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 9-5 왜건 짐칸까지 매력적인 차
1999-11-28  |   18,607 읽음
사브 9-5 왜건은 수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외모에 일상생활을 함께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달리기 성능, 다양한 편의장비, 넓은 적재공간을 지녔다. 특히 중저속 추월가속성능이 뛰어나고, 노면의 진동과 충격을 적절히 흡수하는 서스펜션이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바람소리와 엔진음이 잘 차단된 실내는 고속으로 달릴 때도 조용하고 안락하다. 트렁크 바닥은 범퍼의 윗선과 높이가 같아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사브는 50여 년의 메이커 역사를 통틀어 두 대의 왜건을 만들었다. 하나는 1959년 나온 사브 95, 두 번째가 지난해 파리 오토살롱에서 발표한 사브 9-5 왜건이다. 그러므로 국내 무대에 사브 왜건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브 95는 언젠가 사진으로 본 기억이 있다. 베이지색 보디에 반짝반짝 빛나는 사이드 미러와 손잡이가 달려 있고, 옛날 차답지 않게 둥글둥글한 보디(사브차의 특징이다)가 인상적이었다. 도시나 시골 어디에 세워 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일 잘하게 생긴 차였다.
사브가 4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내놓은 9-5 왜건은 세계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영국 자동차잡지 <왓카?>(What Car?)가 선정한 99년 최고의 왜건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세단형과 비교해 지붕과 뒷모습만 차이
수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


9-5 왜건의 베이스는 사브의 고급차 9-5다. 세단형과 비교해 뒷모습과 지붕만 다르게 생겼다. 9-5가 나온 것은 97년 말, 아랫급인 9-3은 지난해 등장했다. 9-3은 이전 모델인 900에 비해 실내외 1천여 가지가 개선되었고, 9-5는 이전 모델인 9000이 나온 지 13년만의 풀 모델 체인지였다.
사브의 변화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개성이 사라져 싫다는 사람도 있고, 미끈한 외모가 보기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브 매니아들의 반응은 대체로 전자에 속했다.
골수 사브 매니아가 아니어서인지, 기자의 눈에는 사브의 변화가 진보의 또 다른 얼굴로 보일 뿐이다. 개성 없이 바뀌었다는 외모지만, 사브만의 전통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항공기회사를 모태로 했다는 의미가 담긴, 비행기 날개 모양이 들어간 라디에이터 그릴, 쐐기형 보디, 곡면으로 처리한 앞창, 튀지 않는 외모 모두 아직은 넉넉한 사브의 개성이다.
수수함 속의 고급스러움. 9-5 왜건의 실내외를 살피며 내린 결론이다. 호두나무장식과 가죽시트, 크롬으로 처리한 실내 도어 손잡이 등은 고급스럽고, 대시보드와 계기판, 센터 페시아는 기교를 억제해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시트는 열선과 통풍기능이 있어 늘 쾌적하게 앉아 있을 수 있고 시트 위치를 기억시킬 때는 사이드 미러 위치까지 입력할 수 있다. 뒷좌석 거주공간은 그리 넓지 않으나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콘솔박스는 냉장고를 겸하고, 최신형 도난방지장치도 달려 있다.
사브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브 액티브 헤드 레스트`는 뒷면 충돌 때 다칠 위험이 높은 목 부분을 보호해주는 장치로 앞좌석에 기본으로 달려 있다. 유해개스와 악취까지 제거해주는 `차콜 필터`는 승객의 건강을 고려한 장치다. 이 필터는 흡착식 목탄 필터로 먼지나 꽃가루뿐만 아니라 탄소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암모니아 등 오존 물질까지 걸러 쾌적한 실내공기를 유지시켜 준다.

