코란도 밴이나 무쏘 7인승, 무쏘 스포츠 등 세제혜택을 받은 틈새 모델로 재미를 본 쌍용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승용차 세금을 내야 하는 10인승 이하 미니밴 대신 세제혜택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는 11인승 MPV에 욕심을 낸 것도 한편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처럼 좋을 것 같은 요소들을 한데 모아 만든 결과물인 로디우스는 독특하면서도 무언가 아쉬움을 남긴다. 그 가운데 한 가지쯤은 과감하게 버릴 용기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스윙 도어 달아 SUV 같은 이미지 강조
렉스턴 타는 느낌이 들 만큼 힘 뛰어나


로디우스를 처음 보면 엄청난 크기와 독특한 스타일에 잠시 할 말을 잊게 된다. 길이×너비×높이는 5천125×1천915×1천820mm로, 기아 카니발은 물론 현대 스타렉스 점보(12인승)보다 크다. 언뜻 보면 덩치 큰 SUV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뒤 도어를 슬라이딩 방식 대신 스윙 방식을 써 SUV 느낌이 더 짙다. 해외 모델 중에는 구형 혼다 오디세이나 르노 에스파스, 포드 갤럭시 등이 스윙 도어를 달았다. 얼굴을 매끈하게 다듬고 렉스턴의 것과 모양과 색이 거의 같은 짙은 회색 범퍼가드와 가니시를 붙인 것도 SUV 느낌을 주는 데 한몫 한다. 스타일의 좋고 싫음을 떠나 일단 고급스럽게 보이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운전석에 앉는 느낌 역시 SUV에 가깝다. 대시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센터페시아 위쪽에 달린 계기판. 푸조 807이나 시트로엥 C8 등의 미니밴도 이 같은 센터미터를 쓰고 있다. 옅은 색의 우드그레인은 베이지색 시트와 잘 어울리고, 센터페시아에 쓰인 펄이 들어간 플라스틱도 색감이나 질감이 만족스럽다. 글로브 박스 위쪽에 자리한 서랍식 CD수납함과 조그마한 사물함은 재치 있는 아이디어다. 지붕 위에 자리한 시계와 평균속도, 방위 등을 나타내는 표시창은 보기에는 좋지만 운전할 때 시선을 돌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시승차는 DVD체인저가 들어있는 고정식 센터콘솔을 갖추고 있지만, CD체인저나 DVD체인저를 선택하지 않으면 떼어서 캐리어나 야외에서 간이 테이블로 쓸 수 있는 탈착식 센터콘솔이 달린다.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아이디어 장비이지만 이미 미국과 유럽의 미니밴들은 이보다 더 재치 있는 장비들을 실내에 가득 담고 있다.
로디우스는 렉스턴에 쓰인 직렬 5기통 2.7X 165마력 엔진과 5단 자동기어를 얹고 있다. 힘은 렉스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소음 또한 비교적 잘 억제되어 있다. 엔진의 최대토크가 34.7kg·m/1천800∼3천200rpm이나 되기 때문에 렉스턴보다 135kg 늘어난 무게는 가속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터보가 제대로 작동하기 전에는 답답할 만큼 액셀 반응이 더디지만 2천rpm 이상에서는 시원스럽게 가속할 수 있다. 시승 당일 내본 최고시속은 180km이고, 빠르면서 편안하게 달리기에 적당한 속도는 150km 정도(5단 3천200rpm)인 것 같다. 다만 스티어링 휠이 지나치게 가벼워 고속에서는 좀 불안하다.
시원스럽게 달리다보면 문득 SUV를 몰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지만 차선변경이나 코너링 때의 몸놀림은 확실히 더디다. 특히 급차선 변경이나 급코너링을 하면 서스펜션이 물러 차체가 심하게 출렁인다. 또한 165마력의 고성능을 뒷바퀴로만 굴리다보니 코너링에서 종종 차체 뒷부분이 옆으로 흐른다. SUV와 같은 감각으로 몰아붙이다가는 허둥대는 차체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 십상이다. 벤츠의 기술이 녹아있는 5단 AT의 응답성은 뛰어난 편이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커다랗게 자리잡은 센터미터는 보기에는 좋지만 달릴 때는 속도를 곁눈질로 확인해야 하므로 꽤나 불편하다. PSA와 피아트 그룹이 함께 선보인 미니밴 4총사와 닛산이 선보인 퀘스트 등도 센터미터를 쓰고 있지만, 푸조 807이나 란치아 페드라, 닛산 퀘스트는 속도계를 최대한 센터미터 왼쪽에 놓아 운전하면서 쉽게 볼 수 있다. 과속단속 카메라 앞에서 제한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속도계를 쳐다보는 일이 많은 국내 실정을 감안하면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열 놓느라 3열 시트와 트렁크 공간 희생
틈새시장 공략에 발목 잡힌 애매한 컨셉트


