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뉴스] 푸조 607 3.0 샹송처럼 부드럽고 코냑처럼 짜릿하다
2019-06-11  |   111,251 읽음

푸조 607 3.0 샹송처럼 

부드럽고 코냑처럼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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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시장을 떠났던 푸조가 5년여만에 다시 돌아왔다. 장년층에게는 기아에서 조립·생산하던 푸조 604의 우아한 이미지로, 신세대에게는 파리-다카르 랠리를 석권한 강인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푸조. 곧 시판될 푸조 607의 등장은 새로운 수입차를 갈망해온 이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다.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우아한 보디 눈길 

늘씬하면서 독특한 이미지의 곡선 루프 


607은 89년 605가 데뷔한 이후 꼭 10년만인 9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605가 고급차 분야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기에, 607에 거는 푸조의 기대는 남달랐다. 607은 푸조의 새로운 패밀리 룩 스타일을 가장 먼저 쓴 모델이다. 405와 605로 대표되는 각진 스타일에서 벗어나 곡선을 많이 썼고, 605에 비해 커진 차체가 우아하면서도 당당하다. 


푸조는 604와 605, 그리고 중형차 405 등 대부분의 간판 차종의 디자인을 피닌파리나에 맡겨왔다. 그러나 95년 데뷔한 406을 비롯해 이후에 선보인 206과 307 등은 모두 푸조가 자체적으로 디자인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최근 푸조가 선보인 차들이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차들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특히 605는 405를 조금 크게 늘려놓은 듯해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고, 대형차답지 않게 가벼운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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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은 307과 206 등 최근 푸조 모델과 디자인 흐름을 공유하고 있으나 대형차다운 품격이 살아있다. 또한 라디에이터 그릴에 달린 푸조 라이언 엠블럼과 날카로운 삼각형 헤드램프는 푸조차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반면 테일램프는 상대적으로 개성이 떨어져 보인다. 실제 발광 면적과 반사판이 거의 비슷해 크기만 부풀린 듯한 인상이고,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검은색 플라스틱 몰딩을 더한 앞뒤 범퍼는 사소한 접촉으로 인한 흠집을 막아주어 실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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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필러부터 C필러까지 이어진 곡선형 루프는 607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또한 늘씬한 차체는 경쟁 모델인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에 비해 한 급 위의 차라는 인상을 준다. 겉모습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긴 차체 안에는 600ℓ가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트렁크 룸이 숨겨져 있다. 여기에 한 개의 골프 백을 가로로 놓을 수 있고, 세로로 담으면 4개까지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는다. 


휠베이스는 2천800mm로 605와 같지만 실내는 훨씬 넓어졌고,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시승차는 블랙 톤으로 꾸며져 있으나 좁아 보이지 않는다. 이는 대시보드를 최대한 앞쪽으로 밀어 실내 공간을 덜 차지하기 때문이다. 윈드실드가 보네트 쪽으로 깊숙이 자리잡는 캡 포워드 디자인처럼 대시보드 위쪽이 휑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이 차의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센터페시아가 뒤쪽으로 조금 누워있어 운전자가 스위치를 조작하기에 불편하지 않다. 이런 효율적인 설계 덕분에 앞좌석 레그룸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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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타입 대시보드는 부드러운 재질로 덮여 있어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605의 투박한 대시보드를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는 정보 전달기능이 구형보다 크게 강화되었다. 센터페시아 위에 달린 온보드 컴퓨터는 오디오와 공조장치, 트립 컴퓨터 기능을 갖춰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한다. 유럽형 모델에 달리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수입모델에 없는 점은 아쉽다. 


