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프리랜더 3도어 자유롭고 싶은 청춘들의 샤롯데
1999-11-28  |   17,848 읽음
랜드로버에서 프리랜더라는 차가 나오기 전까지 랜드로버의 모델은 장년층의 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틀림없는 성능과 강인한 내구성으로 높은 명성을 얻어왔던 디펜더부터 영국 고급차의 공식을 4WD에 그대로 옮겨 귀족들의 에스테이트카라고 불리웠던 레인지로버에 이르기까지 랜드로버의 모델들은 확실한 가치를 지녔지만 값이 비싸 많이 보급되지는 않았다.
랜드로버가 많이 팔리지 않았는데도 눈에 많이 띄는 이유는 유난히 긴 내구성 때문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랜드로버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 반은 10년이 넘은 모델들이다. 랜드로버가 염가판으로 내놓았던 디스커버리 역시 랜드로버 모델로는 저가형이었지만 절대값은 여전히 높아 4WD 수요가 큰 후진국에서는 그림의 떡이었을 뿐 아니라 경제력이 떨어지는 젊은 활동파 오프로드 매니아들에게도 높은 곳에 있는 차였다.

젊은층을 겨냥한 매력적인 모델
개방감뿐 아니라 시야확보도 좋아


보급대수로만 따진다면 세계 4WD시장은 경량급 오프로더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온로드 주행능력의 비중이 높아진 염가의 소형 SUV바람은 스즈키 사이드킥과 기아 스포티지가 원조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포드 매버릭(닛산 테라노II), 도요다 RAV4 등은 세련된 스타일링과 경쾌한 성능 그리고 컴팩트한 차체에 싼 값으로 활동적인 젊은 오너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높은 명성을 가진 랜드로버가 보다 넓은 아랫급 시장에 뛰어든 것은 바로 프리랜더라는 경량급 SUV를 통해서였다. 프리랜더는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고 랜드로버 코리아 역시 발빠르게 프리랜더를 수입, 판매했다. 수입된 첫 모델은 5도어 모델이었다.
경량급 SUV시장에서는 실용성 못지 않게 패션성도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젊은층을 겨냥한 모델일수록 스타일링의 비중은 높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3도어 모델을 고대하는 젊은 고객들이 많았다. 고대하던 매력적인 프리랜더 3도어가 시승차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대개 도어가 많은 차를 좋아한다. 물론 도어가 많을수록 타고내리기 좋고 실용적이다. 하지만 2도어 혹은 3도어가 주는 안락감 또한 가치가 높다. 특히 오너 드라이빙 전용차라면 도어수가 적은 것이 더 편리하다. 랜드로버 프리랜더는 3도어가 제격이다. 차의 급이나 성격에 비춰봐도 3도어가 이상적일 뿐 아니라 스타일링 측면에서도 3도어가 개성이 넘치는 프론트 마스크와 잘 어울린다.
더 중요한 것은 오픈에어 모터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앞좌석 천장에는 두 개의 탈착식 글라스톱이 있고 뒷부분의 소프트톱은 말아 올려 B필러에 매달거나 아예 떼어낼 수도 있다. 아직 발매되지는 않았지만 하드톱을 달 수도 있다.
프리랜더 3도어의 소프트톱을 벗기는 일은 컨버터블이나 로드스터처럼 간단하지 않다. `탈착`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분해에 가까운 수고가 요구된다. 오프로더에 있어서는 오픈이란 개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컨버터블은 바람에 머리가 엉키기만 해도 쉽게 소프트톱을 씌울 수 있지만 오프로더는 험로를 공략할 때 노면 파악을 위해 오픈하는 것이 원래 목적이기 때문에 소프트톱을 벗기거나 씌우는 과정이 복잡한 것이 큰 흠은 아니다. 오프로더 중에서 오픈보디로 만들거나 다시 톱을 씌우는 과정이 간단한 모델 중 하나인 뉴 코란도 290SR도 숙달된 사람이라도 3∼5분이 걸린다. 물론 프리랜더의 소프트톱을 벗기거나 씌우는 데는 1∼2분 정도 더 소요된다.
프리랜더는 3도어나 5도어 모두 같은 차체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짧아 보일 뿐 공간은 그대로다. 그래서 옹색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소프트톱을 모두 떼어내면 뉴 코란도보다 개방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3도어 모델이 좋은 이유는 운전자의 후방시계를 막지 않는다는 점이다. 5도어 모델은 앞문이 작아 B필러가 운전자의 후측면 시계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도어가 커지고 그만큼 B필러가 뒤로 물러난 3도어 모델은 B필러가 운전자의 시야를 가로막지 않아 개방감뿐 아니라 시야확보에도 좋다.

