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뉴스] 포르쉐 356 스피드스터 수많은 매니아 거느린 ‘살아 있는 신화’
2019-07-19  |   72,539 읽음

2003년 6월에 발행 된 기사입니다

포르쉐 356 스피드스터 

수많은 매니아 거느린 ‘살아 있는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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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356이라니! 그것도 초록색 대한민국 번호판을 붙이고 버젓이 운행하고 있는 차라니 궁금증은 더해만 갔다. 늘 지녀보고 싶은 차였기에 빨리 만나보고 싶었다. 

356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포르쉐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이 자연스러울 만큼 356은 포르쉐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차다. 하지만 356의 의미를 포르쉐 역사에만 국한한다면 길이 남을 명차에 대한 커다란 결례라고 할 수 있다. 356은 단종 40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열광적 추종자를 거느린 살아있는 컬트이다. 


페리 포르쉐, 1947년에 356 개발 시작해 

65년 포르쉐 911에게 자리 내주고 퇴장 


1931년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설립해 운영하던 포르쉐 디자인 스튜디오는 2차대전을 피해 오스트리아의 한적한 산골마을 그뮌트에 둥지를 틀었다. 자동차에 관해서라면 아버지 못지 않은 열정과 천재성을 지녔던 페리 포르쉐는 1947년 6월, 356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 평소 꿈꾸어 오던 스포츠카를 만들 기회를 맞게 되었다. 

페리의 새 프로젝트카 356은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 많은 부품을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2차대전 전 개발해 46년 재생산에 들어간 폭스바겐 비틀에서 가져다 쓸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런 부품들을 그뮌트에서 자체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었기에 이는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다시 말해서, 비틀의 부품들을 개조해 스포츠카 개념의 차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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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48년 6월초, 베른에서 열린 스위스 그랑프리에서 폭스바겐에서 가져온 공랭식 수평대향 4기통 1천131cc 40마력 엔진을 얹은 첫 356/1 로드스터(프로토 타입)가 선보였다. 언론은 356이 폭스바겐 비틀과 아우토 우니온의 경주차를 이어주는 스포츠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의 356은 강철 파이프로 짠 스페이스 프레임에 알루미늄 보디를 얹은 미드십 형태였는데 이렇게 차를 만들면 공정이 복잡하고 제작단가가 높아 시장성이 불리해진다. 따라서 페리는 스포츠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가벼우면서도 강성이 좋은 철판을 용접해 만든 박스 섹션(ㅁ 단면) 프레임을 사용하고 엔진은 짐 공간의 확보를 위해 뒤차축 뒤로 옮겼다. 

1950년 포르쉐사는 옛 근거지인 슈투트가르트의 주펜하우젠으로 돌아가 356의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크게 356(48년), 356A(55년), 356B(59년), 356C(63년)의 4세대로 나누어 볼 수 있는 356은 등장부터 퇴장까지 줄곧 기술혁신을 통해 다듬어지며 진화를 거듭했다. 1천100cc 40마력에서 시작된 엔진은 356SC에서 1천600cc 115마력에 이르렀고(경주차 버전에는 2천cc급 엔진도 있다) 쿠페, 카브리올레, 로드스터, 스피드스터 등 다양한 보디로 선보였다. 65년 포르쉐 911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날 때까지 356은 7만6천여 대가 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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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곡선 아름다운 스피드스터 

50년대 미국에 선보여 큰 인기 얻어 


지금 타보려고, 아니 느껴보려고 하는 356은 스피드스터다. 스피드스터는 1954년 포르쉐의 미국 판매권을 가지고 있던 막스 호프만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356의 한 모델이다. 50년대 초반 미국의 경량스포츠카 시장에서는 영국의 MG가 선전하고 있었다. 포르쉐 356은 영국의 경량 로드스터들에 비해 값이 비싼 편이었다. 그러나 356의 성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판매에서 이를 적절히 활용했던 호프만은 미국 시장에서 포르쉐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356의 미국내 차값을 3천 달러 이하로 맞추어 줄 것을 요구했다(52년 포르쉐 356 쿠페의 미국내 차값은 4천300달러). 이 값을 맞추는 것은 쉬운 일도, 그렇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포르쉐의 해법은 간단했다. 성능은 유지하되 차를 단순화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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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카브리올레를 손 본 단순한 보디가 만들어졌다. 대시보드와 계기판도 최대한 단순화되었다. 그러면서도 기능성과 미적 균형은 해치지 않았다. 윈드실드가 낮아졌고 카브리올레에 있던 옆 유리 창문은 비닐 커튼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버킷 시트의 쿠션도 최소한의 패딩만으로 처리되었다. 이렇게 하여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낮은 차체에 완만하게 둥글려진 윈드실드, 좀 빈약한 듯한 톱을 씌운 스피드스터가 탄생했다. 값은 2천995달러, MG와 재규어의 중간 수준이었다.


