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온 느낌을 주는 리무진 BMW L7 아폴로박사의 카리포트 152
1999-12-30  |   26,960 읽음
BMW란 `Bayerische Motoren Werke`의 약칭이다. 강력한 엔진, 스포츠카 같은 승차감에 효과적인 브레이크를 지닌 차의 대명사와도 같은 BMW는 벤츠와 쌍벽을 이루는 독일의 자랑이다.

BMW는 자동차에 미친 사람이 타는 차고, 벤츠는 자동차를 자랑하고 싶은 사람의 차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BMW는 손수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아 보는 쾌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이라면, 벤츠는 그 차에 올라탄 자신을 과시하는 데 보람을 느끼는 차다. 그래서 BMW는 자동차를 모는 다양한 계층, 연령과 광기(狂氣)에 가까운 애호가들의 취향에 맞추어 다양한 모델을 내놓고 있으며 근래에는 더욱 세분화된 느낌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BMW는 차종을 3, 5, 7의 세 가지 시리즈를 기본으로 나누고 있다. 이밖에 스포츠형 쿠페와 카브리올레인 M과 Z시리즈도 만든다.


지난해 나온 L7 타고 사장족 기분내
파티션 버전은 뒷좌석 독립성 높여



우선 젊은이들은 3시리즈로 BMW에 입문한다. 60년대에 나온 전설적인 모델 BMW 2002로 시작된 스포티 컴팩트카의 역사를 이어받아 지금은 아주 성숙해진, 젊은이들을 위한 최고의 스포츠 세단으로 키워졌다. 현재 4기통 1.6ℓ에서 6기통 2.8ℓ까지 다섯 종류나 되는 엔진을 얹은 316, 318, 320, 323, 328이 있다.

최신형 4기통 1.9ℓ 118마력의 엔진을 얹은, 컴팩트한 BMW 318i는 최고시속 206km로 달리면서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스포티한 핸들링, 확실한 주행성능, 승차감 좋은 서스펜션에다가 작은 체구치고는 지나칠 정도의 강력한 엔진을 달았으니 젊은 층에게는 둘도 없이 매력적인 차일 것이다. 값이 비싼 것이 유일한 결점이다.

3시리즈의 윗급인 5시리즈는 벤츠 E클래스와 라이벌이다. 실내공간과 품질, 그리고 조금 열세였던 안전성도 이제는 차이가 없어졌다. 5시리즈에는 6기통 2.0ℓ에서 V8 4.0ℓ까지 여러 엔진을 쓴 520, 523, 525, 528, 530, 540 등 여섯 가지 모델이 있다.

5시리즈도 3시리즈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좀더 무게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액션을 좋아하는 30~40대의 연령층에 적당하리라 본다.

BMW의 최고급모델인 7시리즈는 프레스티지카다. 현재는 6기통 2.5ℓ에서 V12 5.0ℓ까지 여섯 종류의 엔진을 쓴 725, 728, 730, 735, 740, 750 등이 있다. 7시리즈는 차체가 길어져 액션보다는 중후한 핸들링과 멋을 자랑하는, 벤츠 S클래스에 대항하는 모델이다. BMW는 차의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벤츠보다 가볍다는 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년에 L7이라는 모델을 내놓았다. V12 5천379cc 326마력 엔진을 쓴 750을 37cm나 더 길게 뽑은 리무진으로 내부의 치장도 엄청나게 호화롭게 꾸몄다.

이 차는 확실히 운전하는 사람 아닌 뒤에 탄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이었기에 뒷좌석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작년에 L7이 처음 나왔을 때 나와 <자동차생활>의 김사장하고 같이 뒤에 앉아 잠시나마 대기업의 사장족 같은 기분을 맛본 적이 있었다.

새로 나온 L7 파티션 버전은 앞뒤 좌석 사이에 방음 및 차광기능의 유리 파티션을 설치하고 커튼을 달아 뒷좌석 승객에게 독립적인 안락함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파티션을 달면서 바뀐 부분은 뒷좌석 가운데 차지했던 전화와 송풍구, 컵홀더, 각종 조절장치 등이 모니터 패널과 접이식 암레스트로 분산되어 승차인원이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점이다.

BMW는 이밖에도 M3, M5 등 시리즈별로 고성능 버전을 따로 만든다. M3는 3.2ℓ 321마력 엔진을 얹은 차다. M5는 84년 처음 데뷔했고 지난해 3세대 모델이 나왔다. 540i의 V8 4.4ℓ DOHC 엔진을 개조해 400마력을 낸다.

