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Z4, 굳이 실키 식스가 아니어도 좋아
2019-05-24  |   60,434 읽음

BMW Z4

굳이 실키 식스가 아니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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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체인지된 BMW Z4를 만났다. 클래스에 어울리지 않은 멋진 외관은 가히 충격적이다. 롱노즈 숏데크에 소프트톱을 얹은 모습은 모던 클래식 느낌도 난다. 새로운 CLAR 플랫폼은 기존보다 50kg 가벼우면서 높아진 강성으로 스포츠 주행을 극대화한다. 


BMW를 상징하는 존재라면 키드니 그릴과 더불어 직렬 6기통 엔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BMW 마니아에게 있어서 직렬 6기통은 성배와도 같다. 전설적인 M1에 탑재된 M88 엔진을 시작으로 직렬 6기통의 강력한 성능과 매끄러운 회전 질감은 스포츠 주행을 지향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B당’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제 세월은 흘러 4기통 터보 엔진이 기존 6기통의 역할을 도맡게 되었고, 6기통은 고급 라인을 담당하고 있다. 처음에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BMW는 4기통 엔진 역시 잘 만든다. 역사적으로는 M88의 실린더 두 개를 제거한 4기통 S14 엔진을 E30 M3에 얹어 그룹A 레이스에서 명성을 날렸다. 물론 S14 엔진은 너무 오래전 엔진이라 이번에 시승한 Z4 20i의 B48 엔진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BMW는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4기통 엔진을 만들어 왔다. 4기통 고성능 엔진에서도 BMW가 최고 마스터가 아닐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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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력에도 신경을 쓴 덕트. 검은 휠은 이 차에 잘 어울린다 


기대와 불안 속에서 만난 신형 Z4

극렬한 마니아층과 BMW 엠블럼만 원하는 라이트 고객 사이에는 큰 갭이 있다. 요즘 BMW에는 이 폭넓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개발진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과거 스포츠 성향의 모델이라면 딱딱한 서스펜션과 기민한 조향감이 특징이었고, BMW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오래전 독일에서 지인의 BMW를 탔을 때 적당히 단단하면서 타이어가 도로를 끈적하게 붙잡는 느낌을 받았다. 차가 마치 노면에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듯했다. 물론 독일의 노면 상태가 좋았던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좋지 않은 노면 때문에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미국 차의 출렁임보다야 낫지만 허리가 은근히 아팠다. 당시 BMW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서스펜션이 고장난 거 아니냐는 소리를 할 정도였다. 스포츠 세팅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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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릴의 패턴과 입체감은 보는 즉시 몰입하게 만든다 


그런데 프리미엄 시장이 커지고 보다 다양한 시장에서 팔게 되면서 BMW의 서스펜션 세팅이 이전보다 물러졌다. 골수 마니아 중에는 놀람을 넘어 실망감을 내비치는 이도 적지 않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특징이 서로 희석되는 느낌이랄까. 마치 안드로이드와 iOS가 닮아가듯 말이다. 확실히 최근 BMW는 부드럽고 편해졌다. 공도에서 유유자적 탈 때 과연 BMW가 맞는지 혼동될 정도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달릴 때는 영락없이 BMW다. 후륜 기반 플랫폼 특유의 움직임은 여전하고, 엔진 회전수를 올리면 과거 아우토반에서 느꼈던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직 주행거리 20km에 불과한 신형 Z4를 만났다. 사실 이 차를 시승하기로 했을 때 앞서 이야기했던 사실들이 마음에 걸렸다. Z4라면 BMW를 대표하는 스포츠 모델로서 당연히 성능이 향상되었겠지만, 최근의 변화를 어떻게 수용했을지 불안했다. 시동을 걸기 전까지 신차에 대한 기대감과 막연한 불안감이 마음 속에서 격렬히 교차했다.


