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칼럼의 마지막 마스터피스, 재규어 F-타입 SVR 컨버터블
2019-07-08  |   80,931 읽음

이안 칼럼의 마지막 마스터피스

재규어 F-타입 SVR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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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의 대항마라고 주장하는 차는 많다. 애석하게도 911은 기본기가 워낙 뛰어나 스포츠카 시장에서 왕좌를 내준 적이 드물다. 모든 메이커들이 911을 정조준해서 신 모델을 출시하지만영 시원찮다. 기세등등한 라이벌 중 그래도 가장 특별한 재규어 F-타입 SVR은 어떻게 어필 할 수 있을까?


오래전 지인의 재규어 XK8에 동승했던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96년 식인데도 다행히 최상의 상태였던 터라 재규어 플래그십의 거동 특징들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재규어는 보통의 유럽차와는 다르게 부드러움이 있었다. 노면이 좋지 못한 곳에서 편안하면서도 미국차처럼 마냥 부드럽지는 않았다. 전통의 모터스포츠 혈통답게 와인딩에서 롤 제어가 상당히 좋았다.

부드러움과 스포츠를 양립시킨다는 점에서는 최고의 브랜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전통에 최신 기술을 융합한 F-타입 SVR은 에어 서스펜션과 알루미늄 섀시의 결합으로 스포츠카와 고급차의 장점을 집약시킨 고성능 재규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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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R을 상징하는 통 카본으로 만든 액티브 스포일러. 기존보다 다운 포스를 증가시키면서 공기저항은 감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도시 속 맹수로 살아간다는 건

이번에 시승하게 된 F-타입 SVR 컨버터블은 재규어 라인업 중 최상위에 위치한다. 가솔린 기준 직렬 4기통 터보, 수퍼차저가 달린 V6와 V8 등 5개의 유닛이 존재한다. 기본형인 4기통 인제니움 엔진이 최고출력 300마력을 낸다. V6부터 수퍼차저 과급으로 340~380마력, V8은 500마력 영역을 커버한다. 이전까지 가장 강력했던 R 버전은 550마력이었다. 그렇게 보면 이번 SVR은 고작 25마력을 끌어올린 데 불과하다. 하지만 고속-고회전 영역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외관은 전면 스플리터, 확장된 에어 인테이크, 팬더에 세로형 사이드 에어 벤트가 추가되어 공력 특성이 개선되었다. 여기에 통 카본 가변식 윙과 티타늄 쿼드 배기 시스템 채용으로 기존보다 더 과격한 후면을 완성 시켰다. R과 비교했을 때 공도에서의 성능 차이는 미미하지만 회전수 상승 속도와 최고속도까지 도달하는 것이 빨라져 수퍼카에 가까워졌다. 아울러 대폭적인 공력 업그레이드로 280km/h 이상의 속도에서도 매우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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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없었던 세로형 사이드 에어 벤트의 기능은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 휠 주변 공기의 흐름을 제어한다


외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SVR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티타늄 쿼드 배기 시스템이다. 티타늄은 열 변형, 내식성, 내구성이 강해 하이엔드 급 메이커만 사용한다. 사운드는 역대 재규어 중 가장 강력하다. 여기에 관해 할 말이 있다. 기자는 재규어의 수퍼차저 사운드를 정말 좋아하지만 한국의 보수적인 문화에서는 관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지나치게 시끄럽다며 주변에서 문제 삼는다. 정말 슬픈 일이다. 페라리, 마세라티, 람보르기니와 더불어 배기 사운드만큼은 손가락에 꼽힐 차가 국내에서는 그저 ‘시끄러운 차’ 취급을 받으니 말이다. 밤에 주택가나 조용한 동네에서 운전할 때는 괜히 위축되기 마련이다. 행인이 욕을 퍼붓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야심한 밤 도심에서 운전하기가 조심스럽다. 합법적이고도 재규어의 감성으로 가득한 사운드를 마음껏 만끽하고 싶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하루빨리 수퍼카 사운드를 이해해주는 관용의 문화가 안착이 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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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에어 인테이크, 프론트 립에 달려있는 에어로 핀, 보닛 루버 모두 오랜 레이스 활동에서 얻은 수준 높은 노하우의 결과물이다