온로드에서도 뛰어난 성능 보여줘
움직임 파악 쉽고 트랙션 변화 없어


자유로를 이용해 파주까지 가기로 했다. 자유로라는 고속주행구간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소프트톱을 씌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3도어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오픈보디여야 한다는 생각에 소프트 톱을 떼어내고 달렸다.
5도어 모델 시승 때도 느낀 것이지만 프리랜더의 온로드 달리기 성능은 빼어나다. MGF에 얹히는 120마력의 1.8ℓ 엔진이 MGF보다 640kg이 더 무거운 차체를 이처럼 가뿐하게 달리게 하는 것이 감탄을 자아낸다. 시속 100km에서도 페달을 밟으면 멈칫거림 없이 가속이 이루어진다. 메이커 발표치는 최고시속이 165km라는데 그보다는 10% 정도 더 높은 속도를 얻을 수도 있을 정도로 여유가 느껴진다. 그뿐 아니라 시속 120km로 달려도 바람소리가 작아 오픈 상태로 고속 크루징을 해도 옆좌석에 앉은 사람과 얘기할 수 있을 정도다.
고속 코너에서도 높아 보이는 차체에 비해 엔진과 파워트레인 등이 낮게 자리한 때문인지 안정감이 높다. 빼어난 핸들링을 인정받은 스포티지와 비교한다면 막상막하다. 스포티지가 가뿐한 느낌인데 비해 프리랜더는 중량감이 느껴진다. 하체의 단단함은 프리랜더가 한 수 위다. 코너에서도 풀타임 4WD로 트랙션 변화가 거의 없어 안정되게 돌아나간다. 조작반응 역시 젊은이들의 감각에 어울리게 빠르다. 품격보다는 개성이 두드러진 프리랜더는 일상적인 달리기에서 SUV라 너그럽게 봐주어야 할 둔한 반응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험로를 찾았다. 역시 예상대로 잘 올라갔고 가벼운 페달 조작만으로 험한 돌밭도 힘들이지 않고 미끄러짐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1단과 후진 기어의 기어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반클러치를 쓰게 되면 디스크 마모가 심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온로드에서 스포티지 2.0 DOHC와 크게 차이나지 않던 프리랜더는 오프로드에서 명문 랜드로버의 명성에 부응하는 주파력을 보여주었다. 험한 정도가 높아질수록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노면 편차가 적은 개활지에서 고속으로 달릴 경우 순간적으로 안정감을 잃기도 하지만 프리랜더의 전반적인 달리기는 온로드,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3도어 모델은 오프로드에서 차체 움직임을 파악하기 쉬워 5도어로 오프로드를 공략하는 것보다 더 편하다.
이처럼 운전에 부담이 없는 것은 우선 차체를 잘 잡아주는 단단한 하체 때문이겠지만 그와 함께 컴팩트한 차체가 주는 자유로움도 큰 몫을 한다. 프리랜더는 자유를 추구하는 젊은이의 차다. 물론 젊은이들에게 3천790만 원이라는 값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지만 경제력만 뒷받침된다면 선택할 만한 자유다.
프리랜더는 온로드에서도 자유롭게 달릴 수 있고 오프로드에서도 차체가 상처를 입을까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 더욱이 정장 차림으로 차에 올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중장년층이 타도 멋지게 보인다. 소프트톱을 떼어내고 자연을 느끼는 50대 프리랜더 오너라면 `활동적인 중년`으로 자연스럽게 비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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