휠베이스가 짧아진 신형 플랫폼

지하 7층 주차장에 잠자고 있는 Z4의 외모는 역대 BMW 로드스터 중 Z8, 507 다음으로 잘생겼다. 구형이 뱀을 닮았다면 신형은 야무진 용의 얼굴이다. 레드 컬러의 외장이 상당히 튀지만 이 차와 잘 어울린다. 기자는 검은색 휠을 지독히 싫어한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의 휠이라도 스포크의 디테일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차와는 제법 조화를 이룬다. 시승차는 M 스포츠 패키지 모델로 최고출력이 197마력이다. 과하지 않은 출력은 가벼운 차체와 잘 맞아 운동성능이 좋다. 아울러 최상급 모델 40i보다 130kg 가벼워 거동이 경쾌할 뿐 아니라 대형 엔진 롱노즈 숏데크 특유의 프론트 헤비 성향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잘 만든 4기통 엔진이 6기통 부럽지 않은 이유다. 가벼운 차체와 효율이 좋은 엔진은 경량 로드스터 특유의 민첩성을 제공한다. 토요타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사실상 플랫폼과 엔진까지 토요타가 가져다 쓰는 것이다)는 단단하고 유연하여 롤 제어가 뛰어나다. 이전보다 커진 차체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25mm 줄어 코너에서 몸놀림이 재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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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운전자 중심의 실내. 역시 BMW답다 


아울러 구형에서는 기대할 수 없던 넓은 트렁크 용량도 갖추게 되어 비교적 많은 짐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톱은 소프트톱 방식이다. Z3와 초대 Z4(E85)는 소프트톱이었지만 E89부터 접이식 하드톱으로 바뀌었다. 이 방식은 완벽한 쿠페 형태로 변신이 가능하고 방수나 방음, 공력 면에서 유리하다. 반면에 무게중심이 높아지고 무게가 늘어나며, 트렁크 공간을 많이 잡아먹는 단점이 있다. 기존 단점이 많이 개선된 요즘은 무게와 트렁크 확보에서 유리한 소프트톱이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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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노브 주변은 메탈 느낌을 잘살렸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들어간 대시보드 실루엣은 세련미가 넘친다. M 스포츠 스티어링은 손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HUD가 기본 달리는데, 시인성이 뛰어나다. 고급 장비로 인식되는 HUD는 사실 시야를 분산시킬 필요가 없어 스포츠카에도 유용한 장비다.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은 반응이 빨라 운전 중에도 조작이 쉽다. 많은 차가 공조장치까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내장하는 추세지만 이 차는 버튼식으로 따로 빼놓았다. 운전하면서도 간단히 조작할 수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BMW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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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장치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내장하는 게 추세지만 이 차는 버튼식으로 따로 빼서 조작이 매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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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스포츠 스티어링의 림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시속 50km 미만으로 달리며 톱을 10초 만에 트렁크에 넣었다. 요즘처럼 따듯한 날씨에서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건 환상적인 일이다. 기본 상태로도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탈착식 디플렉터를 롤바 사이에 끼우면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이 확연히 줄어든다. 사랑스러운 아내나 여자 친구의 품위를 지켜주고 싶다면 미리미리 끼워둘 필요가 있다.


세단처럼 편안함, 하지만 달릴 때는

스포츠카에는 불편이라는 딱지가 꼭 따라붙는다. 그나마 독일 메이커는 스포츠카라도 비교적 덜 불편하게 만드는 편이다. 지상고가 비교적 높아 요철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승하차도 편하다. 원래 스포츠카는 낮은 무게중심과 공력 설계 때문에 편의성에서 제약이 많다. 답답한 그린 하우스와 단단한 서스펜션은 운전자의 어깨와 허리를 옥죈다. 스포츠 주행과 멋진 외관은 멋스럽고 매력적이지만 솔직히 편안함과는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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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의 용적은 충분하면서 스포츠 주행 시 몸을 잘 잡아준다. 승하차가 편한 것도 장점 


하지만 Z4 로드스터는 불편함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롱노즈 숏데크의 전형을 담으면서도 극단적으로 길지 않은 후드는 돌출형 엠블럼 없이도 최전방을 가늠할수 있었다. 오래된 지하주차장의 협소한 공간에서 노즈가 긴 차를 감으로만 운전하다가 벽이나 블록에 긁을 위험이 있다. 그런데 이 차는 시트를 최대한 낮춰도 차체 끝단이 어디 있는지 눈과 몸의 감각으로 쉽게 확인이 되어 굳이 어라운드 뷰에 의존하지 않게 된다. 후방 시야도 좋다. FR은 그나마 미드십 보다 괜찮다고 하지만 후방 시야가 쾌적한 것은 아니다. Z4는 시트 포지션이 낮으면서도 뒤 펜더가 과도하게 부풀지 않아 후방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노면으로부터 그대로 올라오는 충격은 스포츠카의 전유물이었다. 롤과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운전자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면 승차감은 다소 손해 볼 수밖에 없다. 고성능이면서 부드럽고 롤 제어가 뛰어난 차는 사실 드물다. 부드러움은 민첩성과 대척점을 이루는 만큼 메이커에게도 늘 둘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는데 고심한다. 그나마 근래에 와서 저중심 설계 섀시와 서스펜션 기술 진화로 굳이 가변식 댐퍼를 쓰지 않더라도 부드러운 승차감과 스포츠 주행을 양립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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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색 가죽이 최고의 선택. 알맞은 클리너와 왁스만 잘 발라줘도 관리가 쉽다 


