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JCW 컨버터블의 봄
2019-05-16  |   67,590 읽음

미니 JCW 컨버터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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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외모에 반전의 성능까지 갖춘 JCW(john cooper works). 여기에 오픈 에어링까지 더했다. 공도에서의 재미만큼은 따라올 차가 드물다. 미니 JCW 컨버터블은 결코 패션카가 아니었다. 


초대 맥북에어와 같았던 미니

약 10년 전 대학생 시절 2세대(R56) 미니 S를 잠깐 운용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좋은 추억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철딱서니 없던 때라 남들의 이목을 늘 신경 썼던 대학시절. 미니 S는 나에게 소중한 재미를 안겨줬다. 경쾌한 운동성능은 물론이고 어딜 가도 시선집중이었다. 당시 여성들이 이차를 보면 그렇게 좋아했었다. 그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귀여운 외모에 고카트 같은 승차감의 반전은 동승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지금도 10년 전 기억 중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08년 출시되었을 당시 맥북에어를 들고 다니면 주목받았던 것처럼 미니 역시 어딜 가도 주변 시선을 끄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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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되었을 때 정말 아름답다 


호불호의 무거운 조향감과 고질병

BMW 그룹에 들어간 미니는 신형 1세대(R50)에 BMW의 기술을 투입했다는 기대감에 출시 당시 호평을 받았었다. 그러나 귀여운 외모와 달리 서스펜션이 의외로 단단하다는 반전이 있었다. 아울러 묵직한 조향감은 여성 오너들의 불편을 자아냈다. 결국 중고차로 내놓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그래서 낮은 마일리지의 민트급 매물들이 쏟아지는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기자처럼 미니의 성격을 아는 사람은 고카트 승차감을 사랑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그저 딱딱한 차체와 무거운 스티어링을 갖춘 애물단지에 불과했을 것이다. 심하게는 미니를 ‘예쁜 쓰레기’라 칭하는 사람도 여럿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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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루프에 유니온잭을 담았다 


성능은 신형이 당연히 좋겠지만 운전의 즐거움과 질감은 날것 그대로의 1세대(R53)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디자인은 여전히 멋지다. 특히 1세대 미니 S는 요즘 미니에서 볼 수 없는 수퍼차저가 달려 배기음이 독특했다. 몇 가지 고질병은 있지만 특히 1세대 미니 JCW(john cooper works 이하 JCW) 수동 모델은 꼭 손에 넣고 싶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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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퍼 하단 안개등이 삭제되어 헤드램프가 더 또렷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가져왔다 


2세대 미니(R56)는 1세대 대비 스티어링이 약간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묵직한 편이다. 스포츠 주행에는 딱 알맞은 스티어링이다. 서스펜션은 약간 말랑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딱딱한 편이다. 미니 S는 당시 고속도로에서는 6기통, 8기통 국산 차들을 앞질렀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났다. 여기에 미니 특유의 쫀득한 조향감이 질주 본능을 부채질했었다. 아무리 빠른 수퍼카라도 왕복 6차선 공도에서는 차선을 휘젓기에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미니의 짧은 휠베이스는 장점이 되었다. 컴팩트한 차체는 주차도 아주 편했다. 미니는 장단점이 무척이나 분명한 차다. 2세대 부분 변경을 2.5세대라고도 불리는데 고질병이 개선된 연식을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2.5세대에서 12년 5월 이후 생산된 미니는 고압연료 펌프, 써모스탯 개선품 적용으로 내구성이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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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JCW 레터링이 들어갔다 


벚꽃 에디션

3세대(F56) 미니가 시장에 나온 것은 2014년. 해치백 버전의 최초 런칭이 2013년이니 벌써 5년 전 일이다. 이 차의 디자인을 좋아하진 않지만 JCW 컨버터블만은 예외다. 전면 하단 안개등이 삭제되어 동그란 헤드램프가 더 눈에 들어와 앙증맞다. 나름 미니 최고의 고성능 모델답게 진짜 에어 인테이크가 보인다. 후방 머플러는 포르쉐 911 GT3처럼 가운데에 위치한다. 3세대 기본형보다는 분명 나아진 외관이지만 애석하게도 10년 전 미니 S를 탔을 때와는 다르게 그다지 시선을 끌지 못한다. 심지어 JCW 컨버터블인데도 말이다. 이제는 다들 미니 디자인에 익숙해진 것일까? 신형 아이폰과 비슷한 신세가 된 것 같아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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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주유 커버지만 메탈 느낌을 잘 살렸다 


