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 9-5 에어로 왜건 프리미엄 왜건의 세계
1999-11-28  |   21,356 읽음
SUV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이다. 현재 패밀리카 시장의 상당부분을 SUV와 미니밴이 차지하고 있다. 미니밴이 등장하기 전, 미국 패밀리카 시장을 지배하던 스테이션 왜건은 자동차 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나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70년대 대부분의 미국차들은 한 차종에 2도어 쿠페, 4도어 세단, 스테이션 왜건 3가지 모델을 갖추고 있었다. 스테이션 왜건은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서 한 대씩 가지고 있었을 만큼 모델도 다양했고 판매도 많았지만 미니밴이 등장하고 SUV 열풍이 불자 상대적으로 실내공간이 작은 왜건은 설자리를 잃어갔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왜건형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승용차는 그리 많지 않다.


유럽차 중심으로 왜건 판매 늘어나

한때 완전히 소수계로 밀려났던 왜건이 최근 완만한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특이한 것은 과거처럼 미국산 풀 사이즈 왜건 대신 유럽산 프리미엄 왜건이 시장확대의 첨병이라는 사실이다. 왜건의 컴백은 SUV가 너무 많은데 대한 반동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승용차와 같은 운동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공간활용도가 높은 왜건은 여러모로 합리적인 차종이다. 한편 포드 익스플로러의 파이어스톤 타이어 파열 사고로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 뒤 SUV가 안전한 차라는 잘못된 통념이 어느 정도 깨지기는 했으나 SUV 판매는 꾸준히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시승차는 사브 9-5 에어로 왜건이다. 현재 연간 약 5만5천 대 이상의 유럽산 프리미엄 왜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메이커는 볼보다. 왜건은 오래 전부터 볼보의 주특기 분야였다. 아우디, 벤츠, BMW도 비록 많지 않은 모델이지만 왜건을 계속 판매해왔다. 한편 사브는 이 분야에 있어서는 상당한 후발주자지만 벌써 BMW 왜건(3, 5시리즈)에 필적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9-5 왜건은 사브로서는 두 번째 선보이는 왜건이다. 사브의 첫 왜건은 59년 발표된 사브 95 콤비였다. 2스트로크 3기통 엔진을 얹은 사브 95는 4스트로크의 V4 엔진을 얹은 96이 등장한 이후에도 계속 판매되었다. 사브는 원래부터 모델 라인업이 단순했던 데다 왜건형 모델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브 99 해치백은 유럽에서는 콤비 쿠페(combi coupe), 미국에서는 왜건백(wagonback)으로 불렸다. 사브 99는 근대적인 사브의 첫 모델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

현 모델까지 이어지는 사브의 개성은 사브 99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헤드램프 와이퍼와 충격흡수식 범퍼, 열선 내장 시트, 도어 임팩트 빔 등이 세계 최초로 사용된 차였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양산 터보 승용차`였다. 물론 사브 99 이전에도 터보를 단 차들이 있었으나 레이스카나 레이스 규정 중의 최저생산대수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한정생산 모델뿐이었다.

초창기 터보 엔진은 과급효과를 이용하기 위해 실린더 압축비를 낮추고 밸브 오버랩(흡배기 밸브가 동시에 열려 있는 구간)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 세팅이었다. 압축비가 높은 채로 터보를 달면 연소실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져 이상연소의 원인이 되고 노킹으로 이어진다. 한편 오버랩이 길 경우 과급압 때문에 혼합기가 연소실에 머물지 못하고 그대로 빠져나가 버리게 된다. 이런 설정은 고회전대에서 과급압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저회전에서는 운전성이 나쁘고 전체적인 반응성도 떨어지는 결점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사브 99는 넓은 영역에서 부드럽게 작동하는 터보를 사용함으로써 `터보가 달린 차는 운전의 고수들이나 타는 차`라는 통념을 뒤집어버렸다. 전통 있는 사브의 터보 기술력은 요즘에도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몇 번 몰아 본 적이 있는 최근 사브차는 대개 저압 터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것처럼 운전이 편해서 인상적이었다. 사브 9-5 에어로는 십대들이 열광할만한 이름인 H.O.T(High output turbocharged) 엔진을 얹고 있다.230마력 발휘하는 2.3X 터보 HOT 엔진

4기통 2.3X의 H.O.T 엔진은 사브 9-3 비겐에 얹힌 것과 같은 것이다. 같은 배기량의 4기통 저압터보 에코파워 엔진의 부스트압이 0.55바인데 비해 이 엔진은 1.4바로 상당히 높다. 부스트압에 따른 온도상승에 견디기 위해 많은 부분이 강화되었다. 5천500rpm에서 23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조합되는 변속기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수동의 경우 1천900∼3천800rpm에서 34.6kg·m, 자동일 경우 1천900∼4천600rpm에서 33.5kg·m를 낸다. 사브 트라이오닉7 시스템은 32비트의 컴퓨터를 이용해 엔진을 비롯한 구동계를 종합적으로 제어한다. 특히 가속 페달과 드로틀 밸브는 기계적 연결이 없는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써 터보차의 약점 중 하나인 반응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넓은 회전영역에서 평탄한 가속을 보이는 엔진 덕분에 출발과 정지가 반복되는 도심 교통상황이나 쭉 뻗은 고속도로, 코너가 계속되는 산악도로에서 운전하기가 편안하다. 몇몇 라이벌이 5단 AT를 쓰는 데 비해 사브는 아직 4단 AT를 쓰고 있다. 하지만 기어비 설정이나 변속반응도 좋고 엔진과의 조화도 잘 이루어져 있어 아쉬운 점은 느낄 수 없다.