E-타입 헤리티지의 수혜

99년에 재규어 디자이너에 부임한 이안 칼럼은 현대 재규어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의 커리어 역시 재규어에서 방점을 찍었다. 조악한 품질로 늘조롱당하던 재규어는 89년 포드에 매각된 후 이안 칼럼의 새로운 디자인과 함께 개선된 상품성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일구었다. 2009년 5세대 XJ를 발표하면서 수십 년 간 이어진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교체했다. 너무 큰 변화는 충성도 있는 고객에게 반발을 살 수 있으나 다행히도 반응은 뜨거웠다. 크리스 뱅글의 파격적인 BMW 7시리즈(E65) 때와는 사뭇 달랐다. 주요 미디어에서는 새로운 재규어 XJ에 찬사를 보냈다. 기존과 완전히 다르면서도 자세히 보면 재규어 역사를 곳곳에 새겨놓았다. F-타입 역시 2013년에 출시되었을 당시 존경과 찬사를 받아 재규어의 장밋빛 미래를 열었다.

명품 브랜드만의 최고 장점은 가져다 쓸 수 있는 선대 모델의 이미지나 디자인 포인트가 많다는 점이다. 과거부터 패밀리룩을 완성시킨 메이커일수록 헤리티지 활용성은 배가 된다. 재규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디자인 헤리티지가 풍부하다. F-타입에 영감을 불어 넣은 것은 바로 E-타입이었다. 1961년에 출시된 E-타입은 당시 페라리에 버금가는 고성능에 가격까지 저렴하여 많은 인기를 끌었다. 페라리 창립자 엔초 페라리마저 E-타입을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만큼 자동차 디자인 역사에서 손꼽히는 모델이다. 워낙에 기념비적인 모델이라 이안 칼럼이 F-타입을 디자인할 때 E-타입으로부터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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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로 F-타입 SVR 컨버터블을 능가할 차가 과연 있을까 싶다 


포르쉐 911보다 나은 점

F-타입은 줄곧 포르쉐 911과 비교 대상이었다. 911과 비교 가능하다는 자체가 마케팅적으로도 성공이다. 911은 고성능이면서도 면허증만 있는 사람들이 타도 운전이 매우 쉽고 친절하다. 과하지 않은 출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컨트롤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단점도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스포츠카치고 배기 사운드가 다소 부족하다. 회전수를 올리면 소리가 달라지지만 그래도 아쉬운 게 사실이다. 두 번째는, 실린더가 평행하게 움직이는 복서 엔진은 실린더 스크래치라는 고질병이 있다. 이 두 가지 단점이 없는 재규어 F-타입이 911보다 더 나은 차로 보이게 만들 정도다. F-타입 SVR은 배기 사운드에 관련해서는 이견의 여지없이 최고다. 다소 시끄럽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하지만이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매 이유에 배기 사운드가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희소해진 수퍼차저 엔진이 달려 내연기관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있다. 뭇사람들이 소리와 멋에서는 재규어의 손을 들어주지만 운동성능에서는 늘의문을 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차는 포르쉐처럼 친절한 차는 아니다. 과격하게 다룰 때는 몸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게 된다. 좋게 말하면 짜릿함이다. 전자 장비의 개입도 약간 늦어 초보자가 다룰 때 뒤가 미끄러지는 경험을 하면 공포를 맛보게 된다. 제어가 작동하는 상황에서도 기본적으로 오버스티어 성향이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물론 전자장비 개입이 느리다고 재규어의 기술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망 고객들의 성향과 재규어만의 DNA를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오버스티어 경향으로 세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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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팬더를 보면 E-타입의 흔적이 보인다. 티타늄 배기 시스템은 하이퍼카에서나 만나볼 수있다. 그런데 재규어는 이 차에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진동과 사운드, 오버스티어를 이해하는 사람은 이 차가 정말 좋은 스포츠카라는걸 인정하게 된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한수 아래를 두겠지만 절대 폄하해서는 안 되는 차가 F-타입 SVR이다. 대부분의 메이커가 안전을 위해 오버스티어를 억제하는 쪽으로 세팅하지만 일부 고성능차는 차종 특성과 운전의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저 개입을 늦춰 오버스티어를 내는 것이 아닌, 오랜 노하우로 완성한 수준 높은 기술이다. 컨트롤 가능한 오버스티어를 제공하고 운전자 스스로 극복하는 기쁨을 경험하면,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강한 중독에 빠지게 된다. F-타입 SVR은 4륜 구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추어 어마어마한 출력으로 뒤를 쉽게 날려도 바로 전륜이 작동하여 금세 그립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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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이안 칼럼이 빚은 가장 아름다운 재규어. 이토록 멋진 재규어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고질병 없는 심장과 완벽한 자동변속기

