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DES-AMG GT S V8, 엔진 몰고 질주하는 쾌감
2019-12-09  |   10,427 읽음

MERCEDES-AMG GT S V8

엔진 몰고 질주하는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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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V8 엔진을 프론트 미드십에 얹고 뒷차축 바로 앞에 운전석을 배치한 메르세데스-AMG GT.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로 FR 스포츠카의 개성을 보여주는 메르세데스-AMG 브랜드의 첫 전용 모델이다. 출력을 522마력으로 높인 고성능형 GT S는 날렵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운동성능, 강력한 출력과 어우러지는 강렬한 사운드까지 매력으로 가득하다.


얼마 전 메르세데스 벤츠는 EQC를 국내에 런칭하고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팔기 시작했다. 배터리 용량과 충전 등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고성능차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EV 수퍼카에는 그다지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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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마력을 넘는 엄청난 스펙에도 불구하고 모터 개수와 배터리 용량, 충전 규격에서 메커니즘 설명이 끝나니 개성이 없다. 어차피 기성품 모터와 배터리를 사용하는데다 레이아웃마저도 판박이처럼 비슷한 전기차는 수퍼카라도 특별함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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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고성능차와 고급차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V8 엔진을 프론트 미드십에 배치하라

내연기관 자동차의 구동계를 설계하는 데는 여러 제약사항이 있다. 반면 이런 부분이 특유의 개성을 만들어 낸다. 어떤 엔진을 어디에 얹어 어느 바퀴를 구동할지가 중요하다. 전기차라면 할 필요 없는 고민이다. 구동할 바퀴 쪽에 모터를 달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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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직한 센터 터널에는 각종 스위치와 시프트 레버, 수납공간을 몰아놓았다 


반대로 메르세데스-AMG GT S에서는 내연기관 개발자들의 고민이 짙게 배어 있다. 비교적 콤팩트한 차체 앞쪽에 V8 엔진을 얹으면서 무게배분을 고려해 최대한 차체 중심에 가깝게 배치했다. 이른바 프론트 미드십 레이아웃. 대신 운전석이 거의 뒷바퀴 가까이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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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련 에어벤트는 승용 라인업의 이미지가 남아 있다 


이 차는 메르세데스-AMG 브랜드의 첫 전용 모델이다. 5년쯤 전, 메르세데스-벤츠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선보였다. 기존 메르세데스-벤츠 외에 고성능의 메르세데스-AMG, 초호화 메르세데스-마이바흐로 브랜드를 3원화했다. 원래 벤츠 튜너였다가 인수된 AMG는 당초 고성능 튜닝 버전이었지만 지금은 독립 브랜드가 되었다. 이번에 시승한 AMG GT S는 기본형의 성능을 높인 522마력 버전. 성능이 더 높은 GT C나 GT R도 있지만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손에 넣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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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위에 양각으로 새긴 AMG 로고


개인적으로 AMG GT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2016년 뉘르부르크링 24시간이다. 당시 BMW M6, 아우디 R8과 벤틀리 컨티넨탈, 포르쉐 911 등을 제치고 AMG GT가 시상대를 싹쓸이 했는데, 그 중 한 대가 하리보 스폰서였다. 검은 바탕에 커다란 곰 캐릭터를 그려 넣은 귀여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라이벌을 제치고 당당히 종합 3위를 차지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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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성이 뛰어나면서도 지나치게 타이트하지 않은 시트 


고성능차와 고급차의 특징 두루 갖춰

수퍼카와 스포츠카가 무한 경쟁을 벌이는 GT 레이스에서는 미드십, FR, RR이 뒤섞여 달린다. 무게배분이나 운동성 측면에서 미드십이 유리하다지만 그렇다고 미드십이 독주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으로는 미드십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페라리나 아우디, 포드 등 많은 메이커가 미드십 모델을 투입하고 쉐보레는 최근 오랜 전통을 버리고 콜벳을 미드십으로 진화시켰다. 반면 메르세데스는 수퍼카 SLR과 후속작 SLS은 물론 AMG GT마저도 FR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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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등과 시트 열선 없다고 당황하지 말자


