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형 르노21 터보 콰드라 파워 넘치는 엔진 얹어 클래스 이미지 이끄는
1999-12-30  |   20,944 읽음
평범한 4도어 패밀리 세단 르노21에 이런 차가 있었나? 프랑스차에 풀타임 4WD 터보 엔진은 낯설기만 하다. 그렇다. 유럽차에는 그레이드마다 이런 종류의 최상급 모델이 있었다. 평범한 세단에 파워 넘치는 엔진을 얹어 클래스 이미지를 이끄는 차들이다. 시장점유율은 적어도 존재의 의미는 컸다. 당시 푸조 405 Mi16, 시트로앵 BX GTi 16V, 포드시에라 코스워스 등이 르노21 터보의 맞수였다.

유럽에서 르노21은 어퍼미들 클래스에 속하는 차로 소형차가 많은 프랑스에서는 우리의 그랜저 XG쯤에 해당된다. 전체 유럽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그레이드다. 르노21은 르노18의 뒤를 잇는 차로 8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해 93년까지 생산되었다. 현재는 라구나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르노 자체 디자인팀과 쥬지아로가 함께 설계한 르노21은 조형적인 모습이 개성이다. 3조각의 옆창이 만드는 시원한 그린하우스, 무릎공간이 유난히 넓어 보이는 뒷자리가 독특하다. 21의 왜건형인 사반나는 큰 실내공간이 자랑이었다. 르노21은 각진 모양이지만 모델에 따라 공기저항계수 0.29~0.31cd를 달성했다.

가벼운 차체, 넘치는 힘 지닌 최고모델
프랑스차만의 낭만과 매력 지니고 있어



르노21은 가로배치와 세로배치 엔진을 모두 가진 차로 유명하다. 엔진에 따라 차길이가 달라 가로배치 1.7L 엔진 차가 세로배치 2.0이나 2.1 디젤 엔진차보다 휠베이스가 58mm 길었다. 이 때문에 앞 펜더와 서스펜션, 스티어링 랙과 서브 프레임 금형을 모두 2개씩 만들어야 했다. 르노는 그렇게 해서라도 회사 안 여기저기에 있는 부품을 모으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했다. 21은 르노9와 11 그리고 25 등 모든 차의 부품을 모아 만든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차 만들기에서 프랑스차만의 매력이 넘친다.

페이스 리프트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든 프론트 패널을 보면 `이 차의 모서리를 둥글리면 에스페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에스페로는 이 차에서 힌트를 얻었음이 틀림없다. 스모그 처리한 테일 램프는 스쿠프를 많이 닮았다. 지붕을 파고든 풀도어는 프레스토와 크게 다르지 않고, 트렁크 가장자리로 열림선을 내보인 부분도 피아트 크로마를 닮은 쥬지아로의 솜씨다. 뒷바퀴를 살짝 덮은 바퀴구멍 역시 프랑스차의 낭만이다.

어딘가가 이상해서 좋은 프랑스차의 매력은 80년대 들어 상당히 무디어졌다. 최고경영진의 방침이 "소수를 위한 개성적인 프랑스차"에서 "무난해서 많이 팔리는 차"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독창성 넘치는 프랑스차를 좋아하던 매니아에게는 숨막히던 시절이었다. 고객들은 르노21을 무덤덤한 차로 받아들였다.

그래도 르노21 2.0l 터보 콰드라는 최고의 모델답게 에어댐과 사이드 스커트로 몸을 두르고, 트렁크에는 스포일러도 달았다.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중형차에는 은근한 멋이다.알루미늄 블록으로 된 직렬 4기통 2.0ℓ 엔진은 세로배치이고, 가레트 T3 터보와 트윈 인터쿨러를 달았다.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27.5kgㆍm은 비교적 가벼운 차에 넘치는 힘이다.

에스파스 콰드라에서 가져온 풀타임 4WD 시스템은 토크를 앞/뒤 65:35로 배분한다. 또 어느 한 바퀴가 미끄러짐을 느끼면 비스커스 커플링을 통해 그립력을 가진 바퀴로 100% 토크를 전한다. 뒷바퀴 디퍼렌셜 기어는 대시보드의 버튼을 눌러 잠글 수 있도록 했다. 이때 ABS는 자동으로 작동을 멈춘다. 4WD로 바꾸는 과정에서 플로어 팬을 많이 바꿔야만 했다. 실내 바닥 가운데로 터널이 튀어오르고, 트렁크 바닥도 높아졌다. 트레일링 암의 뒷서스펜션도 토션바 대신 코일 스프링으로 바꾸었다.

