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디젤의 선두주자, DS의 고급화가 먹힐까?
2019-04-10  |   155,489 읽음

클린 디젤의 선두주자, DS의 고급화가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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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상징하는 관용의 정신 ‘톨레랑스’. DS7 크로스백은 강요와 관용의 애매한 경계에 있다.


PSA 그룹에서 고급차 브랜드 DS AUTOMIBLES(이하 DS)를 얼마 전 국내에 런칭 했다. 이름은 DS7 크로스백. 시트로엥이 아닌 DS가 웬 말이냐 할 수 있겠지만 과거 시트로엥에서 만든 모델 중에 DS가 있었다. 샤를 르 드 골 장군의 의전차로 쓰였던 모델이다. 시트로엥 DS 19 관련 일화 중에는 암살범이 저격을 시도했지만 DS 19의 방탄유리가 그의 목숨을 살린 일도 있었다. 훗날 드 골은 프랑스 대통령이 된다. 아울러 현재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역시 DS7 크로스백을 취임식 때 의전차로 사용했다. 여기까지가 DS의 고급화 명분의 당위성이라 생각된다.


에펠 탑 레이저 쇼

DS7 크로스백의 풀 LED 램프는 황홀하기 그지없다. DS의 시그니처 ‘마름모’를 곳곳에 사용했다. 아우디가 다루는 LED와는 다른 멋이 있다. 아우디는 정갈하고 차갑고 빈틈없어 보이지만 DS7 크로스백은 프랑스의 화려함을 담고 있다. 마치 에펠 탑 프레임 사이사이 숨어있는 조명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처럼 매혹적이다. 확실히 눈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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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테리어는 프랑스 디자인의 정수를 잘 담아냈다. 특히 풀 LED를 보고 있으면 도시 파리처럼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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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7 크로스백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게 되면 전체적인 실루엣은 걸작인 듯하나 중간 중간 튀는 요소가 있다. 특히 고급스러운 대시보드 센터 상단에 위치한 크로노그래프는 상당한 위화감을 준다. 크로노그래프의 하단에는 시동 버튼이 있다. 누르면 시동이 걸리면서 접혀있던 크로노그래프가 태엽 감기는 소리와 함께 솟아오른다. 나름 세심한 협업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보여주지만,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는 게 문제. 충분히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실내에 옥에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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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7 크로스백 대시보드의 실루엣은 너무 아름답다. 아낌없이 쓴 좋은 가죽에 퀼팅 스티치로 한눈에 봐도 고급차다 


대신 스티어링, 대시보드, 시트는 가죽 질감이나 만듦새가 동급 최강이다. 아울러 시트의 마름모식 격자 스티치 기교는 감탄이 나온다.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잘생긴 D컷 스티어링에 사용된 가죽은 계속 만지고 싶을 정도로 촉감이 좋다. 그에 비해 패들 시프터의 만듦새는 약간 떨어진다. 차라리 아예 달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고급차에 어울리지 않은 플라스틱 재질이다. 그나마 구석에 크롬을 감싸서 다행이다. 푸조 508 GT의 조악한 플라스틱 패들 시프터보다야 훨씬 낫지만 여전히 장난감을 만지는 느낌이다.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는 부분인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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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 최고의 디자인을 담은 D컷 스티어링. 다만 패들시프터의 재질은 스티어링에 들어간 소재 대비 아쉽다 


기어 노브 부근 버튼은 실제 금속이 아니지만 고급스러운 메탈 느낌을 살렸다. 그런데 파킹 버튼과 너무 붙어있다 보니 주행 중에 창문을 내리다가 파킹 브레이크를 조작할 때가 있다. 저속에서는 큰 문제는 없지만 고속주행일 경우 어떨지 걱정이 된다. 개발자들이 모를 리 없을 텐데 기어 노브 주변 버튼 디자인의 통일성에 집착한 결과다. 

센터페시아 버튼은 볼륨과 전원 버튼, 비상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전식 터치 방식이다. 덕분에 깔끔한 디자인이 가능하지만 터치 반응은 한 템포 느리고 인식률도 간헐적으로 떨어진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부분.   


디젤 게이트-모터스포츠에서 검증받은 심장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차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대형 게이트가 터졌다. 이후 디젤 차는 친환경차라는 지금까지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디젤을 주력으로 삼는 메이커는 너나할 것 없이 판매율이 급감했다. 푸조 역시 타격은 입었지만 다행히 디젤 게이트에는 연루되지 않았다.