이렇듯 전천후 성능을 담은 Z4에 대해 예전의 BMW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골수 마니아도 있다. 하지만 최근 BMW를 타보면 이만큼 편한 걸 왜 이제 알았을까 탄식이 나오게 된다. 과거 날것 그대로의 매력도 나름대로 가치 있지만 그렇다고 BMW만의 DNA가 없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차는 여전히 BMW다. 옛날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노면의 질감, 진동, 소음이 그대로 유입되는 짜릿한 감각 때문일 터인데 그렇다고 그쪽이 더 빠른 것은 아니다. 속도감은 상대적이다. 고카트가 실제 속도보다 엄청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스포츠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접어두어도 좋다.


마성의 후륜 로드스터

예전 BMW가 정교하면서 날것 그대로를 표방했다면 지금은 부드러운 정교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승차감을 위해 주행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운전에 필요한 소음이나 진동을 적당히 유지하면서도 스포츠카로서의 흥분과 긴장감은 고스란히 담아냈다. 차체가 버텨줄까 하는 과격한 지점에서도 그 이상의 곡예운전이 가능할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비가 내려 적당히 젖은 노면에서는 손쉽게 뒤가 흐르는 연출도 가능했다. 과격하지 않은 출력은 정교하면서도 컨트롤에 전혀 부담이 없다. 요즘에는 전자 장비가 과도하게 개입해 차를 쉽게 날릴 수가 없는데, 이런 주행 질감을 오랜만에 맛보는 것이라 참 기쁜 일이다. 타면 탈수록 후륜 구동의 마성에 빠져들어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직렬 4기통 2.0L 터보 197마력은 스포츠카로 다소 빈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타보면 전혀 부족함이 없다. N20을 대체하는 B48 엔진은 3기통과 4기통 그리고 가솔린과 디젤을 아우르는 최신 모듈러 유닛이다. 알루미늄 블록과 헤드, 직분사 시스템과 가변식 밸브 리프트(Valvetronic), 밸브 타이밍(VANOS)을 얹었고, 트윈스크롤 방식의 싱글 터보로 180마력 대부터 300마력 이상의 다양한 출력 영역을 커버한다. 197마력이라면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1.5t이 안되는 경량 차체, FR 레이아웃과 짧은 휠베이스는 이 차에 강렬한 달리기 성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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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휠베이스의 경량 차체는 엔진의 능력을 잘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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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디지털 클러스터를 채용했지만, 여전히 rpm 타코미터만 눈에 들어와 액셀 페달을 누르게 된다


똑똑한 섀시와 심장은 시종일관 운전자에게 감동을 준다. 엔진은 지침이 없이 돌고, 섀시는 유연하고 복원력이 좋아 운전자에게 편안함을 준다. 고회전을 돌리면 직렬 4기통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게 된다. 시속 220km까지 아주 쉽게 도달하는 데 놀랐다.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차체의 떨림이나 불필요한 진동이 없어 고속 크루징에서도 편하다. 제동 역시 흐트러짐 없고 즉각적이다. 끝까지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보지는 않았지만 시속 230km 이상까지 무리 없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서킷에서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킷 주행은 매우 가혹한 조건이기에 차의 한계를 금방 알아볼 수 있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Z4라면 안심이다. 대게의 BMW 고성능 모델이 그렇듯이 Z4 역시 서킷에서 더욱 신나게 달릴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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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화 주기가 필요하다면 

알다시피 이 차는 2명만 탈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극복할 수 없는 단점일 것이다. 이것만큼은 독일의 정교한 설계로도, 최신 전자제어 기술로도 극복할수 없는 퓨어 스포츠카의 숙명이다. 만약 자동차 마니아를 자처한다면 2인승 후륜 로드스터를 한 번쯤은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물론 누가 굳이 추천해서가 아니라도 오픈 에어링이 가능한 고성능 로드스터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 Z4를 탄다면 하루하루가 삶의 선물일 것이다. BMW, 후륜, 로드스터 이 세 가지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6천만원대에 이 정도 감성과 성능을 지닌 차는,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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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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