기자는 컨버터블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잡소리와 강성에서 쿠페보다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섀시 기술의 발전으로 강성이 취약하다는 것도 이제 옛말이다. 더욱이 재규어라면 섀시에 관련해서는 의문을 품을 수가 없다. 이차는 제조 단가가 높은 통 알루미늄으로 섀시와 패널로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스펜션 부품 역시 대부분 알루미늄 합금으로 되어 있어서 가벼우면서도 강한 강성을 손에 넣었다. 눈에 보이지 않은 부분들을 알게 모르게 원가 절감하는 몇몇 메이커와는 다르게 많은 부분 공들였다. 이것은 재규어가 경쟁자들을 압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의 노력이야말로 중요한 가치다.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값싼 소재를 쓰는 경우를 의외로 쉽게 볼 수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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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레스트와 도어 씰 플레이트에 새겨진 SVR 로고가 프라이드를 안겨준다. 시트 포지션은 낮지만 승하차가 불편하지는 않다 


이 차는 다운사이징 엔진이라는 추세를 역행하는, V8 5.0L 수퍼차저 엔진을 품어 최고출력 575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쏟아낸다. 막강한 파워트레인에 정교한 알루미늄 섀시를 입었으니 그 난폭함은 실로 엄청나다. 대배기량 엔진을 품어 2t에 육박하는 무게는 프론트 헤비 성향을 느낄 수 있다. 앞이 무겁다는 느낌은 받지만 코너에서 흡사 닛산 GT-R 같은 민첩함을 보여준다. 정교한 AWD 시스템은 평상시 대부분의 토크를 후륜에 분배하고 그립이 필요할 때앞바퀴 배분을 높여 트랙션을 안정시킨다. 아울러 재규어-랜드로버가 자랑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가 시종일관 댐퍼를 제어하여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GT카의 거주성은 아니지만 승차감은 확실히 그쪽이다. 시동을 걸고 1분 정도 아이들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살펴봤다. 6년이 지난 디자인이지만 여전히 숨 막히게 아름답다. 이 차도 언젠가는풀 체인지되겠지만 이안 칼럼이 디자인한 F-타입은 안타깝게도 이 차가 마지막(그는 올해를 끝으로 은퇴한다)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E-타입을 현대적으로 재완성한 이 차를 보면서 문뜩 한 대 들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뒤숭숭한 마음을 접고 동네를 빠져나왔다.

노말 모드에서조차 배기 사운드의 박력이 대단하다. 엔진 회전수를 올리면 강력한 사운드를 토해낸다. 액티브 사운드를 키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라면 인증 통과를 어떻게 했는지가 궁금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F-타입 SVR의 액티브 사운드를 해제하면 조용하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깊이 누르면 다이내믹 모드나 노말이나 똑같이 박력이 넘친다. 기자는이 사운드를 하루 종일 듣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눈살을 찌푸린다. 맹수가 포효할 때 진동이 울리는 것처럼 이차 역시 그렇다. 양산차에서 이렇게까지 캐릭터가 확실한 차도 사실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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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중 카리스마라면 가장 으뜸인 수퍼차저 엔진 