DS7 크로스백에는 PSA 그룹 계열 푸조의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푸조는 90년대 말부터 포드 그룹에 디젤 엔진을 공급했을 만큼 이 분야의 선구자다. 당시 포드그룹 산하에 있던 고급 브랜드 랜드로버, 재규어 역시 푸조 엔진을 얹었다. 양산차뿐만 아니라 모터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드러냈었다. 디젤 엔진을 얹은 푸조의 첫 내구 레이서 908은 르망 24시 도전 3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했고, 최근 다카르 랠리에서도 디젤 엔진으로 3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디젤 엔진에 정통하다. PSA 그룹 계열인 DS 역시 그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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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모식 격자 스티치는 고급스러움이 철철 흐른다. 아울러 몸도 잘 잡아준다


이번 DS7 크로스백 시승에 푸조 508 GT를 탔었다. 두 차는 동일한 플랫폼과 파워 트레인을 사용하지만 시속 150km 이상에서는 DS7 크로스백 쪽이 더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무게, 전폭, 전고의 수치를 보면 SUV인 DS7 크로스백이 불리한 게 맞지만 최소한 직진 안정성에서만큼은 DS7 크로스백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무래도 PSA 그룹 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보니 신경 써서 만든 티가 난다. 아울러 세단은 불가능한 높은 전고의 탁 트인 시야 확보와 실내공간의 쾌적함 역시 DS7 크로스백의 강점이었다. 


충분한 힘과 경제성을 갖춘 에코 모드

스포츠로 모드로 극적인 변화를 주는 차량은 사실 많지 않다. DS7 크로스백을 스포츠 모드에 고정하고 300km 정도 달려 보았지만 딱히 언급할게 없다. 당연히 이차는 퍼포먼스를 위한 차는 아니다. 한적한 시간대에 에코 모드로 바꾸고 안양천 도로에 올랐다. 메이커 기준 에코 모드의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14.4km/L다. 며칠 동안 날씨가 따듯해서 늦은 밤이지만 노면 온도가 낮지 않았기에 가혹한 주행을 해도 무리는 없었다. 신호 정차 후 액셀러레이터를 지그시 밟으니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가 굼뜨지 않게 차를 이끈다. 잘 만들어진 토크컨버터식 자동변속기는 듀얼 클러치식 변속기에 비해 오히려 나은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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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이는 조수석 주변은 최상의 가죽에 퀼팅 스티치를 입혔다


코너가 이어지는 도로에서 액셀 페달을 즈려밟으며 보닛을 코너 안쪽으로 집어넣으니 차의 후미가 제법 잘 따라온다. 덩치가 크고 지상고가 높은데도 시속 90~100km 코너링에서 롤링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그만큼 댐퍼가 잘 버텨준다. 회전수에 따라 배기음은 어느 정도 있지만 딱히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2,000rpm 이상부터 배기음이 더 좋다. 시속 110km를 넘어서면 풍절음이 제법 들리며, 하부에서 소음도 있는 편, 하지만 높은 편평비의 타이어라는 걸 고려했을 때 지극히 정상이다.   

일반 도로 600km 가량을 주행하면서 연비는 평균 13.3km/L 정도를 기록했다. 고저가 많은 관악구-동작구에서 가다 서다 반복하고, 언덕에서도 급격한 가속을 반복한 도심지 연비는 12km/L 수준. 메가시티의 교통체증은 자동차에게는 매우 스트레스지만 가혹한 주행 환경 속에서도 DS7 크로스백은 뛰어난 효율을 보여주었다. 고속도로에서 항속 주행할 때는 15km/L 정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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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레버. 기어 노브 주변 버튼 디자인의 통일성에 집착한 결과다


관용과 강요 사이

프랑스는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이해해주는 ‘톨레랑스’라는 관용의 문화가 있다. 16세기 프랑스에서 신교 구교의 갈등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지옥과도 같은 살육전 이후 이념과 종교 및 정치 성향이 달라도 이해하려는 문화가 생긴 것이다.

DS7 크로스백은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고효율의 디젤 엔진과 화려한 익스테리어 등 흠을 찾기 어려웠다. 반면 인테리어는 좀 더 기능적이고 인간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에 집중했으면 한다. 오랜만에 프리미엄 시장에 복귀하는 PSA 그룹이 DS를 고급 브랜드로 어필하기 위해 다소 무리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유 없는 화려함은 눈에 띄는 반면 금방 질리기 마련. 물론 프랑스의 예술적 감각과 톨레랑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사사로운 단점이 눈에 띄지는 않을 것이다. 부디 다음부터는 과시적 강요를 버리기 바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DS에 대해 너그러운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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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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