이 차의 보디라인은 롱노스 숏데크의 전형이다. V8 엔진을 프론트 미드십에 배치하느라 앞바퀴 한참 뒤에 도어가 있다. 얼굴은 SLS보다도 메르세데스 벤츠의 느낌을 강하게 품고 있다. 노즈 중앙의 삼각별 엠블럼과 헤드램프의 형태는 무척 눈에 익지만 긴 노즈와 짧은 엉덩이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고정식 리어윙이 달린 리어 해치 게이트를 열면 넓지는 않아도꽤 유용한 트렁크 공간이 나온다. 시트 바로 뒤에 차체 강성을 높여주는 스트럿바가 보이고, 강렬한 급제동시 짐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가림막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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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의 타이어 상태가……


인테리어는 고성능 스포츠카와 그랜드 투어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았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은색으로 휘감은 4련 원형 에어벤트, 그위에 모니터 배치는 무척 익숙한 벤츠 감성. 변속기를 감싸듯 실내 중앙을 가로지르는 센터 터널이 상당히 위압적이다. 여기에는 조그마한 시프트 레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노브와 터치패드 외에 시동과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는 물론 공조 스위치, 수납공간까지 한데 모아 놓았다. 시승차는 강렬한 붉은색 가죽과 카본 트림이 한데 어우러져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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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칸에는 짐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칸막이도 달렸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흔드는 것은 사운드다. 요즘 자동차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대배기량 고성능차의 포효 말이다. 아이들링부터 거친 숨을 토해내고 액셀 페달을 밟는데 따라 ‘부르르릉’하는 배기음에 ‘쉬리리링’과 ‘휘리리링’하는 소리들이 뒤섞여 마치 대편성 오케스트라처럼 멋진 소리를 만들어 낸다.


성능은 더 아찔하다. 자연흡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반응성이 뛰어나면서도 회전수를 가리지 않고 막강한 토크를 쏟아내 운전자의 등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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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느낌이 강한 헤드램프 디자인 


미드십 만능주의에 반기를 들다

V8 엔진 M178은 배기량 4.0L에 트윈터보 과급으로 522마력의 출력과 68.5kg·m의 토크를 낸다. BMW N63 엔진처럼 터보차저를 V뱅크 사이에 배치했는데, 이 방식은 배기 통로 거리를 극단적으로 줄여 반응성에서 유리하다. 출력이나 토크는 AMG 65 라인업에 쓰이는 V12 6.0L 트윈터보 M275가 좋겠지만 너무 무거워 차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기 쉽다. AMG의 고향 아팔터바흐 공장에서 장인 한명이 책임지고 조립한 M178 엔진의 상면 커버에는 조립자의 이름과 사인이 자랑스럽게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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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팔터바흐 공장에서는 장인 한 명이 엔진 한 기를 책임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한다


미드십이 스포츠카의 성배인 것처럼 숭배받기도 하지만 FR은 오랜 세월 고성능차의 스탠다드로 사랑받아 왔다. 지나치게 민감해지기 쉬운 미드십에 비해 밸런스가 뛰어날 뿐 아니라, 가속시에도 엔진이 앞바퀴를 눌러 안정적인 앞바퀴 그립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시승차에서는 어째서인지 원래와 다른 사이즈, 다른 제품 라인(앞 한국 벤투스 R-S3, 뒤 벤투스 RS4)의 타이어를 끼운데다 상당히 닳아버린 상태라 과하게 몰아붙이기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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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버전은 출력을 522마력으로 높인 고성능형이다


AMG GT S의 운동특성은 기본적으로 스포츠 지향이면서도 그랜드 투어러로서의 끈을 놓지 않는다. AMG를 붙였다지만 브랜드의 기본 성향이 어디 쉽게 사라지겠는가? 모터스포츠 활동까지 고려해 스포츠 모델을 만들면서도 FR을 끈질기게 고집하고, 강렬한 사운드와 파워 속에서도 고급차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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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메르세데스-AMG GT S의 매력이다. 아울러 수십 년 후에는 많은 이들이 그리워하게 될, 내연기관 시대에 누릴 수 있는 호사이기도 하다. 전기차 시대 고성능차라면 누구나 비슷한 레이아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뒷차축 위에 걸터앉아 멀티 실린더 엔진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주행은 각별하다. 소중히 아끼고 즐겨야 할, 내연기관 시대의 아름다운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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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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