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을 지배하는 거친 황소의 숨결, LAMBORGHINI URUS
2019-07-10  |   122,062 읽음

서킷을 지배하는 거친 황소의 숨결

LAMBORGHINI U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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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SUV 우루스를 서킷에서 만났다. 테크니컬한 포천 레이스웨이를 달리기 시작하자마자이 차가 확실히 람보르기니임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거대한 덩치의 황소는 어떤 맹수보다도 맹렬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코너를 지배했다.


람보르기니를 몰고 서킷을 달릴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SUV다. 최근 국내 판매를 시작한 우루스 말이다. 람보르기니인데 SUV이고 서킷 주행이라니, 쉽사리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요즘에야 퍼포먼스 SUV라고 부를만한 고성능 모델이 적잖이 있지만 원래 SUV라면 스포츠 주행이나 서킷을 달리는 차가 아니다. 높은 지상고와 네바퀴 굴림은 험로주행을 위해 태어났고, 높은 지붕과 큰 덩치는 무게중심과 공기저항에서 불리하다. 태생적으로 펀 투드라이브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는 포르쉐와 벤틀리, 롤스로이스, 애스턴마틴은 물론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까지도 SUV를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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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레이스웨이에 모인 람보르기니 패밀리 


람보르기니의 두 번째 SUV

스포츠카 브랜드의 SUV라면 일단 눈살부터 찌푸리게 된다. 기자 역시 그 중하나였다. 하지만 제아무리 콧대 높은 브랜드라 해도 돈 앞에는 장사가 없다.

오죽했으면 페라리마저 SUV를 개발하게 되었을까. 람보르기니 우루스 역시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런데 제아무리 잘 만들어진 SUV라고 해도 브랜드 성격과 색체에 녹아들도록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렇게 본다면 람보르기니는 라이벌 브랜드에 비해 가장 여유가 있다. 수퍼카 브랜드이면서도 이미 SUV를 만든 전적이 있고, 질주하는 황소 엠블럼과도 어울린다. 80년대 경영부진에 시달리던 람보르기니는 미국 회사의 의뢰로 군용차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양산한 것이 LM002였다. 군용차 특유의 디자인에 V12 엔진을 얹은 LM002는 당시는 물론 지금 기준에서도 특이하고 진귀한 모델이었다.

LM002가 생산 종료되던 90년대 중반까지도 SUV에 대한 시선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하지만 이제 SUV는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고, 시장의 확대는 자연스럽게 모델의 다양화를 불러왔다. 이제 경차 사이즈의 초소형 SUV부터 벤테이가 같은 수제작 초호화 모델까지 각양각색의 SUV가 시장에 넘쳐난다. 퍼포먼스 쪽으로 눈을 돌리면 랜드로버 스포츠 SVR과 BMW X5/X6 M, 메르세데스 AMG GLC 63 등은 어지간한 스포츠카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게다가 람보르기니가 지난해 우루스를 발표하면서 SUV의 성능 기준은 다시 한번 높아졌다. 그런 차를 서킷에서 몰아볼 수 있는 기회이니 한걸음에 달려갈 수밖에. 포천 레이스웨이를 가는 2시간 내내 마음이 들떠 엉덩이가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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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트럭터 한 명이 우르스 한대를 리드했다 


큰 덩치에 새긴 람보르기니 DNA

이미 사진을 통해 여러 번 보아 온 우루스지만 직접 보니 느낌이 새롭다. 카이엔, 투아렉 등에 쓰이는 폭스바겐 MLB에보 플랫폼을 사용했는데, 전고가 1,638mm로 비교적 낮고 날카롭게 날을 세운 보디라인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2012년 등장했던 컨셉트카에서 기본 실루엣은 유지하면서 디테일은 상당히 바꾸었다. 컨셉트카가 매끈한 근육질이었다면 양산형은 조금 더 복잡한 선과 칼로 다듬은 듯한 세심한 디테일을 가졌다.

SUV 특유의 덩어리진 보디에 람보르기니 디자인을 융합하려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완만하게 낮아지는 루프라인으로 뒷좌석 헤드룸은 확보하면서도, 벨트라인을 상당히 급한 각도로 높여 전체적으로 쐐기형을 만들었다. 아울러 강조된 휠하우스와 펜더가 옆모습을 마무리하는 형태.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휠사이즈다. 23인치 옵션 휠을 일단 보고 나면 작은 휠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차라면 거대해 보일 23인치가 우루스에는 맞춤 신발처럼 딱 들어맞는다.

이번 행사가 열린 포천 레이스웨이는 3.159km의 길이에 19개의 코너가 있다.