오존 물질까지 걸러주는 차콜 필터 달아
고속에서 넉넉한 가속성능 느낄 수 있어


이밖에도 실내에서 눈길을 끄는 장비가 선바이저와 컵홀더, 재떨이다. 선바이저는 이중으로 되어 있어 오전부터 오후까지 온 길을 누비고 다닐 때도 이리저리 옮기며 햇빛을 가릴 필요가 없다. 두 개의 선바이저를 날개처럼 펴 양쪽 창을 가리면 되기 때문이다.
센터 콘솔 옆에 숨겨져 있는 컵홀더는 볼수록 신기한 `예술`이다. 막대처럼 생긴 버튼을 누르면 스르르 밀려나오면서 컵홀더 모양이 된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사브차를 탈 때마다 평균 열 번쯤은 눌러 보게 된다.
재떨이는 너무 작아서 눈길을 끈다. `무늬만 재떨이`가 아닌가 싶을 만큼, 담배 두세 대만 피워도 꽉 찰 것 같이 작은 재떨이가 달려 있다. 사브는 전 모델에서 재떨이를 없애고, 재떨이가 있을 만한 자리에 동전 등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수납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그러나 애연가가 많은 한국시장에서 재떨이 없는 차는 시기상조인가보다. 수납공간에 끼워 맞춰진 작은 재떨이는, 사브 코리아가 국내의 애연가들을 위해 특별 주문해 단 것이다.
센터 콘솔에 달려 있는 키 구멍에 키를 꼽고 시동을 건다. 자, 출발이다. 처음부터 액셀 페달을 꾹 밟고 회전수를 높여본다. 1천695kg의 몸무게가 조금 버거운 것일까 싶게, 약간 주춤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4천500rpm, 시속 70km 정도에서 킥다운 되면서부터 가속감이 총알이다. 변속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킥다운 된 것도 계기판을 보고 알았다.
고속으로 갈수록 왜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유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1천800rpm이라는 낮은 회전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일까. 어느 영역에서나 차의 몸놀림이 가볍다. 9-5 왜건에 얹은 2.0ℓ DOHC 터보 엔진은 1천800rpm이라는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25.0kg·m)에 이르러 3천500rpm까지 최대토크를 유지한다. 1천800rpm은 기어를 5단에 넣고 시속 80∼85km로 달릴 때와 비슷한 수치다. 중저속에서 고속까지 충분한 파워와 정숙성을 보장하는 세팅이다.
사브 9-5의 저압터보는 터보가 걸리는 순간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매끄럽게 작동한다. 특히 2천500∼4천rpm대, 중고속에서의 추월가속은 일품이다. 자유로에서 내본 최고시속은 180km, 아직도 남아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지만 차가 많아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실내는 바람소리와 엔진음이 잘 차단되어 조용하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노면의 진동과 충격을 적절히 흡수해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부드러운 가죽소파에 앉아 고속도로를 계속 달리다보면 졸음이 올 것 같은 안락함이다. 코너에서는 타이어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급하게 돌아도 불안감이 전혀 없다. 고속주행에서 부드럽게 느껴졌던 서스펜션은 뛰어난 핸들링과 함께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코너링 성능을 보여준다.

수납하기 편한 넓은 적재공간 갖춰
공기저항계수, 왜건 중 가장 뛰어나


사브 9-5 왜건과의 가을 드라이브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트렁크를 열어 보았다. 해치는 시원스럽게 열리고, `광활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넓은 적재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트렁크 바닥은 범퍼의 윗선과 높이가 같아 몸을 숙여 짐을 들어올리고 내리는 과정이 필요 없다. 그냥 짐을 밀어 넣으면 그만이다. 러기지 스크린은 접어서 수납할 수 있고, 짐칸 안쪽 양옆에 밝은 조명이 달려 있어 야간에 짐을 싣기도 좋다.
일상을 함께 하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은 주행성능과 안락한 승차감, 고급스럽고 다양한 편의장비, 뒷문을 열면 보너스처럼 나타나는 넓은 적재공간. 사브 왜건의 매력은 이렇듯 다양하다. 게다가 사브 왜건의 공기저항계수(Cd)는 0.31, 왜건형 차 중 가장 뛰어난 수치를 보인다.
최근(8∼9월) 국내 수입차 판매실적을 보면 사브 코리아는 한 달에 10∼20대 정도를 팔아 수입차 메이커별 판매순위 4, 5위에 올라 있다. BMW나 벤츠의 판매실적에는 크게 못 미치고, 사브 코리아측에서 보더라도 기대에 모자라는 실적일지 모르지만, 기자는 한 해에 10만대 정도 생산하는 이 조그만 메이커의 차가 국내에 들어와 대 메이커들 사이에서 이 정도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사브의 마케팅 실력이 뛰어난 것인지, 차의 매력이 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만약 사브차만의 독특한 매력 때문이라면, 국내 수입차 고객 중 사브차의 개성과 고유의 멋을 알아보는 이가 꽤 많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반갑다. 사브 세단보다도 개성 있는, 9-5 왜건에 대한 평가나 판매는 어떻게 될까. 국내 사브 팬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사브 코리아 ☎ (02)54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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