Z3는 1.9, 2.0, 2.5, 2.8, 3.2ℓ 엔진을 얹은 컨버터블로 독일차 중 처음으로 007 영화에 본드카로 나오기도 했다. 윗급인 Z8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공식 데뷔했고 시판에 앞서 올해 말 007 19탄 `The world is not enough`에 본드카로 나온다. 생산 중단된 8시리즈는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럭셔리 쿠페로 한 동안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다양한 차종을 내놓고 있는 BMW는 우리 나라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3, 5시리즈의 판매호조로 지금은 벤츠를 앞서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대형차 7시리즈 판매에서도 의욕적으로 각종 행사를 통해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이번에 새로 나온 L7을 탈 기회를 가졌다.


범고래를 닮은, 뛰쳐나갈 듯한 늘씬한 차체
5m 넘는 거구지만 소형 스포츠카 모는 기분



`쨍`하니 맑고 높은 가을하늘 아래 나타난 검은색 BMW L7은 너무나도 멋있었다. 7시리즈보다 무려 37cm나 더 길게 뽑았으니 마치 범고래 같은 느낌이었다. 거침없이 일직선으로 흐르는 차체의 선을 옆에서 보노라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인상을 받는다.

10월 하순에 일본에 가서 도쿄 모터쇼에 전시된 세계의 내로라하는 신형차들을 다 보았다. 21세기를 대비해 메이커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으나 BMW는 여전히 고전미가 흐르는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극치의 아름다움을 BMW L7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감격했다. 값을 물어보니 2억4천900만 원이라! 나는 이 차값에도 감격해야만 했다. 말이 억이지, 억이라는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예를 들자면,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가 약 1억5천만km다. 이 거리를 자동차로 달려보자. 시속 100km로 매일 24시간 쉬지 않고 지구에서 태양까지 달리면 얼마만큼의 시일이 걸릴까? 계산을 해 보면 173년이나 걸린다!

BMW L7의 차값이 2억 원이라 치고 이 2억 원을 1천 원짜리 한 줄로 도로에 깔아 보자. 과연 어느 정도의 길이가 될까? 무려 30km나 된다. 매일같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수백~수천억 원의 돈은 상상할 수 없는 물리적인 양이라는 얘기다.

자, L7 이야기로 돌아가자. 우선 차안으로 들어가 앉은 첫 인상은 옛날의 좌석감각과는 다르게 아주 딱딱해졌다. 미국차 같은 안락한 쿠션이 없어졌다. 예전에 벤츠가 그랬는데 BMW도 얇은 방석 하나를 깔고 앉은 기분의 좌석으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장거리를 뛸 때 졸지 않게 하려는 배려인 것 같다.

호화로운 우드 트림으로 고급감을 더한 내부장치는 지나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아 호감이 간다. 핸들의 크기도 조금 작아졌다. 이것도 팔놀림을 너무 크지 않게 해 피로감을 줄이려 한 것이겠다. 눈앞 속도계의 눈금은 시속 240km까지 그려져 있으니 최고시속이 230~240km쯤은 나온다는 뜻이 아닐까?

가벼운 엔진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이 차는 이른바 리무진 클래스인데도 발놀림이 가볍다. 2톤 이상이나 되는 체구지만 V12 5천379cc 326마력 엔진은 차를 경쾌하게 끌어준다. 올림픽도로로 나섰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BMW 특유의 `부-웅`하는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이 속도가 올라간다. 순식간에 시속 150km를 넘기자 `삐삐…`하는 소리가 난다. 이 차에는 속도경고장치가 달려 있어 스스로 최고 제한속도를 정하는 것이었다.

길이가 5천374mm나 되는데도 소형 스포츠카를 모는 기분이다. 뒤에 따라오던 카메라맨 차를 순식간에 따돌리고 자유로와 연결되어 있는 행주대교에 이르렀다. 도로가 약간 붐볐지만 이리 저리 비껴 나가는 기동성도 스포츠카 기분이다.

`부-웅`하며 독특한 소리를 내면서 가속되는 느낌을 자유로에 들어서서 몇 번이고 반복해 맛보았다. 다른 차들로 붐비는 가운데 시속 200km를 내는 데도 차체는 까닥 없고 음악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비단 위를 굴러가는 기분으로 단숨에 가속된다. 벤츠 S클래스를 몰 때는 황소 같은 힘이 느껴지며 가속되었는데 이 BMW는 바다 속을 누비는 돌고래같이 매끈하게 가속된단 말이다.

운전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주는 자동 5단 트랜스미션에는 이른바 ATM(Adaptive Transmission Management)라는 시스템과 BMW 고유의 스텝트로닉(Steptronic)이라는 것이 달려 있다. ATM은 운전자가 기어를 D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밟음에 따라 항상 적절하게 그의 취향에 따르는 반응을 해준다.