야성적인 수퍼 SUV의 성능을 확인하기에 모자람 없는 테크니컬 트랙이다. 출발 직후 등장하는 연속 헤어핀부터 강렬한 횡가속이 몸을 덮친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트라다(strada: street)지만 충분히 공격적이다.

람보르기니에서는 드라이브 모드를 ‘아니마’라고 부르는데, 일반 주행용 스트라다(Strada) 외에 스포츠(Sport), 코르사(Corsa)가 있고, SUV 성격에 맞추어 비포장용 테라(Terra), 모래지형을 위한 사비아(Sabbia), 눈과 얼음용 네베(Neve)를 더했다. 일종의 프리셋 기능인 아니마 외에 부분별 세부 설정값을 바꾸고 싶다면 이고(Ego)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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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t이 넘는 덩치에도 불구하고 코너링은 너무나 날렵하다


타이트한 코너를 지배하다

인스트럭터의 뒤를 따라 스트라다 모드로 코스를 익힌 후 스포츠와 코르사로 바꾸며 주행을 이어갔다. 배기음이 강력하게 바뀌면서 액셀 반응성이 즉각적으로 바뀌고 서스펜션은 점점 단단해진다. 조금 전 스트라다가 안락한 모드였음을 금세 깨닫게 된다. 스포츠를 지나 코르사에 이르자 코너에서 롤링이 거의 사라지고 더 과감하게 코너를 파고든다. 대구경 브레이크 시스템은 내리막 급제동에서도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이고, 큰 덩치와 4WD 시스템이라면 분명 언더스티어가 생길만한 헤어핀 코너에서도 토크 벡터링과 4WS 시스템이 2t이 넘는 덩치를 순식간에 잡아 돌린다.

배기음이 연신 귀를 파고들고, 매끄럽던 변속 동작이 거칠게 등을 때리니 금세 피곤이 몰려온다. ZF의 토크컨버터식 8단 변속기는 여느 DCT 못지않은 움직임으로 고출력 엔진과 네바퀴 굴림 사이를 조율한다. 코르사 모드를 선택하면 자동 변속 모드에서도 액셀 페달을 적극적으로 밟아야만 변속이 이루어지는데, 오른 발에 힘을 빼 파셜 상태를 유지하면 레드라인 근처라도 변속하지 않고 rpm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게 과연 SUV인가?’하고 다시 한번 놀랐다.

우루스의 심장은 아우디 계열의 V8 4.0L 트윈터보. 최고출력 650마력을 낸다.

V12나 V10은 아니지만 트윈터보 과급이라 86.7kg·m에 이르는 강렬한 토크를 저회전부터 발휘한다. 같은 엔진을 쓰는 포르쉐 카이엔 터보보다도 강력하며, 모터의 도움을 받는 카이엔 터보S E-하이브리드 정도만이 비슷한 힘을 낸다.

서킷 주행의 급가속은 물론 고속 크루징에서도 넘치는 파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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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과 다재다능함, 안락함까지

서킷 주행 후 주차공간에 마련된 오프로드 체험 코스로 자리를 옮겼다.

인공적으로 제작된 경사로와 교차 요철 구간, 측면 경사로의 단출한 구성이지만 어느 것 하나 기존의 람보르기니로는 도전이 불가능한 코스다. 한두 바퀴가 완전히 공중에 뜬 상태에서 동력을 안정적으로 전할 뿐 아니라 땅이 보이지 않는 경사로에서도 불안함이 없었다. 바닥을 살필 수 없는 상황에서는 탑뷰 카메라가 큰 역할을 한다. 홍보 영상에서 보았던, 흙먼지 달리는 오프로드 질주 상상했다가 조금 실망했지만 2억 5천만원 짜리 차를 자갈 튀는 길에 내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내한한 파울로 사르토리 한국 담당 컨트리매니저는 “우루스는 디자인, 성능 드라이빙 다이내믹스 그리고 주행 감성 면에서 완벽한 람보르기니그 자체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수퍼 SUV 우루스는 람보르기니 패밀리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라고 이 차를 설명했다. 우루스는 설명 그대로의 차였다. 강렬한 디자인은 람보르기니 DNA에 부합될 뿐 아니라 달리기 성능은 수퍼 SUV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높은 키와 덩치는 분명 SUV지만 서킷에서는 마치 사냥에 나선 맹수처럼 거침이 없다. SUV의 달리기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지 알고 싶다면 우르스를 보면 된다. 게다가 실내 거주성은 고성능 쿠페나 세단보다 뛰어나니 그랜드 투어러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다.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너무나도 람보르기니다운, 새로운 람보르기니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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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람보르기니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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