벚꽃 만개한 날 여의도에 갔다. 따뜻해진 날씨에 소프트톱을 열었다. 벚꽃 축제가 한창이라 서울의 연인들은 모두 여의도에 온 것 같았다. 그동안 미세먼지에 갇혀 제대로 된 하늘을 보지 못했었는데, 이날만큼은 하늘이 유독 푸르렀다. 벚꽃과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KBS 홀 앞을 유유자적 JCW 컨버터블의 배기사운드를 듣기 위해 스포츠 모드로 통과하는데 예상치 못한 순간의 바람에 벚꽃 잎이 우수수 떨어져 실내와 전면 유리를 가득 채웠다. 그 순간 일제히 사람들의 시선이 기자 쪽으로 향했다. 오픈 에어링에 벚꽃을 맞는 그 순간을 사람들은 부러워했던 것일까. 녹색을 입은 차체와 벚꽃, 파란색 하늘의 조화가 멋졌는지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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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영국의 만행을 생각했을 때 유니온잭을 그대로 옮겨놓은 테일램프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JCW의 전투력과 식성

서울을 떠나 한달음에 국도로 달려갔다. 미니에게는 고속도로 보다 국도가더 재밌기 때문이다. 특히 한산한 도로에서는 무조건 스포츠 모드다. JCW 컨버터블은 그린, 미드, 스포츠 3가지 주행 모드가 있다. 공도에서의 스포츠 주행 때는 정말 한 성깔 한다. 고저차가 심한 코너도 액셀러레이터만으로 탈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더 높은 속도도 충분히 공략이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을 계속 안겨준다. 반면 공도에서는 한계 예측이 안 되어서 더 위험한 차다.

스포츠 모드라고해서 만능은 아니다. 높은 안정감과 뛰어난 롤 제어는 반대로 운전자의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초보운전자에게 쉽게 추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뛰어난 기량의 운전이라면 이보다 더 재밌는 차가 있을까 싶다. 문뜩 수동변속기의 아쉬움이 계속 스친다. 지금보다 더 극적인 운전은 수동변속기가 달린 JCW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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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조향감은 스포츠 주행에서는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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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클러스터, 토글스위치는 미니의 시그니처 


여태까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된 수동변속기 미니는 없다. BMW 코리아에서 수동 모델 수입을 재고했으면 좋겠다. 물론 수익 보장이 없으니 그런 수고로움을 감수할 리가 없다. 그래도 오랜 미니 마니아들을 위해 JCW 수동을 몇 대만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동변속기만이 가능한 직결감과 쾌감은 자동 변속기로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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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변속기가 달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차는 가장 강력한 미니 컨버터블로 시속 190km까지는 무리 없이 도달하지만그 이상은 더디게 올라간다. 시속 200km 이상 쏘는 차는 아니다. 중저속에서 충분히 재밌기 때문에 큰 핸디캡은 아니다. 기름이 꽉 차있을 때 주행 가능 거리가 500km 이상 찍히지만 스포츠 모드로 250km를 달리니 금색 연료 부족이라고 뜬다. 단 하나의 주행 모드를 선택하려면 스포츠 모드지만 식성 탓에 지갑이 얇아질 수 있다. 대신 에코 주행이 가능한 그린 모드에서는 메이커가 표기한 공인 연비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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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칸타라 소재의 시트는 스포츠 주행에서 몸을 잘 잡아준다


편의장비의 부재

미니는 편의 장비가 거의 없다. 그걸 염두에 두는 사람은 이 차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몇몇 사람들은 5,000만원이 훌쩍 넘는 차에 카플레이가 없다며 구매가 꺼려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 차는 펀카이자 스포츠카다. 편의 장비가 주는 안락함보다 운전이라는 본질에서 주는 쾌감이 훨씬 중요하다. 쓸데없이 무게를 늘리는 장비들은 JCW 컨버터블에게 사치일 뿐이다. 오히려 JCW가 주는 의미만 퇴색될 뿐. 아직도 아날로그 클러스터, 토글스위치, 딱딱한 승차감, 여전히 두께감 있는 스티어링 림과 묵직함을 주는 미니의 고집이 너무 좋다. 편의 장비가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선택지가 많다. 그런 건 대중차에서 이미 널렸으니까. 자동차의 개성을 드러내기 힘든 요즘 같은 시대에, 미니가 주는 감성은 무채색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에 색을 입힌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미니의 정통과 아날로그적 멋을 잃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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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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