어린아이가 있거나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운전자라면 안심해도 된다. 깜빡 잊고 자기 혼자만 차에서 내렸더라도 열 감지 센서가 실내에 사람이나 동물이 남아있음을 알려주기 때문. 앞 유리에는 열전도 방지 기능이 있어 적외선을 반사하고 실내로 전달되는 열을 차단해준다. 또한 도어 유리에는 라미네이트 필름이 들어 있어 소음 차단효과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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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의 리모트 컨트롤 키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만약 도어나 선루프를 열고 잠금 장치를 누르면 열린 부분이 자동으로 잠겨지고, 사이드미러도 자동으로 접힌다. 또한 도어가 잠겨져 있을 때 잠김 버튼을 누르면 비상등이 들어오고 실내등이 켜진다. 시동키는 잭나이프를 펼치듯 버튼을 누르면 튀어나온다.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조용한 실내 

완벽에 가까운 주행안전성에 감탄 


수입되는 607은 2.2ℓ와 3.0ℓ 두 가지. 시승차는 3.0ℓ모델로 V6 210마력 엔진을 얹었다. 아이들링은 매우 조용하고 진동도 잘 억제되어 있다. 혼잡한 도심을 지나 길이 트이자 액셀 페달에 힘을 주었다. 앞으로 치고 나가는 느낌은 BMW의 박진감보다는 렉서스의 부드러움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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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에서 새롭게 선보인 팁트로닉 변속기는 수동모드를 갖춘 자동 4단이다. 예전에 406을 타보았을 때 무단변속기처럼 부드러웠던 주행감각에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607 역시 변속감각이 비단결 같다. 스포티한 주행을 원할 때는 수동 4단에서 3단으로 다운 시프트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최근 경쟁모델들이 자동 5단 기어를 다는 추세인 것을 감안한다면, 푸조의 기함 모델인 607도 자동 5단 기어를 다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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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자동 기어의 감각만큼이나 부드럽다. 만약 너무 부드럽다고 생각되면 전자식 가변 댐핑 시스템 모드를 ‘오토’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렇게 부드러운 차가 급코너링이나 급차선 변경 때 거의 완벽하리만큼 안정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코너를 돌았으나 607은 타이어가 끌리는 소리조차 없이 매끄럽게 돌아나갔다. 이번에는 코너 끝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접근했다가 의도적으로 차체 뒤쪽을 미끄러뜨려 보았다. 그러나 607은 이런 시도가 무색하게 균형을 잃지 않았다. 이는 주행안정장치(ESP)가 차체의 흔들림을 감지하고 오버 스티어나 언더 스티어가 일어나면 토크를 늘리거나 줄여 차체를 바로잡아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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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의 숨겨진 장점 중에 하나는 제동성능이다. 비상제동장치(EBA)를 갖춰, 운전자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을 때 이를 감지하고 브레이크 압력을 높인다. 급제동할 때는 자동으로 비상 경고등을 작동시키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프랑스를 ‘화장품 잘 만드는 예술의 나라’ 정도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완벽함이 쉽게 이해되지 않겠지만, 푸조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다. 1891년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휘발유 자동차로 선보인 푸조 1호차는 1895년 파리-보르도 왕복 경주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끌었다. 1912년 프랑스 그랑프리에 복귀한 푸조는 처음으로 DOHC 4밸브를 쓴 경주차 L76으로 잇따라 우승하고 미국 인디아나 폴리스 500마일 레이스까지 석권했다. 1차대전 후 실용적인 차에 주력하던 푸조는 84년에 고성능 소형차 205GTI를 내놓으면서 폴크스바겐 골프 GTI와 당당히 경쟁한다. 그 이듬해에는 205GTI를 바탕으로 만든 205 터보16이 세계랠리선수권(WRC)에서 종합우승하고, 푸조는 이런 상승세를 발판으로 5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지금도 푸조는 WRC에서 매년 좋은 성과를 올리면서 ‘고성능 메이커’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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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특별한 존재가 될 것이다. 엔진 배기량으로 보면 벤츠 E320이나 BMW 530i와 비교가 되겠지만, 차체크기나 실내공간은 벤츠 S280이나 BMW 735i와 비교될 정도로 넉넉하고 고급스럽다. 그러면서도 차값은 5천500만 원(2.2X)~6천400만 원(3.0ℓ)으로 경쟁모델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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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마력의 최고출력은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엔진과 자동 4단 팁트로닉 기어의 매칭이 완벽에 가깝기에 출력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만약 고출력을 원하는 이가 있다면, 지난해 파리 오토살롱에서 선보인 400마력의 컨셉트카 607 페스카를로가 양산되기를 기다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607은 지금의 성능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어느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처럼, 607에게 있어 출력은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푸조 607은 때론 부드러운 샹송처럼, 때론 짜릿한 코냑처럼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 멋진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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