스피드스터는 출시되자마자 빠르게 팔려나갔다. 전통적 보디 분류의 입장에서 볼 때 스피드스터는 로드스터다. 독일에서는 스파이더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포르쉐는 초기 광고 문구에서 이 차를 로드스터 혹은 스파이더라 부르는 대신 스피드스터라는 용어를 썼고 후에 이것이 공식 모델명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스피드스터는 성능면에서 일반 356과 같았다. 54∼55년에는 1천500cc의 노멀과 수퍼 버전 엔진을 썼고, 55년 10월부터 시장에서 물러난 58년까지는 1천600cc의 노멀과 수퍼 엔진을 얹었다. 

생산라인을 갓 벗어난 듯한 356 스피드스터 한 대가 앞에 서있다. ‘미국에서 배를 탔겠구나.’ 언뜻 생각된다. 57년 생이라는데 젊다. 허나, 나이는 있으되 허우대만 멀쩡한 자동차를 한두 대 접해본 게 아니다. 

상태가 아주 좋아 보인다. 미국에서 두어 차례의 복원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엔진도 두 차례의 분해수리작업을 끝냈다. 자동차의 복원은 작업의 목표와 범위에 따라 몇몇 단계로 나뉜다. 그 중 한번의 작업은 프레임 오프(frame off) 복원이었다고 한다. 이 작업은 말 그대로 보디와 프레임을 분리하고 모든 부품을 떼어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을 모두 손보는 것으로, 그 차와 부품의 진품 비중과 정도는 작업의뢰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차체는 진한 붉은 와인색으로 96년형 포르쉐 911의 페인트를 구해 칠했다고 한다. 차체의 도장, 실내외 트림, 대시보드 등은 미국에서 작업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복원에 사용된 많은 부품은 복제품일 것이다. 하지만 단종된 지 40년 된 차의 순정부품을 구하기란 매우 어려울 뿐더러 이를 고집하는 것도 부질없다. 

어쨌든 차의 복원이 산업으로 자리잡고, 이러한 차종의 부품이 복제품의 형태로라도 원활히 공급되고 있는 ‘그쪽‘의 현실에 차를 사랑하는 필자는 언제나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  스피드스터의 소프트톱은 그야말로 비상용이라고 할 만하다. 그래도 강렬한 햇볕과 비는 피해야 하니까. 시승날은 그야말로 지붕 없는 차를 위한 날씨였다. 당연히 톱은 좌석 뒤로 고이 접어둔 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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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뒤쪽에서 공랭식 수평대향 엔진이 들려주는 배기의 화음에 가슴이 뛴다. 기어를 넣고 출발해본다. 복원을 했다고는 하지만 45년이 넘은 차를 몰아붙일 수는 없다.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티어링은 탄탄하며 유격이 과하지 않다. 가속페달의 압력은 조금 뻑뻑한 듯하다. 브레이크는 요즘의 차를 몰 듯 습관대로 사용한다면 당황할 것이다. 유압식이기는 하지만 배력장치가 없는 탓에 요즘 차들에 비해 페달 밟기가 수월치는 않으나 익숙해지면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출력 모자람 없고 코너링 성능 뛰어나 

단단한 서스펜션, 요철에서 튀는 느낌 


도로로 나섰다. 신록의 품을 가르며 난 구불구불한 길을 잘도 헤치며 달려준다. 엔진의 출력은 요즘 기준으로는 충분치 않지만 모자람이 없고 코너링 솜씨는 요즘의 어지간한 앞바퀴굴림 차들을 앞선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초여름의 햇빛이 뜨겁고, 지나가는 차들에서 쏟아지는 시선은 더 뜨겁다. 싱그러운 바람이 볕을 흩뜨린다. 낮은 윈드실드를 한번 때리고 머리 위에서 난류를 만들며 흩어지는 공기가 귓전에 상쾌한 공명을 전한다. 계속 달리고 싶다. 

서스펜션은 상당히 단단하다. 도로의 요철 부분에서는 통통거리며 차체가 튀는 경향을 보이고 보디롤은 약간 부자연스런 면이 보인다. 불안정하거나 미끄러운 노면의 코너에서는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시승 후 오너의 말을 들어본즉 최신 쇼크 업소버가 달려 있다고 했다. 원래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주행중 이 차가 들려주던 배기음은 전에 타보았던 356들과 조금 다르다. 카랑카랑함이 덜 한 느낌인데, 이는 상당히 주관적이고 게다가 오래된 엔진이므로 절대적인 비교는 무의미할 것이다. 시승을 마치고 엔진룸을 찬찬히 살펴보니 57년형 356 스피드스터의 원래 엔진과는 약간 달랐다.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부품 수급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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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기호에는 옛 자동차가 딱 맞는다. 특히 운전이 가능하면 더 그렇다. 굳이 ‘클래식’이라는 수식을 붙이지 못하는 차여도 좋다. 단순히 옛날 것을 좋아하는 차원은 아니다. 옛날 차들은 더 신경 써서 운전해야 하고 운전기술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야하며 무엇보다 그 차의 잠재력을 100% 가까이 쓸 수 있어 좋다. 요즘 차들은 그 능력을 다 써주지 못해 운전하려면 밋밋하고 미안하다. 

실로 오랜만에 감상적이고 꿈결같은 운전을 경험했다. 비록 문헌에서 보아오던 성능을 제대로 다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그저 멋진 자동차 문화의 한 면을 향유해 본 것으로도 충분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명차들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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