그리고 스텝트로닉이라는 장치는 여기에다가 수동식 드라이빙의 쾌감까지 제공해준다. 기어변속기의 D 위치에서 바로 옆 왼쪽의 M으로 레버를 옮긴 다음, 그 레버를 +로 적혀 있는 위쪽으로 치면 수동변속기처럼 3단, 2단으로 변속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다시 아래의 -으로 치면 기어가 내려가는 쾌감을 느낄 수 있고 레버를 D 위치로 옮기면 자동변속 시스템으로 되돌아온다.


EDC 시스템이 안락한 승차감 제공
뒷좌석 위주여서 운전석은 불편해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파워 스티어링의 감도 조절을 서보트로닉(Servotronic)으로 한다는 것이다. 차가 느리게 간다던가 아주 험악한 길을 갈 때, 또 고속으로 달릴 때는 스티어링 휠에 느껴지는 파워의 감도가 다를 수 있지만, 이것은 어떤 도로와 속도에서도 일정한 감각을 주니까 불안요소를 해소시켜 준다.

이 차에는 EDC(Electronic Damper Control) 시스템이 있어 포장, 비포장도로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으로 진동을 막아주며, 미끈하게 달리면서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빈차이건 승객이 5명이 되건 간에 수압식 자동 수평유지장치가 차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렇게 최고의 직진, 접지감과 안락한 승차감을 운전자와 뒷좌석에 앉은 사람에게 제공하지만 한 가지 옥의 티가 있다. 운전자의 등받이가 어느 각도 이상은 넘어가지 않는데 그 각도가 너무나도 제한되어 있어 약간 불편하다는 것이다. 하기야 이 차는 운전하는 재미와 쾌감보다는 뒷좌석 위주로 꾸민 차니까 더 말할 것이 없겠다.

뒷좌석에 앉은 사람에게는 정말로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우선 이번에 나온 L7은 매년 300대밖에 만들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선택된 사람에게만 제공된다. 두 가지 옵션이 있는데 하나는 4인승으로 만들어 뒷좌석에는 두 사람밖에 탈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차의 뒷좌석 가운데에는 라디오, 전화, 에어컨 및 TV 등을 위한 콘솔이 가로지르고 있다.

이와 다른 5인승은 뒷좌석에 세 사람이 탈 수 있게끔 넓고 긴 좌석이 놓여 있다. 그 대신 운전석과 뒷좌석을 완전히 차단하는 파티션 즉, 유리로 된 칸막이가 있다. 뒤에서 버튼 하나를 누르면 `스르르…`하고 올라가고, 또 하나의 버튼을 누르면 유리 칸막이에 커튼이 옆으로 `스르르…`하면서 닫히게 되어 운전석과 뒷좌석이 완전히 격리된다.

이렇게 되면 뒷좌석에 애인이나 이쁜이를 태우고(마누라하고는 차안에서까지 그럴 이가 없겠지만) 별의별 사랑행각을 벌일 수 있는 그야말로 도청, 감청장치도 없는 안전한(?) 공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기야 꼭 이런 일에만 쓰일 필요는 없겠고 비밀이 요구되는 정담(政談)이나 상담(商談)을 하는 데도 둘도 없이 편할 것 같다. 이 차에는 이동전화뿐 아니라 TV와 팩스까지 구비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돈이 만능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나는 일은 역시 돈 많은 사람들이 독차지하게 마련인가 보다.

그런 사랑행각을 벌이다가 혹시 충돌사고가 날 경우에도 걱정할 것이 없다. 에어백이 도어에도 달려 있고 창문 위에도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자동차가 어떤 각도에서 부딪쳐 굴러 떨어져도 사방이 쿠션으로 둘러 싸여 있으니까 이 차의 뒷공간은 그야말로 완전히 안전한 천국이라 아니할 수 없으리라.

시승하고 돌아오는 길에 딴 사람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뒷좌석에 앉아 보았다. 유리 칸막이도 해보았지만, 필요한 애인이 옆에 없어 허공만 안고 되돌아 왔다.

BMW L7 파티션의 주요 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5374*1862*1425
휠베이스(mm) 3320
트래드 앞/뒤 1550/1570mm
무게(kg) 2195
승차정원(명) 5
엔 진 형식 V12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4WD
보어*스트로크(mm) 85.0*79.0
배기량(cc) 5379
압축비 10.1
최고출력(마력/rpm) 326/5000
최대토크(kg m/rpm) 49.9/39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l) 95
트랜미스션 형식 자동 5단 스텝트로닉
기어비①/②/③ 3.550/2.240/1.550
④/⑤/ⓡ 1.000/0.790/3.680
최종감속비 -
보디와섀시 보디형식 4도어 리무진
스티어링 리셔큘레이팅 볼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 235/60R 16
성 능 최고시속(km) 250
0→시속 100km가속(초) 6.8
시가지 주행연비(km/l) -
2억4천900만 원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