노말에서는 한없이 편하면서 충분한 힘이 느껴져 몸이 피로하지 않다. 그런데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고 스로틀을 여니 갇혀있던 야생 재규어가 도심에 뛰쳐나온 격이다. 노말조차도 과격하기 때문에 다이내믹이라고 완전히 다른 차로 돌변하는 것은 아니다. 반응이 빨라지고 댐퍼가 단단해지는 정도다. 엔진 회전수는 높게 유지해 상시 전투 모드다. 토크컨버터식 8단 자동 변속기는 변속 타이밍이 빠르면서 슬립을 좀처럼 느낄 수 없었다. 이렇게 토크가 강력한 차는 내구성 측면에서 DCT보다 자동변속기가 더 낫다. 자동변속기는 변속 속도가 느리다지만 근래에는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DCT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슬립도 많이 사라져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도 옛말이다. DCT가 많이 보급된 상황에서도 고성능차 시장에서 토크컨버터식 자동 변속기는 여전히 사랑받는다. 보통 다운 시프트가 업 시프트보다 느리지만 이 차는 양쪽 모두 빠르다. 변속하는 재미가 상당해 계속 몰아붙이게 된다. 게다가 수퍼차저 엔진 특성상 리스폰스가 자연흡기와 흡사해 엔진을 쥐어짜는 느낌을 살리면서도 터보 수준의 어마어마한 펀치력을 제공한다.

가시거리가 좋은 날 한산한 고속도로에 올랐다. 운 좋게도 왕복 8차선 고속도로에서 1-2차로가 텅 빈 것이다. 흔치 않은 기회다. 다이내믹 모드로 수동 조작하며 레드라인까지 엔진을 쥐어짜 속도를 높였다. 속도계 바늘이 시속 310km를 가리켰다. 이 속도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불안함은 없었고 유온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고성능 차에서 열관리 능력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SVR 전용 후드 루버와 사이드 에어 벤트는 오랜 레이스 활동에서 얻은 수준 높은 노하우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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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가격답게 베이지 계열 최고의 가죽이 들어갔다. 알루미늄 패들 시프터는 만듦새와 조작감이 매우 훌륭하다 


경부고속도로는 아우토반같이 고속으로 공략할 수 있는 코너가 아니다. 그래서 고속으로 돌아나가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정교한 AWD 시스템과 훌륭한 에어 서스펜션 덕분에 프론트 헤비 성향의 차로서는 경이로울 정도로 차선을 잘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파고든다. 50km 미만 속도에서 12초 만에 전동식 탑을 개방했다. 시승차는 윈드 디플렉터가 장착되어 있지 않아 실내에 다소 바람이 들어왔지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가장 멋진 재규어를 타며 배기 사운드를 만끽하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탑이 개방된 상태에도 시속 260km까지 쉽게 도달하는 것을 보니 오픈 상태에서의 공력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굳이 과격한 달리기 없이도 V8 수퍼차저 엔진의 질감은 도로 위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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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노브 왼쪽에 레이싱 플래그 문양은 다이내믹 모드를 뜻한다. 여기에 수동이 더해지면 야생 재규어의 질주가 시작된다


저무는 내연기관 역사 속 빛나는 희소성

국내에서 2억을 훌쩍 넘는 재규어를 구매할 고객은 그리 흔치 않다. 그런데 기회비용 2억의 대안이 많다지만 글쎄다. 원가절감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 재규어만큼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쓰는 메이커가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도 예전 형편없는 품질과 A/S 문제로 망가진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재규어에 대한 인식을 알고 싶어서 주변에 물어보면 한결같이 “재규어는 사지 마”라는 답변이 온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어보면 그저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얘기들을 한다. 사실 F-타입 SVR은 흔치 않은 차라 관련 데이터가 없다시피 하다. 그렇다면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각자의 의견이나 경험은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감이 있다. 대한민국은 자동차 대국이지만 자동차 문화의 깊이나 다양성은 편중 현상이 심한 편이다. 물론 잘팔리는 데 이유야 있겠지만 국내 소비자의 메이커 선호 경향은 다소 편협한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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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좋지 못한 낙인이 찍힌 재규어라고 해도 F-타입 SVR은 허술하거나 헐렁한 모델이 아니다. 비교대상이 포르쉐 911이라는 점만 빼면 사실상 책잡힐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이 두 차는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 너무 현대적으로 바뀐 911보다 예전 공랭식 911을 좋아하는 올드팬이라면 오히려 재규어 F-타입 SVR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이미 이차를 구매한 사람들은 분명 ‘답정너’스타일임에 틀림없다. 기자도 물론 그쪽이다. 이안 칼럼이 빚은 마지막 재규어 수퍼카라는 상징성, 아름다운 디자인, 포탄을 마구 발포하는 듯한 황홀한 배기 사운드, 고출력 후륜 기반의 특성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F-타입 SVR을 만나는 순간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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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맹범수 기자 

사진 스튜디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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