대시보드 디자인은 당시의 르노에 공통적이던 모양으로 우리 눈에는 개성이 넘쳐 보인다. 스포츠 버전인 시승차는 붉은색 아날로그 계기판에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달았다. 변속기는 수동 5단만 달린다. 도어패널의 도어캐치 역시 에스페로가 생각나게 한다. 내려다보며 앉는 자세가 유럽적이고 탁 트인 시야는 실내를 밝게 만든다.

프랑스차의 또 다른 매력은 언제나 푸근한 승차감이다. 르노의 가죽시트는 주름진 모양부터 안락한 기분에 젖게 한다. 부드러운 쿠션과 사이드 볼스터는 스포티한 달리기보다 안락한 분위기를 우선으로 했다. 운전석은 르노9에서 선보였던 록킹체어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앞뒤로 꺼떡이는 조절이 재미있는데, 이 방법을 다른 메이커가 모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선루프 때문에 운전석 머리공간은 부족하지만 뒷시트의 여유공간은 프랑스 중형차의 실용성을 내보인다.


중고차로 풀타임 4WD 참맛 느끼기 힘들어
적절한 기어비가 박력 있는 달리기 부추겨



시동을 거는 순간 울려 퍼지는 엔진음이 가슴을 때린다. 골프 GTI가 젊은 레이서라면 르노 콰드라는 신사적인 GTI다. 멀쩡한 중년을 소년처럼 흔들어 댄다. 터보 엔진에 네바퀴굴림 차는 일상적인 4도어 세단이 아니다.

콰드라는 조용히 몰 수가 없다. 처음부터 액셀 페달을 밟아대니 엔진은 계속 고회전 영역에 머문다. 3천rpm에서 터보가 터지는 차를 5~6천rpm으로 몰아가니 터보래그를 느낄 시간조차 없다. 시끄러운 엔진음은 조금 지나쳐서 즐길 수가 있을지 망설여진다. 이 소음이 쾌락인가 고통인가? 그래도 6천rpm까지 치솟는 타코미터가 매끄럽기만 하다.

핸들은 조금 무거운 편이다. 때문에 언더스티어가 두드러져 보인다. 타이어가 마모된 탓인지 접지력도 만족할 정도는 아니다. 조금 밀리는 듯한 브레이크가 과감한 코너링을 망설이게 한다. 아무래도 7년 된 차는 달래주어야 할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 안정감이 그저 그런 차로 풀타임 4WD의 참맛을 느끼기는 힘들다. 네바퀴굴림은 빗길이나 눈길에서 그 안정감을 더 크게 할 것이다.

코너에서의 롤링은 상당히 억제되었다. 오히려 프랑스차의 재미를 덜어내는 부분이다. 대신 시트의 쿠션이 물컹하게 느껴진다. 달리는 기분은 더없이 경쾌하다. 유연한 주행성능이 앵앵거리는 엔진음과 더불어 재미를 부채질한다. 변속이 가벼운 기어 레버에는 곧 익숙해지고, 알맞게 나누어진 기어비는 박력 있는 달리기를 부추긴다. 엔진소음과는 상대적으로 달리는 속도가 더딘 것은 기분이 앞서는 차임을 뜻한다.

제원표에서 찾아본 0->100km 가속시간은 7.1초, 왕왕대는 엔진음은 그 제원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최고속은 오랜 가속 끝에 시속 200km를 넘겼다. 오래된 차에서 느껴지는 미완성이 아무래도 요즘 차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르노21의 최상급인 터보 콰드라는 새차 값이 BMW 325i와 같다. BMW를 제치고 르노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달리는 도중 잡소리가 심하다. "그래, 삐거덕거리는 차체는 프랑스차의 유연성이라고 이해하자."

르노21 터보 콰트라의 주요 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4529*1725*1425
휠베이스(mm) 2600
트래드 앞/뒤 1453/1400mm
무게(kg) 1252
승차정원(명) 5
엔 진 형식 4기통 터보 인터툴러
굴림방식 풀타임 4WD
보어*스트로크(mm) 88*82
배기량(cc) 1995
압축비 8.0:1
최고출력(마력/rpm) 175/5200
최대토크(kg m/rpm) 27.5/3000
연료공급장치 -
연료탱크 크기 66
트랜미스션 형식 수동 5단
기어비①/②/③ 3.360/2.060/1.380
④/⑤/ⓡ 1.040/0.820/-
최종감속비 -
보디와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
서스펜션 앞 스트럿
서스펜션 뒤 트레일링 암
브레이크 앞/뒤 모두 디스크
타이어 앞 195/55R 15
성 능 최고시속(km) 217
0→시속 100km가속(초) -
시가지 주행연비(k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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