로디우스는 지나치게 틈새시장 공략에 집착하다 보니 애초 내세운 프리미엄 MPV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먼저 5m가 넘는 커다란 고급 MPV의 실내활용도가 너무 떨어진다. 최근 선보인 미국과 유럽의 미니밴, MPV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실내활용성을 높이는데 개발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로디우스는 그저 실내를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11인승에 집착하다보니 4열 시트를 억지로 집어넣었고, 이 때문에 4열은 물론 3열 시트의 거주성까지 피해를 입었다.
9인승은 4열 시트의 등받이를 접거나(폴딩) 바닥까지 접을 수 있지만(더블 폴딩), 11인승은 4열 시트의 등받이만 접을 수 있고 트렁크 공간을 키우려면 3∼4열 시트의 등받이를 모두 접어야 한다. 문제는 4열 시트를 접더라도 짐 공간은 넉넉하지 않고 이때 2∼3열 시트의 무릎공간도 좁아진다는 데에 있다. 7~8인승만 되었어도 거주성과 짐 공간은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겉은 고급스럽게 보이는 SUV 스타일의 MPV이면서 속은 평범한 미니밴이나 원박스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로디우스의 큰 약점이다. 4열 시트를 떼어낸 다음 3열 시트만 얹고 다니면 거주성과 트렁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국내 법규는 떼었다 붙일 수 있는 시트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법규를 탓하기 이전에 접었을 때 공간을 작게 차지하는 시트를 개발하지 않고 덩그러니 보통 시트를 4열에 집어넣은 쌍용의 처사도 성의가 없다. 시트를 접었을 때 바닥 높이와 같게 평평해지는 등(닷지 캐러밴, 도요타 시에나) 최근 선보이는 미니밴과 MPV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실내공간을 넓게 쓰는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스윙 도어 역시 실용성 면에서는 의심이 간다. 올해 선보인 뷰익 테라자나 새턴 릴레이는 SUV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뒤 도어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이들 차는 3열 승객의 편의를 위해 과감하게 스윙 도어를 포기했는데, 쌍용은 3열뿐만 아니라 4열 시트를 갖추고도 스윙 도어를 달았다. 4열에 앉으려면 2∼3열 시트 사이 좁은 공간으로 엉덩이를 쭉 뺀 엉거주춤한 자세로 드나들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만들지 않고 겉만 잘 꾸며 놓은 차를 진정 프리미엄 MPV라고 부를 수 있을까.

쌍용 로디우스 RD500 최고급형 9인승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5125×1915×1820
휠베이스(mm) 3000
트레드(mm)(앞/뒤) 1590/1580
무게(kg) 2230
승차정원(명) 9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5기통 디젤 터보 CRDi
최고출력(마력/rpm) 165/4000
최대토크(kg·m/rpm) 34.7/1800~3200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배기량(cc) 2696
보어×스트로크(mm) 86.2×92.4
압축비 18.0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80
Chassis
보디형식 미니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 모두 225/65 R16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3.595/2.186/1.405
1.000/0.831/3.167
최종감속비 3.31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
0→시속 100km 가속(초) 14.4
연비(km/L) 10.2
Price 2,93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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