AT는 노멀과 스포츠, 윈터 3개 모드를 갖추고 있어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 패턴뿐 아니라 가속 페달에 따른 드로틀 밸브 개폐의 제어도 바뀌어 보다 박력 있게 달릴 수 있다. 토크 컨버터의 록업 컨트롤 영역도 넓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직결상태를 유지하므로 엔진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연비도 좋아진다.

앞 스트럿, 뒤 멀티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조종성 사이의 뛰어난 균형을 보인다. 스포츠 모델은 조종성을 높이기 위해 승차감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9-5 에어로 왜건은 보통 9-5 왜건과 비교해서 승차감과 조종성 간의 타협점이 알맞게 조정된 것 같다. 승차감에서는 양보한 만큼 핸들링이 재빨라졌다. 에어로는 9-5의 섀시를 강화해 탄탄한 성능을 이끌어낸다. 차체가 10mm 낮아졌고 스프링과 댐퍼, 스태빌라이저 바도 강화되어 코너 입수에서부터 출구까지 일관되게 안정된 느낌을 전해준다. BBS 휠에 조합된 225/45 R17 타이어는 훌륭한 접지력을 보인다. 네 바퀴 디스크 브레이크는 EBD(Electronic brake force distribution)의 도움으로 ABS가 일찍부터 제동에 간섭하는 일이 없다.

운동성능은 모든 면에서 운전자의 입력에 주저함이나 과장됨이 없이 정확한 반응을 보인다. 고출력 앞바퀴굴림 차지만 좌우 노면 마찰계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가신 토크 스티어도 느낄 수 없다. 북유럽의 차가운 기후에서 두툼한 장갑을 낀 손으로 어려움 없이 조작할 수 있도록 각종 스위치류도 큼직하고 그 조작감도 좋다. 인테리어의 레이아웃은 뛰어나지만 전반적인 플라스틱의 질감은 여전히 조금 떨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시트의 느낌은 최상이고 실내공간도 넉넉해 장거리 여행 때에도 여유 있고 쾌적하다.


장거리 여행길에서 진가 확인

시승차를 받은 동안 아버지가 미국 출장을 오신 관계로 빡빡한 일정을 쪼개 이곳저곳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 때 사브 9-5 에어로 왜건이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출장지 중에는 레고랜드(Legoland)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린이용 조립 완구로 유명한 레고사가 1968년 덴마크의 빌룬드에 첫 문을 연 레고랜드는 몇 해 뒤 영국 윈저에 두 번째 공원을 개장했고 2년 전 문을 연 레고랜드 캘리포니아는 세 번째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가 오지 않는 캘리포니아의 기후적 특성상 영화산업과 테마 파크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해 있고 샌디에고 근방 칼스배드에 문을 연 이곳은 가장 최근에 생긴 테마 파크다. 디즈니랜드와 넛츠베리팜이 가족중심, 매직타운이 청소년 중심이라면 레고랜드는 아이들을 위한 장소로 꾸며졌다. 낙차가 큰 롤러코스터 등 스릴 있는 탑승물은 없지만 볼거리가 풍성하고 관람객 동선이 잘 짜여져 있다. 볼거리 중에서 미니어처 월드는 1/20 스케일로 축소한 세계 각지의 풍경을 선사한다. 현재 독일에 네 번째 공원이 건설중이고, 일본에도 계획중이라고 한다.

주어진 짧은 일정 속에서 많은 곳을 바쁘게 이동하면서 사브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매우 편안하면서도 운전자세를 잘 잡아 주는 시트와 여유 있는 실내는 고속에서도 조용하고 안락하다. 여러 가지 요소가 감성적으로나 데이터 상으로 높은 수준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는 세단보다 낳은 균형미를 자랑한다.

사브 9-5 에어로 왜건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810×1790×1450mm
휠베이스 2705mm
트레드 앞/뒤 mm
무게 154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DOHC 터보
굴림방식 앞바퀴 굴림
보어×스트로크 90.0×90.0mm
배기량 2290cc
압축비 9.3
최고출력 230마력/5500rpm
최대토크 35.7kg·m/2500~40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4단 AT
기어비 ①/②/③
④/⑤/⑥
3.670/2.100/1.390
1.000/ /4.020
최종감속비 2.51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
스트럿
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V 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 앞
성능
최고시속 240km(안전속도 제한)
0→시속 100km 가속 7.3초
시가지 주행연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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