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포르쉐 911 느낌이 진한 로터스 엑시지 LOTUS EXIGE SPORT 410
2020-07-13  |   13,794 읽음

초대 포르쉐 911 느낌이 진한 로터스 엑시지

LOTUS EXIGE SPORT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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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로터스 운전 쉬워졌다는데?’ 아니다. 편의성을 더한 에보라와 비교적 다루기 쉬운 엘리스라면 몰라도 엑시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성능면에서 최상위에 위치한 엑시지 컵 430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엑시지 스포츠 410(이하 엑시지)이라면 또 완전히 다른 얘기다. 뼛속까지 극단적인 퓨어함이 배어있는 이 차는 여전히 수동 초점만 고집하는 라이카 M 카메라와 같은 감성을 진하게 풍긴다. 손 하나 까딱하면 되는 요즘 일부러 손이 많이 가게 만들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편안한 차를 터부시했던 로터스마저 금기를 깨고 에보라를 라인업에 추가하는 요즘인데 말이다. 그래도 80~90년대 고성능 차를 타본 사람이라면 엑시지 410은 제법 그때의 추억을 상기시켜줄 것이다. 특히 가볍고 단순했던 공랭식 포르쉐의 감성을 염원하던 사람이라면 더욱이 엑시지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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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웨이트의 대명사, 로터스

예전에는 스포츠카라고 하면 불편하고 딱딱한 차로 인식되었다. 롤을 제어하기 위해 감쇄력이 높은 단단한 댐퍼가 필수였기 때문에 거친 노면에서는 허리 통증을 피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요즘은 다양한 기술의 발달로 스포츠카들도 노면의 충격을 많이 상쇄시켜 데일라카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성능, 편의성, 안락함을 모두 담은 레퍼런스가 바로 오늘날의 포르쉐 911이 아닐까. 사실 911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친절했던 것은 아니다. 달걀 프라이 눈매의 996부터 운전이 제법 쉬워졌으니 말이다. 진화는 필연적으로 각종 편의사양을 끌어들여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는 차로 만들었다. 회사 매출에는 좋을지 몰라도 기자 같은 고리타분한 마니아에게는 반갑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온갖 신기술을 집약시킨 구동계와 첨단 장비를 더하다 보니 무게는 늘어나고 예전 같은 경쾌함이나 순수함은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함과 라이트웨이트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로터스의 존재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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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 그대로의 레이스카

판교 로터스 매장에서 담당자에게 몇 가지 설명을 듣고 엑시지에 올랐다. 사람 배꼽 밑에 있는 전고, 굉장히 두꺼운 도어실을 통과하려면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오른발로 옆차기 하는 자세로 악셀 페달에 다리를 밀어 넣고 콕핏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한다. 이 차에 오르는 과정은 고되지만 카본제 버킷 시트가 키 180cm 초반, 70kg대의 기자를 완벽하게 감싼다. 키를 넣고 시동 버튼과 함께 엔진이 깨어나면서 거친 배기음을 토해낸다. V6 3.5L 심장의 첫 음색이 흥분을 고조시킨다. 한데 시동을 걸 때 우렁찼던 소리가 아이들링에서 급격하게 잦아든다. 아쉬움도 잠시, 페달을 깊숙이 밟자 타코미터가 순식간에 5,000rpm을 넘기며 그제서야 가변 배기가 열려 격정적인 사운드를 다시금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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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 수동변속기 링키지의 뛰어난 만듦새는 파가니 존다의 것을 닮았고, 기어 부츠가 달리지 않아 날것 그대로의 메탈 감성이다. 보통 이 부분을 부츠가 덮고 있는 것은 조악한 플라스틱 부품이 보이기 때문이지만 이 차는 대부분이 알루미늄 링키지라 레이스카를 연상시킨다. 기어 구성은 근래에 탔던 BMW 1M 보다 촘촘해서 시프터 조작의 욕구가 용솟음친다. 게다가 조작할 때 철컹거리는 마찰음과 정교하게 맞물리는 기어의 질감이 수동형 페라리 F355나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580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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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논파워 스티어링과 직경이 작은 림 덕분에 흡사 경주차를 다루는 느낌이다. 페달의 각도는 90°로 곧추서있어서 굽이 있는 신발로는 조작이 어렵다. 가능하면 밑창이 얇은 드라이빙 슈즈를 추천한다. 번호판을 달리기는 했어도 사실상 완전 경주차 레이아웃이다. 실내는 단출함과 극악의 수납성으로 거주성을 논하기 어려운 수준. 하지만 시프터에 손을 얹는 순간 이 모든 불편함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프론트 오버행이 긴 데다 낮은 지상고는 모든 노면 상황을 관찰하게 된다. 눈에 잘 안 띄는 콤팩트한 차체 덕에 사각지대가 큰 트럭과 버스 사이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주변의 움직임을 잘 살피며 온전히 운전에만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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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창업자의 궁극점, 엑시지

가벼운 차중, (상대적으로)대배기량 수퍼차저 엔진의 조합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rpm 상승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불필요한 변속 조작 미스는 곧바로 엔진 오버런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정확한 변속이 요구된다. 요즘 자동변속기가 달린 스포츠카는 변속기 보호를 위해 보호 로직이 들어가 적절한 rpm 레인지가 아니면 다운시프트가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 차는 수동이므로 이 모든 판단과 조작을 드라이버가 해야만 한다. 스포츠카의 클러치판은 부하가 많이 걸려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수명이 크게 달라진다. 수동변속기가 달린 고성능 시승차가 적은 마일리지에서도 클러치 트러블이 빈번한 이유다. 덜컥거리는 것이 싫다고 반클러치를 남발하다 보면 클러치를 태워먹기 쉽다. 하지만 올바른 조작과 변속 타이밍을 잘 맞춘다면 수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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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세미 슬릭 타이어가 달려 가벼운 차중과 강력한 파워트레인의 성능을 극대화시켰다. 로터스의 창업자 콜린 채프먼은 과할 정도로 경량화의 신봉자였다. ‘파워를 더하면 직선에서 빨라진다. 하지만 무게를 덜어내면 어디에서든 빨라진다’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이 차에 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렇다. 1982년 세상을 떠난 콜린 채프먼의 신념은 오늘날에도 엑시지를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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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4319e629981e7561cbacb65878cf1_1584420697_53.jpg글 맹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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